거울을 보면 나를 보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모습이 말쑥해 진다. 거울 속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움직이면 나를 따라 거울 속의 내가 움직이는 게 당연한데 만약 그렇지 않다면? 움직이지 않거나 제멋대로 움직인다면? 생각만으로도 공포스럽다.

 

열번째 포스터 이야기 주제는 거울 스타일(mirror style)로 잡았다.

 

거울 하면 우선 떠오르는 영화는 단연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 1937]다. 보통 거울이 아니다. 마법의 거울이 나온다. '거울아, 거울아, 벽에 달린 거울아'하고 부르면 말도 한다. 거울을 전면에 등장시킨 아래 포스터는 주변의 어두운 배경이 흑마술의 세계를 암시하는 듯하고, 아무것도 비추지 않고 있는 모습이 오히려 어떠한 질문에도 대답할 준비가 되있다는 듯이 당당한 모습이다.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 1937]의 재개봉 포스터> 

 

 

다른 포스터를 보기 전에 백설공주 속 거울에 대해 분석한 글을 소개하고 싶다. 기사는 ZDNet Korea에 저작권이 있다.

~~~

전래동화 '백설공주'의 모티브는 거울이다. 더 정확하게는 거울 속에 비친 나. 조금 더 정확하게는 거울 속에 비친, 세상에서 가장 예쁜 나. "당신이 제일 예쁘다"는 대답에 만족하던 왕비는 어느 날 거울로부터 청천벽력같은 대답을 듣는다. 당신보다 백설공주가 더 예쁘다." 왕비에겐 견고한 성처럼 유지돼 있는 자기 만의 세계가 근본부터 흔들리는 얘기. 그 대답으로부터 비극이 시작된다.

잘 아는 것처럼 백설공주는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된다. 새로 들어온 왕비는 아름답긴 했지만 허영심이 많았다. 특히 이 왕비는 마법의 물건을 하나 갖고 있었다. 바로 거울이었다. 왕비는 늘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고 물었다. 그 때마다 거울은 늘 왕비님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십니다라고 대답한다. 왕비로선 일종의 자기 존재 확인이었던 셈. 라캉식 표현으로 하자면, 왕비는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환호했다. 왕비님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십니다란 대답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했다.

 

지만 백설공주가 일곱살이 되던 해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거울이 왕비 대신 백설공주가 가장 아름답다는 대답을 내놓기 시작한 때문이다. 그 이후부터 일곱 난장이와 키스 한 번으로 공주를 깨우는 왕자 같은 존재들이 등장한다.

(참고로 백설공주 이야기는 북유럽 설화에서 따온 것이다. 원래 설화는 계모가 아니라 친모가 딸을 학대하는 것으로 나온다. 또 아버지와의 근친상간 얘기를 비롯해 난장이들과의 성관계, 시체를 좋아하는 왕자 같은 잔혹한 모티브가 들어있다. 동화로 개작되는 과정에서 이런 내용들은 상당 부분 순화됐다고 한다.)

백설공주 속 거울은 왕비의 자기 확인 욕구를 표출하는 곳이었다. 바깥 세상에 비교적 단절된 삶을 살았음직한 왕비에게 거울은 세상의 모든 것이자, 자기 존재의 전부였다.

사실 거울 욕구는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통상적으로 여성이 조금 심하긴 하지만, 남성이라고 해서 그다지 덜할 것도 없다.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통해 자신을 확인하고픈 욕구는 끊을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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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대한 워밍업을 마쳤으니 거울을 모티브로 한 포스터부터 몇 개 더 감상하자.

 

 

 

 <[욕망의 모호한 대상, 1977]의 포스터>

 

 

 

스페인의 천재 감독 루이스 브뉘엘의 마지막 영화다. 한 여인이 손거울을 들고 있고 거울 속으로는 그녀의 모습 이외 한 남자가 여인의 몸을 탐하고 있다. 앞서 살폈듯이 '거울'이 자기애에 대한 욕구를 실현하고 확인하기 위한 도구라고 볼 때, 이 포스터는 영화의 제목과 잘 어울린다. '부르주아의 성적 강박감을 탐구한 영화'라는 평을 듣고 있는 이 영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EBS 영화'에서 소개한 줄거리를 첨부한다.

 

영화는 부유한 홀아비 마티유(페르난도 레이 분)가 세빌에서 파리행 급행열차를 타면서 시작된다. 기차가 출발하려 할 즈음, 콘치다(캐롤 부케, 안젤라 몰리나 2인 1역)가 급히 마티유를 쫓아오고, 마티유는 그녀의 머리에 물을 퍼붓는다. 그와 같이 타고 있던 탑승객들이 당황해하자 마티유는 그녀를 살해하는 것보다는 물을 끼얹는 것이 더 낫다고 해명을 하고, 영화는 마티유의 슬픈 이야기를 플래시백으로 그려나간다.
호화식당에서 식사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업무를 가지지 않은 중년의 부르주아 마티유는 자신의 집에서 하녀로 일하고 있는 아름다운 콘치타를 발견하고는 늘 하던 대로 그녀를 침대로 이끌려고 한다. 그러나 콘치타는 이를 거부하고 마을을 떠나가 버리고, 단 한번도 거부당해 본 적이 없는 마티유는 더욱 몸이 닳아 그녀의 엄마를 돈으로 구워 삶아 기어이 콘치타를 애인으로 만든다. 그러나 콘치타는 마티유의 관대함을 수용하고, 사랑을 약속하지만 자신이 마티유의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이 싫다며 성적인 관계만큼은 끝내 거절한다.
마티유와의 성적 관계를 거절하면서도 콘치타는 자신의 방에 젊은 남자친구를 재우는가 하면, 카바레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나체로 춤을 추고, 마티유가 금방 구입한 집안에서 다른 사람과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주도권을 잃고 싶지 않다며 성적 관계를 거부하는 콘치타와 같은 이유로 결혼을 미루는 마티유 사이의 길고 긴 주도권 다툼이 시작되는데,....

EBS 2003. 8. 25

 

 

 

<[리오의 연정, 1984]의 포스터>

 

 

 

청순한 데미 무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리오의 연정]도 [욕망의 모호한 대상]처럼 '욕망'의 중요한 상징인 '손거울'과 '입술'이 등장한다. 그러나 심각하지 않고 오히려 로맨틱 코미디의 분위기를 낸다. 같은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는 가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줄거리를 보면 두 영화가 얼마나 다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 빅터(조셉 보로그나 분)가 이혼 문제로 고민에 빠지자 매튜(마이클 케인 분)는 위로삼아 여행을 떠나는데, 매튜의 딸 니콜(데미 무어 분)과 빅터의 딸 제니퍼(미쉘 존슨 분)도 함께 브라질의 리오로 떠난다. 해변에 널려있는 반나체의 여인들에게 눈이 팔린 빅터는 여자 사냥에 전력을 투구하고, 매튜는 매혹적인 제니퍼의 뜨거운 유혹을 받기에 이른다. 당황한 딸 니콜은 엄마에게 급히 전화를 걸고, 급히 달려온 엄마 역시 빅터와의 불륜 관계가 밝혀져 리오의 바닷가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지고 마는데...

Daum 영화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한다, 1972]의 포스터>

 

 

 

거울 밖에서 한 남자가 거울을 보고 있지만 거울에 비친 모습은 여성이다. 이 남자, 성 정체성에 문제가 있음이 틀림 없다. "남은 인생을 남자로 살지 않는 것"이 바로 주인공이 원하는 것이라는 것을 포스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여기서도 '거울'은 자신의 욕망을 상상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가 낳은 '욕망'의 철학자, 자크 라캉이 1936년에 발표한 '거울 단계'라는 논문에서 거울 단계는 '상상계'라고 말한 바가 있다. 비록 이 논문은 생후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 어린 아기들을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지만 생물학적 나이가 꼭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사안별로 일반화의 법칙을 적용할 수 없는 경우가 드물지 않으니까.

 

포스터 속 거울에 비친 여성은 여성이 되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상상의 산물이다. 그의 상상은 거듭될수록 반드시 실현되고야 말 욕망으로 굳어질 것이다. 그 욕망이 현실화 되었을 경우에만 그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므로 과정에서 부딪히게 될 어떤 시련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

 

 

거울의 다른 관점도 있다.

 

다음으로 소개할 영화 포스터들에는 자동차의 룸미러(rearview mirror)가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룸미러의 거울은 더 이상 욕구 또는 욕망의 표출 통로나 확인 도구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자동차 안에서 룸미러를 보고 있지 않아도 룸미러는 항상 자동차 내부와 외부 상황을 담고 있다. 즉, 룸미러는 공간과 관계된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1989] 포스터>

 

 

까탈스런 노부인과 성실한 운전기사와의 우정을 다룬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의 포스터는 심플하면서도 따뜻한 느낌때문에 마음마저 훈훈해 진다. 자동차 룸미러를 통해 데이지 여사(제시카 탠디 분)를 바라보는 호크(모건 프리맨 분)의 시선에 넉넉함이 묻어나고, 차밖의 풍경을 묘사하지 않음으로써 자동차라는 공간이 실제보다 넓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난다. 

 

 

 

<[히쳐, 1986]의 포스터>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와 같은 구도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포스터다. 얼마전에 마이클 베이에 의해 리메이크 되기도 했던 [히쳐]다. 앞서 본 포스터와 달리 룸미러 이외 자동차 밖의 풍경을 드러냄으로써 섬뜩한 느낌을 준다. 룸미러는 겁먹은 운전자의 눈을 비치고 있고 낯선 자의 어둡고 긴 그림자가 앞으로 닥칠 위험을 알려주는 듯하다. 혼자 타고 있지만 낯선 자가 동승하면서 자동차는 더 좁고 위험한 공간이 될 것이 분명하다.

 

 

 

 

<[블리트, 1968]의 2014년 포스터>

 

 

 

영화사상 최고의 자동차 추격신으로 기억되는 스티브 맥퀸의 [불리트]다. 이 포스터는 2014년에 제작되었다. 이 포스터는 역시 카체이싱 장면 중에서 응용한 것 같다. 룸미러로는 수상한 차가 보이고 운전대를 잡은 형사는 도심의 울퉁불퉁하고도 좁은 길을 응시하고 있다. 룸미러로 뒤에서 미행하고 있는 차를 발견한 불리트 형사, 어떻게 '최고의 자동차 추격전'이라는 명성을 듣게 되었는지 아직 못보신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실크우드, 1983]의 포스터>

 

 

 

메릴 스트립과 셰어가 공연한 [실크우드]의 포스터는 주인공이 룸미러를 바라보는 모습을 택했다. 어두운 밤에 뒷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반사되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놀라 동그랗게 뜬 눈이 그녀에게 위험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것 같다. 

 

 

 

오늘로 포스터 이야기 연재가 10회를 맞이했다. 그 동안 필자의 서재를 방문해 주시고 솜씨 없는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모두들 행복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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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5-08-24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와, 벌써 10회군요. 그동안 정성을 다한 포스터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호서기 2015-08-25 07:1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찍히기는 많이 찍히는 것 같은데 사진첩에 꽂을 사진은 없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원통 모양의 필름 통을 본지도 오래다. 이제 인화된 사진은 컴퓨터 화일로 대체되었다. 나야 뭐 사진보다 실물이 괜찮다는 소리를 더 듣는 편이니 사진이 어떤 형태로 보관되건 개의치 않지만 아무래도 약간의 메모와 함께 사진첩에 꽂혀 있는 사진이 더 정감이 간다는 게 주변 친구들 얘기다. 사실 그렇다. 사진이라는 것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빛도 바래고 테두리가 헤지기도 해야 매력 아닌가? 추억은 세월과 친구이니까.

 

영화 포스터 속 사진도 추억과 연관되어 있다. 그 기억이 행복이라면 되찾고자 희망하므로 미래 지향적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현실이 부정적이라고 가정해 보자. 좋았던 과거로 되돌아가거나 지금의 어색한 관계를 예전의 좋았던 관계로 회복하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사진 스타일(picture style)의 포스터를 통해서 사진 그리고 관계의 의미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크레이머 집안의 가족사진 한장으로 심플하게 표현한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1979]의 포스터다. '가족 드라마'이자 '법정 드라마'인 이 영화는 그 해 많은 토론 거리를 양산하면서 아카데미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행복하게 웃고 있는 단란한 가정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제목은 이중적 의미가 있다. 아내이자 엄마가 가출한 이후 둘만 남은 부자간에 전개되는 티격태격 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갈등과 화해를 중심으로 보자면 '아버지 대 아들' 즉, '테드 크레이머 대 빌리 크레이머'라는 가족 드라마가 된다. 그러나 양육권을 두고 법정에서 격돌하는 소송을 중심으로 보자면 '남편 대 아내' 즉, '테드 크레이머 대 조안나 크레이머' 구도의 법정 드라마가 된다.(미국의 소송에서는 원고와 피고가 곧바로 그 소송명이 된다.)  

 

한 가정이 해체되는 위기에 처하지만 어느 누구도 상처받기를 원하지 않는(그렇지만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구성원들의 성숙함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릭 로젠탈 감독의 [러스키스, 1987] 포스터에도 활짝 웃는 아이들의 사진이 보인다. 근데 이 사진, 바닷물 아래로 잠기려는 찰나인데 멀리 잠수함과 여러 척의 배가 보이는 것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 러시아 해군이 미국 바닷가에서 난파되었는데, 3명의 미국 아이들과 일생의 모험을 한다는 내용이란다. "때로는 최악의 적이 최고의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카피가 대충 스토리를 짐작케 한다. 근데 이 친구들, 사진처럼 끝까지 웃을 수 있을까?

 

 

 

 

 

[존경하는 어머니, 1981]의 포스터를 보고 있다.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 부유할 것 같은 우아한 중년의 여인이 도도하게 무엇을 응시하고 있는 사진이 세 조각으로 찢겨 있다. '사랑을 담아 내 딸 크리스티나에게'라는 친전이 있는 것으로 봐서 엄마가 딸에게 주었던 엄마의 사진인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찢겨져 있는 것이다. 포스터에서 처럼 사진을 찢는다는 것은 관계의 단절을 의미한다. 이제 그 사람과의 과거는 더이상 추억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딸과 엄마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영화는 1977년 향년 73세로 사망한 미국의 여배우 조앤 크로퍼드(Joan Crawford, 1905. 3. 23 ~ 1977. 3. 10)의 전기 영화이다. 그녀는 [밀드레드 피어스, 1945]의 연기로 아카데미상을 받을 만큼 성공한 여배우였고 더글러스 페어뱅크스 2세, 프랑수아 톤 등의 배우와 펩시콜라의 전 회장인 앨프레드 스틸과 결혼 했었다. 그녀의 양녀 크리스티나가 자신과 동생(양자)이 어머니 밑에서 엄하게 자란 어린시절을 기록한 동명의 책(1978년 발간)을 '페이 더너웨이'를 내세워 영화화한 것이 바로 이 영화이다.

 

그때까지 스타의 사생활이 그토록 자세히 드러난 적은 없었고 어린 아이의 관점에서 가정 폭력을 고발한 것도 처음이었으며, 가정 폭력이 가난한 집안에서만 일어난다는 통념도 깨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의 영향으로 스타들의 입양절차가 까다로워졌고, 빈부와 관계없이 사회적으로 아동복지의 관심이 높아졌으며 조앤 크로포드는 무섭고 괴팍한 엄마의 이미지로 대중에게 기억되게 되었다.

 

 

분위기 좀 바꿔보자.

 

폴라로이드 사진은 일반 사진에 비해서 촬영 형태나, 피사체의 행동이 경쾌하고 자유롭다. 찍는데 별다른 기술도 필요 없고, 찍자 마자 즉석에서 사진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호기심 많고 생기발랄한 청춘들의 아이템 중에 하나다. 로드 무비나 탐정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포스터 속 아이템이기도 하다.

 

자유에 대한 외침으로 기억되는 [델마와 루이스, 1991] 포스터 속 사진을 보면 두 여자가 셀카를 찍으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무엇이 저토록 좋을까. 사진 아래로 펼쳐진 황무지를 가로질러 쭉 뻗은 도로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기억과 망각에 관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놀라운 영화 [메멘토, 2000]는 폴라로이드 사진이 반복적으로 펼쳐진다. 기록은 기억의 보조 수단이다. 그때 흔히 사용하는 것이 메모와 사진이다. 포스터만 봐도 이 영화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마지막으로 볼 포스터는 한국과 중국의 합작 영화 [폴라로이드, 2013]다. 이건 뭐 영화 제목부터 '폴라로이드'다. 배우 장나라의 아버지로도 더 알려진 배우 주호성 씨가 메가폰을 잡았다. 2013년에 제작되었지만 지금 상영중이니 좀 늦게 왔다. 포스터에서 폴라로이드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으로 정의한다. 포스터의 색조만큼이나 따뜻한 가족 영화일 것 같다.

 

 

 

 

 

나 지금 영화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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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8-26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델마와 루이스 포스터 정말 멋지죠.....
오랜만에 보니 마음이 다 설레입니다. ㅎㅎㅎㅎㅎ

호서기 2015-08-26 15:24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다른 대작들도 좋았지만 [델마와 루이스] 만큼 깊은 여운을 남긴 영화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포스터도 멋지구요^^
 

며칠만 있으면 결혼 6주년 기념일이 다가온다. 결혼 후 이 날이 다가올때마다 선물이든 여행이든 하다못해 외식이든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첫 2주년 까지는 휴양지에 있는 근사한 호텔을 예약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때마다 친지 어르신 분이 돌아가시거나 무슨 일이 생겨 못갔었다. 그 후 마음은 굴뚝같은데 아이가 생기고 직장 문제도 있고 바쁘게 살다보니 유야무야 지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좀 달라야 할 텐데, 고민이다.

 

무엇을 기념한다는 것은 가끔은 번거롭기도 하지만 결국은 좋은 일이다. '기념하다'라는 동사의 목적어가 되는 입장이라면 두 말해서 무엇하랴. 영화계에서도 정기적으로 기념이 되는 걸작이 있다. 여덟번째로 다룰 주제는 기념일 스타일(anniversary style)이다.

 

기념일하면 뭐니뭐니해도 역시 축하 케잌이 아닐까? [스타워즈, 1977]의 첫돌과 [록키 호러 픽쳐쇼, 1975]의 10번째 생일 기념 포스터를 보라. 생일 케잌 주변으로 각 영화의 캐릭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생일파티에 온 가족이 모여 축하하는 것 같다.

 

 

<[스타워즈] 1주년 기념 포스터>

 

 

<[록키 호러 픽쳐쇼, 1975] 10주년 기념 포스터>

 

 

[스타워즈]는 10주년, 15주년 등 때만 되면 등장하는 단골 포스터다. 아래 소개하는 것 말고도 여러가지 버전의 기념 포스터가 있으나 다른 영화들을 위해서 화면을 양보하겠다.

 

 

 <[스타워즈] 10주년 기념 포스터>

 

 

 <[스타워즈] 15주년 기념 포스터>

 

 

바로 위 포스터처럼 기념 포스터인지 분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러나 포스터 하단 중앙을 자세히 보면 15주년을 기념한다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아래 확대된 부분을 참고하면 되겠다.

 

 

 

 

 

[스타워즈 : 제다이의 귀환, 1983] 10주년 기념 포스터나 [에이리언, 1978]의 15주년 기념 포스터도 포스터 하단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문구가 각각 이 포스터가 기념 포스터임을 나타내주고 있다. 아래 소개된 [에이리언] 기념 포스터의 경우 포스터 아티스트 존 앨빈의 서명도 보인다. 두 포스터 모두 영화포스터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많은 버전들이다.

 

 

 

<[스타워즈 : 제다이의 귀환]의 10주년 기념 포스터>

 

 

 

<[에이리언, 1978]의 15주년 기념 포스터>

 

 

 

기념 포스터가 많은 영화 중에 월트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 [환타지아, 1940]도 있다. 아래 포스터는 50주년 기념 포스터. 포스터의 배경이 된 악마의 모습이 귀여운 미키마우스의 표정과 대조를 이룬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이더스, 1981]도 모험 영화의 걸작으로서 자주 극장가에 걸리는 영화다.

 

 

 

<[레이더스, 1981]의 10주년 기념 포스터>

 

 

 

마지막으로 볼 영화는 더스틴 호프만, 존 보이트가 공연하고 존 슐레진저가 연출을 맡은 [미드나잇 카우보이, 1969]이다. 처음 것은 25주년 기념 포스터, 두번째 것은 10주년 기념 포스터. 젊은 게이를 연기한 존 보이트의 연기가 인상적인 영화로 기억한다. 흑백의 포스터 톤, 두 배우의 표정과 자세가 아웃사이더들의 고단함을 대변하는 것 같다.

 

 

 

 

 

 

 

 

때마다 기념이 된다는 것,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따로 특정한 날을 기념하지 않고 수시로 기억되는 것, 가끔이라도 누군가에게 그리움이 대상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가 내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맥주를 마시면서, 잠자리에 들면서 나를, 나와의 추억을 곱씹는 사람이 있을까?

 

부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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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준비한답시고 신림동 고시원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 관악산 자락 바로 아래 자리잡았는데 두평 남짓한 방은 달랑 책상 하나 의자 하나가 전부였다. 책상이라는 것도 이동이 불가능하게 벽과 일체가 된 구조여서 처음 그 방에 들어섰을 땐 한숨이 절로 나왔던 기억이 있다. 그 방에서 10개월 정도를 살았는데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방 면적에 비해 크게 낸 창문이었다. 아침이 밝아오면 자명종 없이도 일어날 수 있을 만큼 밝은 햇살을 방안 가득 공급해 주었고, 답답한 머리를 시원하고 가볍게 해주었던 것도 그 커다란 창문이었다.

 

공부하면서 자주 창문을 바라보았다. 창문은 현실 너머를 볼 수 있었던 희망의 구조였다. 유리창 너머의 현실도 방안의 현실과 별반 다를게 없었을 텐데 신기하게도 방안에서 바라 본 창문 밖은 같은 현실이 아닐 때가 더 많았다. 아마도 창문의 방향이 산 쪽이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반대쪽은 비탈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태반이 고시원 아니면 교회였다)들이어서 백수들의 고달픔이 느껴졌지만 내 방 창밖은 나무와 흙과 그 둘이 조화롭게 만든 산길 뿐이었다.

 

요즘은 창이 많은 집에서 살지만 그때만큼 창 밖을 의미있게 바라보지는 않는 것 같다. 하긴 그 때와 지금은 여러가지로 달라도 많이 다르다. 가끔 베란다 통유리 밖으로 차들로 가득찬 도로를 바라볼 때가 있다. 밤에는 다가오는 차들의 전조등 불빛과 멀어지는 차들의 후미등이 발산하는 붉은 빛에 끌리기도 한다. 창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오늘 살펴보게 될 창문 스타일(window style)의 영화 포스터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영화 포스터에 등장한 창문의 이미지에는 대부분 두려움과 은밀함이 숨어있다. 창문을 통해서 엿보이는 시선은 대상을 똑바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시선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안에서 바라보느냐' 아니면 '밖에서 몰래 엿보느냐'인데 개별적인 포스터를 보면서 구체적으로 살펴 보자.

 

 

 

<[모두가 승자, 1990]의 포스터>

 

 

 

'누구나 안다, 모두가 유죄라는 것을. 그러나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카피가 내용을 짐작케한다. 그런데 제목을 보니 좀 아리송하다. 홍보 카피을 봐서는 '모두가 패자'라는 제목과 더 어울릴 듯한데 '모두가 승자'라니... 스토리는 이렇다. 뉴 잉글랜드 출신의 의사가 살해를 당했는데 의사의 어린 조카가 살인혐의로 기소되는 일이 벌어진다. 매혹적이지만 불안한 기색이 있는 여인 앤젤라(데보라 윙거 분)는 사립탐정인 톰(닉 놀테 분)에게 사건을 의뢰하는데 그녀는 "그 애가 죽인게 아니에요. '모두' 진짜 살인자를 알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포스터는 사립탐정으로 분한 닉 놀테가 창밖에서 블라인드 너머로 누군가를(또는 무엇을) 응시하고 있고 앤젤라를 연기한 데보라 윙거가 문에 기대어 역시 무엇을(또는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다. 개봉 당시 평론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고 로튼 토마토 평점도 좋지 않았지만, 이 영화 괜히 보고싶어 진다. 연기파 배우 닉 놀테, 데보라 윙거가 함께 연기했다는 것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베드룸 윈도우, 1987]의 포스터>

 

 

 

[LA 컨피덴셜, 1997]이라는 걸출한 스릴러를 연출한 커티스 핸슨 감독이 그로부터 꼭 10년 전에 연출한 또하나의 스릴러 수작 [베드룸 윈도우]의 포스터를 보고 있다. 뭐 제목에서부터 창문이 등장한다. 이야기는 이렇다. 건축회사에 다니는 테리(스티브 구텐버그 분)는 사장의 부인 실비아(이자벨 위페르 분)와 연인이다. 회사의 파티가 있던 날, 두 사람은 테리의 아파트에서 정사를 나눈 후, 우연히 침실 창문 너머로 한 젊은 여자(엘리자베스 맥거번 분)가 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실비아는 테리와의 관계가 탄로날까봐 신고하지 못하는데 다음날 신문에서 이 사건 기사를 본 테리가 목격자로서 경찰에 신고하게 되면서 두 사람에게 위기가 찾아온다는 내용이다.

 

이 포스터의 시선은 방에서 밖으로 나있다. [모두가 승자]처럼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보는 경우는 무엇을 살피거나 엿보는 시선이라면 그 반대의 경우는 우연히 무엇을 목격하는 경우가 많다. 살인이나 폭행 같은 범죄의 목격자가 되었다고 상상해 보라. 나는 벌써부터 심장이 쿵쾅거린다.  

 

 

<[침실의 표적, 1984]의 포스터>

 

 

 

 

이미 한 차례 [드레스드 투 킬, 1980]을 통하여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에 대하여 경의를 표한 바 있던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히치콕의 [이창(rear window), 1954]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 했다. 줄거리를 보자. 배우 제이크(크레이그 와슨 분)는 폐쇄공포증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다. 애인이 바람을 피우는 현장까지 목격한 그는 결국 집을 나와 아는 사람의 집을 대신 관리해 주기로 한다. 그리고 그날 밤 망원경으로 다른 집의 아름다운 여인을 훔쳐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끔찍한 사건을 목격하게 되면서 곤경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침실의 표적] 포스터의 시선은 다시 밖에서 안으로 집중된다. [모두가 승자]와 다른 점은 카메라 위치를 실내에 두었느냐 아니냐의 차이 뿐이다. 그러나 체감 강도는 훨씬 더 쎄다. 카메라를 밖에 둠으로서 수상한 시선이 바라보는 대상을 우리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블라인드를 슬며시 내리는 검은 그림자의 손이 엿보는 자의 엉큼한 속내를 대변하는 것 같다.

 

 

 

 

<[이창, 1954]의 포스터>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의 역할을 뒤집는다는 발직한 상상이 돋보이는 코미디 영화 [셜록과 나, 1988]의 포스터 분위기는 한결 부드럽게 표현되었지만 역시 탐정이 나오는 영화답게 창문의 이미지는 감시 또는 엿보기의 통로가 된다.

 

 

 

<[셜록과 나, 1988]의 포스터>

 

 

 

하워드 혹스의 [스카페이스, 1932]를 1979년에 재개봉 하면서 소개된 포스터는 창문 스타일의 다른 측면을 보여주고 있어 새롭다. 엿보기, 훔쳐보기의 도구가 아니라 시가전에서의 총격전 장소로서의 창문이다. 이런 창문은 의례 총구멍이 나있고 마치 총성이 들리는 듯한 긴박감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스카페이스, 1932]의 1979년 재개봉 포스터>

 

 

 

문제적 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테스]는 이미 고전 반열에 오른 토마스 하디의 원작소설로도 유명하다. "그녀는 강간을 유혹이라고 부르는 세상에서 태어났다." 는 문장과 창밖에 서 있는 테스(나스타샤 킨스키 분)의 처연한 눈빛에서 그녀의 절망이 느껴진다. 이 포스터에서의 창은 다가서고 싶으나 그렇지 못하는 자에게 자신을 세상과 분리시키는 장애물같다. 성냥팔이 소녀에게 그랬던 것처럼...

 

 

 

<[테스, 1979]의 포스터>

 

 

 

 

지금까지 다소 무거운 영화들만 소개되었다. 기분전환이 필요한 지점이다. 창문 스타일의 포스터를 가진 영화들도 따뜻하고 유쾌한 것들이 많다. 아래처럼....

 

 

 

 <[두 얼굴의 탐정, 1989]의 포스터>

 

 

 

 

<[나 홀로 집에, 1990]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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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영화의 가장 흔한 형태의 포스터는 역시 표적 스타일(target style)이 아닐까? 이런 포스터의 영화는 누군가를 쫒거나 누군가로부터 쫒기는 자가 주인공이기 마련이다.

 

1973년 작 [힛트 맨]의 경우가 킬러가 주인공인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시 이 영화는 꽤 성공한 블랙 필름이었고 이후 수많은 동명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청바지 스타일로 차려입은 무표정한 킬러가 한 손에는 권총, 다른 손에는 장총을 들고 의자에 않아 있고 뒤로 총구멍이 뚫린 과녁이 보인다. 붉은 색과 푸른 색 톤으로 처리된 것이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이다.

 

 

 

<[힛트맨, 1973]의 포스터>

 

 

표적이 되어 쫒기는 자가 주인공인 대표적인 경우는 로버트 레드포드, 막스 본 시도우 등이 출연하고 흥행에도 성공한 1975년작 [콘돌의 3일]이 있다. 시드니 폴락 감독이 잘 빠진 스릴러 물로 완성했는데 어릴 적 '주말의 명화'에서 긴장하면서 본 기억이 생생한 영화다. 저격용 총의 조준점이 표적을 노려보고 있는데 표적은 아는지 모르는지 여자와 키스를 하고 있다. 콘돌의 날개에 감춰진 눈동자에 도망자가 선명하게 보이는데 어디에도 숨을 곳 없이 쫒기는 자의 긴박함이 묻어난다. '그가 믿고 있었던 모든 사람이 그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는 카피도 이 영화의 성격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콘돌의 3일, 1975]의 포스터>

 

 

 

표적이 한 두 개가 아닌 영화도 있다. 찰톤 헤스톤 주연의 1976년 영화 [2분 경고]의 킬러는 불특정 다수를 타겟으로 삼는다. LA 메모리얼 콜로세움에서 9만여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미식축구 결승전의 관객이 바로 그 타겟이다. 포스터에 표현된 표적만도 무려 11명에 이른다. 개인적으로 이 포스터도 퍽이나 마음에 드는 포스터 중에 하나인데, 화창한 날 세계가 주목하는 스포츠 게임의 결승전에 드리워진 긴장감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따뜻한 색 톤이라든가 단순하고 명료한 카피가 영화를 보지 않고도 영화를 본 것 같은 착각을 만들게 할 정도이다.

 

 

 

<[2분 경고, 1976]의 포스터>

 

 

 

아래 보게 될 [러시안 룰렛, 1975]은 좀 생소한 영화다. '러시안 룰렛'이라는 게임은 오히려 마이클 치미노에게 오스카를 안겨줬던 영화 [디어 헌터, 1978]를 통해서 많이 익숙한 게임이다. 일종의 '치킨 게임'으로 육혈포의 총에 총알을 한발만 장전하고 나서 자신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무모한 게임이다. 그런데 영화 카피처럼 여섯발을 모두 장전하고 이 게임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후덜덜...

 

 

 

<[러시안 룰렛 , 1975]의 포스터>

 

 

 

마이클 케인의 1971년작 [겟 카터]도 이런 유형의 포스터로 유명하다. 런던 암흑가의 갱단 잭 카터는 동생 장례식의 참석하기 위해 고향인 뉴캐슬로 떠난다. 카터는 동생의 죽음이 단순 사고사였다는 말에 의심을 품는다. 고향에 도착해서 일대의 암흑가를 탐색하던 잭은 타살의 실마리를 발견하고, 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세력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카터의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이 시작된다. 이 영화는 2000년에 실베스타 스탤론을 주역으로 하고 배경을 라스베가스와 시애틀로 바꾸어 동명의 영화로 리메이크 되었다. 필자는 이 리메이크 작만 봤다. 원작이 훨씬 기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겟 카터, 1971]의 포스터>

 

 

 

다른 형태의 표적 스타일도 있다. 지금까지의 유형이 과녁이나 라이플 스코프의 십자선으로 표현되었다면 사격 연습장의 표적지를 전면에 내세운 포스터다. 

 

 

 

<[원초적 무기, 1993]의 표적지를 활용한 포스터>

 

 

이 영화를 보면서 배꼽잡고 웃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에밀리오 에스테베즈와 사무엘 L. 잭슨 콤비의 코미디 버디 무비다. 표적지가 중요부위와 눈을 가리자 뒤돌아 보며 황당하다는 듯이 우스운 표정을 짓고 있다.

 

 

 

<[디스트릭트 9, 2009]의 포스터>

 

 

비교적 최근 영화인 [디스트릭트 9]도 표적지를 활용하여 포스터를 만들었다. 지구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외계인의 모습을 표적지로 표현했다. 컴퓨터 그래픽을 많이 사용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이 영화를 본 후부터 그런 편견을 버리게 되었다. 영화는 대부분 백주의 벌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수많은 외계 생명체가 등장하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정교한 기술이 빼어난 시나리오를 만나 이상적인 결과물을 탄생시켰다는 느낌이다. 이 영화는 외계인이 나오는 SF영화의 틀을 하고 있지만 인종 문제, 자유를 위한  투쟁, 인간성 회복 등의 굵직한 주제를 내포하고 있는 보기드문 수작이다.

 

위에서 살펴본 포스터들 말고도 [클로크와 대거, 1984], [패트리어트 게임, 1992], [본 아이덴티티, 2002] 등등 표적 스타일의 포스터는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아마도 스릴러 영화가 계속 만들어지는 이상 이런 스타일의 포스터도 계속 등장할 것이다. 표적 스타일의 포스터를 살펴보면서 드는 한 가지 생각, 살면서 누군가의 표적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 최근 본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2015]에서 나온 명대사로 오늘의 포스팅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재밌게 사시네, 근데 죄짓고는 살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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