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영화의 가장 흔한 형태의 포스터는 역시 표적 스타일(target style)이 아닐까? 이런 포스터의 영화는 누군가를 쫒거나 누군가로부터 쫒기는 자가 주인공이기 마련이다.

 

1973년 작 [힛트 맨]의 경우가 킬러가 주인공인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시 이 영화는 꽤 성공한 블랙 필름이었고 이후 수많은 동명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청바지 스타일로 차려입은 무표정한 킬러가 한 손에는 권총, 다른 손에는 장총을 들고 의자에 않아 있고 뒤로 총구멍이 뚫린 과녁이 보인다. 붉은 색과 푸른 색 톤으로 처리된 것이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이다.

 

 

 

<[힛트맨, 1973]의 포스터>

 

 

표적이 되어 쫒기는 자가 주인공인 대표적인 경우는 로버트 레드포드, 막스 본 시도우 등이 출연하고 흥행에도 성공한 1975년작 [콘돌의 3일]이 있다. 시드니 폴락 감독이 잘 빠진 스릴러 물로 완성했는데 어릴 적 '주말의 명화'에서 긴장하면서 본 기억이 생생한 영화다. 저격용 총의 조준점이 표적을 노려보고 있는데 표적은 아는지 모르는지 여자와 키스를 하고 있다. 콘돌의 날개에 감춰진 눈동자에 도망자가 선명하게 보이는데 어디에도 숨을 곳 없이 쫒기는 자의 긴박함이 묻어난다. '그가 믿고 있었던 모든 사람이 그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는 카피도 이 영화의 성격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콘돌의 3일, 1975]의 포스터>

 

 

 

표적이 한 두 개가 아닌 영화도 있다. 찰톤 헤스톤 주연의 1976년 영화 [2분 경고]의 킬러는 불특정 다수를 타겟으로 삼는다. LA 메모리얼 콜로세움에서 9만여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미식축구 결승전의 관객이 바로 그 타겟이다. 포스터에 표현된 표적만도 무려 11명에 이른다. 개인적으로 이 포스터도 퍽이나 마음에 드는 포스터 중에 하나인데, 화창한 날 세계가 주목하는 스포츠 게임의 결승전에 드리워진 긴장감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따뜻한 색 톤이라든가 단순하고 명료한 카피가 영화를 보지 않고도 영화를 본 것 같은 착각을 만들게 할 정도이다.

 

 

 

<[2분 경고, 1976]의 포스터>

 

 

 

아래 보게 될 [러시안 룰렛, 1975]은 좀 생소한 영화다. '러시안 룰렛'이라는 게임은 오히려 마이클 치미노에게 오스카를 안겨줬던 영화 [디어 헌터, 1978]를 통해서 많이 익숙한 게임이다. 일종의 '치킨 게임'으로 육혈포의 총에 총알을 한발만 장전하고 나서 자신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무모한 게임이다. 그런데 영화 카피처럼 여섯발을 모두 장전하고 이 게임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후덜덜...

 

 

 

<[러시안 룰렛 , 1975]의 포스터>

 

 

 

마이클 케인의 1971년작 [겟 카터]도 이런 유형의 포스터로 유명하다. 런던 암흑가의 갱단 잭 카터는 동생 장례식의 참석하기 위해 고향인 뉴캐슬로 떠난다. 카터는 동생의 죽음이 단순 사고사였다는 말에 의심을 품는다. 고향에 도착해서 일대의 암흑가를 탐색하던 잭은 타살의 실마리를 발견하고, 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세력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카터의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이 시작된다. 이 영화는 2000년에 실베스타 스탤론을 주역으로 하고 배경을 라스베가스와 시애틀로 바꾸어 동명의 영화로 리메이크 되었다. 필자는 이 리메이크 작만 봤다. 원작이 훨씬 기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겟 카터, 1971]의 포스터>

 

 

 

다른 형태의 표적 스타일도 있다. 지금까지의 유형이 과녁이나 라이플 스코프의 십자선으로 표현되었다면 사격 연습장의 표적지를 전면에 내세운 포스터다. 

 

 

 

<[원초적 무기, 1993]의 표적지를 활용한 포스터>

 

 

이 영화를 보면서 배꼽잡고 웃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에밀리오 에스테베즈와 사무엘 L. 잭슨 콤비의 코미디 버디 무비다. 표적지가 중요부위와 눈을 가리자 뒤돌아 보며 황당하다는 듯이 우스운 표정을 짓고 있다.

 

 

 

<[디스트릭트 9, 2009]의 포스터>

 

 

비교적 최근 영화인 [디스트릭트 9]도 표적지를 활용하여 포스터를 만들었다. 지구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외계인의 모습을 표적지로 표현했다. 컴퓨터 그래픽을 많이 사용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이 영화를 본 후부터 그런 편견을 버리게 되었다. 영화는 대부분 백주의 벌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수많은 외계 생명체가 등장하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정교한 기술이 빼어난 시나리오를 만나 이상적인 결과물을 탄생시켰다는 느낌이다. 이 영화는 외계인이 나오는 SF영화의 틀을 하고 있지만 인종 문제, 자유를 위한  투쟁, 인간성 회복 등의 굵직한 주제를 내포하고 있는 보기드문 수작이다.

 

위에서 살펴본 포스터들 말고도 [클로크와 대거, 1984], [패트리어트 게임, 1992], [본 아이덴티티, 2002] 등등 표적 스타일의 포스터는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아마도 스릴러 영화가 계속 만들어지는 이상 이런 스타일의 포스터도 계속 등장할 것이다. 표적 스타일의 포스터를 살펴보면서 드는 한 가지 생각, 살면서 누군가의 표적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 최근 본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2015]에서 나온 명대사로 오늘의 포스팅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재밌게 사시네, 근데 죄짓고는 살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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