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번구, 1996]

 

 

시작부터 주먹을 내질러서 미안하다.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인가? 뉴욕에 거주한 홍콩 이민자들과 뉴욕 마피아간의 갈등을 그린 성룡, 매염방 주연의 [홍번구]의 포스터로 문을 열었다.

 

햇볕이 따뜻한 어느날 오후, 한적한 공원 벤치에서 한가롭게 신문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장난삼아 내지른 주먹이 신문을 뚫고 나온다면 모르긴 몰라도 열이면 열, 심장이 오그라들만큼 깜짝 놀랄 것이다. 행복한 퇴근길, 한 손에 식구들을 먹일 군고구마 한 봉지를 들고 보도를 걷고 있는데, 빨간 벽돌 하나가 새로 집짓는다고 쳐둔 안전 펜스를 뚫고 내 눈앞을 휙~하고 지나간다면 아마 심장이 덜컹 내려앉을 것이다. 오늘 바로 그런 느낌의 포스터 몇장을 모아 봤다. 붙일 적당한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다가 우선 '돌출 스타일(pop-up style)'로 했다.

 

 

 

[대리형사, 1974]

 

 

70년대 초반 제작된 액션 버디무비 [대리형사]의 포스터는 대형 광고판을 비집듯이 뚫고 나온 두 형사가 마치 범인을 체포하려는 듯이 "꼼짝마!"하고 외치는 것 같다. 한 명은 경찰 뱃지를, 한 명은 총을 겨누는 것이 여차하면 방아쇠를 당길 태세인데 제발 자중하시길, 무고한 시민이 다칠 수도 있으니... 포스터만 봐도 우리 영화 [투캅스]가 떠오르는 이 영화, 스토리를 잠깐 보고 가자.

 

케닐리(엘리어트 굴드 분)와 파렐(로버트 블레이크 분)은 냉소적이며 고집센 LA시경의 대리형사이다. 예전에 그들은 불량배로 뜨내기 생활을 했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경찰 조직에 투신한 것이다. 그들은 콤비를 이루어 수사 활동을 전개하지만 일을 너무 크게 벌이기를 두려워하는 경찰 본부측과의 잦은 충돌을 겪는다. 한편, 암흑가 단체는 물론이며 경찰의 수뇌부들까지 마음먹은대로 뒤에서 조종할 수 있는 거물급 한 인물은 자신의 활동에 케닐리와 파렐이 눈에 가시처럼 성가심을 느끼게 되는데...

다음 영화

 

 

돌출 스타일은 드류 스트러잔이나 존 앨빈 같은 아티스트의 포스터 작품에서 자주 발견되기도 한다. 우선 드류의 작품부터 몇 장 보자.

 

 

 

[펜잔스의 해적, 1983]

 

 

브로드웨이 공연으로 먼저 명성을 얻은 [펜잔스의 해적]은 1983년에 케빈 클라인 주연으로 영화화 되었다.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고 있는 이 작품은 견습 해적의 도제 생활을 아주 코믹하게 다루어서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21살이 된 견습 해적 프레드릭이 계약기간이 끝났으니 해적을 그만두겠다고 하자, 프레드릭의 생일이 윤년의 2월 29일인 것을 발견한 해적왕이 그에게 '아직 다섯 살에 불과하니 21살이 될 때까지 계속 해적의 도제 생활을 하라'고 하는 설정이 아주 재미있다.

 

역시 포스터는 '서프라이즈!'라고 외치듯이 주요 등장인물들이 막을 뚫고 뛰쳐나온다. 꼭 공연 무대는 너무 좁으니 시공간의 제약이 거의 없는 영화 속으로 자신들을 데려가 달라는 '아우성'이 들리는 것 같다.

 

 

 

[캐논볼, 1980]

 

 

 

[캐논볼 2, 1984]

 

 

역시 드류 스트러잔이 작업한 [캐논볼] 시리즈의 포스터도 모두 '돌출형'이다. 이 시리즈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도 이기기만 하면 되는 불법 자동차 경주대회인 '캐논볼' 대회에 참가한 여러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그린 코미디 액션 영화이다. 할리우드와 홍콩 골든 하베스트의 자본이 결합하였고 스턴트 맨 출신의 감독 할 니드햄이 연출하였다. 원래 스티브 맥퀸이 주인공을 맡을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버트 레이놀즈에게 그 역할이 돌아갔으며 성룡의 헐리우드 단역 데뷔작이기도 하다. 쟈니 윤도 TV 토크쇼 호스트로 출연하여 이목을 끌었지만 일본인으로 나오는 바람에 국내에선 홍보 전단에도 등장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레이트 머펫 케이퍼, 1981] 

 

 

이번 포스팅을 시작할 때 언급했던 신문을 뚫고 나오는 모습의 이 포스터도 드류의 작품이다. 신문의 기사들은 자세히 보면 모두 이 영화에 대한 언급임을 알 수 있다. 신문의 판형을 활용하여 이 영화에 참여한 스탶들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이정표 스타일' 편에서 한 번 언급했던 '세서미 스트리트' 짐 헨슨 감독의 두번째 머펫 영화이다.

 

 

 

[그렘린, 1984]

 

 

80년대 중고생들 마음을 어지간히 설레게 했던 피비 케이츠가 출연한 [그렘린]의 재개봉 포스터다. 원래의 포스터와 다른 점은 'WE'RE BACK'이라는 문구와 그렘린의 튀어나와 낙서하는 장면이 추가된 점이다. 이 작품은 포스터 아티스트 존 앨빈의 작품인데 영화 속에서 귀여운 모과이가 그렘린으로 변하는 장면을 상상한다면 포스터의 구도는 정말 절묘하다고 말할 수 있다.

 

 

 

[동창회, 1982]

 

 

풍자 잡지로 유명한 '내셔널 램푼'의 두번째 영화 [동창회]의 포스터도 영화의 호불호와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작품이다. 대학노트가 있고 그것을 찢고 나오는 일단의 동창생들이 우스꽝스럽게 표현되었다. 각 캐릭터들의 표정이나 특징이 꼴라쥬 기법의 도움으로 잘 드러나고 있다. 마치 학창시절 비밀노트에 은밀하게 적어두었던 친구들에 대한 메모가 생명을 얻어 의인화된 느낌이랄까? 마침 11월 28일 총동창회 소집 문자를 받았는데 오랜만에 모이는 우리의 모습들은 또 어떻게 변해있을지...

 

 

 

오늘 소개한 포스터 이외에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브롱코 빌리, 1980]를 비롯해 [제이 앤 사일런트 밥, 2001] 등 다수의 영화들이 같은 유형의 포스터를 가지고 있다. 요즘은 3D 영화가 아주 흔해서 웬만한 SF나 액션 영화는 아주 생생한 입체 영화로 즐길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아바타] 이전만 해도 3D 영화는 흔치 않았고 3D를 표방한 몇몇 영화들도 요즘의 기술들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조악한 것이었다. 비록 포스터 일랑 망정 그나마 입체감을 촌스럽지 않게 표현하는 방법이 아마도 오늘 소개한 일명 '돌출 스타일'일 것이다. 

 

아 그러나 저러나 요즘 피비 케이츠는 뭘하고 있는지 궁금한 것은 나만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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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11-20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논볼 오랜만이군요....그렘린도 반가워요 ^^

호서기 2015-11-20 18:36   좋아요 0 | URL
모두 추억의 영화들이죠. 근데 요즘 영화들보다 나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