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 있으면 결혼 6주년 기념일이 다가온다. 결혼 후 이 날이 다가올때마다 선물이든 여행이든 하다못해 외식이든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첫 2주년 까지는 휴양지에 있는 근사한 호텔을 예약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때마다 친지 어르신 분이 돌아가시거나 무슨 일이 생겨 못갔었다. 그 후 마음은 굴뚝같은데 아이가 생기고 직장 문제도 있고 바쁘게 살다보니 유야무야 지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좀 달라야 할 텐데, 고민이다.
무엇을 기념한다는 것은 가끔은 번거롭기도 하지만 결국은 좋은 일이다. '기념하다'라는 동사의 목적어가 되는 입장이라면 두 말해서 무엇하랴. 영화계에서도 정기적으로 기념이 되는 걸작이 있다. 여덟번째로 다룰 주제는 기념일 스타일(anniversary style)이다.
기념일하면 뭐니뭐니해도 역시 축하 케잌이 아닐까? [스타워즈, 1977]의 첫돌과 [록키 호러 픽쳐쇼, 1975]의 10번째 생일 기념 포스터를 보라. 생일 케잌 주변으로 각 영화의 캐릭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생일파티에 온 가족이 모여 축하하는 것 같다.

<[스타워즈] 1주년 기념 포스터>

<[록키 호러 픽쳐쇼, 1975] 10주년 기념 포스터>
[스타워즈]는 10주년, 15주년 등 때만 되면 등장하는 단골 포스터다. 아래 소개하는 것 말고도 여러가지 버전의 기념 포스터가 있으나 다른 영화들을 위해서 화면을 양보하겠다.

<[스타워즈] 10주년 기념 포스터>

<[스타워즈] 15주년 기념 포스터>
바로 위 포스터처럼 기념 포스터인지 분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러나 포스터 하단 중앙을 자세히 보면 15주년을 기념한다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아래 확대된 부분을 참고하면 되겠다.

[스타워즈 : 제다이의 귀환, 1983] 10주년 기념 포스터나 [에이리언, 1978]의 15주년 기념 포스터도 포스터 하단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문구가 각각 이 포스터가 기념 포스터임을 나타내주고 있다. 아래 소개된 [에이리언] 기념 포스터의 경우 포스터 아티스트 존 앨빈의 서명도 보인다. 두 포스터 모두 영화포스터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많은 버전들이다.

<[스타워즈 : 제다이의 귀환]의 10주년 기념 포스터>

<[에이리언, 1978]의 15주년 기념 포스터>
기념 포스터가 많은 영화 중에 월트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 [환타지아, 1940]도 있다. 아래 포스터는 50주년 기념 포스터. 포스터의 배경이 된 악마의 모습이 귀여운 미키마우스의 표정과 대조를 이룬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이더스, 1981]도 모험 영화의 걸작으로서 자주 극장가에 걸리는 영화다.

<[레이더스, 1981]의 10주년 기념 포스터>
마지막으로 볼 영화는 더스틴 호프만, 존 보이트가 공연하고 존 슐레진저가 연출을 맡은 [미드나잇 카우보이, 1969]이다. 처음 것은 25주년 기념 포스터, 두번째 것은 10주년 기념 포스터. 젊은 게이를 연기한 존 보이트의 연기가 인상적인 영화로 기억한다. 흑백의 포스터 톤, 두 배우의 표정과 자세가 아웃사이더들의 고단함을 대변하는 것 같다.


때마다 기념이 된다는 것,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따로 특정한 날을 기념하지 않고 수시로 기억되는 것, 가끔이라도 누군가에게 그리움이 대상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가 내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맥주를 마시면서, 잠자리에 들면서 나를, 나와의 추억을 곱씹는 사람이 있을까?
부질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