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총각, 백수 시절 혼자있는 시간에 즐기던 놀이 중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짝퉁'포스터 만드는 일이다. 이제부터 보게 될 포스터들은 필자가 여기저기서 주어 모은 조각들을 멋대로 이어 붙혀 만든 작품(?)이니 만큼 다소 조잡하더라도 너그럽게 봐 주시기 바란다.  

 

 

 

[벅시 말론, 1976]

 

 

갱스터 장르를 어린이 뮤지컬 코미디로 유쾌하게 패러디한 [벅시 말론]. 어린 조디 포스터의 연기가 일품이다. 알란 파커 감독의 첫번째 장편 영화.

 

 

 

[죠스, 1975]

 

 

말이 필요 없는 영화, 블럭버스터의 할아버지 뻘 쯤 되는 영화다. 처음 우리 나라에 공개되었을 때 [아가리]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고 한다.

 

 

 

[터미네이터, 1984]

 

 

이 시리즈도 벌써 30년이 넘었다니...  1947년 생이니까 아놀드 슈왈제네거도 벌써 칠순을 바라보고 있다. 다음 편에서도 그를 볼 수 있을까?

 

 

 

[더티 해리 4-써든 임팩트, 1983]

 

 

내손을 탄 포스터 중 개인적으로 제일 괜찮은 포스터. 깊게 주름이 패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표정이 냉혹한 형사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것 같다.

 

 

 

[악마의 씨, 1968]

 

 

로만 폴란스키가 감독하고 미아 패로우가 출연한 [악마의 씨]. 최근한 리메이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 원작을 뛰어 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올 한해도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지난 1년 부끄럽지 않게 살았는지 돌아본다. 보내는 마음이야 늘 아쉽다지만 올해는 유독 더 그런 것 같다. 얼마 남지 않은 올 한해 모두들 마무리 잘 하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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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은, 극장은 내게 무엇일까?

 

1990년대 초면 내가 겨우 고등학교 문턱을 넘었거나 그 언저리에서 서성거릴 때다. 변변치 않은 학교라지만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졌던 그곳은 주말이나 일요일이 따로 없었다. 기껏해야 한달에 한 번 정도 일요일을 쉴 수 있었는데, 자율학습이라는 미명 아래 일요일에도 학교에 가두어 두는 이유는 오직 하나, 대입 진학률 향상 말고는 없었다. 때문에 세 번째 일요일마다 찾아오는 등교 없는 날은 그야말로 하나의 숨구멍과도 같았다. 그러나 하느님도 무심하시게 유독 그런 날 비가 내린다.

 

그 날은 세 번째 일요일은 아니었지만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무엇때문이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자율적으로' 학습이 안되었으므로 책상서랍에 넣어 두었던 2개의 도시락을 도로 가방에 챙겨넣고  '자율적으로' 교실을 나선 후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었다. 그리고 30분후 난 지금은 흔적조차 사라진 홍명상가 최고층에 위치한 홍명극장에 앉아 있었다. 10시 30분 쯤, 내가 상영을 기다리고 있던 영화는 존 G 어드빌센 감독의 [록키 5]. 1회 상영이 끝나고 도시락 먹고, 연속해서 2회, 3회 상영을 보고 다시 도시락 하나 먹고, 나머지 4회 5회 상영까지 본 다음 집으로 돌아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미친 짓이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청춘의 시간을 어둡고 칙칙한 극장에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니...

 

눈부시게 아름답다고? 지금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오히려 어둡고 칙칙한 청춘에 한 줄기 빛을 쐬러 갔다는 것이 더 진실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사람이 몇 안되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뒤에서 영사되는 빛이 스크린 위로 숨겨놓은 영상을 펼쳐놓았을 때 우울한 현실이여, 안녕!  영화관은, 당시의 나에게는 안식의 공간이었다. 같은 영화를 하루에 다섯 번을 반복해서 보았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 뒤에 그런 짓은 두번 다시 하지 않았지만(요즘은 그렇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어버렸지만), 비오던 일요일의 그날은 내 삶에 어느정도 양분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서설이 길었다. 오늘은 시즌 2의 열한번 째다. '극장 스타일(theatre style)'을 소개한다. 이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겠다. 3-D영화임을 강조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유형이 그 첫번째이고 '극장'이나 '영화'를 소재로 한 영화의 포스터가 두번째다. 우선 첫번째 유형의 포스터를 몇개 보자.

 

 

  

[프랑켄슈타인, 1973]

 

 

[커밍 야차!, 1981]

 

 

이런 유형의 포스터들은, 보는 것 처럼 대부분 스크린에서 영화 장면들이 튀어나오고 관객들이 놀라 자빠지는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바타] 이전 소위 3-D를 표방한 영화들의 입체감이라는 것이 지금의 눈높이에서는 어린이 장난 같은 것이었지만 당시로서는 꽤 신선하고 놀라운 모양이었다. 하긴 뤼미에르 형제가 만들었다는 역사상 첫번째 영화 [열차 도착, 1895]이 프랑스 파리의 사교장 '그랑까페'에서 상영 됐을 때, 기차가 오는 모습을 본 관람객들이 자기에게 오는 줄 알고 객석에서 넘어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고 하니 이해할 만도 하다. 

 

 

 

[마지막 액션 히어로, 1993]

 

 

이 영화는 3-D영화도 아닌데 마치 그런 영화인 것처럼 극중 캐릭터가 화면을 뚫고 나오고 있고 관객들은 혼비백산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스토리를 보면 그 이유는 금방 알 수 있다.

영화 관람을 하던 대니(오스틴 오브라이언 분)는 극장 영상기사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마법 카드의 힘으로 영화 화면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가장 좋아하는 액션 영웅 잭 슬레이터(아놀드 슈왈츠네거 분)가 나오는 [잭 슬레이터] 시리즈 제4탄. 슬레이터는 [더티 해리]의 해리 켈러핸 형사 같은 인물로, 폭력범들에게 폭력으로 응징하는 그런 영화 속의 인물이다. 대니는 잭의 파트너가 되어 사건을 해결하러 다니게 되는데, 범인의 얼굴과 사건의 발단을 이미 스크린을 통해 보아서 알고 있다. 그래서 대니는 슬레이터가 범인을 추적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하지만 슬레이터는 자기가 영화 속에 들어왔다고 주장하는 대니를 실성한 소년으로 여긴다. 그러던 와중에 대니의 신비한 극장표가 적의 수중으로 넘어간다. 그 표를 이용해 현실 세계로 넘어간 악당들을 쫓아 슬레이터와 대니도 현실로 넘어온다. 그들은 "The Last Action Hero"의 시사회에 참석하기로 되어있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를 찾아가고, 마침내 악당들을 처치한다. 슬레이터는 자기가 허구의 인물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고 대니는 상처를 당해 죽어가는 슬레이터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은 그를 영화 속으로 들여보내는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는데...

다음 영화

대학 시절 친구들과 함께 이 영화를 보러 갔는데 한 녀석이 '재미없다'고 푸념하면서 영화를 선택했던 나를 비난했던 모습이 생각난다. 재미없는 이유를 물었더니 친구 왈, 배우들이 지나치게 과장된 연기를 하는 바람에 몰입이 잘 안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일정 부분은 친구 말이 맞다고 느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영화 속에 또 다른 영화가 등장하는 구조로서 러닝 타임의 상당부분이 영화 속 영화인 점을 감안하면 친구의 지적은 옳으면서도 옳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영화라는 것이 기록영화가 아닌 다음에야 아무리 사실주의에 입각했다 하더라도 현실과 같을 수는 없는 것이고, 하물며 영웅이 등장하는 액션영화라면 말할 것도 없는 것이 아닌가. 내가 보는 [마지막 액션 히어로]가 현실을 다소 과장했을 테고, 그 영화 속에서 제작된 [잭 슬레이터]라는 영화는 또 한번 튀겨졌을 것이니 현실의 내가 보는 [잭 슬레이터] 속 배우들의 연기는 과장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최근엔 왠만한 대작 영화는 대부분 3-D, 4-D영화지만 지금까지 위에서 살펴본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유형의 포스터는 요즘에 와서는 드물다. 오히려 두번째 유형인 '극장'이나 '영화'를 소재로 한 영화의 경우 객석을 중심으로 한 포스터가 심심찮게 발견된다. 우선 70년대 고전영화 한 편 보고, 비교적 최근 영화 몇 편을 살펴보자.

 

 

 

[피의 극장, 1973]

 

 

1973년 작 [피의 극장]은 '셰익스피어극 전문 배우 에드워드가 셰익스피어 작품 속의 살인 방법을 동원해 자기 연기를 혹평한 비평가들을 모두 황천으로 보낸다'는 내용의 공포영화이다. 공포영화 전문 배우 빈센트 프라이스의 연기가 눈부신 작품으로 영국의 연기파들인 다이애나 릭, 잭 호킨스 등이 출연하고 있다.  스토리만 봐서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배경과 인물만 다를 뿐 거의 유사하다.

어느 날, 7명의 연극 비평가가 영국의 한 버려진 극장에 모인다. 그들은 익명으로부터의 편지를 받고 오게 되었는데, 이상한 점은 각자 초대장의 내용이 모두 다르다는 것. 이들은 초대의 진짜 내용과 목적을 궁금해하며 뿔뿔이 흩어져 극장의 곳곳을 살펴보게 된다. 한편, 라이언하트는 자신의 거지 코러스의 도움을 받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따온,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들을 한 명 씩 살해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바로 이 "피의 연극" 에 초대되었다는 것을 안 것은 이미 너무 늦은 때. 극장은 서서히 피로 물들어가는데...

 

- 인터넷에서 퍼온 글-

포스터는 무대가 아닌 객석을 비추고 있다. 가운데 좌석은 비워둔채 양 옆으로 여섯명이 끔찍하게 살해당했거나 살해당하는 중이다. 의자 밑으로 흥건한 피가 잔혹함을 더하고 있다.

 

 

 

 

[무서운 영화, 2000]

 

 

 

[무서운 영화]는 21세기를 시작하면서 첫편이 제작된 것을 필두로 2013년까지 총 다섯 편이 제작되었을 정도로 꽤 성공한 패러디 시리즈이다. 각 편마다 다양한 버전의 포스터가 있지만 '극장 스타일'도 빠지지 않았다.

 

 

 

    

 

    

[무서운 영화] 시리즈

 

 

그리고 또 한 편의 패러디 영화.

 

 

 

[수퍼히어로 무비, 2008]

 

 

 

 

 

화려한 영상과 감동적인 스토리, 웅장한 사운드에 감성을 촉촉히 적시는 멜로디... 극장은 영화라는 매개체를 활용하여 두 시간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니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나처럼 가뜩이나 주머니가 저렴한 대중들이 팍팍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빗겨서서 편안하고 온전하게 문화적 혜택이라도 누릴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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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 '아침편지' 고도원의
고도원 지음, 대한항공 사진공모전 수상작 사진 / 홍익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독서모임 폴리북스에서 선정한 12월의 책은 후배 김태일 군이 추천한 고도원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이다. 시원하고 아름다운 사진이 곁들여진 것이 책 자체가 예쁘다. [더 로드], [미움받을 용기]에 이어 세번째 책이다. 독서모임도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가는 것 같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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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다. 매년 이맘때면 어디서나 한해를 정리하고 공과를 평가하기 마련이다. 어제는 영평상 시상식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도 있었다. 상이란 받는 사람에겐 영광이고, 주변 사람들은 축하와 격려로 화기애애하고 따뜻한 마음을 보태는 매개체가 되어야 할텐데 어찌 대종상 영화제는 늘 잡음만 들끓는 것 같다. 이번에는 아예 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이 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았다니 이쯤되면 영화제의 권위는 제로다.

 

상이란 것은 돌려먹기가 되어서는 안된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만이 공감하는 공정성은  축제 자체를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시키는 낭떠러지다. 무슨 개근상도 아니고 이른 바 '참가상'이란 것은 있을 수도 없는 발상이다. 이렇게 막가파식 시상은 더 이상 선망의 대상도 영광의 흔적도 되지 못한다. 그렇게 해서 받은 종잇장과 트로피들은 액자나 진열장 말고 쓰레기통에나 어울린다.

 

오늘 소개할 포스터들은 '어워드 스타일(award style)'의 범주안에 묶었다. 이렇게 자랑거리가 되는 전통을 만든 해외 영화제에 부러움을 느끼면서 포스팅을 시작한다.

 

 

 

[플래툰, 1986]

 

 

 

내가 알고 있는 가장 노골적인 어워드 스타일이다. 1987년 열린 제59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렇게 오스카만 전면에 내세우다니, 그만큼 권위와 신뢰가 느껴지는 포스터다.

 

 

 

[디어 헌터, 1978]

 

 

 

1979년에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편집상, 음향상 등 5개 부문을 석권한 [디어 헌터]는 영화속 러시안 룰렛 게임 논란으로 한때 홍역을 치렀지만 영화 자체의 감동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베트남 전쟁 후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는 연기로 오스카를 거머쥔 크리스토퍼 월켄의 초점 잃은 눈동자 연기는 압권이었다.

 

 

 

[귀향, 1978]

 

 

[디어 헌터]와 같은 해 경합을 벌였던 또 하나의 베트남전 소재 영화 [귀향]은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할 애쉬비 감독은 [디어 헌터]와는 비슷한 듯 하면서도 약간 다른 관점에서 베트남전을 바라봤는데, 상이군인과 남겨진 가족의 비극 극복 과정을 잔잔하게 다루어 큰 호평을 받았다.


 

 

[헨리 2세와 엘리노 여왕, 1968]

 

 

 

1969년 아카데미상과 뉴욕비평가협회 상 수상 경력을 전면에 내세운 이 영화의 원제는 [겨울의 사자]이다. 잠깐 스토리를 보고 가자.

전 유럽이 영토를 노린 정략결혼과 정치적 음모로 이합집산을 거듭한 1183년, 스코틀랜드에서 피레네에 이르는 방대한 영토의 주인으로 군림하고 있던 잉글랜드 왕 헨리 2세는 말년에 접어들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왕위 계승자를 정하기 위해 모든 관계자들을 궁정으로 불러들인다. 두 왕자를 앞세워 아버지에 대한 반역을 주도한 죄로 10년째 성에 갇혀 지내던 그의 아내 엘리노 왕비와 호시탐탐 영토의 반환을 노리는 프랑스 왕 필리프 2세, 프랑스 왕의 여동생이며 헨리 2세의 정부가 되어버린 알레 공주, 정치적 야망이 가장 크고 용감한 셋째 리처드 왕자, 권력욕에 눈이 어두워 천박하기만 한 둘째 제프리 왕자,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만 무기력하고 불운한 막내 존 왕자가 모여든 궁정에서 또 한 번 왕권을 노린 음모가 싹튼다. 후대인들로부터 12세기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여성으로 손꼽히는 엘리노 왕비의 탁월한 계략으로 반목을 거듭하던 왕자들이 드디어 본심을 드러내고 아버지 왕을 처단할 계획을 세우면서 잉글랜드 왕가와 나라는 파멸 위기에 놓인다. 헨리 2세는 그들에 맞서기 위해 냉혹한 결정을 내리고 피비린내 나는 가족 간의 왕권 다툼은 골이 깊어진다.  

다음 영화

 

 

 

[세가지 색 ; 블루, 1993]

 

 

폴란드의 명감독 키에슬로브스키의 '세가지 색' 시리즈 중 첫 번째 영화인 [블루]는 1993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뽕네프의 연인들] 부터 눈여겨 봤었던 줄리엣트 비노쉬의 아름다운 모습이 푸른색 톤의 서정적인 화면과 함께 오래 기억되던 영화다.

 

 

 

[이지 라이더, 1969]

 

 

반문화 영화의 대표가 되어버린 [이지 라이더]는 배우이자 감독인 데니스 호퍼에게 칸 영화제 신인감독상이라는 영예를 안겨준 작품이다. 노란색 종이에 가는 펜으로 그린 포스터의 분위기가 황량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미국(꿈)을 찾아 나선 젊은이, 그러나 어느 곳에서 미국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문구와 딱 어울린다.

 

 

 

[달콤 쌉사름한 초콜렛, 1992]

 

 

이 멕시코 영화는 무려 10개 이상의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의 고전이 되어버린 이 영화는 당시로서는 생소한 멕시코의 문화를 전파하는데도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때로는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자랑이 되기도 한다.

 

 

[초콜렛, 2000]

 

 

[재키 브라운, 1997]

 

 

 

오늘 소개한 포스터들 말고도 수없이 많은 영화들이 특정 영화제의 상을 수상하면 메인포스터와는 별도로 어워드 스타일의 포스터를 만든다. 재개봉 할 때의 중요 홍보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흥행에도 영향을 준다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종상 영화제는 그런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나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인데... 영화인들, 각성해야 하지 않겠는가.

 

 

 

 

         

<과거가 되어 버린 대종상의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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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번구, 1996]

 

 

시작부터 주먹을 내질러서 미안하다.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인가? 뉴욕에 거주한 홍콩 이민자들과 뉴욕 마피아간의 갈등을 그린 성룡, 매염방 주연의 [홍번구]의 포스터로 문을 열었다.

 

햇볕이 따뜻한 어느날 오후, 한적한 공원 벤치에서 한가롭게 신문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장난삼아 내지른 주먹이 신문을 뚫고 나온다면 모르긴 몰라도 열이면 열, 심장이 오그라들만큼 깜짝 놀랄 것이다. 행복한 퇴근길, 한 손에 식구들을 먹일 군고구마 한 봉지를 들고 보도를 걷고 있는데, 빨간 벽돌 하나가 새로 집짓는다고 쳐둔 안전 펜스를 뚫고 내 눈앞을 휙~하고 지나간다면 아마 심장이 덜컹 내려앉을 것이다. 오늘 바로 그런 느낌의 포스터 몇장을 모아 봤다. 붙일 적당한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다가 우선 '돌출 스타일(pop-up style)'로 했다.

 

 

 

[대리형사, 1974]

 

 

70년대 초반 제작된 액션 버디무비 [대리형사]의 포스터는 대형 광고판을 비집듯이 뚫고 나온 두 형사가 마치 범인을 체포하려는 듯이 "꼼짝마!"하고 외치는 것 같다. 한 명은 경찰 뱃지를, 한 명은 총을 겨누는 것이 여차하면 방아쇠를 당길 태세인데 제발 자중하시길, 무고한 시민이 다칠 수도 있으니... 포스터만 봐도 우리 영화 [투캅스]가 떠오르는 이 영화, 스토리를 잠깐 보고 가자.

 

케닐리(엘리어트 굴드 분)와 파렐(로버트 블레이크 분)은 냉소적이며 고집센 LA시경의 대리형사이다. 예전에 그들은 불량배로 뜨내기 생활을 했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경찰 조직에 투신한 것이다. 그들은 콤비를 이루어 수사 활동을 전개하지만 일을 너무 크게 벌이기를 두려워하는 경찰 본부측과의 잦은 충돌을 겪는다. 한편, 암흑가 단체는 물론이며 경찰의 수뇌부들까지 마음먹은대로 뒤에서 조종할 수 있는 거물급 한 인물은 자신의 활동에 케닐리와 파렐이 눈에 가시처럼 성가심을 느끼게 되는데...

다음 영화

 

 

돌출 스타일은 드류 스트러잔이나 존 앨빈 같은 아티스트의 포스터 작품에서 자주 발견되기도 한다. 우선 드류의 작품부터 몇 장 보자.

 

 

 

[펜잔스의 해적, 1983]

 

 

브로드웨이 공연으로 먼저 명성을 얻은 [펜잔스의 해적]은 1983년에 케빈 클라인 주연으로 영화화 되었다.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고 있는 이 작품은 견습 해적의 도제 생활을 아주 코믹하게 다루어서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21살이 된 견습 해적 프레드릭이 계약기간이 끝났으니 해적을 그만두겠다고 하자, 프레드릭의 생일이 윤년의 2월 29일인 것을 발견한 해적왕이 그에게 '아직 다섯 살에 불과하니 21살이 될 때까지 계속 해적의 도제 생활을 하라'고 하는 설정이 아주 재미있다.

 

역시 포스터는 '서프라이즈!'라고 외치듯이 주요 등장인물들이 막을 뚫고 뛰쳐나온다. 꼭 공연 무대는 너무 좁으니 시공간의 제약이 거의 없는 영화 속으로 자신들을 데려가 달라는 '아우성'이 들리는 것 같다.

 

 

 

[캐논볼, 1980]

 

 

 

[캐논볼 2, 1984]

 

 

역시 드류 스트러잔이 작업한 [캐논볼] 시리즈의 포스터도 모두 '돌출형'이다. 이 시리즈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도 이기기만 하면 되는 불법 자동차 경주대회인 '캐논볼' 대회에 참가한 여러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그린 코미디 액션 영화이다. 할리우드와 홍콩 골든 하베스트의 자본이 결합하였고 스턴트 맨 출신의 감독 할 니드햄이 연출하였다. 원래 스티브 맥퀸이 주인공을 맡을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버트 레이놀즈에게 그 역할이 돌아갔으며 성룡의 헐리우드 단역 데뷔작이기도 하다. 쟈니 윤도 TV 토크쇼 호스트로 출연하여 이목을 끌었지만 일본인으로 나오는 바람에 국내에선 홍보 전단에도 등장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레이트 머펫 케이퍼, 1981] 

 

 

이번 포스팅을 시작할 때 언급했던 신문을 뚫고 나오는 모습의 이 포스터도 드류의 작품이다. 신문의 기사들은 자세히 보면 모두 이 영화에 대한 언급임을 알 수 있다. 신문의 판형을 활용하여 이 영화에 참여한 스탶들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이정표 스타일' 편에서 한 번 언급했던 '세서미 스트리트' 짐 헨슨 감독의 두번째 머펫 영화이다.

 

 

 

[그렘린, 1984]

 

 

80년대 중고생들 마음을 어지간히 설레게 했던 피비 케이츠가 출연한 [그렘린]의 재개봉 포스터다. 원래의 포스터와 다른 점은 'WE'RE BACK'이라는 문구와 그렘린의 튀어나와 낙서하는 장면이 추가된 점이다. 이 작품은 포스터 아티스트 존 앨빈의 작품인데 영화 속에서 귀여운 모과이가 그렘린으로 변하는 장면을 상상한다면 포스터의 구도는 정말 절묘하다고 말할 수 있다.

 

 

 

[동창회, 1982]

 

 

풍자 잡지로 유명한 '내셔널 램푼'의 두번째 영화 [동창회]의 포스터도 영화의 호불호와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작품이다. 대학노트가 있고 그것을 찢고 나오는 일단의 동창생들이 우스꽝스럽게 표현되었다. 각 캐릭터들의 표정이나 특징이 꼴라쥬 기법의 도움으로 잘 드러나고 있다. 마치 학창시절 비밀노트에 은밀하게 적어두었던 친구들에 대한 메모가 생명을 얻어 의인화된 느낌이랄까? 마침 11월 28일 총동창회 소집 문자를 받았는데 오랜만에 모이는 우리의 모습들은 또 어떻게 변해있을지...

 

 

 

오늘 소개한 포스터 이외에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브롱코 빌리, 1980]를 비롯해 [제이 앤 사일런트 밥, 2001] 등 다수의 영화들이 같은 유형의 포스터를 가지고 있다. 요즘은 3D 영화가 아주 흔해서 웬만한 SF나 액션 영화는 아주 생생한 입체 영화로 즐길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아바타] 이전만 해도 3D 영화는 흔치 않았고 3D를 표방한 몇몇 영화들도 요즘의 기술들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조악한 것이었다. 비록 포스터 일랑 망정 그나마 입체감을 촌스럽지 않게 표현하는 방법이 아마도 오늘 소개한 일명 '돌출 스타일'일 것이다. 

 

아 그러나 저러나 요즘 피비 케이츠는 뭘하고 있는지 궁금한 것은 나만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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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11-20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논볼 오랜만이군요....그렘린도 반가워요 ^^

호서기 2015-11-20 18:36   좋아요 0 | URL
모두 추억의 영화들이죠. 근데 요즘 영화들보다 나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