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보보경심 1 보보경심 1
동화 지음, 전정은 옮김 / 파란썸(파란미디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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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경심-려>>가 첫번째 이야기는 아니었다.
예전에도 타임슬립을 소재로한 이야기들은 많았다. 역사 속으로 들어간 매력적인 여주인공. 훈남들의 구애를 받고 뺏고 뺏기는 인기있는 존재가 되고 역사를 바꾸기도 하고 역사의 기류 속에 휩쓸리기도 하고.....어린 시절 열광했으나 그 결말을 보지 못한 <나일강의 캐롤>(고대 이집트),한때 소장했던 <하늘은 붉은 강가>(고대 히타이트)도 여주인공이 역사 속으로 들어가며 일어나는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보게 되는 이야기. <보보경심>은 그런 이야기였다. 이미 원작 소설을 드라마화하여 큰 인기를 구가한 바 있는 중국 드라마 <보보경심>을 고려 역사로 매칭시켜 각색하였다고하는 <보보경심-려>와 원작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리라. 그래서 읽게 된 소설이 바로 <보보경심>이다.

 

 

 

원작 소설은 중국의 그것이었지만 3권 소설의 책 띠지는 <보보경심-려>의 주연배우들 얼굴이어서 처음에는 책이 잘못왔나? 했더랬다. 하지만 이야기는 분명 중국원작 소설이었다. 주인공이 스물 다섯의 장효로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점은 과거로 온지 열흘째부터 시작된다. 퇴근길에 교통사고로 죽어버린 장효. 한국판과는 조금 다르다. 고하진은 물 속에 빠진 아이를 구하기 위해 물로 뛰어 들었다가 익사한 것이므로. 물론 장효의 곁에는 복선의 대사를 읊어대는 걸인도 없었고 마이태 약희라는 열세살 꼬맹이의 몸속으로 빙의되어 들어가 있다. 시집간 친언니 약란의 집에 얹혀 살면서 그 형부를 사랑하게 되고마는 그런 비운을 맛보면서....

 

 

언니 약란은 측복진이었다. 정실부인을 정복진, 측실부인이 측복진이니 약란은 첫번째 부인이 아니라는 소리다. 한국판에서처럼 정실부인으로 시집와 몸이 약해 죽어버리지도 않는다. 첫사랑의 죽음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여러 부인들 중 하나로 살아가고 있는 아름다운 약란. 그런 언니를 사랑하고 아끼는 형부를 맘 속에 품고 만 약희. 왕자들과 엮이지만 역시 이곳은 중국. 왕자들도 부인이 여럿이며 심지어 4황자와 8황자는 아이도 있다.

 

궁녀가 되는 것은 비슷하나 혼인이 아니라 궁녀선발을 통해 궁녀가 되고 잘 적응하며 살게 되지만 1권에서는 8황자와의 애틋한 사랑이 부각되어 4황자와의 로맨스 발걸음은 더디다. 2권에서 4황자가 어떻게 매력을 발산하는지 지켜봐야겠다. 아직까지는 그 마음만 드러냈을 뿐 미진한 상태.

이번주 <보보경심-려>에서는 해수를 좋아하던 10황자가 장가를 들었다. 원작소설인 <보보경심> 1권에서도 봤던 내용이라 새롭진 않았으나 1권의 이야기는 이후의 이야기를 더 포함하고 있어 드라마보다 늦게 본 소설로 내용을 앞질러 버린 듯 하다.

그저 보통 소설책의 한 권 분량정도로만 여기고 금새 읽겠구나 했건만 소설의 진도는 훅훅~ 넘어가 주질 않았다. 가독성은 좋았으나 생각보다 내용이 많았고 읽으면서 떠올려지는 영상들이 많아 시간차를 두고 읽기를 진행했기 때문이지 싶다. 2권 속에서는 4황자와 여주인공의 로맨스가 극적이길 기대해본다. 그래야 그들의 이별이 더 애잔하지 않겠는가. 결말을 알고 보는 이야기인데도 참 재미있다. 보보경심 원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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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놓아줄게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서정아 옮김 / 나무의철학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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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드라마 원작소설인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에는 세 여자가 등장한다. 제인, 매들린, 셀레스트 사이의 연관관계와 한 남자. 그리고 일어난 살인사건.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나는 클레어 맥킨토시의 소설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리안 모리아티(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의 소설이 떠올려졌다.

<너를 놓아줄게>에서는 두 여인이 등장한다. 그녀들은 한 아이의 사고사로 얽혀 있다. 제이콥을 치고 달아난 뺑소니 사건을 다루면서 그 범인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형사들의 이야기와 아이와 남편 없이 홀로 조용한 동네로 숨어들어 살기 시작한 한 여인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처음에는 제이콥을 잃고 사라진 그 엄마라고 생각했지만 해안가의 오두막에서 숨죽이며 살게 된 제나 그레이의 아이는 죽은 채로 세상에 나와야 했다.

그렇다면 누가 5살의 어린 제이콥을 치고 달아난 것일까. 단서나 목격자는 정말 단 한사람도 없는 것일까.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서술로 이어지는 평탄한 범죄소설인가? 할 무렵 의외의 반전이 던져졌다.

제나 그레이의 체포. 그녀가 제이콥을 치었거나 적어도 그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은 소설을 읽는 과정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기 때문에 허를 찌르는 반전이라 부르기 어렵다. 이 정도까지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사실은 그녀가 현장에 함께 있던 동승자인 동시에 목격자가 아닐까 라는 의구심까지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가 준비해놓은 반전은 더 놀라운 것이었다.

 

짐승. 두 여인의 삶을 파괴한 것도 모자라 아이를 죽인 그의 사고가 우연을 가장한 살인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나는 이안 피터슨 같은 작가가 대한민국에 태어난 실제 인간이었다면 형을 얼마나 받게 될까 짐작해 본다. 10년? 5년? 혹은 그보다는 약간쯤 더!!! 극악무도한 일을 저질렀어도 외국에서 받게 될 실형에 비해서는 한없이 가벼운 것이리라.

과연 정의가 구현된 것일까. 권선징악이라고 말해도 좋을까. 악인이 벌을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죽음은 확인되지 않았다. 만약 영화로 제작된다면 공포영화의 시리즈처럼 2탄에 나타날까봐 심장이 벌렁벌렁대게 만들 것만 같은 <너를 놓아줄게>는 꽤 두꺼운 한 권짜리 소설이지만 빠르게 읽혔다.

 특별히 많은 시간을 준비해두고 읽어야할만큼 전문적이거나 어려운 내용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냥 물흐르듯 이야기의 순서에 따라 읽고 뒷부분에 준비된 반전대목에서 한번 흠칫하고 악몽에서 깨어나듯 읽기를 끝내면 된다.

약간 아쉬운 점은 행동은 참 사악하다고 설명되어진 그 놈(?)의 악성을 좀 더 디테일하게 묘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악인은 더 악인답게!! 그래서 독자로하여금 치를 떨만큼 나쁜 놈으로 뇌리에 각인시켜 현실세계에서 유사범죄가 일어날 때 공분을 사 좀 더 강력한 법적제재를 가할 수 있게 만들어주면 어떨까 싶어졌다. 하지만 어느 유행어처럼 "소설은 소설일뿐!!".

 

모든 것이 눈깜짝할 새에 끝나버린 사고. 5년이나 홀로 열심히 키운 아들을 한순간에 빼앗겨버린 그 느낌. 아이를 키운 엄마였다면 이 소설은 그저 가볍게 읽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특히 가정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는 여성이라면 두 여인의 삶이 오버랩되어 버릴지도 모르겠다. 더 분노하게 될까. 더 소스라치게 될까. 어느쪽일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소리없는 비명이 반복되는 것 같은 고통과 무기력함이 두 여인의 삶을 어둡게 만들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희망을 갖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여진 듯 하다. 제나 그레이에게도 한 남자의 마수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희망의 빛이 주어졌으므로.

 이 소설은 지능적인 범죄수법이 열거된 크라임 소설이 아니다. 사건을 쫓아 범인을 몰아가는 숨막히는 추격전이 등장하는 범죄소설도 아니다. 그보다는 인간이 상처 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 그 과정과 용기에 대한 이야기로 읽혀졌다.

전직 경관이었던 작가의 다음 소설이 기대되는 까닭은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일어난 미해결 사건이 모티프가 되었지만 사건 자체에 주목하기 보다는 그 사람에 포커스가 맞추어졌다는 점에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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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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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리스트>는 사람으로 치자면 그 스펙이 참으로 화려했다. '월터스톤 올해의 책', '내셔널북어워드 올해의 책', '옵저버선정 최고이 소설',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표지도 아름다웠고 두께도 도전을 불러일으키기 딱 좋을만큼이라 은근 기대감도 높았던 이야기였다.

나이 차가 큰 남편과 어리고 세상 물정 모르는 아름다운 아내, 남편의 비밀, 그리고 갇혀 있는 듯한 집이라는 공간.....<푸른 수염>이 떠올려지는 스토리에 미스터리를 기대했지만 이야기는 의외의 물살을 타고 흘러갔다. 한참 재미나게 보고 있는 드라마인  [W]의 주인공, 강철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인 "맥락이 없네"라는 표현처럼 처음 읽고서는 '이 소설 대체 맥락이 뭐야?'란 생각이 들고 말았다.

 

모든 기대를 비켜간 그래서 더 앞 뒷장 팔랑거려가며 열심히 읽었던 '미니어처리스트'의 배경은 중세 유럽이었다. 골든에이지의 도시인 암스테르담으로 시집온 열 여덟의 넬라 엘리자베스를 신혼집에서 맞이한 건 그녀의 남편이 아닌 여동생 마린 브란트였다. 차가운 시선과 말투, 새 가족으로 환대받기 보다는 적대시하는 브란트가 사람들. 열 여덟의 어린 새신부에게 이 모든 낯선 공기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었으리라. 남편 한 사람의 사랑이 모든 낯섦을 감싸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또한 그렇지 못했다.

 

결혼 선물로 값비싼 캐비닛 집(미니어처 하우스)을 선물했을 뿐. 실제의 집을 줄여놓은 듯한 그 공간을 채우기 위해 '미니어처리스트'에게 세 가지 주문을 했던 넬라는 막상 물품들을 받고선 두려움에 떨어야했다. 섬세하게 만들어진 물건들 속엔 주문한 적 없는 물품이 몇 개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중  남편의 개인 다나와 레제키도 있었다.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그래서 더 수상한 두 마리의 개. 점의 위치까지 똑같은 그 개를 보며 놀라고만 넬라.

 이후부터 넬라에게 미니어처리스트가 누구인가? 를 밝히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되어 버렸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 아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녀의 불안을 한층 가중시켜버렸고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왜 그들의 삶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나가려고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브란트 집안의 비밀과 마주서야 했다.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어린 신부를 맞이했으면서 집을 비우기 일쑤인 남편과 결혼하지 않은 채 안주인 역할을 하며 오빠의 집에 얹혀 사는 여동생. 그리고 충성심이 대단한 하인들까지......각자의 사정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당시로서는 너무나 큰 스캔들이었을 그들의 비밀을 공유해야만 했던 넬라.

 

 

"오빤 널 좋아해"
"저는 이 속임수를, 이 모욕감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요. 내가 이렇게 되리라는 걸 당신은 알고 있었어요. 내가 남편을 기다렸던 수많은 밤은....."
"넬라! 그건 기회였어. 모두에게."

-P196 -

 

 

 

 

 

 

 암스테르담에서 존경받는 부유한 상인인 남편은 남자와 사랑에 빠진 사람이었고 그의 여동생은 아버지 없는 아이를 낳으려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악의를 품은 이웃의 고발로 인해 위험에 처해 있었다.

 "더는 비밀이 있어선 안 돼요." -P500 -

17세기 유럽인들에게 동성애는 처벌받아야할 죄악이었을까. 넬라의 남편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물 속으로 수장되었고 그의 여동생은 아이를 낳다가 죽었다. 다만 미니어처리스트가 작은 집에 넣어 두었던 다섯 사람만 집에 남겨졌다. 마치 예언처럼-. 사년에 걸친 자료조사와 집필 그리고 퇴고만 열일곱 번의 과정을 거쳤다는 <미니어처리스트>는 추리물은 아니었다. 그러나 미스터리를 쫓듯 궁금증을 풀어나가야했고 신비로운 분위기와 더불어 넬라의 희망, 그녀의 절망, 그 끝에 남겨진 슬픔을 함께 맛보아야만 했다. 넬라가 된 듯 이야기를 쫓게 만든 <미니어처리스트>. 평소와 달리 참 많이 걸렸다. 이 책을 끝까지 읽는데.......!

 

책을 덮고 생각해 본다. 그녀의 결혼은 실패한 결혼일까.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일까. 이제 그녀는 남편 없이 낯설 도시에서 갓난 아이를 보살피며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혹시 2권이 나올게 될까. 많은 궁금증들이 함께 남아버렸다. 스토리상 2권이 나올 기미는 0%. 하지만 넬라의 후일담이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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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제왕의 생애 (양장)
쑤퉁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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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의 왕인지 궁금해졌다. <나, 제왕의 생애> 속 왕은.

열네 살에 왕위에 오른 단백이라는 소년. 하지만 가상의 왕인듯 그가 어느 시대 몇대 왕인지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제왕'이라는 직책이 권력의 1인자라는 허울 좋은 편견은 벗어버리게 만들기 좋은 소설이었으며 '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니듯 '그만두고 싶다'고 그만 둘 수 있는 것도 아님을 실감케 만드는 소설이 바로 쑤퉁이 쓴  <나, 제왕의 생애>였다.

 

그래서였을까.

작가는 소설의 앞머리에 '역사소설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당부를 덧붙여두었다. 구체적인 연대를 모호하게 한 대신 고증의 부담에서 벗어나 궁궝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쓰고자 했을 작가의 당부에 유념하며 넘긴 첫장에서 마주친 것은 죽음이었다.

 

p11  부왕께서 승하하신 날 새벽에는 서리가 내렸고, 깨진 노른자 같은 태양은 ....

 

으로 시작되는 소설 속에서 공자였던 그는 아비를 미워했던 아들이었다. "...으니, 섭국의 재난이 닥치겠구나"를 입버릇처럼 말하는 소년은 소심한듯 하면서도 날카롭게 주변을 관찰하는 관찰자였다. 선왕의 유지를 거스르고 자신을 왕으로 선택했으나 사랑하지 않았던 할머님 황보부인의 말투와 옷차림, 맹목적인 애정의 관계는 아니었던 어머니 맹부인의 행동들,,,,궁중내 권력과 암투 그리고 여인들의 시기심과 질투에 이르기까지...그는 결코 둔한 남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용감하게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는 남자도 아니었기에 <나, 제왕의 생애>는 절여놓은 숨죽은 배추를 바라보듯 관망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안타까움도 분노노 독자의 것이 아니었다. 감정이입이라는 '선택'대신 독자를 연극의 관객처럼 '몰입&관망'하게 만드는 방법을 택한 것은 작가의 계산에 의한 것이었을까. 앞서 읽었던 <측천무후>에서도 편안하게 읽혔던 필체는 번역자가 달라져도 동일했다. 이는 결국 작가의 문체라는 말인데, 단 두 권을 읽고서 한 작가의 모든 것을 파악했다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쑤퉁의 소설은 복잡한 것을 가장 쉽게 풀어내는 풀이법처럼 쓰여져 편하게 읽힌다. 그래서 작가의 다음 소설을 또 한 권 더 찾아볼까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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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천무후
쑤퉁 지음, 김재영 옮김 / 비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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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측천무후]는 여러 작가의 글로 봐왔다. 역사적 인물이고 배경과 사건이 비슷비슷해 소설도 비슷할 것이 분명한데 왜 한 인물에 대한 소설을 작가별로 보냐고 물어보던 친구가 있었다. 같은 소설을 두고 다른 번역본을 찾아보는 것과 같은 이치였지만 아무리 설명해도 그녀는 이해하지 못했다. 생각의 차이였으므로.

 

한 인물을 두고 한 사람의 입으로만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판단한 사람에 대한 검증은 물론 그가 모든 사람을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이라고 해도 한 인물에 대해서는 감정이입이나 설익은 판단을 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급적 직접 겪지 않고서는 사람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는 편이며 언제나 상대방과 나의 관계는 1:1의 방식이 그를 판단하기 가장 적합한 형태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있을 수 없으므로.

 

인상깊었던 영화인 <홍등>의 원작소설인 <처첩성군>을 쓴 작가 쑤퉁이 바라본 측천무후는 어떤 여인이었을까. 제왕의 모습보다는 여인의 모습으로 그려졌으나 희노애락의 감정이 짙지 않았던 <측천무후>는 깔끔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탕국을 마신 후의 느낌이랄까. 구구절절 설명하려들지도 않았고 억울함이나 분함이 하늘을 찌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담담했을까. 구중 궁궐의 치정을 역사드라마에서처럼 치열하게 물고 늘어지지 않았을 뿐, 소설은 빠르게 돌려지는 영화처럼 무서운 속도감을 붙여 읽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미 다 아는 전개였다. 무미랑이 선제의 하룻밤 여자였다가 절에 비구니 승으로 가게 되고 아들의 여인이 되어 궁에 입성하는 스토리와 추후 황후의 자리에 올라 섭정하면서 언니와 자신의 아들까지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이야기는...권력이 그리 만들었는지 ..... 원래부터 이런 여인이라 권력의 중심에 들 수 있었는지...닭과 알처럼 판단이 어려운 그녀의 일생을 다시 한번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스토리보다 인간이 살아낸 삶의 스토리가 더 드라마틱했다.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측천무후 같은 인물이.

후에는 없을 것만 같은 여인의 삶을 살다간 그녀는 대단했다. 열네 살에 입궁해서 성인들도 하루가 다르게 죽어나가는 궁에서 살아남아 최고의 권력자가 되었으니....비범함을 타고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도덕적인 잣대는 빼고 보자면.

 

쑤퉁의 다른 책 <나, 제왕의 생이>를 옆에 두고 있는데 역사 소설 외에도 그가 쓴 현대소설이 있는지 한 번 찾아봐야겠다. 문득 궁금해졌다. 다른 번역가의 손을 탄 소설들은 어떠한지. 특히 현대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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