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지 마
카린 포숨 지음, 김승욱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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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두건 같은 꼬마 소녀 '랑힐'은 실종되었다가 곧 발견되었다. 하지만 꼬맹이가 라이몬과 산에서 본 여자는 그렇지 못했다. 벌거벗은 채 호수에 누워 있는 소녀의 사체. 겨우 열다섯인 '아니'를 누가 죽인 것일까.

아니의 남자친구 할보르 문츠가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그는 불행한 과거를 지닌 소년일 뿐이었다. 게다가 가난해서 학교가 아닌 직업전선에 뛰어든 아이로 아니의 죽음에 가족만큼이나 상처받은 쪽이었다. 그렇다면 누가 아니를 죽였단 말인가.

그녀의 죽음을 처음 발견한 라이몬은 산에서 거동이 불편한 늙은 아버지와 단 둘이 산다. 다운증후군인 그는 지능이 약간 부족한 듯하고 어딘지 모르게 아동성애자의 냄새가 살짝씩 나서 '범인인가?'싶었으나 용의자는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늘어났다.

 

 

 

착하고 밝은 소녀 아니는 이웃의 베이비시터로 일했으나 그 집 아기가 죽고 나서는 한동안 힘들어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세예르'는 그 집 가장인 '요나스'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아들 에스켈이 식도에 와플이 걸린 채 죽고 만 후, 아내는 그를 떠나갔다. 11월 7일 일어난 사건인 그의 인생을 송두리채 뽑아 버렸다. 180도 바뀐 삶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요나스는 유일한 목격자였던 아니까지 제거했고 이를 알고 찾아온 할보르에게까지 상해를 입혔다.

 

 

하나의 사건을 덮기 위해 또 다른 사건을 만들어야 하는 것! [돌아보지마]는 그런 악행이 연발되는 카린 포숨의 북유럽 소설이다. 전작인 <야간시력>을 보고 살짝 실망했었는데, <돌아보지마>는 약간 더 나았달까. 그래서 카린 포숨의 소설을 몇 권 더 읽어볼 작정이다.

 

 

 겉모습만 보고서는 그의 성향을 다 알 수 없다. 그래서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긴 한데, 이 소설 역시 이웃에 대한 공포,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생각을 굳혀 버린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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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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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저>의 개봉기념으로 OCN에서 영국드라마 <셜록>의 전편을 연속방송해주고 있었다. 운 좋게도 그 밤에 깨어있어 명추리를 이어 볼 수 있었는데, 감동은 몇 번을 보아도 가시질 않았다. 좋은 드라마는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모양이다. 베이커가에 사는 크고 마르고 예민한 탐정 셜록.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살고 있지만 그는 멋진 캐릭터였다.

 

셜록만큼 멋진 형사가 있다. 노르웨이 국민작가 '요 네스뵈'의 손에서 창조된 해리 홀레. 잘생긴 근육질의 훈남 형사도 아니고 영웅적인 면모를 지닌 형사도 아니지만 땀냄새 풍기고 사람냄새 나는 그의 매력에 빠져 '해리 홀레 시리즈'를 빠짐없이 읽고 있다. 단번에 사건을 해결하는 천재도 아니고, 추리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명탐정도 아니지만 발로 뛰고 구르기도 하면서 범인에게 다가가는 그 모습에 매료되어 보고 또 보고 있다.

 

신작 <바퀴벌레>는 작가가 방콕에서 쓴 소설로, 땀에 젖은 채 몰입해서 쓰고 또 썼다고 고백하고 있지만 어딘가 낯설다. 우선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서늘함을 느낄 수 있는 노르웨이가 배경이 아니었고 젊은 해리 홀레가 등장한다. 2014년 인터뷰에서 그는 파리/뉴욕을 제외한 도시를 찾고 있었는데 '방콕'이야말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으며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 도시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말 두 달간 방콕에 머물며 집필했던 그는 사실 <바퀴벌레>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작 <박쥐>의 성공이 준 부담과 더불어 '도시'하나만 정하고 가서 빨리 써 버린 소설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노라고. 지금이야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꽤 괜찮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아니라고 인터뷰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작가에게 미안하지만 독자인 내게도 <바퀴벌레>는 최고의 작품이 아니었다. 요 네스뵈의 글 중 여전히 최고는 <스노우맨>이므로. 그래도 과거로 타임슬립하듯 해리 홀레의 젊은 시절의 지켜보는 것 역시 재미있긴 했다. 미래의 그와 과거의 그는 같은 사람이되 다른사람처럼 살고 있었으니까.

 

소설의 도입부에서 태국의 사창가가 등장하고 아주 어린 소녀들이 아버지의 손에 팔려 매춘인생을 사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가슴 아프게도 딸의 인생을 몇 푼 돈과 바꾸었으나 아버지의 살림은 그닥 나아지지 않은 듯 하다. 딤도 그런 소녀 중 하나였다. 열다섯에 미스 윙에게 팔려온 딤이 발견한 건 주태국 대사로 온 노르웨이 남자였지만. 이어 호출되어 날아온 해리는 낯선 땅, 낯선 문화라는 핸디캡을 딛고 살인범을 찾아내야만 한다. 여동생을 성폭행한 놈을 잡기 위해서는 이일을 멋지게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몰입해서 읽을 수가 없어서 시간을 충분히 두고 읽었더니 마치 퀼트 조각을 잇듯 스토리를 이어붙여 이해해야만 했다. 읽기를 방해한 요소는 무엇이었을까. 그토록 기다렸던 '해리 홀레 시리즈'였는데......!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 천천히 읽어야겠다. <바퀴벌레>를 곱씹고 곱씹다보면 이야기의 단물을 흡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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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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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 "누구나 자기가 정해놓은 감옥 속에 갇혀 사는 거야"라는 대사가 나온 적이 있다. 마침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스파이>를 읽고 있던 터라, 그 대사가 바로 와 닿았다. 타인에겐 한없이 자유롭고 화려한 삶이었으나 그 끝이 처참했던 한 여인의 삶이지만 정작 그녀 스스로에겐 어떤 삶이었을까.

 

 

그 이름이 유명하여 어릴 적부터 이름만 알고 있었던 전설의 '마타하리'. 보통 삶이 어떠했다 주저리주저리 덧붙임이 있는 것과 달리 그녀의 특이한 이름에 "누구에요?"하고 궁금증을 가져도 어른들은 그냥 "여자 스파이야"하고 말았었다. 어느 나라 스파이인지, 외모는 어땠으며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종말을 맞았는지, 어쩌다 스파이가 되었는지, 여자 제임스본드 같았는지....'스파이'라는 단어 앞에 다른 설명들이 있을 법도 했지만 하나같이 어른들은 스파이라는 단어 하나만 던져주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지만 찾아볼 방도로 따로 없어서 잊혀졌던 그 이름을 대작가의 작품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어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 없었다. (마치 나의 궁금증을 알고 석탄 캐듯 그녀의 삶을 캐내어 준 것 만 같아서 나는 그가 때때로 디즈니 만화 속 '미키 마술사'가 아닐까 상상되어질 때도 있다)

 

 

"죄가 없다"라고 말할 수 없으나 일부 억울함이 없을 수 없는 그녀의 삶. 작정하고 스파이가 되었는지, 어쩌다 보니 삶이 그렇게 흘러가버린 것인지는 정말 그녀만 아는 진실이 아닐까. 혹은 그녀는 자신의 결정마저 헷갈릴 정도로 자신이 믿고 싶은대로 기억하며 살았던 여인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한 여인을 총살하는데 과연 열 여덟명의 장교들이 우르르 몰려와 열두 명씩이나 총을 쏴대야하는지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책의 시작페이지에는 분명 {사실에 근거함} 이라고 적혀 있었으니 역사적 고증을 거친 작품이리라 믿는다. 잔 다르크, 앤 불리, 마리 앙트와네트, 마타하리까지....사형당했던 순간 그녀들의 머릿 속을 스쳐간 생각들은 '후회'였을까. '분노' 였을까.

 

 

마타하리의 사망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놀랍게도 그녀가 변호사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어진다. 마르하레타 젤러는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에서 너무 예쁜 소녀로 태어나 자라났다. 미모가 재산일 수도 있었을텐데 잘못된 시대, 잘못된 도시에서 태어난 죄로 그녀의 미모는 죄악이 되었다. 열여섯에 이미 학교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던 그녀는 그곳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 결혼하게 된 스물 한 살이나 많은 남편은 폭력적인 변태였을 뿐. 삶은 더 비참해졌다. 그런 그녀를 구원한 건 뜻밖에도 다른 여인의 피였으니....트로피와이프처럼 대동된 파티에서 그녀에게 매혹된 한 남자의 아내가 권총자살을 했고 그녀의 피를 흠뻑 뒤집어쓰면서 마치 세례를 받듯 새로운 삶을 선택할 용기가 생긴 그녀는 이름마저 '마타하리'로 고치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삶을 훌훌 벗어던지듯 걸친 옷들을 하나,하나 벗어던지며 추는 그 요염한 춤에 매료된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나며 춤을 추기 시작했지만 불행히도 '이사도라 던컨'이 될 수는 없었다. 그녀에게 접근해온 남자들은 하나같이 육체를 탐하거나 이용가치를 따져보는 남자들이어서 종국에 '스파이'로 이름을 남기게 된 것 역시 스스로 결연한 결심이라기보다는 '그렇게 되어버렸다'는 쪽이 더 맞는 듯 하다. 사기꾼, 매춘부, 반역자(제1전쟁위원회에서 받은 판결)로 손가락질 받았던 그녀의 삶. 1917년 2월 처형 부대 앞에 서게 될때까지 그 삶이 구구절절하게 묘사되지 않아 작가의 필력을 감탄하게 만든 <스파이>는 물흐르듯이 참 편안하게 읽힌다. 그녀의 편도, 매도하는 쪽도 아닌 이해해보려 노력하는 시선으로 쭉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다정한 눈길이 살펴졌던 작가의 시선에서의 그녀는 무시무시한 스파이도, 육체를 이용하여 남자들을 굴복시키던 요염한 요부도 아닌 그저 주어진 삶에서 탈출하고 싶어 몸부림친 한 안타까운 여인이었을 뿐이었다.

 

 

"신이 다시 기회를 준다면 다르게 살 수 있었을까" 작가가 던진 이 한 문장만 보아도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이에 대한 대답은 그녀 스스로도 쉽게 할 수 없다. 삶은 정말 살아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므로. 수많은 선택의 갈래 중에서 누구와 손잡고 어떤 길을 갈지는 그 때가 닥쳐보아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죄가 무거워 사형당했다기 보다는 필요에 의해 집행된듯한 사형이라는 의심을 낳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대목이 '에필로그'에 첨부되어져 있다.


"우리끼리 하는 얘기지만 우리가 확보한 증거는 고양이 한 마리 벌줄 만큼도 되지 못한다" - 앙드레 모르네 검사(p216)



당시의 살로메로 불렸던 마타하리. 그녀는 정말 스파이였을까.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이라는 사실로 인해 죽임을 당해야했다면 그녀가 살았던 시대는 얼마나 무서운 시대였단 말인가. 유럽을 사로잡았던 화려한 무희 마타 하리의 자유로운 삶. 표면적으로는 많은 인식적 발전, 사회적 참여의 기회가 예전에 비해 많이 열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용기가 필요한 순간순간들이 있다.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에 있어서는.....!!'더 비참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닌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를 목표로 둔 선택에 용기가 필요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매 한가지라는 거다.

 

 

여성의 삶이 질적으로 얼마나 많이 좋아졌나를 평하기에 앞서 행복지수가 얼마나 많이 높아졌나를 두고 평가해보자면 사실 점수가 얼마나 높아졌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180도 바뀐 세상에서 살고 있진 않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 대통령이 선출되고, 여성 파일럿이 뽑히고,여성 ceo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평범하게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의 지표가 기준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중 하나가 되어 살아보는 삶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마타 하리'는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이곳을 선택할까.

 

 

구구절절하게 늘어지거나 스파이 혐의를 받았던 무희 시절에 집중되어 화려하게 묘사될 수도 있었을 드라마틱한 그녀의 삶이  파울로 코엘료라는 대작가의 필력을 빌려 담담하게 회고되었다. 마치 짧은 에세이 한 권을 펼쳐 읽듯  편안하고 가볍게 읽혀서 불편한 페이지가 단 한 페이지도 없었다. 또한 그녀에 대한 그 어떤 편견도 남기지 않아 좋았던 <스파이>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으며 좋겠다 싶어진다. 다만 <연금술사>나 <순례자>에서 보여주었던 인생 명문장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약간 실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 보는 책이지 성찰의 문장을 찾아헤매기에 적당한 서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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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보보경심 2 보보경심 2
동화 지음, 전정은 옮김 / 파란썸(파란미디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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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시작되고 나서 원작 소설을 찾아 읽은 격이지만 1권을 읽을 당시, 드라마보다 그 내용이 앞서 있어 '앞으로 이렇게이렇게 진행되겠구나'라는 감이 있었다면 2권은 예습이 아닌 복습격으로 읽었다 할 수 있겠다. 그 골격은 그대로 가져오되 비슷한 상황과 설정이 있다고 하나 완전이 똑같을 수는 없기에 원작 소설과 각색된 드라마는 차이점을 보일 수 밖에 없다. '해수'와 '약희'의 느낌이 다른 것처럼.

 

평범한 20대 직장인이었던 장효는 사고 후, 300년 전인 청나라로 타임슬립되었고 그곳에서 13살 소녀 마이태 약희의 몸에 들어가 그 삶을 살게 된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운명이 뒤바뀌어 버린 탓에 약희는 강희제와 그의 왕자들과 얽혀 살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와중에 약희의 형부인 여덟번 째 왕자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그는 황제가 될 수 없고 피비린내 진동하는 왕자의 난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고 있는 장효로서는 그를 구하고 싶은 마음에 안절부절 상태까지가 1권의 주된 내용이었다면, 2권에서 그녀는 궁녀로 입궁해 강희제의 측근 시녀가 되어 그의 고뇌를 이해하게 된 동시에 넓은 궁이 얼마나 무섭고 살얼음판을 디디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곳인지 알게 된다.

 

 드라마에서는 왕건의 새로운 후궁으로 입궁하게 된다거나 아껴주던 상궁의 죽음으로 상처 입은 채 빨래하는 무수리로 내쳐지는 스토리로 진행되었다면 소설에서는 때가 되어 입궁했고 열네번째 황자와 결혼하라는 황제의 어명을 어긴 댓가로 완의국으로 보내지는 것으로 진행되면서 약간씩 스토리상의 차이는 보이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방해받을 정도의 차이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다만 여덟째- 해수 -넷째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갈등이 심화되어 있으면서 적극적으로 해수에게 다가서는 넷째 왕자의 달달한 모습과 달리 소설 속 사왕야는 묵묵히 그리고 조용히 뒤에서 그녀를 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그 매력이 사뭇 대조된다. 게다가 그 시절 중국의 왕자들에겐 정부인뿐만 아니라 둘째, 셋째 부인들이 수두룩했고 그 아들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어 로맨스를 만끽하는데 약간 몰입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문화가 다르니 어쩔 수 없겠지만.
(물론 고려시대 왕족들도 일부일처제제는 아니었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그들의 부인들의 존재는 부각되어 있지 않아 그냥 해수와 그녀에게 호감을 가진 왕자들로 보여진다) 

 

<보보경심2>에서 팔황자는 이제 칼을 빼 들었다. 정치권력과 떨어져 멀리가서 행복하게 살자는 약희의 권유를 뿌리치고 황제가 되기 위해 권모술수를 쓰는 남자가 되어 온화한 미소 뒤에 감춰진 싸늘한 눈매를 드러내었고 반대로 사황자는 전농생황에 심취한 듯 강희제의 눈에 들며 조용히 발톱을 숨기고 있었다. 그 와중에 그의 장난스러운 아들이 한 두 번 등장했고, 묵묵히 뒤에서 약희를 보살피는 애잔한 마음 씀씀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2권을 읽는 내게 복병은 열네번째 였다.  드라마에서는 그저 어리게만 보이던 모습이지만 소설속 열네번째는 약희를 위해 무서운 아버지 강희제와 소리 높여 싸우기도 하고, 모두가 눈치만 보고 있을 때도 적극적으로 아버지를 찾아가 몇 차례씩이나 약희를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전쟁에 나가 큰 공을 세우는 등의 용맹함도 보이면서 그는 소년에서 남자가 되어가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소설은 한 컷의 영상보다 많은 부분의 페이지를 할애하며 등장인물들의 마음 속까지 묘사되어 읽는 내내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소설의 재미와 영상의 재미는 각각 달라 무엇이 더 좋다! 나쁘다!를 평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문화권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보보경심>은 한 번 손에 쥐면 다 읽을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하는 소설이다. 몰래 로맨스(팔황자와)로 상처받은 마음과 오해로 헤어져야했던(사황자) 마음을 다 껴안은 채 여전히 빨래를 하고 있는 약희의 사정은 변하지 않았다. 아직 강희제 서거 전이고, 황자 중 그 누구도 죽지 않았으며 그저 태자가 폐태자 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3권에서 그 모든 집약적 남은 이야기들을 얼마나 짜임새 있게 엮어 놓았을지 궁금해진다.

 

스토리상 더 많이 가 있는 드라마도 아직 남겨진 이야기가 많은데, 소설 은 그만큼의 진도도 나가지 못한 상태에서 이제 겨우 한 권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리고 묘하게도 드라마와 원작소설을 읽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책읽기를 다 하고 나면 중국에서 방영되었다는 원작 드라마를 한 번 보아야겠다 싶어진다. 궁금해졌다. 그들의 모습이...그들의 사랑이...그들의 마음이.....! 분명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모르는 척 처음부터 보고 싶어졌다. 얼마나 같은지, 또 얼마나 다른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다. 그 결말이 슬플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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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시력 매드 픽션 클럽
카린 포숨 지음, 박현주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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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소설 작가 중 일본작가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고, 미국 작가 역시 다섯 손가락 안에 꼽게 되는데 북유럽 작가들은 다섯 손가락을 넘어섰다. 벌써! 그 읽은 기간을 놓고보자면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장르 작가들을 놓고보자면 북유럽 작가들에 대한 관심은 국지적이다. 장르소설(크라임 소설)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 읽게 된 또 다른 북유럽 작가인 '카린 포숨'. 노르웨이 출생의 이 작가는 처음에는 시인으로 등단했다가 <이브의 눈>이라는 범죄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광인의 집>,<검은 시간>,<돌아보지 마>등을 집필해온 작가였다. 첫인상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야간시력>을 읽으면서 그간 읽었던 작가들과 약간 다른 느낌을 받긴 했지만.

 

 

묘사력이 뛰어나고 몰입도가 최고였던 다른 북유럽 작가들의 작품에 비해 카린 포숨의 작품은 숨고를 시간을 던져주는 소설이었다. 다시 말해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에 딴 생각이 끼여들 여지를 많이 허락한다는 거다. '우리는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는 작가의 출사표는 정답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가 평인으로 살아가는 건 '정상인의 범주'가 아닌 지극히 당연한 선택이다. 단 한번도 살인자로 살아야지, 사람을 토막토막내보고 싶다. 는 생각을 떠올려본 적이 없다.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그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이상하고 자연스럽지가 않다. 그래서 간호사로 일하며 사람들을 묵묵히 관찰하는 남자가 처음부터 이상스레 느껴졌다.

 

 

그는 11년간 간호사로 근무하며 환자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지켜봐왔다. 조용하고 소심하고 과묵한 그를 주목한 이웃들은 없었다. 일상생활에서 이런 사람들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도 그런 남자였다. 하지만 그는 마음 속에 다른 마음을 품고 산다. '내게 여자만 있다면!'이라는 그의 마음 속 외침이 더이상 참지 못할만큼 징그럽게 들릴 무렵,  어이없게도 <지옥에서 온 간호사>라는 타이틀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다. 소심한 관찰자였던 릭토르라는 남자의 고독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요양원 환자들을 괴롭히면서 희열을 느끼고 생명이 위험한 사람을 눈 앞에서보고도 외면하는 일은 그가 그저 고독한 남자로 사는 것이 아닌 일반적이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예로 보여진다.

 

 

보통의 범죄 소설 속 범인들에게 악인이 되는 사연들이 존재했던 것과 달리 릭토르는 그냥 그렇게 태어난 인물이라는 점이 더 치떨이게 만든다. 소위 '패스'라고 불리는 유형들의 시선에서 일상을 바라보면 이렇게 보인단 말인가. 마치 일그러진 만화경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어지럽다. 자꾸만.



책 속 주인공일 뿐인데 이해력에 한계치가 느껴진다. 그래서 절망스러웠다.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이러할까. 몇 권 더 살펴보고 작가의 소설에 팬이 될지 안티가 될 지 결정해야겠다. 물론 안티라고 해도 관심을 끊겠다 정도의 소심한 독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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