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비록 2 - 천년의 언약
천지혜.사니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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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좌를 바꾸어라 - 태선에게 던져진 말

세자를 죽여라 - 홍정익에게 내려진 어명


<윤회비록> 1권이 이승에서 발견된 저승명부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과 전생/현생의 인연과 업보 그리고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

<윤회비록> 2권에서는 역모, 사천왕의 존재, 인물이 숨겼던 비밀 등이 밝혀지면서 전생/현생/후생의 삼생을 보여주며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단순한 사극배경의 재미를 너머 저승명부, 사천왕, 귀신, 업보 등의 소재가 엮이면서 점점 재미를 불려가는 사극판타지 <윤회비록>은 붉은 실로 이어진 인연의 고리를 이어나갈지 끊어버릴지 고민하는 남주와 여주의 서사와 사랑과 욕망 모두를 얻고자한 서브 남주의 서사가 뒤얽혀 갈등 및 재미를 증폭해나가는 사극판타지다.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실제 역사와는 관련이 없고, 업보, 저승, 귀신이 등장하지만 스릴러물의 공포스러움은 느낄 수 없다. 애타게 찾는 '사천왕'의 존재보다는 이야기의 결말이 더 궁금해져 벽돌두께(?)의 1권과 2권을 단숨에 읽게 만들정도로 흡입력이 좋은 소설이기도 하다.

책을 읽고나면 부모 자식간의 관계부터 사람간의 인연이나 악연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게 만드는데, 죽음 앞에서 자식을 살리는 선택을 하는 부모가 있는가하면 아들을 죽이거나 딸을 버리는 아비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랑, 증오, 집착'보다는 '관계와 업보'에 눈길이 가 2권의 책을 재벌읽기 했는데 두 번을 읽어도 재미는 그대로였을만큼 <윤회비록>은 매력적이었다.

역사적 고증이 필요없을 퓨전사극이지만 세계관을 구축하고, 이만한 분량을 쓰기 위해 작가가 준비했을 시간들이 2권에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한 페이지도 허투루 읽을 수 없었고, 마치 자개장처럼 디자인된 책의 표지가 예뻐서 서둘러 책장에 꽂고 싶지도 않았다. 절연으로 사랑을 지키고자 했던 마음이 현생을 끝으로 종결되지 않고 후생의 스토리가 이어지는 점 또한 독자를 행복하게 해 준 요소이기도 했고.

만약 내게 삼생을 보여주며 여러가지 선택지를 준다면 선뜻 그 중 하나만 고를 수 있을까? <윤회비록>은 보여주는 소설이 아니라 생각에 잠기게 한 소설이었다는 점에서 뭔가 즐거운 상상이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중국풍, 동양풍, 사극풍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맞춤소설마냥 읽힐 수 있을 내용이기도 하고.




사율계원은 어떠한 자들인가

참으로 무서운 생각입니다

제가 지운 죄가 돌아욎 않을거라 믿는 것이요

쌓이는 업은 생각지도 않고

온갖 죄를 다 저지르고 다니지요

그러한 자가 조선 땅에 더 많아져서야 되겠습니까

p41

갈절히 읍소하였으나,

어떤 이유도 어심을 돌리진 못했다

전생이네 후생이네, 붉은 실이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것이

뭐가 무섭겠느냐 말이다

p510

운명이란 그런 것이었다

만날 때가 되면 이렇게 만나지는 것, 사랑하고, 미워하고, 죽이고, 살릴 기회를 만남이라는 기회로 부여하는 것

인연이란 그런 것이었다

아무리 마음을 다하고 다해도, 연을 다하고 나면 이렇게 헤어져야만 하는 것

p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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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비록 1 - 이승에서 떨어진 저승명부
천지혜.사니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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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서 온 책 한 권

<윤회비록> 1권은 '이승에 떨어진 저승명부'라는 제목이 붙여져 있다. 이승에 나타난 저승명부. 사실 명부는 하나의 매개체이자 도구로 등장한다. 누군가의 욕망을 이뤄줄 도구, 정치적 야망을 실현할 수 있는 도구,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는 도구, 권력을 틀어잡기 위한 도구, 운명을 뒤집을 수 있는 도구..... 누구의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이롭게 쓰일수도, 해롭게 쓰일수도 있는 책.

인간의 정해진 생사가 기록되어 있는 저승명부 ' 사율계'는 단순히 사람의 명줄을 확인할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생과 사를 고칠 수도 있어 위험한데, 이야기의 시작부터 저승명부는 한 집안을 도륙내면서 '죽음을 몰고오는 책'임을 드러낸다. 하루 아침에 병조판서 윤종근의 모략으로 삼대독자 태선과 여종 유비 외 몰살당한 이판 여운식의 집안.

아비의 업보를 현생에서 갚고자 태선을 지키는 쪽을 선택한 윤종근의 아들 선기와 그들을 쫓는 사율계원 대장 서후. 그리고 명부에 이름이 올라 죽어야했지만 가까스로 명을 붙들고 있는 유비의 이야기는 현생과 더불어 전생의 인연이 드러나며 갈등과 재미를 더해간다.

현생으로 이어진 전생의 인연 그리고 출생의 비밀

주인공들의 인연은 전생의 업보와 얽혀 있었다. 인간의 연이 엮인 붉은 실인 인연사를 볼 수 있게 된 태선의 목표는 사천왕을 찾아 유비를 살리는 것이고 유비를 탐내는 서후의 목표는 절대자가 되는 것.<윤회비록> 1권에서는 대장 서후의 출생의 비밀 외에도 '아비를 죽일 상'이라 버려진 유비의 비밀까지 밝혀지면서 인물간에 지독하게 얽힌 현생과 전생의 연을 드러내고 있다. 그 외에도 유비를 찾아다니다 마주친 사람들의 연을 잇거나 죽음에서 구해주는 일도 발생하는데, 반대로 모르는 사이 죽게 만든 여인에게 원한을 사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원수관계지만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절친이 되어 버린 태선과 선기. 신분을 초월한 연인 태선과 유비. 힘과 사랑 둘 다 갖고자하는 서후. 아들을 희생해서라도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려는 아비인 윤종근과 왕 이왈. 왕의 본심을 알게 된 세자.

두툼한 1권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인물간의 갈등이 하나씩 더해지며 '저승명부' 의 존재보다 과연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마무리 될 지 더 궁금하게 만든다. 권선징악으로 통쾌하게 끝나더라도 대립과 공조가 깔끔하게 마무리 되어야하고, 새드엔딩으로 슬프게 끝나게 된다면 후생으로의 여운을 남겨야 될 전개이기에 비슷한 두께의 2권엔 어떤 사건들이 담겨 있을 지 기대가 크다.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 원작 작가이자 드라마 작가인 저자는 <윤회비록>에서 인간의 선택을 화두로 던져놓는다. 운명이라는 어쩔 수 없는 정해진 틀 앞에서 '어떤 사람이','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잔뜩 몰입해서 읽게 만드는데 <윤회비록> 2권의 제목은 '천년의 언약'이다. 제목부터가 흥미유발이라 손이 먼저 2권을 향해 뻗어나간다. 몹시 궁금하다. 결말이.






자기가 언제 테어나고 죽는지, 전생은 무엇이었고 후생은 무엇일지!

다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고칠 수도 있지

내가 죽을 날짜를 고칠 수 있고,

또한 남이 죽을 날짜를 고칠 수 있으니,

이는 곧 죽음의 결정권을 가진 것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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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정원의 살인 한국추리문학선 22
황정은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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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안 개구리처럼 아파트 안 삶(인맥)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황정은 작가의 <개구리 정원의 살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세월의 나이테를 두껍게 다져온 사람도, 부유한 사람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사람도, 무탈한 가정을 가진 사람도 교와 포레스트 안에서는 그저 개구리였을 뿐이다. 그저 잠만 자는 장소로만 치부했더라면 덜 불행했을까. 삶을 꾸려가는 테두리로 여겼던 사람들이 망치고 싶지 않았던 대상이 아파트 안에서 자신의 사랑과 행복, 평화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개구리 정원의 살인>이라는 제목에서 '개구리 정원'은 그런 의미에서 '아파트'로 여겨졌다.

읽는 동안.


다소니 연못에 물을 넣어야 하나? 빼야 하나? 의 갈등으로 시작되었으나

이야기의 시작은 개구리 소리에 집착하는 주부 '이정화'의 고민으로 시작된다. 개구리 소리에 매력을 느껴 집을 계약했던 그녀였기에 2년 전 작은 사고로 연못의 물을 뺀 상황이 달가울 리 없었고 어떻게든 다시 연못에 물을 넣어 개구리 소리를 듣고 싶어하던 중이었다. 큰 소리를 내면서 적극적으로 나서기엔 성격이 너무 소심했고 스트레스를 잘 받는 타입이었던 그녀는 남편을 부추기는 동시에 새로 주민이 된 연예인의 영향력에 희망을 걸어보고 싶어졌다.

넓은 평수에 거주중인 김영은은 반대파다. 소음과 안전 그리고 벌레 등을 이유로 물이 빠진 상태의 연못을 지지하는 쪽이며 정화와 달리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이렇듯 단순히 연못에 물을 빼니~ 넣니~ 하는 문제로 시작되지만 이 연못은 결국 사건 현장이 되고 소설의 처음에 등장했던 '이정화'의 자살을 시작으로 아파트 주부들의 관심 대상이었던 남자 연예인의 죽음과 공공의 밉상이었던 노부인의 독살로 이어지며 아파트의 분위기는 싸늘해져 간다. 평화로워보였던 고급 아파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주민들 사이에 숨은 목격자와 살인자. 가려진 CCTV보다 더 많은 눈이 존재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침묵이 흐르는 아파트.

사기, 소문, 불륜, 질투...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담겨 있어 이야기의 양념이 다채로왔던 <개구리 정원의 살인>은 인간의 욕망과 얄팍한 인간관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동시에 생각지도 못한 반전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안전한 공간이, 믿었던 관계가 무너지는 시간

아파트는 선택여하에 따라 복잡할 수도 단순할 수도 있는 삶의 공간이다.

이웃집 혹은 같은 층에 누가 사는 지 모르고 사는 경우도 있고 친분과 인맥으로 얽히기도 쉬운 공간이기도 하다. 주택에 비해 쉽게 사람을 사귈 수도 있지만 또 얼굴을 모르는 타인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

밀집된 땅 위에 여러 세대가 거주하다보니 살아온 방식이나 성격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나이가 많아도 타인의 존경이 아닌 손가락질을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욕망에 쉽게 무너지는 사람, 거미줄처럼 이웃을 쫀쫀하게 옭아매어 나락으로 빠뜨리는 사람도 그 민낯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친절한 이웃의 얼굴을 하고 산다. 소설에 등장하는 범죄 자체는 최근 몇 년 간 읽었던 범죄 소설과 비교해보면 그리 잔혹하지 않았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꽤 많지만 헷갈리지 않을 정도로 잘 정리 되어 있고 인물들이 처한 상황 역시 모두 이해의 범위 속에 위치해 있다.

한마디로 쉽다. 하지만 묵직했다.

아파트를 폐쇄 무대로 설정해 두긴 했지만 넓게 펼쳐보면 아파트는 하나의 단체, 하나의 마을, 하나의 지역으로도 얼마든지 치환될 수 있는 장치여서 장소보다는 그 안에 담긴 사건과 사람관의 관계에 더 주목하게 된다. 결국 <개구리 정원의 살인>은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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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영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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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드라마 '탄금'의 원작소설을 집필한 장다혜 작가의 신작 소설의 제목은 <<탁영>>.

조선 후기 한양을 배경으로 금박장 '희제'와 매골이 업이었던 '백섬' , 의관 '장헌'이 운명으로 얽히는 이야기다.

거기에 한 사람 더 칼두령 '도진'까지 더해져 퍼즐 맞추듯 조각들이 이어진다.

죽음이란 누군가에게 그림자를 맡기는 것(탁영)이라는 말을 내뱉고 꽃잎을 뜯어 압화를 만드는 순둥순둥한 백섬이 장헌의 늙은 유모와 단둘이 외딴 별채인 구곡재에 갇혀 사는 이유가 궁금했던 희제는 곧 그 비밀을 알아낸다. 동시에 희제를 마음에 품었던 장헌 역시 왕가를 틀어쥔 집 안의 탐욕을 눈치채면서 점점 흑화하고. 매골업에서 벗어나게 해 준 '어의 최승렬'과 '함께 살게 된 복순어멈'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던 백섬 역시 자신의 쓰임새를 알게 되면서 셋의 우정은 바사삭 금 가버린다.

희제와 백섬의 로맨스 대목만 보자면 수요 드라마 같고, 연모가 변질로 집착되는 장헌과 희제의 스토리는 평일저녁 드라마처럼 읽히다가 희제 모친과 오라비 죽음의 비밀이 밝혀지는 대목에서는 또 추리물 같아서 <<탁영>> 한 권으로 여러 장르를 섭렵한 기분도 드는데, 무엇보다 그 결말이 너무 시려서 가슴 아팠다. 그래서였을까. 잔혹한 복수가 시원하게 느껴진 것은.

같은 날 태어난 사주여서 실험체가 되어야만 했던 운명도 슬프지만 본인의 본 모습이 드러난 것인지 인간의 마음을 잃고 야차처럼 변한 것인지 모를 운명 또한 슬프기는 매한가지였다.어떤 위치에서, 누군가로 살아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만든 소설이기도 했고.

'누군가에게 그림자를 맡긴다'라는 표현이 너무 시적이라 궁금했던 소설 <<탁영>>.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영상화 되었듯 이 소설 역시 드라마화 된다면 세 명의 주인공들은 각각 어떤 배우가 캐스팅되면 좋을까?



이 밤만은 금와당의 부적이면 좋겠다

P168



진심이 담긴 백섬의 면포같은 한 마디는 소설에서 가장 달달한 대사였다. 말 한마디로 장면이 그려지는 붓을 머금은 대사.

<<탁영>>의 배경은 조선이지만 사실 스토리는 현대물로도 손색이 없다. 타국을 배경으로 판타지스럽게 각색되어도 이야기의 매력은 빠지지 않을 듯 하고. 왕가가 아닌 재벌가를 모티브로 각색되어도 뼈대는 흔들리지 않을 듯 하다. 매골승, 금박장, 인간부적 이라는 흔하게 볼 수 없는 직업군이나 소재 역시 이야기의 재미를 배가 시키는 요소라서 사극풍이 가장 어울리지만.


*서평단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은 후 읽고 올리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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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학교
허남훈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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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훈 작가의 장편소설 밤의 학교

프롤로그

1부 달리는 밤의 학교

2부 우리는 특별한 밤을 보게 될 거야

3부 또 하나의 문에 관하여

에필로그

목차는 심플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1/2/3부로 짜여진 구성이라 내용도 짧으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허남훈 작가의 역사판타지 <<밤의 학교>>는 시간을 투자해 공들여 읽어야 할 정도로 알찼다. 알이 꽉 찬 옥수수처럼.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편견.

<<밤의 학교>>는 그동안 지니고 있었던 학교에 대한 생각을 바꿔준 소설이다. 소설이나 드라마 안에서 학교는 감옥 같은 답답한 공간, 계급/불공정한 일들이 일어나는 갈등의 배경/ 공포존 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이 소설에서는 매력적인 게이트처럼 그려졌다.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가 모인 곳. 분명 같은 장소인데 학교가 역사 속 배경이 되는 순간 함께하는 사람들이 달라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빛바랜 엽서 한 장으로 시작된 일이었다...


실체엽서. 새 엽서가 아닌 누군가가 이미 사용했던 엽서로 보낸 이의 사연과 소식이 담긴 '실체엽서' 모으기가 취미인 지환이 '우리 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 기옥'의 엽서를 만나면서 역사 속 시간 여행의 문이 열린다. 희곡대본을 쓰게 된 '지환'과 프로파일러를 꿈꾸는 '은서', 전투기 조종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기웅'까지 셋이 타임슬립된 시대는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열망하며 목숨을 건 채 만세를 부르고, 독립 운동을 하던 그 시절로 고등학생 셋이 보내진다. 북간도 명동촌, 연해주, 하얼빈, 평양 .... 매번 도착하는 곳은 낯선 곳이지만 초행이면서도 익숙한 건 그 공간이 학교였기 때문이다. 학교는 과거와 현재를 함께 품으며 지식으로만 채워왔던 순간들을 경험하게 한다. 소설에서의 '학교'가 넓게 보면 '이 땅'을 의미하며, 김구 선생/윤동주 시인/안중근 의사/안창호 선생 등 독립운동가들로부터 지환/은서/기웅으로의 연결은 '이어짐'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를 배워 미래를 아는 학생들이 타임슬립했지만 우리가 아는 역사는 그대로였다. 바뀐 부분없이.

대신 이토 히로부미의 얼굴을 모르는 안중근을 위해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이름을 외치고, 견습기자 신분으로 재판을 방청하거나 부토 노부유시 암살을 시도했던 남자현 지사를 부축하며 역사를 함께했다. 기옥의 비행도 도우면서. 그들이 바꾸어야 하는 것은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살아내야하는 현재였기에.

책을 덮고나면 '재미있었다'라는 감상만 남는 책도 있고, 사건이나 캐릭터가 떠올려지는가하면 좋은 구절이 많아 메모하게 만드는 책도 있다. <<밤의 학교>>의 경우 재판장에서 모리머 기자가 한 말이 가슴에 와 닿았는데,

오늘이 아니어도 상관없어

언젠가 네가 독립운동에 관해 글을 쓰게 된다면,

혹은 친구들, 후배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면 그들로선 더 바랄 게 없겠지

그렇게 진실은 계속 전진할 테니까 p156

얼마전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이 실린 일본 교과서 소식이 또 들려와 속이 끓는 가운데 읽게 된 책이라 더 뜨거운 가슴으로 읽게 되었다. 진실이 계속 전진할 거라는 말. 120여 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우리에겐 똑같이 '애국'의 마음이 싹터 있다는 점. 가슴을 울리는 구절과 함께 깨닫는다. 역사 판타지로 성장한 건 주인공들뿐만이 아니라는 걸. 마음의 성장은 나이와 상관없으므로.



인디캣 서평단에 당첨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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