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쇼핑몰 1~3 세트 - 전3권 (외전집 수록) -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원작 소설 새소설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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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삶이 특이 케이스가 되는 세상을 그린 소설이 있다.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원작소설인 <살인자의 쇼핑몰> 의 세계관이 그러하다.

지루하리만치 평범하거나 눈코뜰새 없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과 이웃져 있지만 같은 공간 이계의 세계관이 펼쳐지는 '정진만 + 정지안 + 머더헬프+ 바빌론'이 존재하는 세상.

'마녀','폭군'과 더불어 미친 액션에 열광하게 만드는 연출컷까지 더해 그 독특함에 물들게 만든 <킬러들의 쇼핑몰>의 원작소설 세트는 3권 + 외전으로 엮였다. 원작과 드라마를 비교했을 때 더하거나 빠진 캐릭터도 있고, 스토리가 달라진 곳들도 있지만 "정지안 잘 들어"로 당부하는 정진만이 등장하고 삼촌이 없는 가운데 조카 정지안이 살아남는 뼈대는 동일하다. 원작은 원작 나름의 매력이 있고, 영상은 영상 나름의 열광 포인트가 있어 어느 쪽도 실망스럽지 않은데, 특히 세트에 첨부된 얇은 <외전>은 중심 인물이 아닌 주변인들의 사연을 다루고 있어 더 흥미롭다.

대학에 입학한 정지안을 근거리에서 보호하게 된 '그리마'가 옐로코드로 살아가게 된 사연,

2권과 3권 사이의 소민혜에게 생긴 어떤 엉뚱한 사건,

정진만의 고향친구인 택시기사 최상용의 가정사까지...

'머더헬프'와 '바빌론'의 세계관에만 주목하고 있던 독자의 허를 찌른 짧은 단편들은 '분노/당황/슬픔'의 감정을 툭 던져준다. 비록 예상 못한 교통사고처럼 갑작스러운 감정들이었지만 짧은 길이감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인생 한 대목을 함께하며 감정의 양념을 골고루 맛보게 해 작가의 필력에 다시금 감탄하게 만든다.

<살인에 서툰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라니.

제목부터 너무 훌륭했다. 너무 당연한 일인 동시에 우리가 아는 '평범함'이 그들 세상에서의 '평범함'과 너무 달라 집단과 기준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서 잠시 벗어나 타인의 스토리를 읽는 건 때때로 '위로'보다는 '이탈'이 필요한 순간이 필요해 손을 뻗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신없이 4권을 읽는 사이 한 주가 지났고, 지나고보니 이전 고민들은 큰 일들이 아니었다. 세상이 망하는 일도, 내일 당장 죽는 일들도 아니어서 '감정적 휴가'를 선물받은 것 같아 도리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살인자의 쇼핑몰 세트>와 작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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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와 연
청예 지음 / 래빗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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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즈데이 유스리치 클럽>으로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한 청예작가의 작품을 읽는 건 처음이지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K-스토리 공모전 최우수상, 예스24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선정 등 이력도 화려했고 작품 수도 벌써 여러권이라 궁금했던 차였다. 

<라스트 젤리 샷>,<오렌지와 빵칼>,<일억 번째 여름>,<수호신> 등 반짝이는 제목 중에서 첫 소설로 고른 건 <주와 연>이다. 짧으면서도 무게감 있는 제목이었고 요즘 인기있다는 회빙환코드의 소설이라 쉽게 읽힐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목차는 간단했다. 소제목이 아닌 1부에서 5부까지로 나열되어 있고 책의 두께는 보통이었다.

17세 오주희 복수의 시작

생명을 걸어 복수를 감행한 17살의 주희는 가정을 파탄낸 아빠의 내연녀의 손에 부적을 쥐어준 다음 자살했다. 그리고 그들의 딸 연린으로 환생했다. 여섯 개의 손가락을 달고. 태어날 때부터 성대에 문제가 있던 주희는 아비의 외도로 가난하고 불행하게 살았지만 같은 아비의 딸로 다시 태어난 연린은 육손으로 태어났지만 부유함 속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가족의 관심과 넉넉함도 서늘한 복수심을 멈출 순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 다뎌온 복수의 발판은 은정이라는 조력자를 만나 한층 업그레이드가 되었고 종국엔 대학 전에 그들에게 강한 한 방을 먹일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갉아먹으면서 시도한 복수가 마냥 행복할 수 있을까.

어른이 된 연린에게 준비된 미래

오래 공들여 아버지의 새 가정을 파탄냈지만 연린은 행복해지지 않았다. 자신이 세상에서 사라졌던 17살을 너머 어른이 되었고 복수 후 독립해서 가족과 멀어졌지만 빛나는 삶을 살아가지 못했다. 집착과 사랑의 어디쯤 걸쳐진 은정과의 사랑이 새로 나타난 남자 현으로 기울어질무렵, 그가 누구의 아들인지 알게 되었고 연린은 다시 불행 속으로 빠져버렸다.

고민 끝에 행복을 선택했지만 공포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소설은 다시 '이어짐'을 예고했다.

살아감이 축복이 아니라 형벌이라고 생각해본 적 있나요?

작가의 물음은 심오했다. 누구든 인생의 몇몇 순간에선 '인생이 축복이라는 생각'을 치워 버릴 수도 있겠지만 전생을 통틀어 형벌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주인공 주희는 깊은 집념으로 자신의 복수를 하나씩 완성해나갔다. 하지만 왜? 보통 무자비한 복수를 감행하는 회빙환 웹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없었을까. 그녀의 복수가 감행되어갈수록 주인공을 향한 애잔한 마음은 두꺼워져갔다. 인생을 먼저 살아본 어른의 마음으로 그녀를 읽어나갔던 것일까? 10대와 20대에 읽었다면 좀 더 다른 느낌으로 주희를 응원할 수 있었을까.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가 떠오른다.

제 삶이 도륙나는지도 모른 채 야금야금 파먹혀가던 순간들이.

이렇듯 복수와 저주는 한몸처럼 닮았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불안했던 마음에 걸맞는 결말을 확인했다. 가볍지 않으면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 멋진 작품이었다. 굳이 은영의 두 번째 삶과 계모와 달리 모든 걸 알고 시작할 주희(연린)의 삶을 외전으로라도 보고 싶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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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비록 2 - 천년의 언약
천지혜.사니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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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좌를 바꾸어라 - 태선에게 던져진 말

세자를 죽여라 - 홍정익에게 내려진 어명


<윤회비록> 1권이 이승에서 발견된 저승명부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과 전생/현생의 인연과 업보 그리고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

<윤회비록> 2권에서는 역모, 사천왕의 존재, 인물이 숨겼던 비밀 등이 밝혀지면서 전생/현생/후생의 삼생을 보여주며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단순한 사극배경의 재미를 너머 저승명부, 사천왕, 귀신, 업보 등의 소재가 엮이면서 점점 재미를 불려가는 사극판타지 <윤회비록>은 붉은 실로 이어진 인연의 고리를 이어나갈지 끊어버릴지 고민하는 남주와 여주의 서사와 사랑과 욕망 모두를 얻고자한 서브 남주의 서사가 뒤얽혀 갈등 및 재미를 증폭해나가는 사극판타지다.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실제 역사와는 관련이 없고, 업보, 저승, 귀신이 등장하지만 스릴러물의 공포스러움은 느낄 수 없다. 애타게 찾는 '사천왕'의 존재보다는 이야기의 결말이 더 궁금해져 벽돌두께(?)의 1권과 2권을 단숨에 읽게 만들정도로 흡입력이 좋은 소설이기도 하다.

책을 읽고나면 부모 자식간의 관계부터 사람간의 인연이나 악연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게 만드는데, 죽음 앞에서 자식을 살리는 선택을 하는 부모가 있는가하면 아들을 죽이거나 딸을 버리는 아비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랑, 증오, 집착'보다는 '관계와 업보'에 눈길이 가 2권의 책을 재벌읽기 했는데 두 번을 읽어도 재미는 그대로였을만큼 <윤회비록>은 매력적이었다.

역사적 고증이 필요없을 퓨전사극이지만 세계관을 구축하고, 이만한 분량을 쓰기 위해 작가가 준비했을 시간들이 2권에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한 페이지도 허투루 읽을 수 없었고, 마치 자개장처럼 디자인된 책의 표지가 예뻐서 서둘러 책장에 꽂고 싶지도 않았다. 절연으로 사랑을 지키고자 했던 마음이 현생을 끝으로 종결되지 않고 후생의 스토리가 이어지는 점 또한 독자를 행복하게 해 준 요소이기도 했고.

만약 내게 삼생을 보여주며 여러가지 선택지를 준다면 선뜻 그 중 하나만 고를 수 있을까? <윤회비록>은 보여주는 소설이 아니라 생각에 잠기게 한 소설이었다는 점에서 뭔가 즐거운 상상이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중국풍, 동양풍, 사극풍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맞춤소설마냥 읽힐 수 있을 내용이기도 하고.




사율계원은 어떠한 자들인가

참으로 무서운 생각입니다

제가 지운 죄가 돌아욎 않을거라 믿는 것이요

쌓이는 업은 생각지도 않고

온갖 죄를 다 저지르고 다니지요

그러한 자가 조선 땅에 더 많아져서야 되겠습니까

p41

갈절히 읍소하였으나,

어떤 이유도 어심을 돌리진 못했다

전생이네 후생이네, 붉은 실이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것이

뭐가 무섭겠느냐 말이다

p510

운명이란 그런 것이었다

만날 때가 되면 이렇게 만나지는 것, 사랑하고, 미워하고, 죽이고, 살릴 기회를 만남이라는 기회로 부여하는 것

인연이란 그런 것이었다

아무리 마음을 다하고 다해도, 연을 다하고 나면 이렇게 헤어져야만 하는 것

p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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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비록 1 - 이승에서 떨어진 저승명부
천지혜.사니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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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서 온 책 한 권

<윤회비록> 1권은 '이승에 떨어진 저승명부'라는 제목이 붙여져 있다. 이승에 나타난 저승명부. 사실 명부는 하나의 매개체이자 도구로 등장한다. 누군가의 욕망을 이뤄줄 도구, 정치적 야망을 실현할 수 있는 도구,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는 도구, 권력을 틀어잡기 위한 도구, 운명을 뒤집을 수 있는 도구..... 누구의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이롭게 쓰일수도, 해롭게 쓰일수도 있는 책.

인간의 정해진 생사가 기록되어 있는 저승명부 ' 사율계'는 단순히 사람의 명줄을 확인할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생과 사를 고칠 수도 있어 위험한데, 이야기의 시작부터 저승명부는 한 집안을 도륙내면서 '죽음을 몰고오는 책'임을 드러낸다. 하루 아침에 병조판서 윤종근의 모략으로 삼대독자 태선과 여종 유비 외 몰살당한 이판 여운식의 집안.

아비의 업보를 현생에서 갚고자 태선을 지키는 쪽을 선택한 윤종근의 아들 선기와 그들을 쫓는 사율계원 대장 서후. 그리고 명부에 이름이 올라 죽어야했지만 가까스로 명을 붙들고 있는 유비의 이야기는 현생과 더불어 전생의 인연이 드러나며 갈등과 재미를 더해간다.

현생으로 이어진 전생의 인연 그리고 출생의 비밀

주인공들의 인연은 전생의 업보와 얽혀 있었다. 인간의 연이 엮인 붉은 실인 인연사를 볼 수 있게 된 태선의 목표는 사천왕을 찾아 유비를 살리는 것이고 유비를 탐내는 서후의 목표는 절대자가 되는 것.<윤회비록> 1권에서는 대장 서후의 출생의 비밀 외에도 '아비를 죽일 상'이라 버려진 유비의 비밀까지 밝혀지면서 인물간에 지독하게 얽힌 현생과 전생의 연을 드러내고 있다. 그 외에도 유비를 찾아다니다 마주친 사람들의 연을 잇거나 죽음에서 구해주는 일도 발생하는데, 반대로 모르는 사이 죽게 만든 여인에게 원한을 사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원수관계지만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절친이 되어 버린 태선과 선기. 신분을 초월한 연인 태선과 유비. 힘과 사랑 둘 다 갖고자하는 서후. 아들을 희생해서라도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려는 아비인 윤종근과 왕 이왈. 왕의 본심을 알게 된 세자.

두툼한 1권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인물간의 갈등이 하나씩 더해지며 '저승명부' 의 존재보다 과연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마무리 될 지 더 궁금하게 만든다. 권선징악으로 통쾌하게 끝나더라도 대립과 공조가 깔끔하게 마무리 되어야하고, 새드엔딩으로 슬프게 끝나게 된다면 후생으로의 여운을 남겨야 될 전개이기에 비슷한 두께의 2권엔 어떤 사건들이 담겨 있을 지 기대가 크다.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 원작 작가이자 드라마 작가인 저자는 <윤회비록>에서 인간의 선택을 화두로 던져놓는다. 운명이라는 어쩔 수 없는 정해진 틀 앞에서 '어떤 사람이','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잔뜩 몰입해서 읽게 만드는데 <윤회비록> 2권의 제목은 '천년의 언약'이다. 제목부터가 흥미유발이라 손이 먼저 2권을 향해 뻗어나간다. 몹시 궁금하다. 결말이.






자기가 언제 테어나고 죽는지, 전생은 무엇이었고 후생은 무엇일지!

다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고칠 수도 있지

내가 죽을 날짜를 고칠 수 있고,

또한 남이 죽을 날짜를 고칠 수 있으니,

이는 곧 죽음의 결정권을 가진 것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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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정원의 살인 한국추리문학선 22
황정은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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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안 개구리처럼 아파트 안 삶(인맥)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황정은 작가의 <개구리 정원의 살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세월의 나이테를 두껍게 다져온 사람도, 부유한 사람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사람도, 무탈한 가정을 가진 사람도 교와 포레스트 안에서는 그저 개구리였을 뿐이다. 그저 잠만 자는 장소로만 치부했더라면 덜 불행했을까. 삶을 꾸려가는 테두리로 여겼던 사람들이 망치고 싶지 않았던 대상이 아파트 안에서 자신의 사랑과 행복, 평화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개구리 정원의 살인>이라는 제목에서 '개구리 정원'은 그런 의미에서 '아파트'로 여겨졌다.

읽는 동안.


다소니 연못에 물을 넣어야 하나? 빼야 하나? 의 갈등으로 시작되었으나

이야기의 시작은 개구리 소리에 집착하는 주부 '이정화'의 고민으로 시작된다. 개구리 소리에 매력을 느껴 집을 계약했던 그녀였기에 2년 전 작은 사고로 연못의 물을 뺀 상황이 달가울 리 없었고 어떻게든 다시 연못에 물을 넣어 개구리 소리를 듣고 싶어하던 중이었다. 큰 소리를 내면서 적극적으로 나서기엔 성격이 너무 소심했고 스트레스를 잘 받는 타입이었던 그녀는 남편을 부추기는 동시에 새로 주민이 된 연예인의 영향력에 희망을 걸어보고 싶어졌다.

넓은 평수에 거주중인 김영은은 반대파다. 소음과 안전 그리고 벌레 등을 이유로 물이 빠진 상태의 연못을 지지하는 쪽이며 정화와 달리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이렇듯 단순히 연못에 물을 빼니~ 넣니~ 하는 문제로 시작되지만 이 연못은 결국 사건 현장이 되고 소설의 처음에 등장했던 '이정화'의 자살을 시작으로 아파트 주부들의 관심 대상이었던 남자 연예인의 죽음과 공공의 밉상이었던 노부인의 독살로 이어지며 아파트의 분위기는 싸늘해져 간다. 평화로워보였던 고급 아파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주민들 사이에 숨은 목격자와 살인자. 가려진 CCTV보다 더 많은 눈이 존재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침묵이 흐르는 아파트.

사기, 소문, 불륜, 질투...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담겨 있어 이야기의 양념이 다채로왔던 <개구리 정원의 살인>은 인간의 욕망과 얄팍한 인간관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동시에 생각지도 못한 반전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안전한 공간이, 믿었던 관계가 무너지는 시간

아파트는 선택여하에 따라 복잡할 수도 단순할 수도 있는 삶의 공간이다.

이웃집 혹은 같은 층에 누가 사는 지 모르고 사는 경우도 있고 친분과 인맥으로 얽히기도 쉬운 공간이기도 하다. 주택에 비해 쉽게 사람을 사귈 수도 있지만 또 얼굴을 모르는 타인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

밀집된 땅 위에 여러 세대가 거주하다보니 살아온 방식이나 성격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나이가 많아도 타인의 존경이 아닌 손가락질을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욕망에 쉽게 무너지는 사람, 거미줄처럼 이웃을 쫀쫀하게 옭아매어 나락으로 빠뜨리는 사람도 그 민낯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친절한 이웃의 얼굴을 하고 산다. 소설에 등장하는 범죄 자체는 최근 몇 년 간 읽었던 범죄 소설과 비교해보면 그리 잔혹하지 않았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꽤 많지만 헷갈리지 않을 정도로 잘 정리 되어 있고 인물들이 처한 상황 역시 모두 이해의 범위 속에 위치해 있다.

한마디로 쉽다. 하지만 묵직했다.

아파트를 폐쇄 무대로 설정해 두긴 했지만 넓게 펼쳐보면 아파트는 하나의 단체, 하나의 마을, 하나의 지역으로도 얼마든지 치환될 수 있는 장치여서 장소보다는 그 안에 담긴 사건과 사람관의 관계에 더 주목하게 된다. 결국 <개구리 정원의 살인>은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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