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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판사, 나쁜 판사
류기인 지음 / 펜타클 / 2026년 8월
평점 :
지난 주말을 어느 특별한 기록과 함께 보냈다.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류기인 부장판사가 쓴 <착한 판사, 나쁜 판사> 라는 제목의 에세이였다.
그는 단일 재판부 기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소년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판사이자
'걷기학교', 시집 <이제는 집으로 간다>, '북콘서트' 등의 행보를 보여준 특이한 판사다.
사실 요즘 뉴스는 좀처럼 좋은 소식을 전해주지 않는다.
소년 범죄, 솜방망이 처벌, 심신미약, 학교폭력, 촉법소년, 반성하지 않는 태도... 이렇게 이어진 다음 세대, 괜찮을까? 라는 걱정과 우려섞인 시선으로 세상을 저울질 하게 만들기도 한다. 모든 청소년에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뉴스를 접하는 순간만큼은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착한 판사, 나쁜 판사>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생각을 다듬게 돕는다.
우리는 아이가 저지른 행동만 보고 처분을 정하지 않는다
'어리다'로 끝나선 안되는 사건들이 있다. 하지만 쉽게 유혹에 흔들리는 아이들, 법정을 벗어나면 다시 똑같은 환경으로 돌아가야하는 아이들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은 채 2차, 3차 되돌아오는 아이들만 탓할 수 있을까. 환경이 불우하다고 해서 반드시 나쁜 선택을 하게 되는 건 아니다. 물론 잘못을 행한 아이들이다. 하지만 판사인 저자는 누군가의 남은 인생을 결정짓는 순간 '선처'하는 판결이 [반성]으로 돌아올지, [학습]으로 돌아올지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판결문 한 줄의 무게가 한 권의 에세이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인생에서 좋은 어른 한 명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나이가 되고 보니, 나는 그동안 주변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어떤 어른이었을지... 자연스레 반성의 시간이 찾아왔다.
누군가의 성장, 누군가의 성공담이 아닌 생각하게 만드는 에세이는 오랜만이었다.
읽는 속도는 더뎠으나 '좀 더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고픈 마음'을 일깨우기 좋은 책이었고, 몰랐던 지식도 일부 채워져 유익했다.

책의 서문에서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은 '균형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한 판사의 진심'이라는 표현을 썼다.
<착한 판사, 나쁜 판사>가 단순한 사건 기록이 아니라 재비행을 막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가장 적합한 방법이 무엇인가를 찾고자 애쓴 판사의 고뇌가 담겨 있어 무엇보다 감동스럽다. 나이를 떠나 범죄수법은 나날이 악랄해지고 사이코패스는 이제 너무나 흔한 것 같이 보여지지만 판결의 순간까지 고민하고 그 이후까지 살펴보는 법조인이 있어 아직은 '판사'라는 직업군이 AI로 대체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반성하지 않는 태도의 청소년들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시청할 때와는 달리.
아이를 쉽게 포기하지 않되, 잘못을 가볍게 넘기지도 않는 것
특히 "소년법정에서 내려지는 처분은, 아이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가볍든 무겁든, 그 처분 안에는 아이를 다시 사회로 돌려보내기 위한 목적이 담겨 있습니다." 라는 대목의 울림이 예전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벌을 받는 입장에선 중벌을 내리는 판사는 '나쁜 판사', 선처 판결을 내리는 판사는 '좋은 판사'로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선 반대가 된다. 가해자의 상황만 안타깝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책의 제목은 다중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저자인 류기인 판사가 바라는 아이들의 태도변화까지 더해져.

창원소년부에서 시작된 '걷기학교'에서 보여진 주된 변화는 '대화'와 '소통'이었다. 함께 걸으면서 한 올씩 풀려진 말들은 그 내용이 길지 않아도, 질문으로 점철되어도 변화의 시작같아 뭉클하기도 했다. 글로만 읽었는데도 그랬다. 법을 집행함에 있어 때로는 단호하게, 때로는 유통성을 발휘해서 판단해야할 때가 있을 것이다. 타인의 내일을 결정짓는 그 순간을 함부로 맡길 수 없기에 적어도 '판사'라는 직업군엔 남다른 사명감이 더해졌으면 했다.
가해자의 상황만 감안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상처까지 어우를수 있는 판결을 원할 때는 더욱 그런 마음이 들곤 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하다" 사과한 가해학생과 '우리만 아픈 것이 아니었다'는 마음을 담아 더 힘든 친구들을 위해 합의금을 기부하기로 결정한 피해학생과 그 부모의 일화는 아이 하나가 다시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의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고 있었다. 양쪽의 아이들이 다시 건강한 삶을 이어가기 위한 따뜻한 첫걸음처럼 여겨지기도 했고.

소년부 업무를 하면서 아이의 잘못이 먼저 보였다는 고백.
재판 한 번으로 아이의 삶이 달라지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현장의 소리를 책을 읽는 우리는 결코 가볍게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다. 법조항이 가득하지 않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한 권이지만 이 책은 판결의 무게를 견디면서 걸어온 한 법조인의 기록이자 좋은 어른으로 그 걸음을 디뎌온 사람의 지난 발자국이 담긴 이야기다.
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삶은 안전하다.
소년부 판사의 솔직한 이야기는 그 반대편에 서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지만(피해자든 가해자든) 좁은 대한민국에서 한 다리, 두 다리, 세 다리 건너면 결코 무관하지 않을 연결고리가 발견될 우리 모두의 사연 같아서 절대 가볍게 치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디캣서평단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