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
헬렌 듀런트 지음, 황성연 옮김 / 서사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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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내가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블랙과 핑크의 조합은 화려하다. "장례식"이라는 단어가 붙은 책 표지가 이렇게 화려해도 좋을까?


어쨌든 책의 첫인상은 우울하지 않았다. 음울하거나 잔혹한 분위기도 풍기지 않았다. 대신 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는 제목이 '살인 예고장'일지, '반전의 복선'일지 궁금해졌다. 생각해보면 내가 살면서 내 장례식에 초대받을 확률은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제목에서부터 단단히 낚여 수렁에 발 담그듯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영국의 범죄소설가인 헬렌 듀런트의 작품은 처음이다. 잉글랜드인 아버지와 스코틀랜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페나인 산맥의 어느 마을에서 자랐다고 하는데, 뭔가 고풍스러움이 잔뜩 묻어나는 로맨스 소설을 쓰기에도 좋을 지리적 조건 같았으나 소위 '김은숙 작가보다는 김은희 작가'타입인지 고향 마을들을 주요 무대로 범죄소설을 집필했다.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가 마을을 배경으로 한 '타우누스 시리즈'를 썼던 것처럼.

이미 51종의 범죄 스릴러 소설을 집필한 그녀의 필력은 단 한 권의 책 <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데, 까도까도 또 껍질을 발견하게 되는 양파처럼 몰입감과 재미의 강도가 쎈 작품이였다. 오히려 폭풍이 몰아치듯 읽고난 뒤 책장을 덮고 거품처럼 일어나는 의문들에 대한 답을 다시 찾기 위해 재벌읽기를 시도했을 정도로 여러 번 읽는다고 그 재미가 반감되는 소설도 아니었다.



장례식으로 시작해서 장례식으로 끝나는 이야기일까?


발신인 없이 도착한 이메일 한 통이 '덫'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면서도 가야했던 앨리스 앤더슨.


불어난 이자와 원금을 감당하지 못해 이름을 버리고 타인의 신분으로 살고 있던 앨리스는 이메일 한 통을 받고 자신의 장례식장에 참석하면서 지난 3년 동안 자신의 신분 또한 도용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누가 ? 왜 ? 앨리스 앤더슨이 되어 맥스와 타라 부부의 삶으로 스며들었던 것일까. 곧 그녀가 누구였는지 밝혀지지만 그녀가 살해된 이유와 범인의 존재가 궁금해지면서 이야기 전개에 따른 궁금증은 증폭되어 간다.


장례식에서 장례식으로 끝나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만 같은 소설의 내용은 고용주인 맥스와 타라 부부 외에도 외동딸 한나까지 의심하게 만들면서 1대 3의 구도가 되었다가 어느 순간엔 2대 2의 구도로 변하기도 했고 3대 1로 종결되나 싶은 시점에서 '앨리스의 엄마'라는 복병을 추가시켜 모두를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에 다다르기도 한다. 처음 가졌던 단순한 의문 "누가 초대장을 보낸 것일까?"는 해결되었지만 이야기를 손에서 놓지 못한 이유도 양파껍질 같은 스토리텔링의 결과물이다.


아니, 내 말 믿어요

당신이 아닌 건 그의 비밀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요 P384

만약 그녀의 대답이 '아니오'라면,

나는 이곳을 영원히 떠날 생각이다

뒤돌아보지 않고

하지만 만약 이사벨이 맥스가 여전히 이 끔찍한 거래에 깊이 빠져 있다고 말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나는 그를 멈추게 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안다

그건 또 다른 조사를 뜻했다 P384



찝한 마음이긴 해도 사건이 다 끝났다고 여겨질 무렵 이사벨이 마지막으로 던진 진실은 끔찍했다. 하지만 고민하고 흔들릴 정도로 앨리스가 정의로운 인간인가? 라는 의문이 마지막으로 남는다. 작가의 필력이라면 프리다 맥파든의 <하우스 메이드> 시리즈처럼 다음 이야기로 이어진다해도 이상할 게 없는 결말이긴 하지만.


처음 접한 작가 헬렌 듀런트의 소설은 '공포'보다는 '의문과 재미'에 집중할 수 있는 이야기여서 첫인상이 좋았다. 번역도 깔끔하고 읽기 편해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았고 과하지 않을 정도의 맛깔스러움이 더해져 역자의 이름을 되찾아보니 역시 여러 소설을 번역한 베테랑이었다. 이야기의 기본틀부터 번역, 책 디자인까지 3박자가 골고루 멋있는 소설 <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가 영상으로 옮겨진다면 가상 캐스팅에 어울릴 배우들은 누가 있을까? 즐거운 상상을 마지막으로 책과 이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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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 - 인생이 가벼워지는 15가지 불교 수업
토니 페르난도 지음, 강정선 옮김 / 윌마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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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인 정신과의사 '토니 페르난도'는 가톨릭신자였다가 불교의 길로 들어선 사람이다. '부처'를 불교를 창시한 성인이 아닌 인간의 마음을 해부한 최초의 심리학자로 본 그의 생각과 진료실에서 치료와 접목해 얻은 결과들이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라는 책 한 권에 담겨 출간 되었다.

책의 목차는 총 6부로 나뉘어 있고, 각각의 목차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들만 나열해보자면

1부 바른견해 : 왜 우리는 행복을 오해하는가

2부 삶을 먼저 정렬한다 : 무해하게 살기 / 친절하고 정직하게 말하라

3부 집착을 느슨하게

4부 내 마음이 가는 길 : 흔들릴 때 돌아오기 / 마음챙김 / 마음놓침

5부 단순하게 살기

6부 평안에 이르는 마지막 걸음

등이 기억에 남는다.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해방되기','나쁜 생각은 곱씹을수록 불어난다' 등 마음가짐을 바로 할 수 있는 실천적 문장부터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같은 심적여유를 허락하는 좋은 문장도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


'마음의 고통을 줄이는 실제적 방법' 평생 연구해 온 저자가 알려주는 인생이 가벼워지는 15가지 불교 수업은 유익했다. 스마트폰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편리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로인해 '마음놓침의 시대'를 살게 된 우리들에게 필요한 '마음챙김'의 실천법은 생각보다 간단하고 쉬웠다.

알아차리고 깨어 있기

너그럽게 받아들이기

친절과 자비로 응답하기

3요소 모두 난의도가 높은 수준이 아니어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단계지만 마음상태에 따라 그 실천이 어려울 뿐인 것이다. 특히 마음이 생각과 이야기나 발상에 매몰되어 소용돌이처럼 확산되는 과정인 '파판차'에 이르렀다면 이를 질병처럼 여기며 벗어나라고 따끔하게 충고한다. 개인적인 인간관계 속에서나 사회생활을 하는 가운데 우리는 파판차의 늪에 빠지는 일이 허다하다. 그때 떠올리게 된다면 얼른 정신차리고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로 꼭 기억해두기 위해 밑 줄을 진하게 그어본다.

소설은 아니지만 책은 후미에 약간의 반전을 곁들이고 있는데 불교 수행의 궁극적인 목표가 마음챙김이 아니라고 덧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챙김도 중요하지만 불교 수행의 목표는 고통의 소멸이라 밝히면서. 그러면서 저자는 5부와 6부에서 '느슨함의 지혜'와 '친절과 연민 그리고 명상'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읽기 전,

머리가 계속 바쁘고 걱정이 멈추지 않는 사람

화,폭식, 스마트폰처럼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충동이 힘든 사람

사람 때문에 지치고, 눈치보느라 마음이 닳은 사람

종교는 부담스럽지만, 마음을 다루는 방법은 꼭 필요한 사람

바쁘게 살고는 있지만 삶의 방향이 흐릿해진 사람


중 '종교는 부담스러우나 마음을 다루는 방법이 필요한 사람'에 해당된다고 생각해 탐독하게 된 책인데,좋은 처방전을 받은 것마냥 마음을 다스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고통이 마음의 습관이라는 것, 습관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생활할 수 있었고 스스로를 돌아보는데 따뜻한 시선과 여유를 더할 수 있어 좋았다.


우리는 절대로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이다

불안은 언제나 존재한다

모든 것이 완벽해보이는 순간에도, 결국에는 불안이 찾아온다

이것이 두카이다

p30 / 아잔 차(태국 스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은 유동적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말이다

세상에는 나와는 다른 생각과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이 80억 명이나 존재한다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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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정원의 살인 한국추리문학선 22
황정은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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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아파트 안 삶(인맥)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황정은 작가의 <개구리 정원의 살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세월의 나이테를 두껍게 다져온 사람도, 부유한 사람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사람도, 무탈한 가정을 가진 사람도 교와 포레스트 안에서는 그저 개구리였을 뿐이다. 그저 잠만 자는 장소로만 치부했더라면 덜 불행했을까. 삶을 꾸려가는 테두리로 여겼던 사람들이 망치고 싶지 않았던 대상이 아파트 안에서 자신의 사랑과 행복, 평화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개구리 정원의 살인>이라는 제목에서 '개구리 정원'은 그런 의미에서 '아파트'로 여겨졌다.

읽는 동안.


다소니 연못에 물을 넣어야 하나? 빼야 하나? 의 갈등으로 시작되었으나

이야기의 시작은 개구리 소리에 집착하는 주부 '이정화'의 고민으로 시작된다. 개구리 소리에 매력을 느껴 집을 계약했던 그녀였기에 2년 전 작은 사고로 연못의 물을 뺀 상황이 달가울 리 없었고 어떻게든 다시 연못에 물을 넣어 개구리 소리를 듣고 싶어하던 중이었다. 큰 소리를 내면서 적극적으로 나서기엔 성격이 너무 소심했고 스트레스를 잘 받는 타입이었던 그녀는 남편을 부추기는 동시에 새로 주민이 된 연예인의 영향력에 희망을 걸어보고 싶어졌다.

넓은 평수에 거주중인 김영은은 반대파다. 소음과 안전 그리고 벌레 등을 이유로 물이 빠진 상태의 연못을 지지하는 쪽이며 정화와 달리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이렇듯 단순히 연못에 물을 빼니~ 넣니~ 하는 문제로 시작되지만 이 연못은 결국 사건 현장이 되고 소설의 처음에 등장했던 '이정화'의 자살을 시작으로 아파트 주부들의 관심 대상이었던 남자 연예인의 죽음과 공공의 밉상이었던 노부인의 독살로 이어지며 아파트의 분위기는 싸늘해져 간다. 평화로워보였던 고급 아파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주민들 사이에 숨은 목격자와 살인자. 가려진 CCTV보다 더 많은 눈이 존재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침묵이 흐르는 아파트.

사기, 소문, 불륜, 질투...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담겨 있어 이야기의 양념이 다채로왔던 <개구리 정원의 살인>은 인간의 욕망과 얄팍한 인간관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동시에 생각지도 못한 반전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안전한 공간이, 믿었던 관계가 무너지는 시간

아파트는 선택여하에 따라 복잡할 수도 단순할 수도 있는 삶의 공간이다.

이웃집 혹은 같은 층에 누가 사는 지 모르고 사는 경우도 있고 친분과 인맥으로 얽히기도 쉬운 공간이기도 하다. 주택에 비해 쉽게 사람을 사귈 수도 있지만 또 얼굴을 모르는 타인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

밀집된 땅 위에 여러 세대가 거주하다보니 살아온 방식이나 성격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나이가 많아도 타인의 존경이 아닌 손가락질을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욕망에 쉽게 무너지는 사람, 거미줄처럼 이웃을 쫀쫀하게 옭아매어 나락으로 빠뜨리는 사람도 그 민낯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친절한 이웃의 얼굴을 하고 산다. 소설에 등장하는 범죄 자체는 최근 몇 년 간 읽었던 범죄 소설과 비교해보면 그리 잔혹하지 않았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꽤 많지만 헷갈리지 않을 정도로 잘 정리 되어 있고 인물들이 처한 상황 역시 모두 이해의 범위 속에 위치해 있다.

한마디로 쉽다. 하지만 묵직했다.

아파트를 폐쇄 무대로 설정해 두긴 했지만 넓게 펼쳐보면 아파트는 하나의 단체, 하나의 마을, 하나의 지역으로도 얼마든지 치환될 수 있는 장치여서 장소보다는 그 안에 담긴 사건과 사람관의 관계에 더 주목하게 된다. 결국 <개구리 정원의 살인>은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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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호랑이 전설 대모험 100 - 전국 16개 광역 호랑이 탐험기
강효백 지음 / 좋은땅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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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전국 16개 광역에서 모은 100편의 호랑이 이야기는 '전설의 고향'처럼 읽히는 재미난 옛 이야기다. 그와 더불어 짧막짧막하게 신문에 실린 호랑이 기사까지 더해져 "예전엔 정말 호랑이가 많았구나!" 라며 감탄 아닌 감탄을 내뱉게 된다. 이 많은 호랑이들 다 어디로 갔을까? 일제가 멸종시킨 한국 호랑이 사냥의 역시적 배경은 살짝 접어두고 여전히 우리의 가슴 속에 살아있는 호랑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때로는 '무서운 존재'로, 때로는 '수호자이자 친구'였던 시절에 남겨진 전설&민화를 떠올리며 전국팔도로 '호랑이 이야기'를 떠나보자.

● 교활한 토끼와 어리석은 호랑이 이야기 : 우화

● 어머니를 위해 호랑이가 된 효자 이야기 : 감동

● 남편을 살리기 위해 호랑이에게 돌진한 아내 이야기 : 로맨스

● 심술 부리는 호랑이를 물리친 지혜로운 팥죽 할머니 이야기 : 동화

● 남편을 살리기 위해 서광사에서 백일기도를 올린 아내 이야기 : 이별




이야기 속 호랑이의 모습은 다양했다.

사람을 지키는가 하면 잡아먹기도 했고 장난을 걸거나 해코지를 일삼기도 했다. 영험한 존재였다가 어리석은 존재로 등장하기도 했고 사람을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짐승이었다가 효/충/의를 아는 영물로 묘사되기도 했다. 먼 곳의 모르는 장소에서 구전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호암산, 문경새재, 흑석동,영덕, 화순, 진도 등 익숙한 지명에 얽힌 전설이라 더 흥미롭게 읽힌다.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내용도 있지만 반대로 뉴스 기사 중에는 '새끼 호랑이를 잡아다 구경 삼은 소식'이나 '빼앗긴 새끼를 찾아 민가로 내려왔다가 죽임을 당한 호랑이 소식'도 실려 있어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서울, 인천, 경기, 강원,경상,전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세종에 이르기까지... 제주만 제외하고 거의 전국에 이토록 많은 호랑이 민담과 전설이 전해진다니 대체 옛날 호랑이는 얼마나 많이 살고 있었던 걸까.

2025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호랑이 더피 캐릭터나 동화나 민화 속 호랑이 모습에 익숙해서 맹수라는 걸 잊고 살았는데, 그 친숙한 귀여움 속에 잊혀진 용맹함과 잔혹함(?)도 슬쩍 엿볼 수 있었던 책 <한국 호랑이 전설대모험100>. 많은 이야기만큼이나 흔했던 호랑이를 볼 수 없게 된 것은 아쉽지만 좋든 나쁘든 선조들의 삶과 밀접했던 호랑이 이야기만큼은 사라지지 않고 대대로 전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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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고 말해 줄래?
하미라 지음 / 좋은땅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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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문학나눔 도서 에세이 부문에 선정된 <식탁 위의 작가>가 쓴 <괜찮다고 말해 줄래?>'다정한 한마디가 필요했던 당신에게'라는 표현이 붙여져 있다.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까지 내게 늘 "괜찮아"라고 말해준 친구가 있어 그 힘든 세월을 버텨냈듯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알아주는 위로로 남을 효담 하미라 작가의 에세이 한 권.

그 시절, 고마웠던 친구를 떠올리며 선선한 가을 어느 날 책을 펼쳐 들었다.


*목차소개 *


무너짐 : 마음이 처음 부서진 순간들

가면 : 괜찮은 척이 익숙해질 무렵

울림 : 감춰 둔 감정이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

직면 : 처음으로 내 마음을 들여다본 순간

비교 : 나와 타인 사이의 거리

틈 : 닫힌 마음 사이로 스며든 작은 변화

허용 :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

연결 : 누군가의 온기가 닿았을 때

회복 : 다시 걷는 마음, 다시 살아나는 감정들

믿음 : 이제는 나를 믿기로 한 마음



총 10개의 목차가 심리도서의 용어들처럼 줄줄이 이어져 설명형식으로 쓰여졌을거라 예상했지만 책은 시의 형식을 빌어 마음을 다독인다.

단어의 나열이 간결하고 내용이 짧아 심정을 이해하기 쉬웠으며 어려운 구절이 없어 그저 편하게 읽어나가면 된다.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결국 공감하고 내 마음에 갖다 대여보는 일.

책을 읽으면서의 감정변화는 이처럼 쉽게 일렁인다.

미안하다는 말은

상처를 꿰매 주지 못한다

그래서 미안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자꾸 더 외로워졌다 P24

그때 알았다

말이 식으면 관계도 식는다는 걸

그건 눈에 띄지 않게

천천히 무너진다는 것도 P29

그저 내 마음에

조용히 귀 기울여 주는 사람,

그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P169

시처럼 짧게 쓰여진 일기 같은 에세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거리, 온도에 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만드는 글들.

책의 내용 중에 모든 관계는 말보다 마음이 먼저 닿는 순간이 있다는 대목에 가장 와 닿았다.

긍정적인 의미이든, 부정적인 의미이든 이 말에 100% 공감가는 순간들이 폭주하는 기차처럼 기억의 정거장을 거쳐 내게로 와 닿았다. 읽는 그 순간.

계속 다이어트에 몰두해 있고, 일찍 결혼해서 아들이 둘인 엄마이자 작가, 반려견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는 사람, 책만 보면 그녀는 소심한 사람 같지만 이력을 보면 또 상당히 적극적인 인물처럼도 보인다. 글을 쓰고 강의를 하며 문화콘텐츠기획사도 운영중인 작가.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상대가 드러내는 내면이 다른 것처럼 살면서 타인의 겉 껍질만 보고 그의 속마음까지 판단했던 경우는 없었을까? 반성해 본다.

<괜찮다고 말해 줄래?>는 감정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내용과 타인을 이해하고자하는 배려심을 일게 하는 2가지 반응을 이끌어낸 책이라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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