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제왕의 생애 (양장)
쑤퉁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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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대체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의 왕인지 궁금해졌다. <나, 제왕의 생애> 속 왕은.

열네 살에 왕위에 오른 단백이라는 소년. 하지만 가상의 왕인듯 그가 어느 시대 몇대 왕인지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제왕'이라는 직책이 권력의 1인자라는 허울 좋은 편견은 벗어버리게 만들기 좋은 소설이었으며 '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니듯 '그만두고 싶다'고 그만 둘 수 있는 것도 아님을 실감케 만드는 소설이 바로 쑤퉁이 쓴  <나, 제왕의 생애>였다.

 

그래서였을까.

작가는 소설의 앞머리에 '역사소설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당부를 덧붙여두었다. 구체적인 연대를 모호하게 한 대신 고증의 부담에서 벗어나 궁궝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쓰고자 했을 작가의 당부에 유념하며 넘긴 첫장에서 마주친 것은 죽음이었다.

 

p11  부왕께서 승하하신 날 새벽에는 서리가 내렸고, 깨진 노른자 같은 태양은 ....

 

으로 시작되는 소설 속에서 공자였던 그는 아비를 미워했던 아들이었다. "...으니, 섭국의 재난이 닥치겠구나"를 입버릇처럼 말하는 소년은 소심한듯 하면서도 날카롭게 주변을 관찰하는 관찰자였다. 선왕의 유지를 거스르고 자신을 왕으로 선택했으나 사랑하지 않았던 할머님 황보부인의 말투와 옷차림, 맹목적인 애정의 관계는 아니었던 어머니 맹부인의 행동들,,,,궁중내 권력과 암투 그리고 여인들의 시기심과 질투에 이르기까지...그는 결코 둔한 남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용감하게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는 남자도 아니었기에 <나, 제왕의 생애>는 절여놓은 숨죽은 배추를 바라보듯 관망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안타까움도 분노노 독자의 것이 아니었다. 감정이입이라는 '선택'대신 독자를 연극의 관객처럼 '몰입&관망'하게 만드는 방법을 택한 것은 작가의 계산에 의한 것이었을까. 앞서 읽었던 <측천무후>에서도 편안하게 읽혔던 필체는 번역자가 달라져도 동일했다. 이는 결국 작가의 문체라는 말인데, 단 두 권을 읽고서 한 작가의 모든 것을 파악했다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쑤퉁의 소설은 복잡한 것을 가장 쉽게 풀어내는 풀이법처럼 쓰여져 편하게 읽힌다. 그래서 작가의 다음 소설을 또 한 권 더 찾아볼까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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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천무후
쑤퉁 지음, 김재영 옮김 / 비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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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측천무후]는 여러 작가의 글로 봐왔다. 역사적 인물이고 배경과 사건이 비슷비슷해 소설도 비슷할 것이 분명한데 왜 한 인물에 대한 소설을 작가별로 보냐고 물어보던 친구가 있었다. 같은 소설을 두고 다른 번역본을 찾아보는 것과 같은 이치였지만 아무리 설명해도 그녀는 이해하지 못했다. 생각의 차이였으므로.

 

한 인물을 두고 한 사람의 입으로만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판단한 사람에 대한 검증은 물론 그가 모든 사람을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이라고 해도 한 인물에 대해서는 감정이입이나 설익은 판단을 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급적 직접 겪지 않고서는 사람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는 편이며 언제나 상대방과 나의 관계는 1:1의 방식이 그를 판단하기 가장 적합한 형태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있을 수 없으므로.

 

인상깊었던 영화인 <홍등>의 원작소설인 <처첩성군>을 쓴 작가 쑤퉁이 바라본 측천무후는 어떤 여인이었을까. 제왕의 모습보다는 여인의 모습으로 그려졌으나 희노애락의 감정이 짙지 않았던 <측천무후>는 깔끔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탕국을 마신 후의 느낌이랄까. 구구절절 설명하려들지도 않았고 억울함이나 분함이 하늘을 찌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담담했을까. 구중 궁궐의 치정을 역사드라마에서처럼 치열하게 물고 늘어지지 않았을 뿐, 소설은 빠르게 돌려지는 영화처럼 무서운 속도감을 붙여 읽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미 다 아는 전개였다. 무미랑이 선제의 하룻밤 여자였다가 절에 비구니 승으로 가게 되고 아들의 여인이 되어 궁에 입성하는 스토리와 추후 황후의 자리에 올라 섭정하면서 언니와 자신의 아들까지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이야기는...권력이 그리 만들었는지 ..... 원래부터 이런 여인이라 권력의 중심에 들 수 있었는지...닭과 알처럼 판단이 어려운 그녀의 일생을 다시 한번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스토리보다 인간이 살아낸 삶의 스토리가 더 드라마틱했다.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측천무후 같은 인물이.

후에는 없을 것만 같은 여인의 삶을 살다간 그녀는 대단했다. 열네 살에 입궁해서 성인들도 하루가 다르게 죽어나가는 궁에서 살아남아 최고의 권력자가 되었으니....비범함을 타고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도덕적인 잣대는 빼고 보자면.

 

쑤퉁의 다른 책 <나, 제왕의 생이>를 옆에 두고 있는데 역사 소설 외에도 그가 쓴 현대소설이 있는지 한 번 찾아봐야겠다. 문득 궁금해졌다. 다른 번역가의 손을 탄 소설들은 어떠한지. 특히 현대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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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바이러스
티보어 로데 지음, 박여명 옮김 / 북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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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설명할 수 있을까. 느낌을 분석하고 숫자와 문자로 풀어내는 것이 옳은 일일까. 미술관람이 더이상 즐겁지 않아진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서 작품을 보러 갈 일들이 생겨도 가급적 사전지식 없이 다녀오려 한다. 그 어떤 편견 없이 느껴지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해.

 

과장의 범위를 약간 넓혀 말하자면, 세 살 아이도 알만한 작품인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두고 나는 단 한번도 아름답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황금비율, 자연스러운 미소, 신비스러움...등등은 다 학습으로 주입된 아름다움이었을뿐이다. 그래서 역으로 <모나리자 바이러스>를 읽으면서 그 매력점을 찾아보고자 했다. 하지만 보기좋게 뒤통수를 맞고 말았다.

 

 

p165  모든 사건에 연결고리가 있어요

 

 

미스 아메리카 후보들이 납치/실종되고 실험당했다. 벌들이 떼죽음을 당하기 시작했고 건물 연쇄 폭탄 테러에, <모나리자 바이러스>라고 불리는 컴퓨터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감염시키는 가운데, 헬렌 모건의 딸이 사라졌다. 정신병원에서.

 

모델로 화려한 삶을 살던 헬렌은 사진작가의 아이를 가지면서 추락했고 업계를 떠나 전혀 다른 분야로 옮겨와 다시 성공했다. 다만 열 여섯의 매들린이 거식증으로 인해 정신병원에 기거하고 있는 것만 빼면. 신경미학자인 그녀에게 접근한 파벨 바이시라는 남자는 딸 매들린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자신들의 일을 돕도록 협박했는데, 1990년대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으로 부를 얻은 남자가 무엇 때문에 소녀를 납치하면서까지 그 엄마를 미술도난의 주범으로 만들려고 했는지는 <모자리자 바이러스>를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읽어야만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 속 액자 구성으로 등장하는 과거 피렌체에서는 로 스트라니에로와 살라이, 다빈치가 그림을 완성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말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리면서 사람을 재료로 이용했을까. 가장 아름답게 여겨진다는 황금비율의 환상은 실제일까. 이 모든 혼돈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 것인가. 댄 브라운과 견주어지고 있는 작가 티보어 로데의 <모나리자 바이러스>는 많은 생각의 교차점을 만들어준 소설이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글을 뛰어넘어 영화라는 영상으로 눈앞에 펼쳐진다면 더 근사할 것 같은 상상 또한 심어주었다. 몇 년 뒤 영화로 다시 접할 수 있을까. 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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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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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내...10년 동안 잊지 못했던 남자잖아..."

 

라고 독촉하고 있었다. 어느새.

그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그녀가 기억해내길 바랬다. 하지만 사실 시작부터 불길한 조짐은 눈치채고 있었고 누가 죽고 누가 범인일지 짐작도 갔다. 하지만 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안타까웠을 뿐. 그토록 잊지 못해 몸부림쳤던 남자라면 `10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먼저 연락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적어도 누군가의 입을 통해서 그의 소식을 듣게 된다든지...!

또한 10년이나 연락을 끊고 살았던 친구라면 갑자기 날아온 싱글 파티 초대를 거절해도 좋지 않았을까. 타인의 시선은 어차피 상관없는 것이었을 것이고. 덫일 줄 알면서 끌려들어가는 모양새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말았다.

 

하지만 소설이어서 그랬을 뿐 만약 실제였다면 어리석은 선택을 타박하기 앞서 선택 후 결과를 책임져야할 사람은 너 자신이라는 주지시켜주었을 거다. 감정에 충실하라면서. 하지만 소설이기에 이 불길한 기운이 찝찝했고 예상되는 시나리오로 흘러가는 소설에 한숨이 지어졌다. 그만.

 

노라는 10년 전 친구들 사이에서 '리'라고 불렸다. 단 한 사람 제임스만 빼고. 연인이었던 제임스는 그녀를 '리오'라고 불렀고 오해로 헤어지고 나서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으나 여전히 그의 목소리, 그가 불렀던 호칭이 그리웠던 노라는 이메일 초대에 응할 수 밖에 없었다. 모든 삶이 연기인 클레어와 결혼할 남자가 제임스라는 것도 모른채. 당황하면 말을 더듬곤 하던 수줍은 소녀 '리'는 사라졌고 성공한 소설가인 '노라'로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했는데 그 모든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온듯 노라는 이곳에서 '리'가 되고 말았다.

 

갓난 아이가 걱정되어 금새 돌아가버린 동창이 떠날 때 그녀도 같이 나섰어야만 했다. 그랬다면 덫에 걸리지 않았을텐데.....! 남들의 입방아를 걱정하다가 그만 타이밍을 놓쳤고 제임스를 죽인 범인으로 낙인찍혀버렸던 것이다. 병원에 누워 노라는 계속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모든 정황들이 그리고 증거들이 노라를 가리키고 있었고 그녀는 곧 체포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누가 노라를 위험에 빠지게 만든 것일까. 누가 공포탄과 실탄을 바꿔치기했던 것일까.

 

전화도 문자도 되지 않는 외딴 집에서 일어난 사건은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호의를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에 대한 경계와 주의가 왜 어리석은 일이 아닌지를 깨닫게 만든다. 도심에 살든 시골에 살든 섬에 살든....안다고 생각하며 산 사람이든, 새로운 사람이든 간에 '사람'이 가장 무섭다. 요즘같은 세상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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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위해 산다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선해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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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더개스트 시리즈를 눈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엉뚱하게도 더글라스 프레스턴과 링컨 차일드 콤비는 새로운 주인공을 앞세운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었다. (대체 언제쯤 읽어볼 수 있는게냐?? 펜더개스트 다음 권은.....)

 

같은 이유로 시리즈의 다음 권을 기다리고 있는 작가 제프리 디버의 경우, 개인적으로 <캐스린 댄스 시리즈>가 <링컨 라임 시리즈>보다 재미가 덜해서 후자의 번역본이 나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더글라스 콤비도 <펜더개스트 시리즈>와 <기드온 크루 시리즈>를 번갈아 집필할 모양인데, 잘 모르겠다. 어느쪽을 더 기다리게될지.....! 재미면에서는 우열을 따질 수 없을만큼 둘 다 굉장했으므로.

 

다만 펜더개스트의 시리즈는 셜록 홈즈만큼이나 매력적인 캐릭터가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풀어나간다면 <죽기 위해 산다>의 기드온 크루는 캐릭터의 매력보다는 스토리의 매력점이 더 크다. 도입부부터 갈등은 크게 터진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브루스 웨인이 부모님이 살해당하는 과거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통속에서 허우적대다가 히어로로 거듭나는 것처럼 기드온 크루 역시 아버지가 모함받아 억울하게 사사 당한 것을 알게 되면서 복수(어머니의 유언)를 위해 10년이라는 준비기간을 보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는 멋지게 성공했다. 다만 복수의 성공이 폭풍우를 몰고왔다는 점만 빼곤.

 

이펙티브 엔지니어링 솔루션(EES)에서 그에게 제시한 금액은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요청 사항 역시 첩보전을 방불케할만큼 전문 요원의 손길을 요하는 일이었다. 그런 중요한 일을 그들은 기드온 박사에게 맡겼던 것이다. 홀로. 그것도 아무런 지원사격없이. 왜?

 

말로야 '너는 할 수 있다'라고 쉽게 내뱉을 수 있지만 이는 국가를 너머 세계의 대혼란을 야기시킬수도 있는 중요한 사안이었는데 FBI, CIA를 제쳐두고 그를 선택했다. 당신은 이제 1년도 채 살 수 없소 라고  기드온 앞에 건강차트를 내밀면서. 믿어야 좋을까? 대체 어디까지?

 

황당한 사건을 의뢰받은 기드온은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죽기 전에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사용할 것인가. 애국심이 강한 국민도 아니면서.....! 이해가 100% 되는 건 아니었지만 소설 속 기드온은 의뢰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최첨단 신무기의 설계도를 반입했다는 중국인 마크 우를 찾아나섰다. 그러나 죽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우가 남긴 암호를 푸는 과정에서 전문 킬러와 대치하게 되고 1년후가 아닌 당장 죽게될 운명에 처해졌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제임스 본드도 아니고 킹스맨도 아닌 남자 기드온의 활약은 그의 시한부 선고도 잊게 만들었다. 이야기의 재미는 거침없이 몰아치는 파도처럼 마지막 장을 향해 내달리게 만들었고 결국엔 2권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아, 제발 어느 쪽이건간에 얼른 만나보고 싶다. 기드온 크루 2권이건 펜더개스트의 다음권이건 간에-.

이 콤비 너무 잘 쓰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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