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시력 매드 픽션 클럽
카린 포숨 지음, 박현주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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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소설 작가 중 일본작가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고, 미국 작가 역시 다섯 손가락 안에 꼽게 되는데 북유럽 작가들은 다섯 손가락을 넘어섰다. 벌써! 그 읽은 기간을 놓고보자면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장르 작가들을 놓고보자면 북유럽 작가들에 대한 관심은 국지적이다. 장르소설(크라임 소설)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 읽게 된 또 다른 북유럽 작가인 '카린 포숨'. 노르웨이 출생의 이 작가는 처음에는 시인으로 등단했다가 <이브의 눈>이라는 범죄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광인의 집>,<검은 시간>,<돌아보지 마>등을 집필해온 작가였다. 첫인상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야간시력>을 읽으면서 그간 읽었던 작가들과 약간 다른 느낌을 받긴 했지만.

 

 

묘사력이 뛰어나고 몰입도가 최고였던 다른 북유럽 작가들의 작품에 비해 카린 포숨의 작품은 숨고를 시간을 던져주는 소설이었다. 다시 말해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에 딴 생각이 끼여들 여지를 많이 허락한다는 거다. '우리는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는 작가의 출사표는 정답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가 평인으로 살아가는 건 '정상인의 범주'가 아닌 지극히 당연한 선택이다. 단 한번도 살인자로 살아야지, 사람을 토막토막내보고 싶다. 는 생각을 떠올려본 적이 없다.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그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이상하고 자연스럽지가 않다. 그래서 간호사로 일하며 사람들을 묵묵히 관찰하는 남자가 처음부터 이상스레 느껴졌다.

 

 

그는 11년간 간호사로 근무하며 환자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지켜봐왔다. 조용하고 소심하고 과묵한 그를 주목한 이웃들은 없었다. 일상생활에서 이런 사람들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도 그런 남자였다. 하지만 그는 마음 속에 다른 마음을 품고 산다. '내게 여자만 있다면!'이라는 그의 마음 속 외침이 더이상 참지 못할만큼 징그럽게 들릴 무렵,  어이없게도 <지옥에서 온 간호사>라는 타이틀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다. 소심한 관찰자였던 릭토르라는 남자의 고독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요양원 환자들을 괴롭히면서 희열을 느끼고 생명이 위험한 사람을 눈 앞에서보고도 외면하는 일은 그가 그저 고독한 남자로 사는 것이 아닌 일반적이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예로 보여진다.

 

 

보통의 범죄 소설 속 범인들에게 악인이 되는 사연들이 존재했던 것과 달리 릭토르는 그냥 그렇게 태어난 인물이라는 점이 더 치떨이게 만든다. 소위 '패스'라고 불리는 유형들의 시선에서 일상을 바라보면 이렇게 보인단 말인가. 마치 일그러진 만화경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어지럽다. 자꾸만.



책 속 주인공일 뿐인데 이해력에 한계치가 느껴진다. 그래서 절망스러웠다.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이러할까. 몇 권 더 살펴보고 작가의 소설에 팬이 될지 안티가 될 지 결정해야겠다. 물론 안티라고 해도 관심을 끊겠다 정도의 소심한 독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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