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서점 북두당
우쓰기 겐타로 지음, 이유라 옮김 / 나무의마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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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일본 판타지소설 대상 수상작

고양이서점 북두당

아홉 번의 생이 주어지는 묘생 중 유명한 작가와 함께 살았던 고양이들이 모여드는 곳, 북두당.

마지막까지 이름을 갖지 못한 채 아홉 번째의 삶에 들어선 까만 아기 고양이를 '마녀'라 알려진 서점주인은 "쿠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쿠로에게도 불리고 싶은 이름이 있었다. 세 번째 묘연이었던 남자의 이름을 따 '긴노스케'를 진명으로 삼았던 것.

그가 만난 나쓰메 긴노스키가 추후 '나쓰메 소세키'로 불리게 된 배경에도 쿠로의 역할은 지대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모델이 쿠로였던 것. 입이 험하고 사람을 대하는데 서툴렀던 사람을 쿠로는 묘생내내 그리워하고 있었다. 가장 평온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함께 했던 사람을.

독특한 소재, 멋진 상상력으로 <고양이서점, 북두당>을 집필한 작가 우쓰기 겐타로의 수상경력은 특이했다. 2024년 일본 탄타지소설 대상을 수상한 이 작품 이전에는 2020년 <숲이 부른다>로 제 2회 가장 무서운 공포소설 대상을 수상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공포소설을 썼던 작가가 4년 뒤 판타지 소설로 또 대상을 탈 확률은 대체 몇 %쯤 될까.






저주를 받아 평생 '북두당'에서 벗어날 수 없는 서점주인과 각자의 사연을 안고 서점에서 살게 된 고양이 루루, 키누, 카아, 치비, 지이노. 그 속에서 17살이 될때까지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쿠로의 과거와 함께 교차되면서 소설은 멈출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소설가가 되고 싶었으나 가정형편과 가족의 반대로 인해 그 꿈을 접었던 소녀 마도카의 꿈을 어느 새 응원하게 되면서 인간을 믿지 않았던 고양이의 마음도 서서히 녹아가는 듯 했다.

검은 고양이 집사여서 더 애틋했던 주인공 '쿠로'.

쿠로는 꼭 램프의 요정 지니 같았다. 처음에는 간절하게 구해줄 사람을 기다리다가 나중에는 꺼내주는 놈을 해코지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지니처럼 홀로 외로움을 견디면서 마음의 탑을 쌓아갔던 작은 고양이의 반복되는 삶. 길고양이들의 삶이 녹록치 않듯이 쿠로에게도 삶이 잔인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 쿠로는 자신의 안녕 대신 기타호시의 구원을 택했다. 신과 대면하며 저주를 무너뜨리는 선택을 한 것. 열 번째 삶은 사라졌지만 나는 작가의 고양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삶을 마무리한 고양이, 쿠로. 감동은 그 변화 속에 담겨 있었다.


소설 속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고양이와 마주하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여러 작가의 삶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책과 고양이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내용이다. 읽는 내내 열세 살이 된 올블랙 고양이의 등을 쓸어주다 문득 든 생각은 '나는 과연 이 녀석의 몇 번째 묘연일까?'라는 의문. 몇 번째 만난 사람이건 이 삶이 녀석에게 행복하게 기억되는 삶이기를 바라면서 책을 서가에 꽂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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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의 비밀 서사원 고학년 동화 2
무라카미 마사후미 지음, 카시와이 그림, 심수경 옮김 / 서사원주니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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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무라카미 마사후미의 <<그 아이의 비밀>>은 동시에 2개의 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제 2회 프뢰벨관 이야기 신인문학상 대상, 제 49회 아동문예 신인상.


내용이 크게 길지 않고 어려운 부분없이 술술 잘 읽히는 <<그 아이의 비밀>>을 읽어보면

왜 동시수상을 하게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뭉클함도 따뜻함도 소설 속에 녹아 책을 읽는동안 기분좋은 시간을 보내게 되니까요.

살면서 진심으로 누군가를 응원해 본 순간들이 얼마나 될까요.

비록 소설 속 주인공들이지만 상황을 마주하고 사연이 풀어지면서

어느새 이들을 응원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과거의 사건으로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된 사요코는

오직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상상친구(Imaginary friend)인 검은 고양이와 마음을 나누고 있어요.

검은 고양이의 존재는 사요코의 특 A급 비밀입니다.

사요코와 친해지고 싶어 몰래 배려심 깊은 행동들을 해왔던 유카.

사실 유카에게도 비밀이 있어요. 독서광인 오빠는 등교를 거부한 채 은둔형 외톨이로 살고 있죠.

전학생 아쿠루의 비밀도 만만치 않아요.

부모님의 이혼 후 외가에서 지내게 된 아쿠루는 씩씩하게 생활하며 전학 온 학교에서도 많은 친구들을 사귀지만 이것은 아쿠루의 비밀 능력 덕분이기도 하죠.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 이 비밀스러운 능력을 사요코가 잃어버린 친구, 검은 고양이를 찾는데 사용하며 둘은 친구가 됩니다.


<<그 아이의 비밀>>에서 결국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고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은 그 존재를 증명하지 못한다는 구절이 등장합니다. 맞는 말이긴한데,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해서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최근 본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가 전하는 울림과 감동도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느껴지는 것들이지만 인생 속에서 존재하는 마음들이었지요. 실존이 기준이 아닌 마음을 기준으로 둔다면 존재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올블랙 고양이 자매의 집사로서 일러스트레이터 '카시와이'의 아름다운 그림 역시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책 표지부터 마치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거든요. 동화 속 내용도 글로 쓰여졌지만 영상으로 머릿 속에 그려질만큼 자연스럽구요.

세상에서 제일 만들기 쉬운 존재 같으면서 가장 어려운 존재인 '친구 만들기'.

<<그 아이의 비밀>>에서는 봄날의 흩날리는 꽃잎들처럼 아름답게 어우러져 추천하게 됩니다. 읽어보아~~라고.





사라졌다고해서 아예 없어진 건 아니야

몸이 사라진 대신 마음이 늘 가까이에 있지

네가 기억하는 한, 영원히 함께 P156

네 정체성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그 마음을 소중히 여겨 주는 거야 P258

눈에 보여야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눈에 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존재한다고 하기도 어렵다

아무리 내게 마음을 보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그 능력으로는 느낄 수만 있을 뿐,

그 대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도무지 증명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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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 미친 반전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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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 라는 제목만으로는 자연재해 내지는 지구 종말의 내용을 떠올리기 쉽다. 구약성서 창세기 6장 구절까지 덧붙여져 더더욱 신의 판결이 예상되었지만 작가 유키 하루오의 세 번째 작품인 방주는 김전일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밀실살인에 가깝다.

누구가 한 명을 희생하지 않으면 이 <방주>에서 탈출할 수 없다

누가 희생양이 될 것인가?

그야 물론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어야 한다 P87

대학 등산 동아리 모임의 여섯과 화자인 고시노 슈이치의 사촌 형 시노다 쇼타로를 포함한 총 7명이 니시무라 유야가 본 건축물을 확인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방주라고 해서 산 꼭대기에 큰 배가 건조되어 있을 것으로 상상했으나 건축물은 휴대폰 기지국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험준한 산에 둘러싸인 땅 아래에 위치하고 있었다. 입구는 맨홀 뚜껑처럼 생긴 덮개와 반대편의 비상구 둘 뿐이고, 넓은 면적의 지하 3층 구조물이었다.

폐쇄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들어갈 수 없을 것만 같은 방주로 그들이 들어가고 뒤이어 야자키 가족 셋이 추가된 후 입구는 봉쇄된다. 이제 유일한 탈출구는 물에 잠긴 지하 3층을 지나야하는 비상구 한 곳 뿐. 이마저도 닻감개를 돌려 바위를 떨어뜨려야 내려갈 수 있는데 이 행위를 위해 한 사람이 반드시 방주 속에 남겨지게 된다. 누가 남아야할까.


방주는 무엇을 하던 공간일까.

왜 방주가 필요했던 것일까. 초반의 궁금증을 잊을 정도로 방주의 구조는 이상했다. 물이 차오를 것을 예상한 것인지 스쿠버다이빙 장비들이 있고 뜬금없는 고문실도 등장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도 있어 허기를 면할 수 있게 만드는데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정기적으로 누군가가 오가는 곳이라면 조만간 구조될 희망도 품어보겠지만 갇힌 사람들은 구조의 희망보다는 탈출방법을 모색한다. 그리고 방주 속에서 사람들이 살해되기 시작한다. 그들 중 살인자가 있다. 밀실에서 또 살해위협 속에서 어서 탈출해야만 한다.


살인이라는 행위를 제쳐놓는다면,

범인은 기묘한 짓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현장을 밀실로 만든 것도 아니고,

피해자의 옷을 가지고 가거나 가구와 물건을 전부 위아래 반대로 뒤집어놓지도 않았다

보통은 하지 않을 뭔가를 한 흔적이 남아 있다면 그게 단서가 되겠지만,

수수께끼가 없으면 풀어낼 방도가 없다 p106

우리는 그 사람이 살인범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마음을 품은 채 강제로 바위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떠맡겨야 한다

그런데 밖으로 나온 후 살아남은 사람 중에 진범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무고한 사람을 지하에서 끔찍하게 죽게 했다면,

그때는 우리야말로 살인범이다 p90



이야기의 반전은 밀실탈출의 트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진실이 제일 마지막에 밝혀지며 다소 널널하게 느껴졌던 소설의 중간부분을 잊게 만든다. 한 명을 남긴 여섯 명의 운명이 뒤바뀌는 순간! 결과를 알게 된 한 사람과 다섯의 비명이 교차되면서 그 장면은 잊혀지지 않게 된다. 글로 읽은 장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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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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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낯선 작가의 소설이지만 장르가 추리소설이었다. "쌍둥이"를 소재로 쓴 트릭이라 그 내용도 궁금했고. 첫 장부터 메인 트릭을 다 밝히고 시작하는 작가의 호기로움에 매료되어 <<살인의 쌍곡선>>을 읽기 시작했다. 40년간 꾸준히 소설을 발표해왔다는데 왜 이름이 낯선것일까. 이조차 의문이지만 누적판매 2억 부를 기록한 소설이라니 읽을 이유는 충분했다.

도쿄에서 일어난 쌍둥이 강도사건

고시바 도시오와 고시바 가쓰오는 일란성 쌍둥이다. 도쿄에서 연달아 발생 중인 강도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정작 형인지 아우인지 경찰은 특정해내지 못했다. 사건 발생 당일, 외모와 옷차림이 항상 같았기 때문이다. 의도한듯. 증인은 많지만 쌍둥이라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되고 있었다. 결국 둘 다에게 미행이 붙지만 이마저도 실패하고 만다.

경찰이 범인에게 놀아나고 있던 그때, 수사본부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고시바 형제의 강도행각과 일치하는 '범행계획'이 적혀 있는 편지가. 변두리 작은 구멍가게-슈퍼마켓-영화관/볼링장-번화가/호텔-은행 순으로 적힌 편지가 두 번 나뉘어 도착했다. 계획한 사람 따로 훔치는 사람이 따로인 '도쿄 연속 강도 사건'은 쌍둥이 형제의 자백을 받아낸 뒤에도 종결되지 않았다. 바로 다른 지역인 도호쿠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과의 연계성이 드러났기 때문에.


호텔 관설장에서 온 초대장

산골짜기에 위치한 호텔 관설장에 초대받은 손님들이 모였다. 누군가의 초대장을 받고 도착했다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나이, 직업, 사는 동네, 현재의 상황까지 하나도 일치하는 것이 없었다. 더군다나 폭설에 외부와의 연락까지 끊긴 상황. 뒤이어 탈출 경로까지 차단당한 채 한 명, 한 명 죽은 채 발견되기 시작한다. 누가 무슨 이유로 이들을 초대했으면 또 어떤 사연으로 살해하고 있는 것일까. 또 도쿄에서 벌어진 쌍둥이 형제의 강도사건과 어떤 연결점이 있는 것일까. 읽다보면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것보다 살인을 계획한 이유가 더 궁금해져버린다. 그리고 애초에 밝힌 쌍둥이 트릭이 도쿄 사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님을 눈치챌 수 있다.

거리마다 CCTV가 설치되어 있고 과학수사기법이 발달한 지금, 이대로의 계획은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완전범죄로 묻힐 수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은 1971년에 출간된 소설로 당시에는 획기적인 트릭이었을 수도 있다. 아쉬운 점은 정말 잘 쓰여진 추리소설이지만 범인의 상황에 공감하기 어려웠다는 거다. 사연은 안타깝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살해되어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도덕적으로는 너무한 일이 맞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만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돕지 않았다는 이유로 죽어야한다면 세상 모든 사건 사고 현장의 주변인들 중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물론 얄미운 캐릭터도 있다. 승차거부와 같은 직간접적인 잘못을 행한 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제의 어머니가 유언을 남길 수 있었다면 '복수 보다는 더 나은 삶 OR 이 같은 상황에서 먼저 나서서 돕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왜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던 걸까. 형제는.


늘어지는 구간 없이 제법 속도감 있게 읽힌다. 자꾸만 1970년대가 아닌 현재의 시점으로 상상이 된다는 것이 흠이긴 했지만. 트릭을 다 알고 시작했지만 놀랍게도 전혀 시시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의 다른 소설도 두 세권 찾아 읽어봐야겠다. 같은 느낌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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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른의 유괴마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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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에 대한 불신으로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들, 1차 부작용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사람들, 백신접종 후 사망한 사람들......

코로나 19로 인해 예전과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 <하멜른의 유괴마>는 남다르게 읽힐 수 밖에 없다. 물론 소설은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을 겪은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 시작은 15세 소녀 스키시마 가나에로부터다. 가난한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가나에는 열다섯살이지만 내일은 커녕 어제도 희미하다. 낳고 길러준 엄마마저 몰라볼 지경에 이르게 된 건 국가에서 적극 권유한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고나서부터지만 부작용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엄마와 외출했다가 사라진 그녀. 딸 대신 남겨진 건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엽서 한 장. 하지만 경찰은 실종신고에도 불구하고 일본산부인과협회장의 딸이 실종되기전까진 수사에 소극적이다. 이 대목이 더 분통터지는 부분이지만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역시 비슷한 것 같아 씁쓸해지고 만다.

도대체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굴까?

P162

두 소녀가 실종된 지점의 거리는 비교적 가까웠으나 십대 소녀라는 것과 피리부는 사나이 엽서 외엔 공통점이 없었다. 가나에의 엄마가 블로그에 딸이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이야기를 적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외엔 특정 용의자를 찾아내는데 경찰은 실패한 듯 했고, 설상가상으로 신체적 장애를 겪고 있는 또 다른 피해자 다섯 명도 한 날 한시에 쉽게 유괴되어 버린다. 이윽고 큰 액수의 돈을 요구해 온 피리부는 사나이.

1284년 독일 하멜른에서 130명의 아이가 실종된 민담을 기반으로 그림형제가 엮은 이야기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 이전에 영화 '손님'으로 먼저 접한 적이 있다. 같은 모티브로 한 작가는 백신부작용이라는 사회적문제로, 시나리오에서는 통제당하고 있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서늘한 판타지로 그려냈다. 영화 손님처럼 잔혹하진 않았지만 다 읽고난 뒤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든 <하멜른의 유괴마>.


소설을 읽기 전엔 백신이라는 단어는 반드시, 필수적인, 통과의례인 단어처럼 여겨졌지만 잃은 후에 오히려 국내 사례는 없는지 검색해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하기보단 범인의 의도와 이후 계획이 더 궁금했던 소설, <하멜른의 유괴마>. 범인을 찾아내고도 찝찝함을 감출 수 없는 건 백신부작용이라는 숙제가 남겨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먼나라 이야기 같지 않다는 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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