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른의 유괴마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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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에 대한 불신으로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들, 1차 부작용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사람들, 백신접종 후 사망한 사람들......

코로나 19로 인해 예전과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 <하멜른의 유괴마>는 남다르게 읽힐 수 밖에 없다. 물론 소설은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을 겪은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 시작은 15세 소녀 스키시마 가나에로부터다. 가난한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가나에는 열다섯살이지만 내일은 커녕 어제도 희미하다. 낳고 길러준 엄마마저 몰라볼 지경에 이르게 된 건 국가에서 적극 권유한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고나서부터지만 부작용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엄마와 외출했다가 사라진 그녀. 딸 대신 남겨진 건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엽서 한 장. 하지만 경찰은 실종신고에도 불구하고 일본산부인과협회장의 딸이 실종되기전까진 수사에 소극적이다. 이 대목이 더 분통터지는 부분이지만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역시 비슷한 것 같아 씁쓸해지고 만다.

도대체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굴까?

P162

두 소녀가 실종된 지점의 거리는 비교적 가까웠으나 십대 소녀라는 것과 피리부는 사나이 엽서 외엔 공통점이 없었다. 가나에의 엄마가 블로그에 딸이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이야기를 적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외엔 특정 용의자를 찾아내는데 경찰은 실패한 듯 했고, 설상가상으로 신체적 장애를 겪고 있는 또 다른 피해자 다섯 명도 한 날 한시에 쉽게 유괴되어 버린다. 이윽고 큰 액수의 돈을 요구해 온 피리부는 사나이.

1284년 독일 하멜른에서 130명의 아이가 실종된 민담을 기반으로 그림형제가 엮은 이야기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 이전에 영화 '손님'으로 먼저 접한 적이 있다. 같은 모티브로 한 작가는 백신부작용이라는 사회적문제로, 시나리오에서는 통제당하고 있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서늘한 판타지로 그려냈다. 영화 손님처럼 잔혹하진 않았지만 다 읽고난 뒤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든 <하멜른의 유괴마>.


소설을 읽기 전엔 백신이라는 단어는 반드시, 필수적인, 통과의례인 단어처럼 여겨졌지만 잃은 후에 오히려 국내 사례는 없는지 검색해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하기보단 범인의 의도와 이후 계획이 더 궁금했던 소설, <하멜른의 유괴마>. 범인을 찾아내고도 찝찝함을 감출 수 없는 건 백신부작용이라는 숙제가 남겨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먼나라 이야기 같지 않다는 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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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 3 - 김순옥 대본집
김순옥 지음 / 넥서스BOOKS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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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단태의 악행이 펜트하우스시즌3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가 매회 끝날때마다 예측할 수 없는 결말로 깜짝 놀라는 중이다.

 

치밀하고 영악해도 줄줄이 죽어나가는 판에 순하고 설렁설렁 살았다가는 버텨내지 못할 펜트하우스 드라마 속.

 

영상처럼 대본도 순삭인지 [펜트하우스시즌2]대본을 읽어보기로 했다.

 

 

예전과 달리 드라마가 끝나기도 전에 드라마 대본집이 출판되는 경우도 많아 기다리지 않고 다시보기하면서 책이랑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지금처럼 시즌3가 방영되는 가운데 시즌2를 읽게 되면 지난 회를 복습하는 효과도 톡톡하다.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는 속도감이 장난이 아니어서 자칫 놓치고 지나갔던 부분들은 대본으로 되새김할 수 있어 이제껏 대본집 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매회 에피소드에만 집중하느라 회차별 제목이 붙여져 있는지도 몰랐는데,

시즌 21화 사육제부터 13화 주단태와 미스터 백까지 총 13개의 에피소드 + 기획의도/인물관계도/등장인물로 구성되어져 있고 컬러사진이 첨부된 포토갤러리도 포함되어 있어 두께가 꽤나 두껍다. 기획의도 첫 줄인 "어떤 인간의 욕망도 절대 충족되지 않는다. 인간은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끝없이 오르려 하기 떄문이다" 대목에선 심수련과 주석훈을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들이 떠올려졌고 "그들은 무엇으로 돈을 모았고, 그들의 욕망의 끝은 어디까지일까?"라는 대목에선 시즌3까지 이어진 등장인물들의 욕망의 몸짓들이 오버랩된다. 시청자의 입장에선 가질만큼 충분히 가진 사람들이 더 가지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 추악하게 느껴졌지만 그만큼 리얼리티 또한 가미된 것 같아 한숨이 저절로 내쉬어진다.

 

 

100층 펜트하우스 범접 불가 '퀸' 수련의 조용한 일상이 파토난 가운데, 이제껏 딸이라 믿었던 혜인이는 뒤바뀐 딸이고 고생고생하며 자란 친딸은 눈 앞에서 죽어버렸으며 이 모든 작당의 원인인 남편은 목하 같은 학부형과 바람난 상태라니......웬만한 멘탈로는 일상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을 수련은 잘 견뎌냈고 시즌2에서는 복수의 칼날을 날카롭게 가는가 싶었지만 첫 씬부터 예상을 빗나가고 만다.

 

 

 

2022년 3월 28일, 청아예술관 공연장에서 "제 28회 청아예술제"의 막이 오르고 대상을 수상한 배로나는 트로피를 손에 쥘 새도 없이 계단에서 처참한 몰골로 발견된다.

 

5개월 전으로 돌아가 주단태의 연인이된 전부인 서진을 뉴욕에서 만났던 윤철은 단태의 하수인들로인해 손을 다친 채 바다에 버려진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단태와 서진의 약혼식날 헬기를 타고 나타난 윤철과 윤희. 둘은 복수를 위해 부부행세를 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로건 덕분에 수술로 목소리를 되찾게 된 윤희는 천서진 대신 무대 뒤에서 노래를 부르고 전성기적 실력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며 성대결절 상태인 서진의 목을 옥죄고만다. 어른들 간의 갈등이 깊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헤라팰리스 키즈들과 돌아온 로나의 팽팽한 접전도 평행선을 달린다.

 

 

 

1화에서 시작된 청아예술제 시체는 4화에서 정체가 밝혀지고 국민배신남으로 찍혀도 할 말 없게 된 윤철에겐 망가진 딸 은별과 출생의 비밀을 드러낸 딸 로나가 남겨진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도 될 수 있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순옥월드속 이야기는 영상이 아닌 글로봐도 재미의 속도는 여전하다.

 

 

특히 펜트하우스 대본집(시즌2)은 부록으로 엄기준, 봉태규, 윤종훈, 박은석의 미니 포스터를 받아볼 수 있다. 큰 엽서 사이즈로 선명한 사진에 사인까지 곁들여진 스틸컷으로 기념으로 책과 함께 소장하기 딱이다. 아울러 펜트하우스4(시즌 3 대본집)도 9월에 출간될 예정이라니 드라마를 본방사수하다 복습하듯 읽어야겠다. 흡인력이 높아 후다닥 읽은 펜트하우스 대본집. 이제껏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 결말은 권선징악적이었기에 이번 드라마 '펜트하우스' 역시 주단태와 천서진이 큰 벌을 받고 종결될 것으로 믿고 그 날을 기다리며 대본집을 한 번 더 탐독해야겠다. 가장 마지막 순간 고구마 대신 최고조된 복수의 카타르시스를 던져주길 기대하면서.

 

 

 

*레뷰 도서 이벤트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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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베토벤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5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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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이후 줄곧 읽고 있는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작가의 출간순서가 그러한 지, 국내 번역본 순서가 그러한 지 모르겠지마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는 목차를 보고 골라 읽듯 '성인-학생-다시 성인' 으로 소설의 시간대를 오가다보니 한 권을 읽을 때마다 꼭 주인공의 나이를 확인하게 된다. [다시 한번 베토벤]의 미사키 요스케는 스물 셋. 사법 시험에 수석 합격 후 연수원에 들어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는 이야기다. 아직은 아무도 모르지만 천재적인 피아노 연주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현직 검사의 아들이고 사법 시험은 수석 합격. 게다가 외모까지 훈훈해서 연수생들의 부러움과 시기질투를 동시에 받지만 정작 본인은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소설의 시작은 피아노 연주에 매진했지만 한계를 깨닫고 법조인으로 환승한 '아모'가 연수원에서 미사키와 마주치면서부터다. 미사키의 실력도 모른 채 그 앞에서 베토벤을 즐겨 듣거나 음악에 대해 읊조리지만 미사키의 연주를 듣고 살리에르처럼 겉과 속이 다른 마음을 갖게 된다. 이전까지 그에게 미사키는 그저 똑똑하지만 사회성이 부족해 보이는 경쟁자였다면 피아니스트로서의 면모를 확인한 후에는 신이 한 사람에게 자신이 그토록 갖고 싶었던 모든 것을 쏟아부은 남자를 향한 절망감이 들고만다. 단 미사키가 콩쿠르에서 '발트슈타인'을 연주하고 동시에 사건의 범인을 지목해내는 것을 보기 전까지.

 

p86 열등감을 연료 삼아 성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열등감 때문에 절망하는 사람이 있다

같은 조가 된 아모와 미사키 앞에 던져진 사건은 '부부 그림책 작가 살인사건'.

남편은 글을 쓰고 부인은 동화책의 그림을 그리며 평생 협업해 온 관계지만 아내는 현재 남편을 죽인 살인용의자가 되어버렸다. 아이 없이 단 둘만 살던 부부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늘 본명으로 활동해온 아내와 달리 남편은 죽기 전 마지막을 제외하곤 모두 '목부육랑'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써 왔다. 본디 동화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문학이지만 남편 로쿠로는 가볍고 읽기 쉬운 동화가 아닌 비판적인 시각을 담아내 어렵다는 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붉은 토끼'가 주인공인 글을 탈고하면서 자신의 본명을 기재하기로 했고 이후 식칼에 찔려 사망했다. 하필 그날 아침 남편과 크게 싸우고 집을 나갔던 히미코는 유일한 살인용의자가 된다. 모두에게 살인자로 지목받을 때 단 한 사람, 미사키만이 진짜 살인범을 찾아냈다. 그리고 콩쿠르 날 그 범인을 공표한다. 이 대목에서 사실 살짝 김이 빠졌다. 놀랄만한 반전도 아니고 주목할 만한 사람도 아니었기에. 의외의 인물이긴했지만 범인으로서의 매력이 별로 없어 보였다. 범인이 누구인가? 보다는 미사키가 법복을 벗고 음악의 길을 택한 사실이 더 인상적어서 그랬던 것일까.

 

콩쿠르에서 연주한 미사키의 '발트슈타인'은 직접 귀로 듣고 싶을 정도로 궁금해졌다. 베토벤이라...모짜르트나 쇼팽, 리스트를 맛깔나게 연주할 법한 그의 손이 베토벤의 곡을 연주하고 있다. 제목부터 '베토벤'이 붙여져 있으니 당연히 연주곡은 베토벤이겠지만 천재적인 감각을 지닌 미사키와 베토벤이라....안어울리는듯한 이 조합까지 작가의 노림수였던 것일까. 읽고나니 더 듣고 싶어져 '발트슈타인'을 검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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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없는 검사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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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시리즈 중 '검사 시리즈'는 미안하게도 제일 좋아하는 시리즈가 아니다. '히포크라테스 시리즈'나 '변호사 시리즈'의 다음 권들이 변역되길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 두 시리즈에 비해 선호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지 재미가 떨어지는 이야기들은 아니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인만큼 정신없이 탐독하게 되는 건 두 말하면 잔소리. 오사카 지검 1급 검사인 '후와 슌타로'는 검찰 조직 내에서도 독불장군 같은 인물이다. 법과 권력에 굽실대지 않고 공명정대하게 기소하는 검사기에 일반 시민들은 환호할만한 검사지만 조직 내에서는 불편해하는 인물이고 사실 현실감은 떨어진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뉴스에 오르내리는 검사들의 비리나 국민 정서에 반하는 몇몇 사건들의 기소사안을 보자면 이런 검사는 좀처럼 현실에 있을 것 같지 않다.

 

 

신입 검찰 사무관 '소료 미하루'의 눈에도 그는 검찰 조직 내에서 기름처럼 동동 떠 있는 요상한(?) 인물이다. 채용 시험에 합격하고 검찰 사무관으로 막 재직한 미하루에게 1급 검사는 "자네 같은 사무관은 필요 없어, 나가 주게(p9)"라고 말한다. 한참 정의감에 불타고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병아리 사무관에게 차갑고 냉정한 상관은 염라대왕 같은 존재가 아닐까. 얼굴에 고스란히 감정을 드러내는 풋내기에게 검사가 제시한 기간은 석 달. 그 안에 포커 페이스로 거듭날 수 있을까?

 

 

 

다이쇼 공원 소녀 살해 사건 속 피의자는 동일 전과가 있어 유죄처럼 보였지만 슌타로는 진짜 범인을 찾아낸다. 어린 아이가 생각없이 내뱉은 말 한 마디가 도화선이 된 우발적인 범죄였던 것. 4월 15일 주택가 살인사건 에서도 용의자는 35세 남자로 특정되었지만 검사는 그가 주장하는 알리바이가 실제인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사 중 증거물 유실을 확인하고 오사카 지방 경찰청 65개의 관할 경찰서를 다 돌며 자료실을 확인할 계획까지 세우면서. 수사 자료 대량 분실 사건의 파장은 컸다. 수많은 사건들이 기소 불가능 될 빌미를 제공하게 되었고 범인을 풀어주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으며 피해자들을 향한 2차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아주 심각한 상황이었던 것. 여파를 생각하면 덮어야했을지도 모르지만 후와 검사는 총대를 메고 세상에 진실을 드러낸다. 그리고 검찰에 이어 경찰쪽에서도 눈엣가시로 급부상했다. 이쯤 되면 세상 혼자 사는 캐릭터인데, 그에게도 이렇게 살아가게 된 계기가 있고 후회스런 과거가 존재한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로 인해 증인 한 명이 죽게된 사건을 겪은 후 후와검사는 '표정 없는 검사'로 거듭났다. 그리고 어느새 콤비가 된 미하루가 그의 올곧은 신념을 이해하는 과정은 독자가 주인공을 알아가는 속도와 일치한다.

 

 

물론 고비를 맞기도 한다. 총알을 맞아 갈비뼈가 부러지고 장기가 손상되면서 과다 출혈로 일시적인 쇼크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와 검사는 범인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찾아낸 범인은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었다. 반전카드도 놀랍지만 신념을 굽히지 않고 사건을 수사해나가는 검사를 응원하게 되는 건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큰 복수, 거대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순 없어도 이 사람 하나로 세상의 어느 한 면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을 소설 속에서나마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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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의 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2
하야미 가즈마사 지음, 박승후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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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리 구에서 모녀 셋이 사망한 방화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이는 남편의 옛 연인이었다. 헤어진 후에도 남자 곁을 맴돌며 스토커가 되어 버린 여자. 결국 그녀는 남자의 부인과 어린 자녀를 방화로 불태워버린 용의자로 재판을 받았고 '사형'을 언도받는다.

 

책임감을 갖추지 못한 열일곱 살 어머니 밑에서

양부의 거친 폭력에 시달렸으며

중학교 시절에는 강도치사 사건을...(p30)

 

언론에서 뿌린 뉴스만 보면 사형언도는 마땅한 구형 같았으나 작가 하야미 가즈마사는 그녀를 기억하는 혹은 그녀와 스쳤던 사람들을 등장시켜 판결 너머의 진실을 마주하게 만든다. 꼭 알아야하는 사연. 묻혀진 진실. 타인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진범을 숨긴 가족까지......다 읽은 후에도 안타까운 여운을 한다발이나 마음 속 깊이 묵혀두게 만든 이야기.

 

세상은 몰라도 자신은 알았을텐데도 끝까지 자신의 사형을 원한 '다나카 유키노'의 이야기는 사형집행일 오전에서 시작해서 과거 형이 언도되는 날로 되돌아가 시작된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p32)라는 말을 법정에 남긴 유키노를 인상깊게 바라본 교도관, 낙태하러 온 열 일곱살의 히카루를 설득해 유키노를 낳게 만든 산부인과 의사, 새엄마와 어린 여동생을 떠올린 언니 요코, 헌책방 노파를 죽이고 유키노에게 소년법을 들먹이며 대신 형을 살게 한 친구 리코, 게이스케에게 학대당하는 모습을 보고도 그녀를 구해내지 못했던 사토시, 진실을 밝혀 그녀를 구하고 싶은 어린 시절의 친구 '쇼'와 '신', 범인을 알면서도 묵인한 노파....멀쩡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이 중엔 분명 죄를 지은 사람들이 있다.

 

아내와 자식이 죽어 세상 사람들의 동정을 산 게이스케는 동거녀인 유키노를 상습 구타한 찌질한 놈이었다. 도박에 빠져 유키노의 월급을 탕진하는가 하면 쉽게 쉽게 여자를 갈아치우던 별볼일 없는 남자였다. 하지만 자신감도 자존감도 바닥이었던 유키노에겐 자신을 필요로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그와의 생활은 의미가 있었고 그 얄팍한 관계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내가 된 '미카'와 양다리를 걸치다가 유키노를 버렸을 때 그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결국엔 살인범의 누명까지 쓰게 된 것. 가족을 잃게 된 건 슬픈 일이지만 과연 게이스케에게 아무 잘못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가족을 위해 죄없는 여인의 사형언도를 묵과한 노파의 죄는 또 어떻게 물어야할 것인지......!

 

세상 모두의 미움을 받고 있어도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사람은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고 그랬던가. 삶의 끈을 놓아버린 유키노에게 그 단 한 사람은 너무 늦게 나타났다. 범인이 죽고나서도 3년이나 더 입다물고 살았던 노파가 변호사인 쇼에게 진실을 털어놓은 날짜는 9월 15일. 다나카 유키노의 사형 집행 명령이 전달된 날짜는 9월 12일. 그리고 형이 집행된 날짜는 9월 15일. 단 하루만 빨랐어도 그녀의 인생은 이어질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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