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의 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2
하야미 가즈마사 지음, 박승후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도리 구에서 모녀 셋이 사망한 방화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이는 남편의 옛 연인이었다. 헤어진 후에도 남자 곁을 맴돌며 스토커가 되어 버린 여자. 결국 그녀는 남자의 부인과 어린 자녀를 방화로 불태워버린 용의자로 재판을 받았고 '사형'을 언도받는다.

 

책임감을 갖추지 못한 열일곱 살 어머니 밑에서

양부의 거친 폭력에 시달렸으며

중학교 시절에는 강도치사 사건을...(p30)

 

언론에서 뿌린 뉴스만 보면 사형언도는 마땅한 구형 같았으나 작가 하야미 가즈마사는 그녀를 기억하는 혹은 그녀와 스쳤던 사람들을 등장시켜 판결 너머의 진실을 마주하게 만든다. 꼭 알아야하는 사연. 묻혀진 진실. 타인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진범을 숨긴 가족까지......다 읽은 후에도 안타까운 여운을 한다발이나 마음 속 깊이 묵혀두게 만든 이야기.

 

세상은 몰라도 자신은 알았을텐데도 끝까지 자신의 사형을 원한 '다나카 유키노'의 이야기는 사형집행일 오전에서 시작해서 과거 형이 언도되는 날로 되돌아가 시작된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p32)라는 말을 법정에 남긴 유키노를 인상깊게 바라본 교도관, 낙태하러 온 열 일곱살의 히카루를 설득해 유키노를 낳게 만든 산부인과 의사, 새엄마와 어린 여동생을 떠올린 언니 요코, 헌책방 노파를 죽이고 유키노에게 소년법을 들먹이며 대신 형을 살게 한 친구 리코, 게이스케에게 학대당하는 모습을 보고도 그녀를 구해내지 못했던 사토시, 진실을 밝혀 그녀를 구하고 싶은 어린 시절의 친구 '쇼'와 '신', 범인을 알면서도 묵인한 노파....멀쩡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이 중엔 분명 죄를 지은 사람들이 있다.

 

아내와 자식이 죽어 세상 사람들의 동정을 산 게이스케는 동거녀인 유키노를 상습 구타한 찌질한 놈이었다. 도박에 빠져 유키노의 월급을 탕진하는가 하면 쉽게 쉽게 여자를 갈아치우던 별볼일 없는 남자였다. 하지만 자신감도 자존감도 바닥이었던 유키노에겐 자신을 필요로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그와의 생활은 의미가 있었고 그 얄팍한 관계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내가 된 '미카'와 양다리를 걸치다가 유키노를 버렸을 때 그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결국엔 살인범의 누명까지 쓰게 된 것. 가족을 잃게 된 건 슬픈 일이지만 과연 게이스케에게 아무 잘못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가족을 위해 죄없는 여인의 사형언도를 묵과한 노파의 죄는 또 어떻게 물어야할 것인지......!

 

세상 모두의 미움을 받고 있어도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사람은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고 그랬던가. 삶의 끈을 놓아버린 유키노에게 그 단 한 사람은 너무 늦게 나타났다. 범인이 죽고나서도 3년이나 더 입다물고 살았던 노파가 변호사인 쇼에게 진실을 털어놓은 날짜는 9월 15일. 다나카 유키노의 사형 집행 명령이 전달된 날짜는 9월 12일. 그리고 형이 집행된 날짜는 9월 15일. 단 하루만 빨랐어도 그녀의 인생은 이어질 수 있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디선가 베토벤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천재 피아니스트 미사키 요스케의 고등학교 시절이 담긴 이야기.

잠시잠깐의 머물다간 전학생이었지만 누구보다 진한 인상을 남긴 미사키는 이곳에서 용의자로 지목받는다.

-------------------------------------------------------------------------


전권에서 등장한 쇼팽 콩쿠르 소식을 방송으로 접하게 된 현재의 '나'는 과거 전학생이었던 미사키를 떠올린다. 2000년 봄, 소년의 첫 사건이자 자신이 용의자로 지목된 살인사건을 곁에서 지켜본 유일한 친구 다카무라. 그의 기억속 미사키는 첫인상부터 범상치 않았다. 잘생겼고 똑똑해서 완벽할 것 같지만 또래와는 뭔가 좀 다른 분위기를 풍기던 마사키는 한마디로 다른 사람의 시선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타입이었던 것.

또한 전학과 동시에 이미 튀어버린 미사키는 담임의 연주 권유를 계기로 반 친구들과 더 멀어지게 된다. 겨룰 수 없는 엄청난 실력차를 드러내면서 '음악과' 내에서 노력하던 부류에게도, 자포자기한 부류에게도 단단히 찍혀 버렸다. 교내 인기 록밴드 활동중인 반다이의 스카우트도 거절했고 관심에서 질투로 그 마음이 변질되고 있던 동네 유지의 딸 하루나의 마음에도 관심없던 미사키가 곤경에 빠지게 된 날 천재지변이 일어났다.

폭우가 쏟아지고 산사태가 일어나 학교가 고립되고 말았는데, 유일한 탈출구였던 강의 다리도 이미 절반이 사라진 채였다. 하필 담임 선생님은 이날 휴가중이었다. 목숨을 걸고 구조요청을 하기 위해 강을 건넌 미사키는 오히려 이 때문에 용의 선상에 오르고 만다. 미사키를 줄곧 괴롭혀 온 이와쿠라가 살해된 채 강 건너편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검사인 아버지의 도움없이 차근차근 사건을 풀어나가는 미사키는 결국 범인과 목격자를 둘 다 찾아냈다. 하지만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지 못했다. 연주 중 갑자기 귀가 들리지 않게 된 미사키는 '돌발성 난청' 진단을 받고 얼마 뒤 조용히 전학갔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전근으로.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 미사키를 회상하던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나카야마 시치리'라는 이름으로.

여기까지로 이야기가 종결되나 싶었지만 에피소드는 일정량 더 남아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시리즈와의 작은 연결고리와 놀라움을 터뜨려댄다. 애초에 검사인 아버지가 좌천된 이유는 한 변호사 때문이었다.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의 그 악명높은 변호사. 내려와서 맡은 첫 사건이 찜찜해 기소를 주저하던 검사 교헤이에게 어느 날 아들은 그가 느낀 위화감의 정체를 까발려주었다. 날카로운 충고 덕분에 사건의 트릭을 알아낼 수 있었던 아버지는 아들을 한층 더 법조인으로 키울 다짐을 굳히게 되지만.

기다리던 시리즈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재미있게 읽힌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그나저나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나 '히포크라테스(법의학 교실 시리즈) 시리즈'는 언제 또 읽어볼 수 있으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셰어하우스 플라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0
혼다 데쓰야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해줘 홈즈>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언급이 된 적이 있는 '셰어하우스'. 모르는 사람끼리 공동생활 공간을 두고 살면 좀 불편할 것 같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타지에서 가격적인면에서 좀 더 부담없이 쾌적한 생활공간을 제공받으면서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다는 점은 셰어하우스의 장점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가 혼다 데쓰야는 셰어하우스를 좀 다른 공간으로 그려냈다.

 

별볼일 없는 실적탓에 직장상사에게 찍힌 여행사 영업사원 '다카오'. 설상가상으로 짝사랑하던 여직원은 사내불륜녀다. 욱하는 마음으로 회사도 관두고 술 마시러 나간 자리에서 누군지도 모를 사람으로부터 각성제를 투약받고 잡혀간 복없는 사내다. 집행유예기간 중 갑작스런 화재로 갈 곳이 없어진 그는 쉐어하우스를 소개받았는데, 그곳엔 이미 남자 셋 여자 셋이 거주중이다.

 

 

사람은 원래 잔혹한 생물이다

p69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는 모두의 공통점은 "집행유예기간". 전과자 6인의 이야기와 교차되어 등장하는 기자가 주목한 사건은 칠 년 전 죽마고우를 사망케 만든 판결이다. 중학동창을 시비 끝에 죽게 만든 남자에게 알리바이를 대 준 여자가 증언을 번복한 사건. 셰어하우스에 입주한 남자 주변을 맴돌면서 취재하다 위장잠입까지 감행한다.

 

이렇게 각성제 복용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다카오 외에도 과실치사, 재심 예정인 남자, 교통사고 관련 전과자, 학교폭력에 휘말렸던 전력, 전 애인의 범죄와 얽힌 여자 등 입주민 모두를 전과자로 받은 집주인의 사연은 과연 무엇일까. 그들과 함께 살면서 그녀가 얻고자 한 바는 무얼까. 각각의 사연보다 그녀의 사연이 더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은 인간이고 당하는 것도 인간이다

p176

기타리스트였던 아버지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스튜디오 뮤지션'의 삶을 택했다. 하지만 과거 몸담았던 밴드가 해체 된 이유를 알게 되면서 대형 기획사 직원과 언쟁 끝에 주먹다짐이 시작되었고 결국 상대방이 죽어버렸다.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로 결론내려졌지만 아버지는 업계에서 퇴출당했다. 그리고 투신자살했다. 엄마마저 세상을 떠나고 이십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꽤 두둑한 보험금을 수령한 준코는 "전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주는 셰어하우스"를 만들었다. 살인, 상해, 사기, 폭행, 횡령...다양한 사연으로 입주했던 사람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상처는 아물어갔을까.

 

전작인 <스트로베리나이트> 시리즈를 읽은 후라 뒷 페이지로 넘어갈수록 잔혹한 장면들이 등장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플라주>는 전혀 다른 결말로 놀라게 만든다. 중반쯤부터는 누가 어떤 사건의 주인공인지 연결되어졌고 잠입한 기자가 '아키라 노구치'(실명 하야미 요이치)라는 것까지 눈치챌 수 있었지만 그가 허망하게 죽어버릴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가 남긴 고백서의 내용은 말 그래도 예상밖의 반전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다는 책 표지에 적힌 그 말은 기자인 하야미 요이치에게 가장 합당한 말이 아니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제까지나 쇼팽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가 클래식 문외한이라는 말을 했다는 대목에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저 곡만 언급되는 것이 아닌 그 느낌을 이토록 자연스럽게 말로 풀어 쓸 정도인데 매니아가 아니라니. 너무 겸손한 발언이 아닐까. <언제까지나 쇼팽>은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시리즈 중 하나다.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이 등장하는 범죄소설이긴 하지만 글을 읽는 내내 그 사실은 잊혀진다. 그저 음악과 연주, 그리고 열정만이 가득한 이야기라 후미에 가서야 '범인이 이 사람인가' 싶지만 그때조차 범인의 존재, 범행동기나 수법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다. 분명 글로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연주회장에 다녀온 듯한 착각마저 일게 만드는 소설. 이런 느낌은 <피아노의 숲> 이후 처음이라 너무 감동적이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된다. 그저 아름다운 연주만 난무하는 소설이 아니므로. 이야기의 시작은 비행기 사고로부터 출발한다. 폴란드 대통령과 각료들이 탑승한 전용기가 폭발한 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최되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로 무대는 옮겨진다. 변주가 아닌 전통 그대로의 연주를 익혀온 폴란드 기대주 얀 스테판스 그리고 시리즈의 주인공인 미사키 요스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각국의 피아니스트 외 테러주범이 '쇼팽 콩쿠르'에 참여 하고 있으며 그의 별명이 '피아니스트'라는 제보로 인해 콩쿠르 연주회장엔 형사들이 들이닥친다. 수사 중인 형사 하나가 손이 잘린 채 발견되고, 얀과 미사키와 친한 어린이가 테러로 사망하며 긴장감이 증폭되지만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마저 망치진 못했다. 글로 읽어도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이 일어 결국 유튜버 연주를 틀어놓고 읽게 만든 소설 한 권. 꼭 책에 등장하는 곡이 아니어도 좋았다.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문장을 눈에 담게 만든 소설이 과연 세상에 몇 권이나 존재할까. 시리즈마다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해서 모든 시리즈를 재미나게 읽고 있는 작가여서 다른 시리즈들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지만 이 시리즈 역시 끊임없이 쓰여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묘하게 힐링이 되는 포인트가 있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웃는 숙녀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웃는 숙녀 시리즈' 첫 번째 책은 강렬했다.

추리소설가 나카야마의 여러 시리즈들을 재미나게 읽고 있지만 또 다른 시작인 '비웃는 숙녀' 는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소설인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보다 한결 수위가 높다.

 

 

다섯 편의 에피소드. 인명이 붙여진 제목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지는 <비웃는 숙녀>는 왕따를 당하고 있던 '노노미야 쿄코'로부터 시작된다. 뚱뚱하고 못생기고 병약해서 표적이 된 소녀의 왕따는 아름다운 이종사촌이 같은 반으로 전학올 때까지 계속된다. 충격적인 방법으로 왕따를 종식시킨 미치루는 쿄코에게 골수까지 기증해주게 되고 고마움과 동경을 한꺼번에 품게 된 쿄코는 가정폭력과 친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며 사는 이종사촌 미치루를 구하기 위해 함께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그로부터 10년 뒤, 데이토은행에서 보통예금을 담당하고 있는 '사기누마 사요' 는 동창회에서 학창시절 왕따였던 쿄코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재빠르게 재혼해 버린 엄마에게서 일찍 독립하게 된 사요. 철저한 학점관리와 열심히 취득한 자격증 덕분에 현재 은행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넉넉하지 못한 현실에 대한 보상심리로 명품에 홀릭하게 되면서 심한 빚독촉을 받고 있는 상황. 수입과 대출금을 간당간당하게 맞춰나가며 줄타기 중인 현재는 언제나 불안불안하다. 쇼핑을 멈출 수 없는 그녀에게 때마침 달콤한 유혹을 해 온 건 동창 쿄코였다. 그녀로부터 소개받은 미치루가 권한 방법 중 하나는 차명계좌를 이용한 방법. 범죄가 아니다. 단지 적은 금액을 잠깐 빌릴 뿐(p124) 이라며 양심을 저버린 사요는 브레이크 없는 열차처럼 폭주하게 되고......그 결말은 너무나 뻔했다.

 

 

세번째 에피소드에서 작가는 또 한번 독자에게 충격을 던져놓는데, 그 대상이 쿄코의 남동생인 '노노미야 히로키'였던 것. 쿄코와 미치루 악녀 콤비로 이야기를 이끌어 갈듯했던 예상을 보기좋게 깨부수고 미련없이 싹 다 정리해버렸다. 그녀만의 방식으로. 무자비하게. 하지만 자신의 손은 더럽히지 않고. 이처럼 읽을수록 기분이 나빠지는 소설은 또 처음이라 이 미친 캐릭터에 진저리가 처질 무렵, '후루마키 오시에'가 등장한다.

 

 

정리해고 된 남편 대신 가정 경제를 책임지게 된 요시에. 소설을 쓰겠다며 집 안에서 룸펜으로 생활하고 있던 남편은 지난 2년간 몇 페이지 쓰지도 못한 채 성인 사이트를 뒤적이고 있는가 하면 갖은 원망만 토로하며 산다. 이런 남자를 믿고 살기엔 미래가 너무나 불안했던 그녀는 직장 동료를 통해 '생활 플래너 가모우 미치루'를 소개받게 된다. 혼자서는 도저히 결심할 수 없었던 선택을 하게 된 오시에. 남편의 사망보험금을 3천만 엔에서 3억 엔으로 변경한 후 술을 잔뜩 먹여 음주운전 사고사로 위장한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곧 경찰에 덜미를 잡히고 만다.

 

 

찜찜한 사건 속에서 꼭 발견하게 되는 이름 하나 '가모우 미치루'. 경찰은 주목하고 있던 그녀를 체포 해 법정에 세우지만 악마의 속삭임에 홀렸던 모두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며 미치루는 죄가 없다고 생각했다. 꼭두각시처럼 놀아났던 일이 분하지도 않았던 걸까. 자신의 잘못도 타인 탓으로 돌리는 인간들이 수두룩한 세상 속에서 왜 이들은 미치루를 감싸고 도는 걸까.

 

 

놀랍게도 이 모든 판이 미치루의 계획이었던 것. 그러니 결말이 권선징악 +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될 리가 없다. 현실에 존재할까봐 되레 무서워진 캐릭터인 미치루가 '이번에는 누구를 어떻게 낚을까(p431)' 썩소를 날리며 1권이 끝나버렸기에 앞으로 계속될 시리즈의 강도는 1권을 능가하리라 짐작된다.

 

 

인간의 어두운 심리를 주요 소재로 삼는 일본 추리 소설 장르인 '이야미스'를 좋아하진 않지만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이라 읽었는데 학교촉력, 가정폭력, 성폭행, 횡령, 존속 살해, 보험금 살해...소재도 소재지만 인간의 탐욕과 두려움을 마치 줄 꿴 인형을 다루듯 이용한다는 점도 읽는내내 마음을 참 불편하게 만든다. 이 시리즈의 끝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다른 시리즈의 주인공들과 어떻게 접목될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소개글 그대로 '희대의 악녀'인 미치루에게도 만만하지 않은 적수가 나타나주길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