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사계절 : 한겨울의 제물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 Four Seasons Murder 1
몬스 칼렌토프트 지음, 강명순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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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

몬스 칼렌토프트의 소설 <살인의 사계절>시리즈는 북유럽 작가 중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을 가장 재미나게 읽은 내게 도발적인 작품이었다.  평단은 그의 소설을 두고 '밀레니엄을 능가한다'는 극찬을 바쳤기 때문이다. 봄/여름/가을/겨울 중 가장 끝 권인 겨울부터 펼쳐든 나는 직접 목도하려 한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범죄소설은 없다'는 아마존의 찬사를 받은 이 소설을.....!

 

대학도시이자 주교의 도시인 '린셰핑'. 남들 눈에 고상해 보이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시민들이 사는 허영심 많은 도시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혹한의 추위 속에 나무 위에 매달린 남자. 그는 사회 복지사였고 4년 전 외딴 숲 속에서 성폭행을 당했던 마리아 무르발이라는 여자의 담당자였다. 그는 죄가 있었던 것일까?


'미친 형제들'로 불리었던 아담, 야콥, 엘리아스 무르발 형제들을 용의 선상에 올려 놓은 경찰들은 그 가족을 탐문하기 시작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들의 알리바이는 완벽했다. 가족들이 서로서로 알리바이를 제공해주면서 빈틈이 사라진 것이다.

 

소설은 정신없이 읽혔을만큼 가독성이 대단했다. 방대한 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이 없었다. 어째서 이토록 극찬을 받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역시 <밀레니엄 시리즈>를 능가하진 못했다. 여형사 말린이 리스베트의 치명적인 매력을 넘어서지 못한 것처럼.

봄-여름-가을-겨울 순일 것만 같지만 <살인의 사계절>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는 이번에 읽은 '한겨울의 제물'이었다. 어째서 겨울-여름-가을-봄의 순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꼭 우리에게 익숙한 계절의 순서대로 작가가 집필할 필요는 없기에 그 순서에 맞게 읽어보려 한다. 그래서 다음 권은 봄이었다. 봄에서는 14살 딸을 둔 젊은 엄마 말린(17세에 남편을 만나 19세에 딸을 낳은 워킹맘)이 어떤 사건과 마주할지 기대가 된다.

 

분명 밀레니엄 시리즈에 버금갈 만큼 재미있다. 하지만 일탈이 주는 짜릿함, 매혹적인 캐릭터가 전하는 신선함이 덜했다. 파격적이었던 밀레니엄에 비해서는. 그래서 참 재미있는 범죄소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겐 스티그 라르손의 소설이 최고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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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맨 유나 린나 스릴러
라르스 케플레르 지음, 이정민 옮김 / 오후세시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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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에 실종된 남자는 7년 전 공식적으로 사망 처리 되었다. 그런데 그 망령이 살아돌아왔다. 왜 ? 어떻게? 지금? 그는 나타난 것일까. 이렇듯 스웨덴의 국민작가 부부(부부의 공동필명 : 라르스 케플레르)의 소설 <샌드맨>은 헐리우드 영화처럼 시작된다.

 

 

우레크 발테르의 희생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미카엘 콜레르- 프로스트가 돌아왔다. 총 45명이 사라진 연쇄살인사건에서 생존자의 증언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더불어 공범에 대해 확신하고 있었던 경찰 유나 린나의 의심이 합리적이었다는 것도 밝혀진 셈이고.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던 미카엘은 아직 동생이 빠져나오지 않았다고 증언함으로써 대규모 수색대를 꾸리게 만드는데, 그는 자신들을 가둔 범인을 '샌드맨'이라고 불렀으며 자신들은 '캡슐'이라 불렀던 닫힌 공간에서 음식물 쓰레기등으로 연맹해왔다고 증언했다. 아직 그곳에 여동생 펠리시아가 갇혀 있다고 덧붙이면서.

 

 역시 범인은 두 사람이었다. 유레크는 감독에 갇혀 있었지만 쌍둥이 형제는 밖에 남아 유괴한 아이들을 관리(?)감금하며 경찰인 유나의 가족까지 위협하고 있었던 것. 범인의 아버지인 바딤 레바노프는  두 아들 이고르와 로만을 데리고 레닌스크에서 도망쳐 스웨덴으로 건너왔다.


 

대규모 채석장에서 일하면서 시민권이 나오기 전까지 쌍둥이들을 외국인 노동자 숙소에 숨겨 키우다가 어린 레이다르의 고발로 아이들은 아버지와 헤어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샌드맨이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아팠던 동생과 달리 건강했던 형은 가자흐스탄으로 송환되어 겨우 열 다섯의 나이에 강제 차출되어 군인으로 살아야했고 분쟁의 포로로 살아야했다.



겨우 삶에서 탈출한 그가 동생을 찾았을 땐 이미 정신지체 판정을 받고 정신병원을 전전하다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고 그 아버지는 두 아들을 찾아 백방으로 편지를 보냈으나 결국 찾지 못한 채 채석장에서 자살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로만은 피의 복수를 다짐하며 <샌드맨>이 되었다. 자신들을 일러바친 레이다르부터 아동복지위원회 담당 직원들, 외부무 직원들이 그 대상이었고 아이들과 가족을 납치하면서 남아서 가족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쪽의 피를 말리는 것. 그가 선택한 복수법은 자신들이 겪은 그대로를 겪게 만드는 일이었다.



경찰의 추격에 쫓겨 얼음 강물 속으로 사라진 유레크. 모두 그가 죽었다고 장담했지만 단 한 사람 유나만은 시신을 보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유나가 입원해 있던 병실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링거 병이 지지대에 달랑거리며 매달려 있고 주사 바늘 끝에는 피가 맺혀 있는 상태에서...병실이 텅 비었다. 6개월의 시간이 흐른 후 경찰관 유나 린나를 찾는 사람은 오직 단 한 사람, 비밀 경찰관 사가 바우에르 뿐이었다. 샌드맨은 살아 있을까.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에 매료된 부부 작가가 쓰고 있는 장르 소설은 기가막히게 상상력을 자극한다. 제목은 공포영화의 그것이었으나 내용은 범죄 스릴러로, 영상미가 가득한 작품이라 영화화되기 알맞은 소설이다 싶었더니, 이미 계약 상태라고 했다. 한국어 번역본이 2015년 작이라 이미 영화화 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



그리고 시즌을 기약하듯 범인의 죽음은 여지를 둔 상태고 그를 쫓던 경찰은 사라졌다....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샌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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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지 마
카린 포숨 지음, 김승욱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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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두건 같은 꼬마 소녀 '랑힐'은 실종되었다가 곧 발견되었다. 하지만 꼬맹이가 라이몬과 산에서 본 여자는 그렇지 못했다. 벌거벗은 채 호수에 누워 있는 소녀의 사체. 겨우 열다섯인 '아니'를 누가 죽인 것일까.

아니의 남자친구 할보르 문츠가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그는 불행한 과거를 지닌 소년일 뿐이었다. 게다가 가난해서 학교가 아닌 직업전선에 뛰어든 아이로 아니의 죽음에 가족만큼이나 상처받은 쪽이었다. 그렇다면 누가 아니를 죽였단 말인가.

그녀의 죽음을 처음 발견한 라이몬은 산에서 거동이 불편한 늙은 아버지와 단 둘이 산다. 다운증후군인 그는 지능이 약간 부족한 듯하고 어딘지 모르게 아동성애자의 냄새가 살짝씩 나서 '범인인가?'싶었으나 용의자는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늘어났다.

 

 

 

착하고 밝은 소녀 아니는 이웃의 베이비시터로 일했으나 그 집 아기가 죽고 나서는 한동안 힘들어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세예르'는 그 집 가장인 '요나스'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아들 에스켈이 식도에 와플이 걸린 채 죽고 만 후, 아내는 그를 떠나갔다. 11월 7일 일어난 사건인 그의 인생을 송두리채 뽑아 버렸다. 180도 바뀐 삶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요나스는 유일한 목격자였던 아니까지 제거했고 이를 알고 찾아온 할보르에게까지 상해를 입혔다.

 

 

하나의 사건을 덮기 위해 또 다른 사건을 만들어야 하는 것! [돌아보지마]는 그런 악행이 연발되는 카린 포숨의 북유럽 소설이다. 전작인 <야간시력>을 보고 살짝 실망했었는데, <돌아보지마>는 약간 더 나았달까. 그래서 카린 포숨의 소설을 몇 권 더 읽어볼 작정이다.

 

 

 겉모습만 보고서는 그의 성향을 다 알 수 없다. 그래서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긴 한데, 이 소설 역시 이웃에 대한 공포,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생각을 굳혀 버린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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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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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저>의 개봉기념으로 OCN에서 영국드라마 <셜록>의 전편을 연속방송해주고 있었다. 운 좋게도 그 밤에 깨어있어 명추리를 이어 볼 수 있었는데, 감동은 몇 번을 보아도 가시질 않았다. 좋은 드라마는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모양이다. 베이커가에 사는 크고 마르고 예민한 탐정 셜록.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살고 있지만 그는 멋진 캐릭터였다.

 

셜록만큼 멋진 형사가 있다. 노르웨이 국민작가 '요 네스뵈'의 손에서 창조된 해리 홀레. 잘생긴 근육질의 훈남 형사도 아니고 영웅적인 면모를 지닌 형사도 아니지만 땀냄새 풍기고 사람냄새 나는 그의 매력에 빠져 '해리 홀레 시리즈'를 빠짐없이 읽고 있다. 단번에 사건을 해결하는 천재도 아니고, 추리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명탐정도 아니지만 발로 뛰고 구르기도 하면서 범인에게 다가가는 그 모습에 매료되어 보고 또 보고 있다.

 

신작 <바퀴벌레>는 작가가 방콕에서 쓴 소설로, 땀에 젖은 채 몰입해서 쓰고 또 썼다고 고백하고 있지만 어딘가 낯설다. 우선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서늘함을 느낄 수 있는 노르웨이가 배경이 아니었고 젊은 해리 홀레가 등장한다. 2014년 인터뷰에서 그는 파리/뉴욕을 제외한 도시를 찾고 있었는데 '방콕'이야말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으며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 도시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말 두 달간 방콕에 머물며 집필했던 그는 사실 <바퀴벌레>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작 <박쥐>의 성공이 준 부담과 더불어 '도시'하나만 정하고 가서 빨리 써 버린 소설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노라고. 지금이야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꽤 괜찮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아니라고 인터뷰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작가에게 미안하지만 독자인 내게도 <바퀴벌레>는 최고의 작품이 아니었다. 요 네스뵈의 글 중 여전히 최고는 <스노우맨>이므로. 그래도 과거로 타임슬립하듯 해리 홀레의 젊은 시절의 지켜보는 것 역시 재미있긴 했다. 미래의 그와 과거의 그는 같은 사람이되 다른사람처럼 살고 있었으니까.

 

소설의 도입부에서 태국의 사창가가 등장하고 아주 어린 소녀들이 아버지의 손에 팔려 매춘인생을 사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가슴 아프게도 딸의 인생을 몇 푼 돈과 바꾸었으나 아버지의 살림은 그닥 나아지지 않은 듯 하다. 딤도 그런 소녀 중 하나였다. 열다섯에 미스 윙에게 팔려온 딤이 발견한 건 주태국 대사로 온 노르웨이 남자였지만. 이어 호출되어 날아온 해리는 낯선 땅, 낯선 문화라는 핸디캡을 딛고 살인범을 찾아내야만 한다. 여동생을 성폭행한 놈을 잡기 위해서는 이일을 멋지게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몰입해서 읽을 수가 없어서 시간을 충분히 두고 읽었더니 마치 퀼트 조각을 잇듯 스토리를 이어붙여 이해해야만 했다. 읽기를 방해한 요소는 무엇이었을까. 그토록 기다렸던 '해리 홀레 시리즈'였는데......!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 천천히 읽어야겠다. <바퀴벌레>를 곱씹고 곱씹다보면 이야기의 단물을 흡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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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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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 "누구나 자기가 정해놓은 감옥 속에 갇혀 사는 거야"라는 대사가 나온 적이 있다. 마침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스파이>를 읽고 있던 터라, 그 대사가 바로 와 닿았다. 타인에겐 한없이 자유롭고 화려한 삶이었으나 그 끝이 처참했던 한 여인의 삶이지만 정작 그녀 스스로에겐 어떤 삶이었을까.

 

 

그 이름이 유명하여 어릴 적부터 이름만 알고 있었던 전설의 '마타하리'. 보통 삶이 어떠했다 주저리주저리 덧붙임이 있는 것과 달리 그녀의 특이한 이름에 "누구에요?"하고 궁금증을 가져도 어른들은 그냥 "여자 스파이야"하고 말았었다. 어느 나라 스파이인지, 외모는 어땠으며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종말을 맞았는지, 어쩌다 스파이가 되었는지, 여자 제임스본드 같았는지....'스파이'라는 단어 앞에 다른 설명들이 있을 법도 했지만 하나같이 어른들은 스파이라는 단어 하나만 던져주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지만 찾아볼 방도로 따로 없어서 잊혀졌던 그 이름을 대작가의 작품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어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 없었다. (마치 나의 궁금증을 알고 석탄 캐듯 그녀의 삶을 캐내어 준 것 만 같아서 나는 그가 때때로 디즈니 만화 속 '미키 마술사'가 아닐까 상상되어질 때도 있다)

 

 

"죄가 없다"라고 말할 수 없으나 일부 억울함이 없을 수 없는 그녀의 삶. 작정하고 스파이가 되었는지, 어쩌다 보니 삶이 그렇게 흘러가버린 것인지는 정말 그녀만 아는 진실이 아닐까. 혹은 그녀는 자신의 결정마저 헷갈릴 정도로 자신이 믿고 싶은대로 기억하며 살았던 여인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한 여인을 총살하는데 과연 열 여덟명의 장교들이 우르르 몰려와 열두 명씩이나 총을 쏴대야하는지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책의 시작페이지에는 분명 {사실에 근거함} 이라고 적혀 있었으니 역사적 고증을 거친 작품이리라 믿는다. 잔 다르크, 앤 불리, 마리 앙트와네트, 마타하리까지....사형당했던 순간 그녀들의 머릿 속을 스쳐간 생각들은 '후회'였을까. '분노' 였을까.

 

 

마타하리의 사망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놀랍게도 그녀가 변호사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어진다. 마르하레타 젤러는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에서 너무 예쁜 소녀로 태어나 자라났다. 미모가 재산일 수도 있었을텐데 잘못된 시대, 잘못된 도시에서 태어난 죄로 그녀의 미모는 죄악이 되었다. 열여섯에 이미 학교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던 그녀는 그곳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 결혼하게 된 스물 한 살이나 많은 남편은 폭력적인 변태였을 뿐. 삶은 더 비참해졌다. 그런 그녀를 구원한 건 뜻밖에도 다른 여인의 피였으니....트로피와이프처럼 대동된 파티에서 그녀에게 매혹된 한 남자의 아내가 권총자살을 했고 그녀의 피를 흠뻑 뒤집어쓰면서 마치 세례를 받듯 새로운 삶을 선택할 용기가 생긴 그녀는 이름마저 '마타하리'로 고치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삶을 훌훌 벗어던지듯 걸친 옷들을 하나,하나 벗어던지며 추는 그 요염한 춤에 매료된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나며 춤을 추기 시작했지만 불행히도 '이사도라 던컨'이 될 수는 없었다. 그녀에게 접근해온 남자들은 하나같이 육체를 탐하거나 이용가치를 따져보는 남자들이어서 종국에 '스파이'로 이름을 남기게 된 것 역시 스스로 결연한 결심이라기보다는 '그렇게 되어버렸다'는 쪽이 더 맞는 듯 하다. 사기꾼, 매춘부, 반역자(제1전쟁위원회에서 받은 판결)로 손가락질 받았던 그녀의 삶. 1917년 2월 처형 부대 앞에 서게 될때까지 그 삶이 구구절절하게 묘사되지 않아 작가의 필력을 감탄하게 만든 <스파이>는 물흐르듯이 참 편안하게 읽힌다. 그녀의 편도, 매도하는 쪽도 아닌 이해해보려 노력하는 시선으로 쭉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다정한 눈길이 살펴졌던 작가의 시선에서의 그녀는 무시무시한 스파이도, 육체를 이용하여 남자들을 굴복시키던 요염한 요부도 아닌 그저 주어진 삶에서 탈출하고 싶어 몸부림친 한 안타까운 여인이었을 뿐이었다.

 

 

"신이 다시 기회를 준다면 다르게 살 수 있었을까" 작가가 던진 이 한 문장만 보아도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이에 대한 대답은 그녀 스스로도 쉽게 할 수 없다. 삶은 정말 살아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므로. 수많은 선택의 갈래 중에서 누구와 손잡고 어떤 길을 갈지는 그 때가 닥쳐보아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죄가 무거워 사형당했다기 보다는 필요에 의해 집행된듯한 사형이라는 의심을 낳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대목이 '에필로그'에 첨부되어져 있다.


"우리끼리 하는 얘기지만 우리가 확보한 증거는 고양이 한 마리 벌줄 만큼도 되지 못한다" - 앙드레 모르네 검사(p216)



당시의 살로메로 불렸던 마타하리. 그녀는 정말 스파이였을까.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이라는 사실로 인해 죽임을 당해야했다면 그녀가 살았던 시대는 얼마나 무서운 시대였단 말인가. 유럽을 사로잡았던 화려한 무희 마타 하리의 자유로운 삶. 표면적으로는 많은 인식적 발전, 사회적 참여의 기회가 예전에 비해 많이 열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용기가 필요한 순간순간들이 있다.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에 있어서는.....!!'더 비참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닌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를 목표로 둔 선택에 용기가 필요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매 한가지라는 거다.

 

 

여성의 삶이 질적으로 얼마나 많이 좋아졌나를 평하기에 앞서 행복지수가 얼마나 많이 높아졌나를 두고 평가해보자면 사실 점수가 얼마나 높아졌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180도 바뀐 세상에서 살고 있진 않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 대통령이 선출되고, 여성 파일럿이 뽑히고,여성 ceo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평범하게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의 지표가 기준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중 하나가 되어 살아보는 삶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마타 하리'는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이곳을 선택할까.

 

 

구구절절하게 늘어지거나 스파이 혐의를 받았던 무희 시절에 집중되어 화려하게 묘사될 수도 있었을 드라마틱한 그녀의 삶이  파울로 코엘료라는 대작가의 필력을 빌려 담담하게 회고되었다. 마치 짧은 에세이 한 권을 펼쳐 읽듯  편안하고 가볍게 읽혀서 불편한 페이지가 단 한 페이지도 없었다. 또한 그녀에 대한 그 어떤 편견도 남기지 않아 좋았던 <스파이>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으며 좋겠다 싶어진다. 다만 <연금술사>나 <순례자>에서 보여주었던 인생 명문장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약간 실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 보는 책이지 성찰의 문장을 찾아헤매기에 적당한 서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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