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비록 1 - 이승에서 떨어진 저승명부
천지혜.사니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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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서 온 책 한 권

<윤회비록> 1권은 '이승에 떨어진 저승명부'라는 제목이 붙여져 있다. 이승에 나타난 저승명부. 사실 명부는 하나의 매개체이자 도구로 등장한다. 누군가의 욕망을 이뤄줄 도구, 정치적 야망을 실현할 수 있는 도구,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는 도구, 권력을 틀어잡기 위한 도구, 운명을 뒤집을 수 있는 도구..... 누구의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이롭게 쓰일수도, 해롭게 쓰일수도 있는 책.

인간의 정해진 생사가 기록되어 있는 저승명부 ' 사율계'는 단순히 사람의 명줄을 확인할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생과 사를 고칠 수도 있어 위험한데, 이야기의 시작부터 저승명부는 한 집안을 도륙내면서 '죽음을 몰고오는 책'임을 드러낸다. 하루 아침에 병조판서 윤종근의 모략으로 삼대독자 태선과 여종 유비 외 몰살당한 이판 여운식의 집안.

아비의 업보를 현생에서 갚고자 태선을 지키는 쪽을 선택한 윤종근의 아들 선기와 그들을 쫓는 사율계원 대장 서후. 그리고 명부에 이름이 올라 죽어야했지만 가까스로 명을 붙들고 있는 유비의 이야기는 현생과 더불어 전생의 인연이 드러나며 갈등과 재미를 더해간다.

현생으로 이어진 전생의 인연 그리고 출생의 비밀

주인공들의 인연은 전생의 업보와 얽혀 있었다. 인간의 연이 엮인 붉은 실인 인연사를 볼 수 있게 된 태선의 목표는 사천왕을 찾아 유비를 살리는 것이고 유비를 탐내는 서후의 목표는 절대자가 되는 것.<윤회비록> 1권에서는 대장 서후의 출생의 비밀 외에도 '아비를 죽일 상'이라 버려진 유비의 비밀까지 밝혀지면서 인물간에 지독하게 얽힌 현생과 전생의 연을 드러내고 있다. 그 외에도 유비를 찾아다니다 마주친 사람들의 연을 잇거나 죽음에서 구해주는 일도 발생하는데, 반대로 모르는 사이 죽게 만든 여인에게 원한을 사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원수관계지만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절친이 되어 버린 태선과 선기. 신분을 초월한 연인 태선과 유비. 힘과 사랑 둘 다 갖고자하는 서후. 아들을 희생해서라도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려는 아비인 윤종근과 왕 이왈. 왕의 본심을 알게 된 세자.

두툼한 1권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인물간의 갈등이 하나씩 더해지며 '저승명부' 의 존재보다 과연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마무리 될 지 더 궁금하게 만든다. 권선징악으로 통쾌하게 끝나더라도 대립과 공조가 깔끔하게 마무리 되어야하고, 새드엔딩으로 슬프게 끝나게 된다면 후생으로의 여운을 남겨야 될 전개이기에 비슷한 두께의 2권엔 어떤 사건들이 담겨 있을 지 기대가 크다.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 원작 작가이자 드라마 작가인 저자는 <윤회비록>에서 인간의 선택을 화두로 던져놓는다. 운명이라는 어쩔 수 없는 정해진 틀 앞에서 '어떤 사람이','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잔뜩 몰입해서 읽게 만드는데 <윤회비록> 2권의 제목은 '천년의 언약'이다. 제목부터가 흥미유발이라 손이 먼저 2권을 향해 뻗어나간다. 몹시 궁금하다. 결말이.






자기가 언제 테어나고 죽는지, 전생은 무엇이었고 후생은 무엇일지!

다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고칠 수도 있지

내가 죽을 날짜를 고칠 수 있고,

또한 남이 죽을 날짜를 고칠 수 있으니,

이는 곧 죽음의 결정권을 가진 것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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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은 언제나 내편
박현옥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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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편"이라는 단어가 건네는 든든함이 있다. 대략 4년즈음 되는 시간을 '열혈 오름 탐험가'로 지낸 도시여자에게 '내편'으로 인식된 제주의 오름들. 오름의 수가 대략 368개 정도된다니 그녀는 천군만마 같은 어마어마한 내편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닌가. 편한 사람, 마음 둘 장소 하나 정해두기 힘든 삶 속에서 이는 큰 축복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초록초록한 예쁜 표지의 책이 읽고 싶어졌나보다.

'어승생악','노꼬메오름','왕이메오름','저지오름','다랑쉬오름','백약이오름','동검은이오름'..... 이국적인 느낌도 중간중간 섞여 있는듯한 낯선 이름들이 제주 오름에 붙여져 있다. 규칙보다는 의미나 모양으로 지어진 이름들 같은데, 이마저도 제주스럽게 느껴져 신기할 따름이다. 작다면 작고, 넓다면 넓을 제주 땅에 있는 300개가 넘는 '오름'은 어떤 곳일까?

분화구가 있을 것

화산쇄설물로 이루어진 곳

화산구의 형태를 갖춘 곳

한마디로 화산활동을 했다는 정확한 근거 3가지가 갖추어진 장소를 '오름'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제주의 일상이 담겨 있고, 여행하기 좋은 장소를 소개하고 있지만 '제주 오름'이라는 특수한 주제 아래 쓰여진 <오름은 언제나 내편>은 그래서 여느 제주 여행서와는 많은 면에서 차별화되어 있다. 일단 국내용이든 해외용이든 여행서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0박 0일 코스 그림이 없다. 주변 편의시설, 맛집 등을 함께 담은 지도도 없고, 컬러풀한 사진도 후진배치되어 있다. 그래서 오롯이 내용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1장은 오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2장은 제주 신화, 제주 돌담, 곶자왈, 고사리, 제주 4.3 역사, 김영갑 사진작가 등 역사와 사연 등을 비교적 쉽게 풀어내고 있다면 3장에선 저자의 추천 오름 베스트 14곳을 소개한다. 책을 읽기 전 가장 기대했던 내용은 3장에 수록된 오름들의 소개였지만 책을 읽은 뒤 뭉근한 여운을 남긴 건 2장의 내용들이었다.

7년 7개월 동안 2만 5천 명의 희생자를 낸 제주 4.3의 진실, 일제 강점기때 뚫렸다는 70여 개의 동굴진지, 여름에도 15도 안팎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곶자왈', 4월에 미친듯이 꺾게 된다는 제주 고사리 이야기까지.... 생생한 제주의 모습은 모두 2장에 담겨 있는 듯 했다. 알아야할 역사와 알고 싶은 제주 생활담이 함께 기록되어 있어 더욱 유익했고.

책 뒷면에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곳'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 의미를 한 권을 다 읽은 뒤 공감하게 됐다. 그래서였을까.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이자 내국인의 관광명소로만 알고 있던 '제주'를 이제 MZ들이 그들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즐기고 있다는 소식 또한 새롭게 다가왔다. 그들의 오름을 즐기는 방법은 그저 오르기만 했던 기성세대들과 달라 재미있으면서도 더 즐거워 보여서 따라하고 싶을 정도였달까.

다만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해야할 정도로 많은 훼손이 있었다는 오름이 이제부터라도 잘 지켜질 수 있기를. 에세이를 읽는 내내 느껴졌던 저자의 제주를 아끼는 마음이 방문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스며들기를 기대하면서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힐링되는 책 속에 수록된 사진들을 주르륵 넘겨본다. 자꾸 펼쳐보고 싶어진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다

저자가 제주에 내려와 4년 여의 시간 동안 발로 뛰며 만난

오름의 모든 가치를 공감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기록한 '오름 헌사'다

P11

368개의 오름 중에서 탐방로가 잘 정비 되어 있는 곳은 100여 곳도 안 된다

오름을 좋아하는 분들과 인터뷰하다 보면

오름에서 길을 잃어 헤맨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는데,

이곳이 오름이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은 오름들과

접근 자체가 안 되는(사유지) 오름도 많으니

탐방로가 잘 되어 있는 유명한 오름을 오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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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을 굽습니다
석민진 지음 / W미디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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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오늘도 행복을 굽습니다>다.

게다가 저자는 미국 메릴랜드에서 살고 있는 파티시에.

따라서 내용 대부분이 쿠키, 케이크 같은 디저트 사진이 많이 첨부된 거의 레시피북 같은 책일거라고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오늘도 행복을 굽습니다>는 일상을 문장으로 풀어낸 에세이북이다. (특이하게 책을 읽다보면 슬라임 레시피가 나온다)

타국에서 아이 셋을 키우며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이 따뜻하게 담겨 있는데, 그 느낌이 배가된 이유는 바로 직전 넷플 드라마 '참교육'을 봐 버려서인듯도 하다. 참담한 교육현장을 담은 에피소드들이다보니 식구들이 잠든 시각 쓰레기를 밖에 내놓는 행동이나 이부자리정리 및 먹은 그릇을 치우는 습관같은 기특한 모습이나 가방에 인형을 넣어 등교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아이스러움이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햇살아래에서 평온하게 책장을 넘기기 좋은 책인 점이 좋았다.

너무 엄격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오냐오냐 키우지도 않는 엄마의 자세. 해야할 일을 습관화해주고 훈계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봐주는 시선. 이러이러하게 키워라는 식의 육아서보다 어쩌면 엄마들에게 이런 에세이가 더 공감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인데,

"우리의 '조용한 아이'는 사실 마음속에 아주 커다란 소리를 품은 아이였다고. 그 커다란 울림이 아이의 세상을 얼마나 더 넓고 환하게 만들어줄지, 나는 벌써 다음 무대가 기대된다"(P118) 는 문장만 들여다봐도 어떤 엄마인지 알 수 있었다.





<오늘도 행복을 굽습니다>를 예쁘게 포장된 상태로 전달받았다. 선물받는 기분이 물씬들도록. 내돈내산주문이건 출판사로부터 받게되는 책이건 간에 보통은 책만 도착한다. 그래서일까. 다 읽고나서도 좋은 책을 읽었다는 마음보단 좋은 선물을 받았다는 기분이 앞섰다. 따뜻하고 뽀송뽀송한 어느 가족의 일상공유를 선물받은 기분.

그리고 마음을 울리는 좋은 대목들도 찾아냈다. '걱정은 상상력의 잘못된 사용법'과 '모든 것이 내 마음의 온도에 달려 있다'는 서로 다른 페이지에 적혀 있었지만 그 울림은 같았다. 저자의 말처럼 세상에 당연한 일은 단 하나도 없다. 그 깨달음 뒤엔 변화없는 일상조차 감사한 마음이 들곤 했는데 책은 '감사를 알아차림'이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정확했다.

마음을 채워주는 책은 그 어떤 정보를 전달하는 서적보다 유용하다. 사람의 행복은 환경보다는 그 마음에서 비롯될 때가 많기 때문에.





편집도 깔끔하고 글자크기, 종이재질도 좋고 며칠을 두고 한 장, 한 장 읽어나갈 수 있는 구성도 좋았다. 아침마다 읽어보기도 했고, 저녁시간을 마무리할 때 즈음 읽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읽기 더 적당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영어로 된 명언들도 알아두기 좋은 구절들이었고.

영상이 더 익숙한 시대가 도래했지만 종이책으로 읽는 즐거움을 멈추고 싶지 않다. 일단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눈의 피로도가 덜하고, 내가 읽은 만큼과 앞으로 읽게될 양을 두께로 확인하면 독서하는 재미는 종이책만 줄 수 있는 희열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사치스럽고 귀한 일인지, 엄마가 되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달콤함만큼이나

그것이 또 얼마나 허망하게 새 나가는지도 이제는 안다

치밀한 계획 없이 움직이다간 '오늘도 제자리걸음이었다'는

자책으로 하루를 닫기 십상이다

p64

사람은 살면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경험을 통해 배운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추억이 된다

우리 아이들도 부모 몰래 수많은 실수를 저지르겠지만

그 속에서 배우고 자라리라

때로는 부모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봐주는 따뜻함도 필요하지 않을까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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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
윤지현 지음, 박지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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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에서 민박집을 경영하고 있던 한씨네 가족.

부모님과 자매, 평범한듯한 4명의 가족구성이지만 이들 가족에겐 비밀이 하나 있었다.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에서처럼 모계로 유전되는 마법같은 힘. 봉순이네의 유전력이 괴력에 있다면 한씨네 유전력은 부활에 있어 장르가 코미디가 아닌 스릴러(호러)가 될 수 밖에 없었을까.

갑작스런 사고로 엄마를 잃고 서로 의지하며 지내던 자매는 큰 딸 '미래'마저 어느 날 강에서 시체로 건져지며 작은 딸만 홀로 남겨졌다. 죽은 원혼과 자매서사가 함께 묶인 '장화홍련'을 모티프로한 한국계 미국작가의 소설 <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는 언니가 죽은 뒤 홀로남겨져 외로웠던 동생이 가족의 금기를 어기면서 시작된다. 언니의 부활. 결단코 해서는 안되는 일을 저질러버린 치기어린 10대 소녀가 마을에 불러온 재앙이 두꺼운 한 권에 담겨 있는 것이다.

한씨네는 아무도 몰래 닭을 되살려 잡아먹는 과정을 반복했다. 어려운 시절을 버티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잡아 먹히기 위해 삶이 반복되던 닭의 고통은 마지막에 스스로 영원한 죽음을 택한 닭의 행동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반려쥐 '밀키스'의 비참한 마지막과 잔혹성을 드러낸 미래의 행동 역시 '되살아난다'는 의미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대상과의 이별은 언제나 슬프고 고통스럽다. 계속되는 그리움 앞에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그 유혹을 견뎌낼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감정을 삭히는데 미숙했던 소녀 '수진'의 행위는 그래서 지탄의 대상이 되기 보단 이해의 범위에 속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따른 댓가가 살인으로 이어진 것은 매우 안타깝다. 비록 가족의 죽음을 야기하거나 종결시키는데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복수였다고는 해도.

11개국 출간계약으로 전 세계의 관심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윤지현 작가의 k-호러 <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는 읽는내내 무겁고 칙칙하며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깜짝깜짝 놀라면서 눈을 질끈 감게 되는 호러와는 그 결이 다르다. 어두운데 슬프고 그리운데 걱정된다. 수면 아래로 아래로 내려앉는 감정들을 여럿 섞어놓은 것처럼... 밝은 색감의 그림이 아닌 먹으로 채색된 수묵화처럼 고요하고 아름답지만 쓸쓸한 기분으로 읽은 책 <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

언니가 죽고 나서야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동생이 언니를 떠나보내는 이별 장면과 '놓지 못하는 마음 때문'이라는 책 속 구절이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 '우리는 괴롭히는 건 우리가 놓아줘야 떠나는 거야'라는 대목은 어떤 경우에든 마음 속에 싹튼 욕심을 잘라내기에도 좋은 말이어서 가슴에 새겨본다.



죽은 손은 가시 손이다

혼령이여, 무엇이 당신을 이승에 묶어두고 있나이까?

p197

사람들은 귀신이 되는 걸 너무 거창하게 생각해

물어 빠져 죽은 아이의 엄마는 귀신의 무름 때문에 그리된 게 아니야

아이를 보내지 못하는 자신의 간절한 마음 때문에 그렇게 됐지

그 마음 때문에 죽고 만 거야. 마크, 그게 전부란다

귀신이 되는 건 단 하나, 놓지 못하는 마음 때문이댜

우리를 괴롭히는 건 우리가 놓아줘야 떠나는 거야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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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의 비애 세종의 눈물 2 - 조선 정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왕실 최대의 비극, 개정증보판 단종의 비애 세종의 눈물 2
유동완 지음 / 휴앤스토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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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은 광해나 연산과 달리 정치적으로 '왕'에서 '군'으로 강등된 케이스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상왕에서 노산군이 되었다가 세조에 의해 제거되었는데 그 기간이 유배된 뒤 넉달만이라니 실로 애처로운 일이다.

<단종의 비애 세종의 눈물>은 저자가 머릿말 첫 문장에서 언급했듯 우리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다. 집필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고 밝힌 유동완 박사는 책 두 권을 통해 '세종-문종-단종-세조'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정치적 상황들과 더불어 야사까지 더해 이해를 돕고 있다. 왜 단종은? 왜 세조는? 이라는 질문에 관해.

1권에서는 원손으로 태어나 조선 6대 왕으로 오른 이홍위의 삶과 수양대군의 왕위찬탈, 사육신 그리고 단종이 제거되어야했던 이유까지 실려 있고, 2권은 단종의 유배길엥서부터 죽음 그 이후의 삶까지 다루고 있으며 영화에서 본 인물 엄흥도에 관한 이야기도 살짝 언급된다. 사림파의 등장으로 사후 240년 만에 다시 왕으로 복위된 단종. 원손으로 태어나 한 때 서인으로까지 강등되었다가 다시 단종이 되기까지 겨우 17년의 삶을 살다간 그가 겪어야 했던 풍파는 죽음 이후에도 끝나지 않은 채 그를 붙잡고 있었던 듯 하다.

원한 맺힌 새가 한 번 제궁을 나온 후

외로운 몸의 한 그림자가 푸른 산중에 있네

밤마다 선잠조차 이룰 수 없고

깊은 한은 해마다 다하지 않네

소리 그친 새벽 봉우리엔 남은 달빛 밝은데

피 뿌린 봄 골짜기엔 떨어진 꽃잎이 붉네

하늘은 귀먹어 오히려 슬픈 하소연을 듣지 못하는데

어찌하여 근심 어린 내 귀만 유독 밝은가 <단종이 관풍헌에서 남긴 글, 자규시>

역사의 기록은 승자의 것이라 <하여가>나 <단심가>는 귀에 익을 망정 단종의 <자규시>는 낯설기만 하다. 그저 세조에 의해 사사된 어린 조카로만 알고 있던 단종의 생애는 생각보다 더 애처로왔으며 그 시작점을 할아버지 세종이 차곡차곡 쌓아온 듯 하여 마치 세종대왕의 뒷면을 본 것마냥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인물에 대한 평가가 아무리 보는 시선에 따라 동전의 양면처럼 뒤집힐 수 있다지만 세종대왕마저 그러할 줄이야.

<단종의 비애 세종의 눈물>은 단순히 호기심으로 읽기엔 담긴 내용들이 빼곡하다. 직선으로만 이어진 역사적 지식에 여러 갈래의 가지를 뻗어 상식을 풍성하게 하는 동시에 핵심 포인트를 집어가며 읽기 좋은 책이다. 무엇보다 결과에 따른 원인을 찾아가며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이해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됐다.

<인디캣서평단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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