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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여름 더위가 찾아오고 곧 이어 극장가에 공포영화가 걸렸다. 하지만 극장 나들이 갈 새도 없이 단 한 권의 소설이 내 발목을 잡고 말았다. B.A
패리스의 데뷔작인 <<비하인드
도어>>는 '핑크빛 로맨스'의 반대적 결말을 보여주면서 현실감에 무게를 더하는 소설이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완벽한
부부. 하지만 알고 보면 쇼윈도 부부이자 '푸른수염'보다 더 잔혹한 남편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는 그레이스의 두려움이 최악으로 기억된 실화
소설 <<룸>>(엠마 도노휴/2010년) 보다 결코 작지 않았다. 절망의 빈도, 공포의 사이즈가
비등비등한 소설인 <비하인드 도어>의 주인공 그레이스는 책임감이 남다른 여성이었다.
열일곱 살 차이가 나는 동생을 엄마가 마흔 여섯의 나이에 덜컥 낳았을 때도 다운
증후군 판정을 받은 밀리를 포기하지 않고 케어한 건 그레이스였다. 가정형편이 딱히 빈곤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식에 대한 책임은 회피한 채
어린 딸에게 늦둥이를 맡겨버리고 부부 둘만의 행복을 위해 이민이라는 도피행각을 택한 부모에게 그레이스 해링턴은 과한 딸이었다. 부모보다 나은
책임감을 가진 인간적인 딸. 사춘기 시절 반항은 커녕 동생을 책임지기 위해 대학을 포기하고 일자리를 찾았던 그녀. 열여섯 밀리까지 감당할 남자를
찾지 못해 서른 둘의 그레이스는 싱글 상태. 그때 마법처럼 나타난 완벽남이 잭이었다.
공원에서 밀리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던 남자는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마치 인생에 미리 준비된 축복처럼 사귄 지 세달 무렵엔
도망갈 준비를 하긴 커녕 부모님을 만나 결혼승낙을 받아냈고 결혼에 앞서 아름다운 저택까지 마련되었다. 그동안의 세월을 보상받듯 찾아온 남자와의
로맨스는 딱 거기까지. 결혼해서 신혼여행을 가는 순간까지였고 첫날밤, 그는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