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너리스 2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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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너리스'는 점성술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두 별인 해와 달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렇게 예쁜 이름이 붙여진 소설의 내용은 정반대로 배신과 음모, 속고 속이며, 그 진실을 탐구하는데 많은 저항점을 심어둔 것처럼 복잡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마지막에 뛰어난 반전이 준비되어 있어도 재미난 추리소설은 독자를 헷갈리게 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인물로 범인을 착각하게 유도하기는 해도. 하지만 엘리너 캐턴의 <<루미너리스>>는 '라쇼몽'을 볼 때보다 더 헷갈리게 누구를 믿어야 좋을지....헷갈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글이 아닌 인간의 삶을 두고 볼 때 이 소설은 삶의 형태와 가장 많이 닮아 있지 않나 싶어진다. 법원에서 판사 앞에 선 검사와 변호사가 사건을 두고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원한관계를 증명해내는 동안 그 주장들을 들으며 과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끊임없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배심원의 마음으로 나는 이 소설을 읽어나갔다. 누가 범인일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얼마나 나쁜 놈인 것일까?도 중요하지 않았고.

 

다만 그들이 어떻게 엮였으며 그 고리가 과연 풀어진 채 소설이 끝맺음될지, 아니면 고리는 그대로 둔 채 진실의 실마리만을 던져줄지 그 부분이 더 궁금해졌다. 사건은 단순했으나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이기적 혹은 자기합리화적 자세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2권을 읽는 동안에도 쉽게 그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영어로는 도무지 소통이 불가능한 아 숙은 프랜시스 카버가 제 아버지를 함정에 빠뜨리고 죽음에 이르게 한 것도 모른 채 그 밑에서 노예처럼 일하다가 결국 버려졌다. 그 복수를 위해 그를 죽이겠다고 결심했으나 아비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독인 '아편'에 도리어 중독되어 아편을 팔면서 생을 허비했다. 그런 그의 앞에 프랜시스 카버가 나타났다. 좋아하는 창녀 안나의 곁에......

 

 

P206 안나는 어쩌면 진실을 말한 게 아닐지도 몰라. 우리를 속이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네.

        물론 우리는 안나의 말을 의심할 이유가 없었지...지금까지는....

 

 

교활해 보이는 것은 웰스 부인 뿐만이 아니었다. 안나는 여러 인물과 연결된 연결고리이자 그녀 스스로도 서명을 위조하며 문서 위조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행할만큼 도덕적 잣대가 낮은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바로 스테일리스가 사라지고, 웰스가 죽던 날 밤에 자살을 시도했던 여인이었던 것.

 

이렇게 하나하나 밝혀지는 것들을 짚어나가다보면 어느새 조각조각의 고리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실로 방대했다. 단 두 권이었을 뿐인 소설이. 대하 드라마를 본 것 같은 등장인물들과 서로 다른 말들. 갈아탄 신분. 헷갈리게 하는 요소들....2권까지 읽고나니 비로소 그 재미의 요소가 이야기 본질에 있음을 알게 되긴 했지만 여전히 극찬 받았던  천체의 역학관계에 따라 움직인다 는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부분에 주목해서 읽지 않아도 충분했다. 이야기는.

 

다만 1권부터 2권으로 이어지는 동안 그 흐름을 이어오기 보다는 쉬었다가 읽고 쉬었다가 읽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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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너리스 1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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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의 맨부커상 역사를 새로 썼다는 <<루미너리스>>는 시원하게 고백부터하자면 쉽지 않았다. 우선 1권과 2권으로 나눠 발행된 그 양이 어마어마했고 12명이라는 많은 수의 주요 인물을 따라가다가 그 흐름을 놓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영상으로 잘 그려지지 않았다. 이 소설-.

 

 

낯선 남자가 호키티카에 도착한다. 비밀 모임은 방해를 받는다

 

크라운 호텔 흡연실에 12남자가 모여 있다. 그들의 대화는 홀로 금채굴을 하러 왔다는 젊은 사내, 무디가 방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멈추어졌다. 그들이 하고 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왜 굳이 낯선 곳에 와서 처음 보는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그들에게 자신이 처한 입장을 털어놓게 된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무디는 자신의 아버지와 형이 모의하여 계모를 버린 일에 수치심을 느껴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광산으로 흘러들어왔다고 남자들 앞에서 고백했다. 갓스피드 호라는 전세선을 타고. 사실일까?

 

가장 먼저 궁금해진 의문 두 가지를 두고 소설을 읽어나가다보니 방대하긴 하지만 1권에서는 실상 무언가 실마리를 제공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평지의 사막을 끝도 없이 걷고 있는 기분이 들어 수없이 읽기를 중단했다가 다시 읽기를 반복하는 동안 시일은 참 많이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읽는 속도가 빨라 하루에 2~3권도 읽어내던 내게 <<루미너리스>>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왜 꼭 12명의 남자들을 별자리와 상응시켜 그들의 성격을 별자리의 성향에 국한 시켜야했을까? 12개의 진실은 다소 글을 복잡하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호기심을 발현시키고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몰입해 들어가야만 하는 독자에게 소설의 1권은 곁가지격인 다른 의문들을 주렁주렁 매달게 만들어 혼돈을 야기시키기도 했다.(어쩌면 내게만)

 

애초 이 비밀 모임의 성격이나 목적, 등장한 무디의 역할이 실종된 젊은 갑부와 자살을 시도한 창녀의 사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인지는 2권을 다 읽어야지만 그 퍼즐이 다 맞춰 질 것만 같아서 1권 읽기를 서둘러 끝냈다. 마지막에 박차를 가하여. 차라리 영화나 드라마화 되면 쉽게 이해될까? 싶을 정도로 그 영상이 그려지지 않아 애를 먹게 만든 소설은  다시 문제의 배 갓스피드호로 되돌아가서 1권을 배의 침수소식으로 끝맺음 하고 2권으로 넘어가고 있다.

 

'루미너리스' 

황금이 그들을 불러들인 유혹의 빛이라면 그들 각자의 진실은 그 순간의 빛이 소멸되는 순간 어떻게 남겨질지 2권에 대한 기대를 살짝 걸어보며 힘겨웠던 1권 읽기를 끝냈다. 힘들었다, 그 어떤 소설보다....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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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럼 붉다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1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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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화이트보다는 블랙 화이트의 성향이 강한 주인공 루미키 안데리손은 열 일곱살. 어떤 이보면 유에서인지 부모님에게서 독립해서 혼자 산다. 언뜻언뜻 보여지는 회상씬에서는 과거 지독한 왕따를 경험한 일이 있고 친족 내에서도 내돌려졌으며 가깝게는 부모로부터도 이해받지 못하며 자라왔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 십대 사춘기 소녀가 부모와 떨어져 사는 것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아마 더 큰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어떤 스파이보다 민첩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훈련된 것을 보면.

 

아쉽게도 작가의 죽음으로 인해 더 이상 읽을 수 없게 되어 버린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시리즈 속 '리스베트 살란데'보다 훨씬 어린 미니 리스베트 같은 루미키는 핀란드어로 '백설공주'라는 뜻의 이름이라고 했다. 흑단처럼 검은 머리도, 붉은 입술을 지니지도 않은 딸에게 백설공주라는 이름을 붙여준 부모의 바람은 어떤 것이었을까.

 

루미키는 확실히 남들과 달랐다. 먼저 사춘기라는 나이 때의 흔한 징후가 없었다. '반항' 의 흔적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고 그보다는 '조심스러움' 그리고 '빠른 판단력'으로 다가온 위협으로부터 자신과 동급생들을 구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을 꼽자면 누군가의 충고를 지독하게 싫어할만한 십대의 나이에 그녀에게는 좌우명이 한 두개가 아니라는 거다.

 

p34  무난하게 살고 싶으면 참견하지 마라

p36  속단하지 마라

p64  복수를 위해 힘을 키우지 마라. 복수가 필요해지는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힘을 길러라

p67  모르는 번호에는 응답하지 마라. 절대로

p68  휘말리지 마라. 참견하지 마라. 자기 일만 걱정하면 된다

 

계속 이어지는 좌우명 퍼레이드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친구도 아니었던 학내 유명 동급생 셋의 위기에 휩쓸렸다. 온실 속 화초로만 자라온 딱 10대의 반항심으로 세상을 살아가던 투카, 카스페르, 엘리사가 발견한 피묻은 돈다발의 위기 속으로. 마약단속 경찰이자 비리 경찰인 엘리사의 아버지에게 배달되어야 할 돈을 중간에서 딸만큼 어린 그의 정부 나탈리아가 가로채 버렸다. 아니, 가로채려고 하다가 죽임을 당했다. 그리하여 다시 던져진 피묻은 돈다발을 약에 취했던 십대 셋이 발견했고 나누어 갖고자 했다. 하지만 그들은 서툴렀다.

 

피묻은 돈을 학교 암실에서 세탁해 말리다가 루미키에게 걸렸고 그 돈다발을 추적하던 보리스 소콜로프의 똘마니들에게 위협받고 있는 중이었다. 게다가 그의 뒤엔 아무도 그 실체를 본 적 없는 어마어마한 대부 북극곰이라는 존재도 있다고 하니...눈내리는 설원에서 흩날릴 선혈은 그 양이 어마어마 하리라는 기대감을 독자에게 안겨주기 충분했다. 하지만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는지, 안도감을 안겨주었는지 모르겠다. 도무지.

 

시리즈의 1권인 것을 모르고 단행본이라고 생각했기에 이야기의 완벽한 결말을 바랬건만 서늘했던 스칸디나비아 스릴러는 -2권에거 계속- 이라며 <눈처럼 희다>를 읽기를 권하고 있었다. 3월에 새로 번역된다는 요 네스뵈의 신간을 기다리고 있고 스티그 라르손에 반해 북유럽의 소설들을 미친듯이 읽어온 독자인 내게 <피처럼 붉다>는 서막이다. 아직은 모르겠다. 이 작가의 이름이 내게 브랜드 네이밍이 될지 2권을 보고 접게 될지는....하지만 궁금해졌다. 열 여덟살에 첫 책을 출간했다는 살라 시무카가 몇 권까지 나를 몰아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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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긋는 소녀 - 샤프 오브젝트
길리언 플린 지음, 문은실 옮김 / 푸른숲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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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언 플린의 소설 중에서 가장 밋밋하게 읽은 작품이 무엇인지 꼽으라면 <몸을 긋는 소녀>를 선택하겠다. 물론 이 이야기 역시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2006년 데뷔작으로 CWA 스틸 대거상과 뉴 블러드 대거상을 동시에 수상한 책이면서 영리하게 쓰여졌다. 하지만 이후 더 노련한 솜씨로 집필한 <나를 찾아줘>와 짧은 길이에도 불구하고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나는 언제나 옳다>를 먼저 읽어버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작인 <몸을 긋는 소녀>는 어쩔 수 없이 그들과 비교될 수 밖에 없었다.

 

완벽한 이야기꾼,,,

 

10년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서 평론가로 활동해 왔던 그녀가 무섭게 써 내는 소설들은 허를 찌르면서 궁금증을 폭발 시킨다. 여자작가 특유의 섬세함이나 달달함은 머릿 속에 자리잡을 틈도 없다. 그녀의 소설에 몰두하는 동안 작가가 여자인지, 커리어가 어떻게 되었는지, 전작이 무엇인지는 이미 안드로메다로 날려 버린 채 이야기의 길로 무섭게 내달리기 바쁘다. 독자를 LTE급 가속력으로 밀어붙이는 이야기는 때로는 잔인하게, 때로는 흥미롭게 또 때로는 처참하게 풀어지다가도 어느 순간이 오면 방향을 체인지 시키거나 결말만을 위한 화해로 인도하지 않아 좋았다.

 

무궁무진한 이야기 보따리를 등에 지고 나타난 노련한 이야기꾼처럼 그녀는 완벽했다.

 

 

 

나도 그 애들처럼 살해됐으면 좋겠어 그럼 완벽하게 사랑받을 수 있잖아....

 

라니. 어떻게 이런 마음을 품을 수 있지? 길리언 플린의 이야기 속 등장 인물들은 어딘지 모르게 일반적이지 않았다. <나를 찾아줘>에서도 바람핀 남편에 대한 복수로 그를 자신의 살해범으로 만들 생각을 했던 마누라가 등장하더니 <몸을 긋는 소녀>에서도 특이한 정신상태의 인물들이 등장했다.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세 여자는 엄마, 언니 그리고 여동생이다. 그녀 스스로도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했음을 군데군데에서 시사했던 엄마(아도라)는 모정이 깊지도 않으면서 일부러 아이를 아프게 만들어 보살피는 역할을 자처한다.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의도대로 행동한 딸(메리언)은 죽었고 제맘같지 않던 딸(카밀)은 멀리 떠났다.

 

 남보다 못한 가족관계로 이어져왔던 카밀 역시 엄마로부터 벗어났지만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진 못했다. 남모르게 자신의 몸에 단어를 새기는 자해를 하면서 살아왔던 그녀에게 고통은 살아가기 위한 도구였을까. 아니면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을까.

 

 

P13  나는 가고 싶지 않았다

 

 

시카고에서 네번째 가는 신문인 <데일리 포스트>에 글을 기고하며 밥벌이를 하고 있던 카밀에게 편집장은 두 건의 소녀 살해사건을 디밀면서 고향에 다녀오라고 일감을 던져준다. 가고 싶지 않은 곳, 보고싶지 않은 가족이 머무는 땅. 12년 만에 취재를 위해 다시 방문한 고향은 불편한 시선 투성이였다. 얼마나 후회하고 또 후회했을까. 하지만 와버렸고, 취재가 끝나기 전까지는 돌아갈 수도 없다.

 

불편한 사람을 만나는 일과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일. 두 가지 중 어느 것이 더 힘든 일일까.

 

그 옛날 여동생을 살해하고 윈드 갭 마을의 소녀들을 살해한 살해범으로 엄마 아도라가 지목되었으나 다시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카밀은 엠마의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침대, 의자, 책상 그리고 인형의 집까지...결국 56개의 표백된 치아를 발견했을 때, 그녀의 머릿속으론 어떤 생각들이 지나쳐 갔을까. 정말 독 맛을  본 아이는 남을 해치는 일이 위안이라고 여기는 것일까.

 

 

정말 끝내주게 지독한 모녀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 모녀관계는.

하지만 마지막에는 작가가 언급한 것처럼 사실만 남았다. 그래서 슬프게 느껴지거나 잔혹한 잔재가 남지는 않았다. 마음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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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을 지키는 용기 꿈공작소 27
인그리드 샤베르 글, 다니 토랑 그림 / 아름다운사람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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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부모였다면 이 동화 또 다르게 보였을까?

(어린 소녀가 바람부는 날 혼자 집을 뛰쳐나간 일에 대해서는....)

 

 

 

밝고 화려한 색감의 동화책이 아닌 약간은 어둡고 채도가 낮은듯한 흡사 수묵담채화 느낌이 나는 잉그리드 샤베르의 동화 <소중한 것을 지키는 용기>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동화다. 사람과 사람이 아닌 사람과 동물 그것도 오래 곁에 있어준 충직한 늙은 개와 어린 소녀가 위기의 순간에 처했을때 일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연재해를 다룬 영화들은 빠짐없이 봐 온 것 같다. 선호한다기 보다는 보통 헐리우드의 자연재해 영화들은 블록 버스터 급이라 결코 지루함이 없어 시즌별로 티켓 오픈 되면 놓치지 않고 봐 왔을 뿐이다. 지진이 일어나고 해일이 일고 화산이 터지고 결빙이 오고 트위스터가 불어오는 재난 속에서 자연앞의 인간이란 참으로 나약한 존재구나! 그런데 아둥바둥하며 살았구나! 싶어서 한숨이 절로 쉬어지곤 했다. <소중한 것을 지키는 용기> 또한 자연 앞에 한 가족이 위험에 처하면서 시작된다.

 

바람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던 날, 그 세차게 부는 바람 탓에 엄마 아빠는 가축과 배를 안전한 곳에 놓아두러 밖으로 나갔고 집에는 어린 소녀만 남겨져 있었다. 그림을 보면 젖소가 막 날아가고 그 다리를 노랑머리의 엄마가 세차게 붙잡고 있어 트위스터나 허리케인이 불어온 것처럼 보여져 무서움이 앞선다. 다행스럽게도 태풍 피해를 직접적으로 겪어본 일은 없지만 매년 우리 나라 역시 수재민 돕기를 할만큼 비폭풍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인지라 자연재해는 어쨌든 참 무섭게 느껴지곤 했었다. 그런데 매번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소녀는 혼자 집에 있는 날에는 늙은 개 해링턴과 함께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날!!! 해링턴이 사라졌다.

 

 

세찬 바람이 우리 집 늙은 개 해링턴을 빼앗아 가 버린 게 아닐까?

 

울음에도 대답이 없자 소녀는 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또 달려 해링턴을 찾아 헤매다녔고 결국 덤불 밑에 쓰러져 있던 해링턴을 발견했다고 한다. 아, 얼마나 다행인지.....어른들이었다면 자연재해 앞에서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젖소도 하늘로 날아가는 그런 날에-.

소녀는 달리면서 더는 춥지도, 무섭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만큼 해링턴이 소중한 존재였으리라.

 

찾긴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 해링턴을 안고 천천히 걸어야했던 소녀. 뛸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계속 반복되었을 "괜찮아, 해링턴. 내가 지켜줄께"라는 다짐. 비단 이 소리는 해링턴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에게도 한 다짐이었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도록. 조그마한 소녀에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 그런 와중에도 소들은 하늘을 휘휘 날아가고 있었다.

 

젖소의 무게도 상당할텐데...소녀와 해링턴의 합한 무게가 더 무거웠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작은 소녀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던 것일까.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소녀와 해링턴은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둘은 따뜻하고 포근한 잠자리에서 꼬옥 끌어안고 잠이 들면서 동화는 해피엔딩으로 끝이났다.

 

그 어떤 말보다 이 짧은 동화 한 권이 시사하는 바가 컸다. 늙은 개이기 때문에 더 소중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것. 그 어떤 상황에서도 가족으로 맺어진 반려동물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 어린 시절부터 동물과 함께 하면 저절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부터 그 사랑이 흘러나오게 된다는 것. 소녀가 동화 속에서 보여준 용기는 '배워서 행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행해진 것'이어서 더 감동의 색이 짙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함께 했던 반려동물을 쉽게 버리는 일부 어른들에게도 이 동화가 깊은 반성의 씨앗을 심어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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