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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선 ㅣ Oslo 1970 Series 2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6년 4월
평점 :
<스노우맨>을 읽었을 때 받았던 강렬한 펀칭은 없었다. 그의 신작은 당연히
'해리 홀레 시리즈'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완벽하게 빗나가버렸다. 하지만 '요 네스뵈'라는 브랜드는 이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당연히 선택하게 되는
자동소설 같은 브랜드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피엔딩이다. 누구를 기준으로 했을때인가의 문제가 남긴 했지만 적어도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을만큼의
결론이라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한숨도 함께 덮을 수 있었다.
일본 소설가 다카노 다즈아키의 <그레이브 디거>에서는 태어나서 단 한 번
선행을 실천하려는 날 일이 꼬이고 꼬여 추격전을 펼치는 남자의 이야기가 숨막히게 펼쳐졌었다. 그와 비슷하게 <미드나잇 선>에서도 전직
해결사인 '울프'가 등장한다. 아픈 딸의 치료비를 위해 돈이 필요했지만 어둠의 권력자인 '뱃사람'의 의뢰를 멋지게 따돌렸다.
아니....따돌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고 오산이었으며 그로인해 자신의 생명까지 내어놓아야할 지경에 이르렀다.
p7 아름답기는 개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을 그냥 그렇게 돌려 말하는 거
아닌가?
해결사 '욘'은 의뢰받았던 죄인을 빼돌렸다. 하지만 그는 도망가서 쥐죽은듯이 살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해결사를 엿먹였다고 나불나불대다가 결국 총에 맞아 죽었다. 의뢰인이 원하던 방식 그대로. 돈은 필요했으나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사람을 차마 뿌리치지 못했던 '욘'은 그 얄팍한 인정 때문에 위험해졌다. 그래서 그는 '코순'이라는 마을에 몰래 숨어들었다. '울프'라는
이방인으로. 대개의 조그만 시골마을이 그러하듯 '코순' 역시 옆집 숟가락 갯수까지 알만한 동네여서 울프는 단연 눈에 띄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남편이 곧 돌아온다고 강조하는 '레아'와 그녀의 아들 '크누트'와 엮이게 될 줄
몰랐던 '울프'는 질투에 눈이 먼 여자의 밀고로 쫓아온 추격자에게 목숨을 빼앗길 뻔하기도 했고 사랑하게 된 여인의 곁을 얼른 떠나야함을 알면서도
망설이며 시간을 죽이기도 했다. 그 사이 추격자들은 그의 집을 헤집었고 함정을 팠다. 위기를 극복하고 이 마을에서 살아서 도망칠 수 있을까.
갈등하는 울프 앞에 나타난 레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남편에게 강간당한 채 결혼식을 올려야했던 일, 아이를 낳고 살면서도 폭행을 당해야했고 급기야 눈 앞에서 아이를 때리는 모습까지 목도해야했던
그녀의 지옥같았던 결혼 생활. 그리고 그 남편이 바다에 빠져 죽고 나자 그 동생이 그녀를 찝적거리기 시작했다는 것도.......이런 그녀를 두고
울프는 홀로 떠날 수 있을까.
결국 그들은 하나의 살인으로 두 사람의 죽음을 만들어냈고 부부가 되어 마을을 떠날 수
있었다. 결론이 중요한 소설이 아니었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날카로움도 없었다. 하지만 읽는 동안 '울프'라는 남자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떠날 수 있을까.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에 대한 연민이 어느새 생겨 버린 것.
참 재미있었지만 나는 왜 여전히 아쉬운 것일까. 아, 다음 권은 이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부디 <해리 홀레 시리즈>를 만나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