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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이와 함께 보는 우리 동네 봄꽃
권미정 / 들레출판사 / 2023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지난 주말 아내와 동네 뒷산으로 벚꽃구경을 갔다. 많은 사람들이 꽃구경을 와서 번잡하긴 했지만, 그 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하나같이 미소가 가득하였다. 내얼굴에도 그사람들처럼 미소가 가득하리라.
요사이에는 봄이 너무 짧은 것 같다. 지난 주말까지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더니만, 이번주 부터 기온이 급격히 오르기 시작하고, 이번 주말에는 벌써 반팔을 입을 정도로 기온이 높아졌다.
이렇게 짧아진 봄을 제대로 느끼려면 역시 꽃구경이 제일인거 같다.
'아이와 함께보는 우리동네 봄꽃'은 우리주면에서 흔히 볼수 있는 30여종의
봄꽃을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식물전공자는 아니지만,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에게 꽃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사진과 곁들여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아이들을 위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부모들이 읽고 아이들에게 꽃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이끌수 있는 길라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다.
산철쭉과 영산홍, 그리고 진달래.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하기 힘든 꽃들의 차이점을 상세하게 설명한 부분이라던가, 주위에서 흔히 볼수 있지만 이름을 몰랐던 꽃들에 대한 설명이라던가.
아이들이 "저꽃은 이름이 뭐에요?"하고 물어보았을때, 설명해줄수 있다면 조금 어깨가 으쓱해지지 않을까?
그렇다고 너무 학술적인 설명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의 경험을 적절히 섞어 읽는내내 , 아 나도 이런 경험이 있었지 하고 친근하게 읽을 수가 있었다.
라일락은 향기가 좋다.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 잊을 수 없는 추억에" 하는 노래가 있을 정도이다. 이문세의'가로수 그늘 아래서면'이라는 노래이다. 보라색의 예쁜 꽃에 향기가 좋아서, 한번 향을 맡아본 사람이면 라일락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후각이 예민하지 않은 사람도 이 꽃에는 향기가 있구나 알 수 있고,깊은 산속이 아닌 아파트 단지에 피어난 꽃에서도 진한 향기가 느껴진다. 후각은 여러 감각중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어릴때 엄마와 산책하며 함께 맡았던 라일락 꽃향기는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노인이 되어서도, 엄마와의 추억을 되살려 줄 것이다. 하하 웃으며 기분 좋을때, 라일락 향기를 맡아보자- 본문중
책을 읽는 내내 봄향기가 가득히 느껴지는 것 같아, 정말 기분이 좋았다.
우리 주변에 이렇게나 많은 봄꽃이 있었다는 것에 놀랐고, 이 많은 꽃들이 하나하나 다 이름이 있다는것에 새삼 놀랐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이 꽃이 되고 싶다. - 김춘수의 꽃 중
봄날에 꽃구경을 가서 '와 이쁘다'고만 할게 아니라 그 꽃들 하나하나에게 이름을 불러준다면 어떨까?
김춘수님의 시처럼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줄때, 그 누군가가 나에게 의미가 되는 것처럼,
꽃들의 이름을 부르고, 기억해 준다면. 봄날의 꽃구경은 정말 소중한 추억이 될 거 같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한다면, 그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서도 엄마와 함께했던 그 봄날의 그 기억들은 꽃이름과 꽃향기와 더불어 매년 봄이 되면 떠올릴 수 있는 어린날의 행복한 기억으로
자리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