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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 인간의 시계로부터 벗어난 무한한 시공간으로의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보희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평점 :
물론 최후의 세밀한 부분까지 정확하게 들어맞는 '궁국적'인 이론이 언젠가는 수립될 것이라고 기대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헛된 꿈일 뿐더러 , 그런 꿈을 꾸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최종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우리가 지닌 무지의 범위가 너무 넓고, 이론문리학의 근본적인 문제들이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과학을 믿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과학이 확실한 진리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여러 답 중 가장 나은 것을 해답으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존의 것보다 더 나은 답이 나온다면 그것이 곧바로 '과학적'인 답이 된다.
과학적 사고란 우리의 무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나는 한발 더 나아가 과학적 사고란 우리의 무지가 얼마나 방대하고 우리의 지식이 얼마나 역동적인지를 의식한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를 전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확신이 아닌 의심이다.
진리가 불확실하다고 해서 우리가 합의를 내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과학은 합의에 이르게 되는 과정 그 자체이다.
양자중력을 통해 얻은 새로운 사실은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간은 사물과 같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망처럼 연결된 알갱이들의 확률운으로 이루어진 중력장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아이디어과 특수상대성이론을 연결해서 생각해본다면, 시간과 공간은 긴밀하게 이어져 있으므로 공간의
부재는 결국 시간의 부재를 의미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것은 양자중력의 공식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과도 정확하게 일치한다.
결론) 공간과 시간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시공간이라고 불린다. 시공간은 절대적이고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상대적이고 관계적인 존재이다. 공간이 작은 알갱이인 루프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저자 주장하는
루프양자중력이론의 핵심이다.
오래전 과학적 세계관에서 지구가 '우주의 중심' 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던 것처럼, 관용적인 공간과 시간
의 개념 역시 기초물리학의 범위안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물체들 간의 관계라는 개념이 그자
리를 대신할 것이다.
이탈리아 물리학자 카를로로벨리의 저서는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것이 많다. 저자 스스로가 양자이론
과 상대성 이론을 통합하는 루프양자이론을 연구하는 학자인데, 양자이론, 상대성이론의 핵심이
공간과 시간이기 때문이다. 현대물리학을 공부하다보면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세계관에
엄청난 혼란이 온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붕괴되는 느낌이다.
허나 처음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할때, 비록 지금은 그것이 과학적 사실로 인정되더라도
당시의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느끼는 상식의 붕괴를 경험했을 것 같다.
책자체는 짧지만 읽어보고 되새겨 볼만한 내용이 많다. 허나 저서들이 동어반복되는 느낌이 많이든다.
그가 처음 주장한 것도 아니고 왠만한 현대과학서적에 있는 내용들이라 참심함이 부족하다.
그의 연구의 핵심은 루프양자중력이론인데, 그것에 관한 설명은 굉장히 짧다.
루프양자중력이론 자체가 아직 과학적 이론으로 자리잡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