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식당 3 수학식당 3
김희남 지음, 김진화 그림 / 명왕성은자유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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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김희남

   그림 - 김진화

 

 

 

 


  1년에 한 권씩 나오던 ‘수학 식당’이 드디어 끝이 났다. 2012년 9월에 1권을 접해서, 2014년 11월에 3권이 나오며 시리즈가 마무리가 되었다.

 

  막내조카에게 전화를 걸어 ‘수학식당 3권이 나왔데.’라고 말하자, 금방 ‘사줘요!’라는 대답이 나왔다. 후훗, 그렇지. 내가 그 말이 나올 줄 알았지. 딱 걸렸어! 넌 평소에 고모가 사주는 책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지. 이제 고모는 그냥 책을 사주지 않을 것이야. 후후후후후후후. 3권을 읽고 싶으면 이주일 동안 고모 심부름을 다 하는 거야! 처음 내건 조건은 한 달이었는데, 그건 너무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이주로 줄여줬다. 아, 난 왜 이리 친절하고 착한지 모르겠다.

 



  수학 요리계에서 비수레의 후계자로 유명한 셰프 피와 그의 조수인 강아지 당케, 그리고 비수레 후계자 자리를 빼앗으려는 학수 식당의 봉팔 셰프와 조수 봉수아, 이 두 팀의 대결이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사람들에게 수학을 못하게 만드는 초컬릿을 먹인 봉팔 셰프와 봉수아 때문에 셰프 피와 당케는 곤욕을 치른다. 설상가상으로 수학의 비기를 집대성한 비수레를 훔쳐간 봉팔 셰프가 학회를 소집하여, 셰프 피를 쫓아낼 음모를 꾸민다. 충격으로 쓰러진 셰프 피를 대신해 경합에 나선 당케는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리고 3년 전에 헤어진 엄마와는 만날 수 있을까?

 


  이번에는 분수와 길이 계산, 그리고 받아 올림에 대해 배운다. 그리고 확률과 칠교를 이용한 문제도 잠깐 나온다. 실수연발인 당케를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각 단원의 기본 개념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뒤에는 달콤한 간식 조리법까지 곁들여져있다. 1권 뒤에 있는 요리를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지 3년이 지났는데, 아직 하나도 해보지 않았다. 올해가 가기 전에는 꼭 한 번 해먹어봐야겠다.

 




  책을 받자마자 후다닥 다 읽은 조카는 왜 3권으로 끝이냐고 서운해 한다. 자기가 요즘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내년에 6학년때 배울 내용까지 다뤄야한다고 아쉬워한다. 그리고 급기야는 각 학년마다 한 권씩 해서, 6권까지 나와야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아무래도 중학생이 되면 중학생 용 수학식당 책도 나와야한다고 할 기세다.

 


  매년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 때마다 조카가 애타게 기다리던 시리즈라서, 마지막이라고 하니 아쉽기도 하고 그렇다. 당케처럼 어려운 일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용기 있고 소신 있게 행동하는 조카가 되었으면 하고 빌어본다. 이 말을 들으면, ‘고모는 내가 개보다 못하다는 거야?’라고 억울해하겠지만……. 억울하면 노력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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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역사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75
버지니아 리 버튼 글, 그림 | 임종태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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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Life Story

  저자 - 버지니아 리 버튼

  그림 - 버지니아 리 버튼

 

 

 

 


  분류상으로는 유아 그림책으로 되어있지만, 초등학생에게도 어울리는 책이다. 그림이 많아서 그림책이지만, 글도 만만치 않게 많다.

 


  아마 어릴 적에 조카에게 사줬다면 내가 일일이 다 읽어줘야 했을 것이다. 음, 그 때 사주지 않은 게 다행이다. 어릴 적에 동화책을 수십 번 읽어줘도 ‘또! 또! 한 번만 더!’를 외치던 조카였으니까 말이다. 내가 실감나게 음성 변조를 해가면서 읽어준 보람이 있긴 했다. 자장가를 열 번 정도 불러주고, 옛날이야기를 대여섯 번은 해줘야 잠이 겨우 들었던 막내 조카. 물론 지금 얘기하면 ‘내가 그런 적이 있었어?’라고 잡아뗀다. 그 때 내가 목이 얼마나 아팠는데, 나쁜…….

 


  물론 굳이 글자를 자세히 읽어주지 않고, 그림만 봐도 아이들은 받아들였을 것 같다. 그 정도로 그림이 섬세하고 각 생명체들의 특징을 잘 잡아냈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큰 아이들은 그림과 글을 함께 볼 수 있으니까, 더 자세히 알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표지만 봐도 생명체가 어떻게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어졌는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첫 페이지에는 동물과 식물이 어떻게 진화를 이루었는지 각 시대별로 그려져 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면, 태양의 생성에서부터 지구를 비롯한 각 행성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얘기한다. 이후 지구가 단단해지면서 생겨난 암석들에 대한 설명과 고대 생명체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림을 보면 왼쪽 아래쪽에 한 사람이 다양한 복장과 동작을 보여준다. 마치 극장에서 쇼를 소개하는 사회자 같다.

 




  책은 빙하기가 끝나고 인간이 어떻게 번성해왔는지도 보여준다. 동굴 속에서 살다가 배를 만들어 이동을 하고, 작물을 경작하고, 가축을 기르며 살아온 과정을 그림으로 나타낸다. 산업화와 도시화까지는 다루지 않고, 농경 생활을 하는 단계에서 마무리한다. 아마 그렇게 하면 너무 분량이 길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니면 저자가 1968년도에 사망했기에 이후 급격한 현대화가 된 도시까지 그리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다.

 


  재미나게 읽는 모습을 보니, 좀 더 일찍 사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에 그림으로라도 접하게 하고, 좀 더 커서 글로 이해할 수 있게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조카야, 이런 괜찮은 책을 늦게 사줘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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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씨의 위대한 여름 도란도란 마음 동화 1
안선모 글, 장경혜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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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안선모

  그림 - 장경혜

 

 

 

 

  주인공의 성은 ‘포’씨이고, 이름은 ‘클레인’이다. 포청천과 전혀 관련이 없는, 그렇다고 해서 서양 사람도 아니다. 성과 이름을 붙여서 읽으면, 그의 정체를 알 수 있다. 그렇다. 포클레인이다.

 

  포씨가 주로 하는 일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갈아엎기라든지 밀어내기이다.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갈대숲을 밀어내고, 강줄기를 곧게 하기 위해 강바닥을 파헤치고, 나무를 파내기도 한다, 그는 자신이 엄청난 일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런데 어느 겨울날부터 그는 시름시름 앓아눕기 시직하더니, 급기야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온 몸에 녹이 슨 어느 여름날, 개개비 한 쌍이 포씨의 커다란 손에 알을 낳는다. 포씨는 행여 알들이 다칠까봐 움직이지도 않고, 새끼 새들이 나올 때까지 개개비들을 지켜준다. 그리고 마침내 개개비들이 떠나기 전날, 포씨는 엄마 개개비에게 자신이 겪었던 일을 얘기해준다. 병에 걸린 돼지들을 묻기 위해 작업을 하던 중, 죽어가는 돼지들의 눈망울을 보는 순간 그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처음으로 그는 자신의 직업에 의문과 회의를 느낀 것이다. 과연 개개비는 자책감에 괴로워하는 포씨에게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인간이 존재하면서 자연은 파헤쳐져갔다. 좋은 의미로는 개발이었고, 나쁜 의미로는 훼손이다. 누구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단어가 달라진다. 이 동화의 주인공 포씨는, 인간의 개발에 앞장선 도구 중의 하나다. 따라서 포씨의 고민은 인간의 고민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과연 인간들이 살겠다는 명목으로, 다른 생명체의 보금자리를 빼앗고, 마구 죽여도 괜찮은 것인가?

 

  이 문제는 다양한 각도로 봐야할 것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인간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은 인간 한 종류만 사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가 공존하고 있다. 서로 영향을 주면서 존재하는 관계기에, 하나라도 사라지거나 피해를 입으면 당연히 다른 부분에도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인간을 우선시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중용이라는 개념이 나온 모양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게. 획일적인 공평이 아니라, 각자의 상황에 적합한 공평으로.

 

  제목 ‘포씨의 위대한 여름’은, 주인공 포씨가 개개비 알을 품고 있었던 그 여름을 말하고 있다. 새들의 보금자리였던 갈대숲을 밀어버린 포씨가, 그 새의 알을 품었다는 건 어떻게 보면 무척 의미 있는 일이었다. 죽음과 관련된 일을 하던 그가 살리는 일을 하게 된 거니까.

 




  하지만 이 책은 음, 개발을 너무 나쁜 것으로만 몰고 있는 느낌이다. 아! 어쩌면 난 인간의 관점에서 책을 읽고 이해했으며, 작가는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 관점에서 집필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차이가 날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직 조카는 읽지 않았는데, 어떤 느낌을 받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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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안 해도 심심하지 않아!
수잔 콜린스 글, 마이크 레스터 그림, 노경실 옮김 / 두레아이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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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When Charlie McButton Lost Power, 2005

  작가 - 수잔 콜린스

  그림 - 마이크 레스터

 

 

 

 

  찰리는 게임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소년이다. 눈이 오는 겨울을 지나 산책하기 좋은 봄이 되어도, 다시 시간이 흘러 더운 여름이 되어도 그는 언제나 방에서 컴퓨터 게임만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전체가 정전이 된다. 그리고 평화롭던 찰리의 일상생활이 방해를 받는다. 게임 금단 증상에 시달리던 그는 쓰던 게임기라도 사용하려고 했지만, 평소에 건전지를 준비하지 않아 그것도 할 수가 없다. 결국 동생에게 화풀이 하고 온갖 짜증을 내던 찰리는 반성 의자에 앉게 되는데…….

 

  그림이 너무너무 귀여운 책이다.

 

  첫 장을 펼치면 방에서 게임을 하는 찰리와 대조되게 신나게 밖에서 노는 여동생의 모습이 보인다. 동생이 개와 산책하고, 개와 가정용 튜브 수영장에서 놀아도 찰리는 여전히 구부정하게 앉아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다. 퀭한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게임에 몰입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게임을 못하게 되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장면은 그냥 그림만으로도 그가 어떤 심리인지 알 수 있었다. 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딱 보자마자 인물의 생각과 심리를 알 수 있는 귀여운 그림이었다.

 


  벌을 받던 찰리는 컴퓨터 게임을 알기 전에 동생과 지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자신이 동생에게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깨닫게 된다.

 

  이야기는 정전이 된 하루 동안 동생과 시간을 보낸 오빠가 이 세상에는 게임 말고도 재미있는 게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끝이 난다. 노는 동안 동생과 오빠, 그리고 개까지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책을 다 읽은 막내 조카는 진지하게 이렇게 말했다. "고모, 난 동생도 없고 강아지도 없는데?"

 

  뭐라고 말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래서 ‘같이 놀 동생이나 개가 없으니까 주인공과 처지가 다르다고? 그러니까 지금까지처럼 게임을 하겠다고? 고모가 그런 대답을 듣고 싶어서 이 책을 보여준 건 아니잖니? 글자만 읽지 말고, 숨은 뜻을 생각해보라고!’ 이렇게 큰소리를 쳤다가는 다시는 고모가 주는 책은 안 읽겠다고 할까봐 마음을 진정시켰다. 가뜩이나 요즘 게임과 케이블 방송에서 해주는 만화에 빠져서 책을 덜 읽는데…….

 

  '무조건 게임이 나쁘다는 건 아니고, 잠시 모니터나 휴대 전화 화면에서 눈을 떼고, 다른 것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고 말하고 있는 거야. 네가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는 동안, 네 주변에서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게 되잖아? 넌 동생이나 개가 없지만, 고모도 있고 할머니도 있고 형도 있고 누나도 있잖아. 그리고 너희 집 근처에는 같은 반 아이도 있다면서. 게임을 해도 괜찮아. 하지만 네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잊지는 말라는 거야. 그리고 네 허리와 눈도 쉬게 해주고 말이야. 정전이 나서 컴퓨터를 못하게 되는 것처럼, 허리와 눈이 아프면 아무 것도 못하게 될 테니까.'

 

  라고 말하고 싶지만, 말이 너무 길면 안 될 것 같아서 짧게 말했다.

 

  "동생이나 개가 없으면, 친구들하고 놀면 되잖아. 그리고 너 그렇게 허리 구부정하게 하고 있으면 키 안 큰다."

 

  그러자 조카가 말했다.

 

  “고모 미워!”

 

  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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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풍전 배비장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
김현양 글, 김종민 그림 / 현암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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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

  저자 - 김현양

  그림 - 김종민

 

 

 

 


  두 개의 우리 고전이 실려 있는데, 바로 ‘이춘풍전’과 ‘배비장전’이다. 공교롭게도 조선 시대 남자의 바람기에 대해 다룬 이야기들이다. 책으로 접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명절 때마다 방송해줬던 마당놀이극으로 본 기억이 있다. 그 때는 잘 몰랐는데 이번에 읽으면서 ‘아니 뭐 이딴 것들이 다 있어!’라고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게 있었다. 하긴 뒤표지에서 대놓고 ‘조선 시대 남성들의 삐뚜름한 성적 욕망 이야기 두 편!’이라고 적어놓을 정도니까 뭐.

 

  ‘이춘풍전’은 한마디로 주색잡기만 잘 하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그는 스무 살도 되기 전에 부모가 물려준 유산을 몽땅 다 탕진한다. 5년 동안 부인이 열심히 일해서 어느 정도 재산을 불려놓았더니 예전 습관이 살아나, 부인에게 폭력과 폭언을 일삼으며 장사를 해보겠다고 돈을 싸들고 평양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평양 제일의 기생 추월에게 반해서 돈을 다 탕진하고 급기야는 그녀의 곁에라도 있겠다며 종살이를 한다. 한편 남편의 소식을 들은 부인은 옆집 참판의 도움으로 남장을 하고 비장이라는 직책으로 평양에 도착하는데…….

 

  ‘배비장전’은 제주로 발령받은 비장의 이야기다. 제주에 가서 다른 여자에게 한눈팔지 않겠다고 부인과 단단히 약속한 배비장.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런 그의 행동이 못마땅하기만 하다. 그들은 배비장을 유혹하라며 제주 최고의 기생 애랑을 부추기는데…….

 

  위에서도 썼지만, 읽으면서 아주 그냥 울화가 치밀었다. 이춘풍의 병신 같은 짓은 둘째 치고, 부인의 행동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걸까? 남편에게는 겨우 곤장 열 대만 치고, 추월은 무려 오십 대나 때린다. 추월이 꽃뱀이라서? 그래, 꽃뱀이라고 치자. 그래서 오십 대나 곤장을 친다고 하자. 그러면 제 버릇 못주고 또 여자에게 넘어가 재산을 날린 춘풍은? 설마 섹스 중독에다가 알콜 중독에 걸린 환자라서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열 대만 때린 건가? 게다가 춘풍은 적반하장 격으로 부인이 자기를 구했다고 고마워하기는커녕, 가장의 볼기를 때렸다고 화를 낸다. 이건 뭐 개념도 없고 예의도 없고 뇌도 없는 건가……. 하긴 개념과 뇌가 있으면 애초에 그런 짓을 하지도 않았겠지.




  춘풍의 부인이 내 친구이거나 친척이라면, 당장에 이혼하라고 했을 것이다. 5년 동안 바느질과 여러 가지 일을 해서 돈을 제법 모은 걸 보니 손재주가 뛰어난 모양이다. 그러면 어디 가서 굶고 살지는 않을 테니까. 누가 알겠는가. 괜찮은 디자이너가 될 지. 아무리 봐도 조선시대는 여자에게 상당히 불리한 사회였다. 저런 놈을 남편이라고 평생 데리고 살아야 하다니…….

 

  하지만 더 화가 난 건 ‘배비장전’이었다. 아니 남이사 기생에게 한눈을 팔건 말건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 난리인지 모르겠다. 이건 뭐, 자기 혼자만 당할 수 없다고 남을 끌어들이는 물귀신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냥 기생들이랑 놀고 싶으면 자기들끼리 놀면 되는데, 굳이 안 하겠다는 사람을 함정에 빠트려서 그 망신을 줘야 할까? 다 같이 공범으로 만들어 놓아야 나중에 자기들 부인에게 고자질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 걸까? 아니면 혼자 고고하게 노는 사람이 아니꼬워서 꼴 보기가 싫었던 걸까? 왜 그리도 남의 일에 간섭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생각해보니 저런 기질들이 지금도 남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자기 혼자가 아닌, 주위 사람들까지 여럿 끌어들여 한 여자를 집단 성폭행을 하는 마을 사람들이나 학생들의 이야기는 한두 번 나오는 게 아니니까. 아, 왜 우리나라 속담에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는지 알 것 같다. ‘근묵자흑 近墨者黑’이라고 나쁜 무리와 어울리지 말라는 고사 성어가 있다. 양반들은 어릴 적부터 여러 가지 학자들의 책을 읽으니까 저 말을 분명히 배웠을 텐데, 하는 짓은 왜 저모양인지. 하긴 요즘도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길에서 자위행위를 하기도 하고, 불륜은 기본에 뇌물 수수, 살인 교사 그리고 난교파티까지 저지르니까.

 

  역시 학력과 인성은 비례하는 게 아니다.

 

  옛 고전을 읽으면서 느낀 게, 그 때나 요즘이나 기득권층의 난잡함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본성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미스 마플의 말이 새삼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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