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르 이야기 - <곤충기>를 쓴 파브르의 특별한 삶
매튜 클라크 스미스 지음, 줄리아노 페리 그림, 홍수원 옮김 / 두레아이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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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곤충기를 쓴 파브르의 특별한 삶

  원제 - Small Wonders: Jean-Henri Fabre & His World of Insects, 2015

  작가 - 매튜 클라크 스미스

  그림 - 줄리아노 페리

 

 

 

 

 

  어릴 적에 파브르 위인전을 읽은 적이 있다. 곤충을 관찰하고 그것을 기록하여 유명하다고만 알고 있었던 나에게, 그 책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읽은 지 몇 십 년이 지났기에 다른 것들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나고 오직 단 한 장면만 기억난다. 파브르가 지인들을 초대해서 곤충 시식회를 연 부분이었다.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애벌레를 구워서……. 책을 읽을 때 머릿속으로 장면을 연상하면서 읽는 나에게 그 대목은 충격이었다. 발이 너무 많거나 하나도 없는 것을 극도로 무서워하기에, 그 문단은 읽는 것만으로도 혐오스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그 책의 저자는 파브르가 얼마나 곤충에 대해 알고 싶어 했는지 말하고자 그렇게 적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파브르는 베어 그릴스의 원조였다는 결론밖에 나지 않는다. 진짜 그런 일이 있었다면 말이다.



 

  그럼 이 책은 어땠을까? 이 이야기는 독특하게 위인의 출생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어느 마을에 살고 있는 곤충을 좋아하는 의문의 노인에서부터 출발한다. 밖에 잘 나오지 않고 곤충을 관찰하기에, 마을에는 온갖 소문이 떠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정부 고위관료가 그를 찾아오면서 그제야 정체가 밝혀진다. 바로 파브르였다. 이후 책은 파브르의 어린 시절부터 다루고 있다. 그가 어떻게 곤충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가 자란 곳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말하고 있다. 또한 그가 어째서 ‘곤충기’를 적을 결심을 하고, 그것이 주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이야기한다.

 

  그림은 사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무척 아름다웠다. 평소에 싫어하는 곤충이었지만, 이 책에서는 그리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따뜻하다는 느낌을 주는 그림들이었다. 그냥 그림만 봐도 기분이 좋아졌다.


 



  이번에 처음으로 안 사실은 파브르가 노벨 문학상 후보로 추천되었다는 점이다. 헐, 난 지금까지 곤충에 대한 연구를 했기에 의학 분야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문학상이라니! 그가 쓴 ‘곤충기’는 무척이나 멋진 책이었나 보다. 딱딱한 관찰 일기 정도로만 생각했던 내 자신을 반성해본다.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애벌레를 먹는 얘기가 없어서, 막내 조카에게 내가 어릴 적에 경험했던 충격을 줄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괜찮다. 이 책을 통해 나의 그런 안 좋은 기억이 어쩐지 완화된 것 같으니까.

 

  파브르가 한 말이라는데, 무척이나 인상 깊어서 적어둔다.

 

  ‘인간이나 동물에게는 모두 특별한 재능이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음악에 빠져들고, 어떤 아이는 수치에 대한 이해가 빠릅니다. 곤충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종류의 벌은 나뭇잎을 잘 자르고, 어떤 종류의 벌은 진흙으로 보금자리를 만듭니다……. 사람들은 이런 특별한 재능을 천성이라고 부르지만 곤충의 세계에서는 본능이라고 부릅니다, 본능은 동물의 천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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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에 관한 50가지 궁금증 - 속옷에 감춰진 몸의 역사, 역사의 베일을 벗겨 보자 지식톡 시리즈 3
타냐 로이드 카이 지음, 김미진 옮김, 로스 키네어드 그림, 배수정 감수 / 톡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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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50 Underwear Questions: A Bare-all History, 2011

  부제 - 속옷에 감춰진 몸의 역사, 역사의 베일을 벗겨 보자

  저자 - 타냐 로이드 카이

  그림 - 로스 키네어드

 

 

 

 

 

  원시 시대부터 현재까지, 속옷이 어떻게 왜 발달해왔고 그 결과 사람들의 인식이라든지 문화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다루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각한 역사적 고찰이나 철학적 사회적 현상에 대해 심각하게 다루고 있는 건 아니다. 어린 친구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짧고 간결하면서 쉽고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런 점은 소제목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3장의 '감옥 같은 속옷'이라는 소제목을 보면, 그 당시 속옷이 사람들을 억압했는지 알 수 있었다. 뒤를 이은 4장의 소제목은 '끈을 풀다'이다. 사람들이 그 전시대에 유행했던 갑갑한 속옷을 벗고 편한 옷을 입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내가 봐도 신기한 이야기가 많으니, 어린 조카가 보기에는 얼마나 신기했을까? 요즘은 예전처럼 책을 읽다가 '고모 그거 알아?'라는 질문을 잘 던지지 않는다. 하지만 혼자서 '헐'하면서 읽는 모습을 보니 책이 신기하고 재미있나보다.

 

  옛날 사람들은 허리감개라는 것을 입었는데, 겉옷으로 사용했다는 부분에서 '슈퍼맨'이 떠올랐다. 아, 그래서 팬티를 겉으로……. 게다가 옛날에는 날이 추울 때만 숄이나 판초를 걸쳤다는 대목에서 왜 그가 망토를 두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슈퍼맨은 역사를 공부한 히어로였나 보다. 중세에는 사과의 표시로 옷을 벗고 속옷만 입었고, 그 때문에 속옷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부끄러움의 상징이 되었다는 페이지에서는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옷을 다 갖춰 입고 다니는 게 얼마나 힘든데……. 그렇다면 요즘 젊은 친구들의 노출이 심한 옷차림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열망을 표출한 것일까? 아이돌 기획자들도 공부를 많이 하나보다. 속옷의 발전을 다룬 부분에서 제일 기대를 하는 것은 일본의 한 회사가 발표한 '속옷의 나노 섬유가 마찰을 통해 지방을 태워 살을 빠지게 해준다,'는 내용이다. 제발 실용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꼭! 반드시! 기필코! 필연적으로!



 

  속옷이라는 한정된 소재로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었다. 게다가 더 나아가 역사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여지도 있었다. 미라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서 이집트에 관련된 책을 뒤져볼 수도 있고, 교황과 황제의 싸움이라든지 헨리 8세에 관한 내용을 알고 싶어서 다양한 자료를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내 조카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고모는 어디서 이런 신기한 책을 알았냐고 물어본 것으로 봐서 재미는 있었나 보다. 고모랑 할머니도 재미있었는데.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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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려줘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2
A. S. 킹 지음, 박찬석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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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Reality Boy, 2013

  작가 - A. S. 킹

 

 

 

 

 


  제럴드는 이제 열여섯이다. 또래의 다른 아이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거나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지만, 그의 인생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

 

  큰누나 타샤는 매일같이 남자친구를 끌어들여 온 집안이 떠나가도록 섹스에 몰두하고, 엄마는 그런 누나에게 쩔쩔 매기만 한다. 게다가 아빠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모르는 척 하고, 작은 누나 리지는 가족과 연을 끊겠다며 먼 곳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해 연락도 없다. 그리고 제럴드에게는 다섯 살 때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출연해서 보여줬던 행동 때문에, '똥싸개', '구제불능 저능아.'라는 낙인이 찍혀있다. 그 영향으로 분노조절장애 치료를 받고 있고, 학교에서는 저능아 반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친구는 하나도 없고, 자주 자기만의 세상으로 도피하는 불안한 심리 상태도 보이고 있다. 이러니 제럴드가 자기 인생은 망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제럴드는 왜 엄마가 타샤 누나가 자기와 리지 누나를 죽이려고 한다는 말을 믿어주지 않는지, 왜 엄마가 타샤 누나의 폭언과 폭력에 아무 말 못하는지, 왜 굳이 자신을 저능아 반으로 보내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바라는 건, 타샤 누나가 없는 곳에서 사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실현이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그런 그에게 단 하나의 낙이 있다면,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고 있는 1번 계산대의 소녀 한나이다. 그녀와 말 한마디 제대로 해보지 않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그는 족했다. 아주 우연히 한나와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제럴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를 알게 된다. 거기에는 타샤 누나도 없고, 자신을 똥싸개로 바라보는 편견도 없는 곳이었다.

 

  이야기는 제럴드의 어린 시절, 그러니까 방송국에서 그를 '구제불능 말썽쟁이'라는 틀에 맞춰서 촬영을 했던 때와 현재를 번갈아가면서 말해준다. 자신들의 틀에 맞춰서 시청률을 올리기에 적합한 화면만 내보내는 프로그램 제작진, 진짜로 그들이 타샤 누나에게서 자신을 구해줄 것이라 믿었던 제럴드, 그리고 방송국에서 주는 출연료에 쩔쩔 매는 엄마와 아빠. 그런 상황에서 제럴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자신의 말을 들어달라고 다섯 살밖에 안 된 꼬맹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똥을 싸는 것이다. 식탁 위, 엄마 구두, 누나 침대 위. 하지만 어른들은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그의 기행을 부각시켜 관심을 끄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였다.

 

  이후 모든 것을 책임져야했던 것은 어린 제럴드였다. 편집된 방송만 보고 그가 어떤 아이일 것이라 판단한 사람들의 시선, 비난, 조롱 그 모든 것을 감내해야하는 것은 방송을 만든 어른이나 부모가 아니라 피해자일지도 모르는 제럴드였다. 이건 불공평하다. 어린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아주고 이끌어야하는 건 어른들인데, 여기서의 어른들은 자기들 입맛대로 아이를 휘두르고 떠나가 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제럴드가 미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아, 제럴드데이라는 상상 속의 세계를 만들어 도피하고 있으니, 어쩌면 정상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꿈도 희망도 없던 그가 달라진 계기는 친구였다. 처음으로 그를 방송에 나온 꼬마로 보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그로 봐준 두 사람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나와 서커스단에서 일하는 조. 그 둘 역시 그리 평탄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고 있기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100% 이해하지는 않는다. 셋은 언성을 높여 싸우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금방 화해한다. 이제 제럴드에게는 삶의 목표가 생겼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화가 났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방송은 한국에도 있다. 그 프로그램은 제목을 '우리 엄마아빠가 달라졌어요.'라고 바꾸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예를 확실히 보여주는 방송이었다. 아이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알고 보면 아이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주위 어른들에게 있었다. 조언을 받은 부모가 행동을 바꾸니 아이도 바뀌었다.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온 어른들은 그런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기들이 편해지려고 희생양을 하나 만들어, 모든 원인을 돌렸다. 마치 너 하나만 희생하면, 다른 사람들이 편해질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거기에 제일 적합한 것은, 어려서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줄 모르는 제럴드였다. 이건 진짜 치졸하고 저열한 짓이었다.

 

  낳는다고 다 부모는 아니라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나이 먹었다고 다 어른이 아니라는 말 역시 생각났다. 그러니까 부모에게도 자격증이 필요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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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구해야 해 별숲 동화 마을 10
하은경 지음, 홍선주 그림 / 별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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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하은경

  그림 - 홍선주

 

 

 

 

  금동이는 배오개 시장에서 목공일을 하는 아버지 그리고 몸이 약한 어머니와 살고 있다. 작년에 고리대금업자인 황 부자에게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독촉 당하느라 아버지는 술만 늘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황부자네 집에 큰 불이 난다. 그리고 불이 나기 바로 전에 술김에 황 부자에게 불만을 토하던 아버지가 방화범으로 잡혀간다. 금동이는 자신이 직접 방화범을 잡겠다고 다짐한다. 그를 돕겠다고 나선 사람은 백정의 딸 선이뿐. 둘은 현장검증, 탐문수사, 미행, 엿듣기 등을 하면서 단서를 모은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사건에는 여러 사람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둘. 과연 농민의 아들과 백정의 딸이 양반 집안이 얽혀있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의적 보라매의 정체는 누굴까?

 

  아버지를 구하겠다고 나선 금동이 앞에 펼쳐진 어른들의 세상은 참으로 추악했다. 고리대금업으로 농민들을 착취하는 부자, 돈을 주지 않으면 아버지의 면회도 시켜주지 않는 부패한 관리들, 투전에 빠진 타락한 면문가의 도령, 술에 찌들어 사는 서당 훈장까지. 소년이 가질 수 없는 권력이나 재력을 조금이라도 가진 자들은, 그것조차 없는 사람들을 괴롭히기 위해 안달이 나 있었다. 심지어 을쇠처럼 그 재력과 권력의 부스러기라도 맛보기 위해 잘난 척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자들이 파놓은 함정에서 아무 힘없는 소년이 아버지를 구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소년의 처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돌봐주려고 한 사람은, 평소에 천시 받는 백정 봉춘 아저씨나 그의 딸인 선이 같은 힘없는 자들이었다. 문득 나라에 위기가 닥쳤을 때, 그것을 극복하고자 힘을 모은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다리를 끊거나 외국으로 망명을 시도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묵묵히 위기를 이기고자 전쟁에 뛰어들기도 하고 갖고 있는 패물을 팔기도 했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착취당하는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 건, 자기 자신과 선량한 이웃들뿐이었다. 선량하지 않은, 을쇠같은 이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금동이가 아버지의 무죄를 밝힐 수 있었던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고을의 수령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나보다. 어떻게 보면 증인의 증언이라는 게 다소 빈약해보였기 때문이다. 보라매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금동이 마저 죽임을 당하거나 누명을 쓸 뻔 했다.

 

  책은 어린 금동이와 선이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부패한 사회상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초반부터 등장하는 고리대금업자의 횡포, 중반을 넘어서면서 보여주는 성균관생도의 타락, 뇌물을 요구하는 포졸의 뻔뻔함 그리고 결말 부분에서 밝혀지는 신분제의 맹점과 물질 만능주의까지, 작가는 조선시대를 보여주면서 요즘을 말하고 있는 듯했다. 책을 보면서 요즘 광고를 많이 하고 있는 대부업체라든지 사학 비리, XXX리스트 같은 것들이 자꾸 떠올랐다.

 

  그런 와중에도 금동이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잃지 않았다. 그래서 의적 보라매라 의심이 가는 사람을 향해 활을 겨누는 걸 미루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은인이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인데! 보라매가 아니었으면 진범에게 꼼짝없이 죽었을 텐데도 소년은 활을 겨눈다. 의적이라고 해도, 도둑은 도둑이라는 논리였다.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왜 작가가 그 대목을 넣었는지 잠시 생각해봤다. 그러다 깨달았다. 이 책은 어린이용 동화였다. 그렇기에 금동이는 불의에 굴복하지 않아야 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믿어야 했다. 비록 나중에 커서 세상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런 비뚤어진 세상을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부조리에 맞서서 바르게 바꾸려고 노력해야 했다. 그래서 작가는 금동이에게 그런 행동을 하도록 설정한 것 같다. 그는 양반에 맞서 아버지의 누명을 풀겠다고 나섰던 소년이니 말이다.

 

  어린 소년이 주인공인 추리 동화지만, 달리 보면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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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1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1
서정오 지음, 이우정 그림 / 현암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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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서정오

  그림 - 이우정

 

 

 

 

 

  제목을 보는 순간 처음에는 놀랐다. 우리 옛이야기가 백 개나 되던가? 그렇게 많았나? 그러다가 삼국유사라든지 실록에 기록된 이야기를 따지면 백 개는 훨씬 넘을 것이라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그런 기록물에 적힌 이야기를 제외하고 전해 내려오는 동화들 백 개가 실린 것이다. 헐, 대박! 그러다 예전에 방영했던 ‘전설의 고향’같은 드라마도 백 편이 넘게 했으니까 많은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내 예상은 빗나갔다. 그런 무서운 이야기는 하나도 실리지 않았다. 그렇다. 내가 무식하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내가 편식하는 건 음식만이 아니었다.

 

  이야기들은 총 여섯 개의 소주제로 분류되었다. 『모험과 기적』,『인연과 응보』,『우연한 행운』,『세태와 교훈』,『슬기와 재치』 그리고 『풍자와 해학』이다. 어떤 이야기들은 어디선가 보기도 했고, 또 어떤 이야기들은 내 기억과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하기도 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이야기들도 많았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그리 길지 않은 분량으로, 위기에 처한 주인공이 슬기롭게 고비를 넘기거나, 착하게 살던 주인공이 결국 보답을 받기도 하고, 영리한 주인공이 자신을 무시하던 상대(양반을 포함해서)를 골탕 먹이는 내용이 많았다.

 

  주인공들은 일반 평민이 많았고, 간혹 몰락 양반도 있었다. 농민들의 삶은 무척이나 고달팠다. 일 년 내내 뼈 빠지게 일을 해도,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착하고 성실하게 살면 하늘에서 도와준다는 얘기는, 어떻게 보면 희망을 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별이 일꾼이 되어 농사를 도와준다거나, 선녀보다 예쁜 부인을 얻는다거나,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 물건을 얻는 등등. 어쩌면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잠깐이나마 현실의 괴로움을 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진짜로 도깨비나 신령이 도와줄 리는 없지만, 하늘이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선하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나쁘게 보면 희망 고문이겠지만…….

 

  거기에 자기보다 지체 높은 양반을 우스개의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대리 만족을 느꼈을 수도 있다. ‘땅벌군수’처럼 대놓고 매관매직하는 관리를 풍자하기는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양반을 놀리기만 하지, 죽인다거나 신분 계급 제를 뒤엎겠다는 발상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체제 유지용으로 적합한 용도로도 보였다. 비뚤어진 시선으로 보면 복을 받지 못한 것은 덜 성실하고 덜 착했기 때문이니, 더 노력하라는 뉘앙스도 느껴졌다. 이건 내가 비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네 장사의 모험’이라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문득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Munchhausen, 1993’이 떠올랐다. 네 장사의 기이한 능력이 남작이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가진 것과 비슷했다. 그리고 ‘구렁덩덩 신선비’는 어딘지 모르게 그리스 로마 신화의 ‘프시케 이야기’와 흡사했다. 어차피 비슷한 조상을 두고 각각 발전해온 문화이기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어디나 다 비슷한 걸까?

 

  이 책을 몇 년 더 일찍 알았다면, 막내 조카에게 자기 전에 들려줄 이야기를 고르느라 고심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젠 자기 전에 동화를 읽어달라고 할 나이는 지났으니까.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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