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씻나락 까먹는 이야기 우리 문화 속 수수께끼 3
유다정 지음, 김태헌 그림 / 사파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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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유다정

  그림 - 김태헌

 

 

 

 

  고백하자면 제목을 보고 귀신 이야기라고 지레짐작하고 고른 책이다. ‘역시 뭐니 뭐니 해도 귀신은 동양, 특히 한국 귀신이 갑이지.’라고 중얼거리면서 집었는데……. 하긴 동생이 자기 아들에게 귀신 이야기가 담긴 책을 사줄 리가 없지. 자기가 무서워서 싫어하니까.

 

  책은 쌀과 짚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 두 가지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해왔는지, 어떤 의미인지 다양한 설화와 그림 그리고 여러 가지 예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쌀에 관한 부분에서는, 우리 조상들이 쌀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지 알려준다. 짚을 얘기할 때는, 지푸라기가 우리 인생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설명해준다. 어떻게 보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쌀과 짚은 우리 곁을 지켜왔다.




 

  제일 놀라웠던 것 중의 하나는, ‘짚불’이라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새신랑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불운을 태운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짚불이라고 하면 고기 구워먹는 걸로만 여기는데……. 음, 고기 먹는 사람들의 악운을 없애준다고 보면 되는 걸까? 또한 ‘삼신 짚’이라고 해서, 아이가 태어날 때 산모 방에 짚을 깔았다고 한다. 산모에게는 출산할 때 힘을 주고, 갓 태어난 아기가 병 없이 자라도록 도와준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메주도 짚으로 묶어서 매달았던 것 같다. 그래야 일 년 동안 먹을 장맛이 좋아진다고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이제 보니 벼는 허투루 버릴 게 없는 식물 같다. 낟알은 쌀로 만들어서 먹고, 남은 줄기는 짚으로 만들어 썼으니까. 우리 조상들은 절약정신이 뛰어났던 모양이다. 아니면 벼라는 식물 자체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행운이었을까?


 



  이 책을 읽고 나니 쌀이 너무너무 사랑스러워졌다. 많이 먹는 걸로 내 사랑을 표현해야겠다. 게다가 난 밥심으로 사는 사람이다. 빨리 내일이 되어야 밥을 먹을 수 있을 텐데. 밤은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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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신화
서정오 지음 / 현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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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서정오

 

 


 

 

  우선 신화와 설화의 차이점에 대해서 미리 짚고 글을 시작하겠다. 신화는 신적인 대상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이고, 설화는 한 민족 사이에서 구전되는 이야기를 의미한다. 즉, 주몽 이야기는 그의 부친이 신이기에 건국 신화가 되는 것이고, 구미호 이야기는 그냥 설화 또는 민담 내지는 괴담이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하고 한글로 된 책을 읽고, 한글 간판이 즐비한 거리를 다니면서 한국 배우들이 나오는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있지만, 정작 한국 신화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게네스나 클라이템네스트라 또는 아리아드네 같은 서양 이름에는 익숙하지만, 신산만산할락궁이나 개울각시같은 한글 이름은 낯설기만 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단군이라든지 박혁거세나 알영 같은 이름은 익숙하다. 그것은 어쩌면 건국 신화를 시작으로 하는 왕 중심의 역사 교육이 현재 교과서의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국 신화는 나라를 만들면 그것으로 끝이 나버린다. 알에서 태어난 주몽과 박혁거세도, 바위를 타고 바다건너 일본으로 간 연오랑 세오녀 부부도 왕위에 오르는 것으로 신화는 끝이 난다. 그나마 더 나온다면, 가야의 김수로 왕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부인을 맞이했는지, 고구려의 주몽은 누가 후계가 되었는지가 더 첨가되어있다. 물론 그 경우에도 후계자가 왕위에 오르면서 끝이 난다.

 

  그러면 왕을 제외하고는 신화나 설화에서 나올 인물이 없단 말인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왕 얘기가 아니면, 전설의 고향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가 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주 많았다. 그 중에는 바리데기 공주처럼 어린 시절 동화책에서 접했던 이름들도 있었고, 또 노가단풍자지명왕처럼 난생처음 접하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얼마나 우리 것에 대해 무지했는지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모든 곳에 신이 있다고 믿었다. 방문을 비롯해서 돌담, 부엌 심지어 화장실까지! 물론 만물에 신이 있다는 사상은 예전 석기시대부터 있었다고 배웠지만, 각각의 신에게 명칭을 주고 개성을 불어넣었으며, 어떤 연유로 그 곳을 지키게 되었는지 각각의 사연을 읽으면서 감탄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였으며 이런 나쁜 놈을 왜 신으로 만들었냐고 화를 내기도 했다. 또한 조상들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 모든 것은 신들의 보살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죽은 후에도 살아있을 때 얼마나 남을 위해 봉사를 했는가에 따라 염라대왕의 판결이 내려진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남에게 해 끼치지 않고, 덕을 베풀며, 미물이라 해도 함부로 여기지 않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하나가 되는 그런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즘 대두되는 친환경 정책을 우리 조상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는 말이 나온 걸까?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속을 답답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아버지의 부재였다.

모든 신화가 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신화에서 아버지라는 존재는 초반에 잠깐 나왔다가, 후반에 다시 나올 뿐이었다. 속된 말로 씨만 뿌리고 사라졌다가, 나중에 아들들이 장성해서 찾아갔을 때야 반갑다고 눈물지으며 거둬주는 역할이었다. 하긴 건국 신화에서도 그런 부분은 볼 수 있다. 주몽의 아버지 해모수도 유화 부인과 며칠 놀다가 하늘로 떠나버렸고, 그 아들 주몽 역시 피치 못할 사정이었다지만 그러했다.

 

  이 책에서도 그런 아버지가 하나둘이 아니었다. 옥황상제 천지왕도 서천꽃밭 꽃감관도, 칠성님도 다 그러했다. 그리고 홀로 남은 부인들은 자식을 키우면서 온갖 고초를 다 겪어야 했다. 재미있는 건, 어떻게 된 것이 그런 자식들은 거의 다 아들이다. 이윽고 장성한 아들들은 아버지를 찾길 원했고, 어머니를 혼자 남겨두고 먼 길을 떠나버렸다. 남편도 아들도 다 떠나고 홀로 남은 여인들은 또 고생만 하다가 외로이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러면 아버지를 찾은 아들들이 그제야 어머니를 찾아와 한바탕 슬피 울고 서천의 꽃밭에서 꽃을 가져와 죽은 어머니를 다시 살려낸다.

 

  그리고 온 가족이 웃으면서 마무리는 훈훈하게 마무리……는 개뿔. 결국 예전에 유행했던 개그 프로에서 우스갯소리가 사실은 신화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이 나라의 전통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여자들이 자기 할 거 다 하면 소는 누가 키워?’

 

  처음에 남자 개그맨의 저 말을 들었을 때, 왜 여자들이 소를 키우는 걸까라고 의문이 들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년 만에 드디어 해답을 얻었다. 집안일에다가 논일 밭일도 혼자 다 하고, 소까지 혼자 키우고, 거기다 자식까지 키우면서 남편 봉양하는 것은 부인이 할 일이다. 반면에 집안 살림은 물론이거니와 자식 양육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다가, 나중에 장성한 아들의 봉양을 받는 것이 남편의 역할이라고 신화는 말하는 것 같다. 아, 그래서 모든 것은 부인에게 맡기고 바깥으로 돌기만 하셨던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었던 거구나. 거기에 축첩은 기본이고 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전통을 잘 지키고 있었다고 좋아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책임감이 없으셨다고 해야 하는 걸까?

 

  물론 신화를 현대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랬다면 막장 불륜 드라마 뺨치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당장 악서로 분류되어 출판 금지를 당해, 우리는 접해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면 비너스 상 같은 예술 작품들은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고, 트로이 발굴 역시 꿈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되었을 것이다.

 

  세대차가 있으니 시대차도 있는 법. 어느 정도는 감안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현대의 눈으로 고대를 판단한다는 것은 불가하다고 생각한다. 신화는 신화, 현실은 현실이니 말이다. 우리 역사에 이런 놀라운 신들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만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적어도 서양의 신들처럼 근친 불륜 스캔들을 저지른다거나 자신을 믿지 않는다고 부족을 몰살시키지는 않으니까.

 

  그렇지만 역시 사고는 남자가 치고 뒷수습은 여자가 한 전래 동화들이 떠오른다. 아, 그게 우리의 전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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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석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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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오영석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유행했던 학교 폭력 단체나 조직 폭력배를 미화시켰던 다른 작품들이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이 이야기가 처음 인터넷에 연재되었을 때가 저런 류의 작품들이 유행할 때와 비슷할 것이다. 사나이들의 의리라는 주제로 유행했었고, 지금은 느와르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의리’는 요즘 모 개그우먼을 대세로 만든 유행어이기도 하다.

 

  정우는 부산에서 중학 시절 근처를 휘어잡던, 학교 일진 짱이었다. 서울로 전학 와 조용히 지내려던 그였지만, 세상 모든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어디서나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암암리에 힘의 서열 관계라는 것이 존재하니 말이다. 결국 1학년은 물론이거니와 3학년 짱까지 박살낸 그에게, 한 지역을 갖고 있는 폭력 조직에서 스카우트 의사를 내비친다. 공부에는 뜻이 없었기에 나중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조폭이나 되어야겠다고 제의를 받아들인 정우. 하지만 학생인 그가 알게 된 어른들의 폭력 세계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이 책은 그가 서울로 전학을 와서 단 7주 동안 일어났던 일을 기록하고 있다.

 

  두 달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정우는 많은 일을 경험했다. 그의 천부적인 싸움 실력으로 인근 고등학교의 조직을 무너뜨리고, 연합을 결성했다. 그의 실력을 본 폭력 조직에 스카우트되어, 그들의 전투에 직접 참관도 한다. 그리고 친구가 살해당하는 사건을 겪고, 조직에서는 배신자로 여겨지고, 주요 용의자로 경찰에 수배가 된다.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그의 생각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다. 자기는 통(부산에서는 짱이라는 뜻)이고 자신의 말이 법이고 자신은 무조건 옳다는 아집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존경할 어른 따위는 없다던 그의 불신의 벽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더 이상 주먹만 믿고 살아갈 수는 없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그 전까지는 잔소리처럼 들렸던 학교 선생이나 교생 선생의 말이 그제야 귀에 와 닿는다.

 

  정우를 보니 문득 전에 읽은 소설 ‘미치도록 가렵다’의 도범이 떠올랐다. 그 때 도범이가 일진 세계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대로 고등학교 생활을 보낸다면, 아마 정우와 비슷한 길을 겪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도범에게는 그의 얘기를 들어주고 아파하고 눈물 흘려주는 부모가 있었다.

 

  그런데 정우에게는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부산에서 서울로 전학을 오고, 학교를 그만 두고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게 된 배경에는 정우를 돌봐주는 누군가가 있는 게 분명한데, 책에서는 한 단어도 언급되지 않는다. 그가 미성년자라 경찰에 자수했을 때 보호자가 필요했을 텐데도, 철저하게 부모라는 존재를 배제했다. 오직 학교와 학생, 선생 그리고 폭력 조직과 경찰만이 등장하는 소설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고, 가장 의아한 부분이기도 하다.

 

  왜 그럴까? 왜 작가는 부모를 철저하게 배제했을까? 만약에 이 책이 단순한 학원 폭력물이라면, 부모가 등장하지 않아도 상관없을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서열에 관한 문제라면, 그건 어른들이 낄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어른들에게 어른들만의 법칙이 있다면, 아이들 사이에도 그들만의 규칙이 있는 법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그런 흐름이었다면, 그러려니 하고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단순히 학생들의 일만 등장한 게 아니었다. 학교 선생, 교생 선생 그리고 폭력 조직이라는 어른들이 등장한다. 단순히 지나가는 엑스트라가 아니라, 정우의 일에 깊숙이 관여하고 엄청난 영향을 주기까지 한다. 특히 정우네 반의 교생으로, 그의 일에 관심을 보이며 나름 바로잡아주려던 정임은 폭력 조직에 납치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상관없는 제 3자인 교생까지 이런 일을 당하는데, 부모가 가만히 있다는 건 내 사고방식의 범위 내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설마 고아인가? 하지만 그런 단어는 보이지도 않고…….

 

  흐음, 결국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해서 그런 걸까?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지라는 그런 뜻? 돈은 대주겠는데, 선택에 대한 책임은 네가 알아서 해라. 이런 주의인가보다. 부모가 아들을 강하게 키우나보다.

 

  결말은 뭐라고 해야 할까? 개과천선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상당히 찜찜하다. 그를 죽이겠다고 이를 가는 폭력 조직원들이 있으니까, 평생 조용히 평범하게 숨어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 뿐인가? 서울에 조직이 그가 부슨 거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니까, 다른 조직에서도 그에게 눈독을 들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의 싸움 실력을 보면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정우는 죽을 때까지 트위터나 페이스 북은 물론이거니와 블로그도 하면 안 될 것이다.

 

  영화 ‘폭력의 역사 A History of Violence , 2005’를 보면 정체를 숨기고 숨어살던 전직 조직원이 나온다. 하지만 우연히 강도를 잡은 일 때문에 텔레비전에 얼굴이 나오고, 그에게 이를 갈던 사람들이 복수를 위해 찾아온다.

 

  악담 같지만, 정우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니까 다른 조직에게 쫓기기 싫으면 외국으로 뜨는 방법을 추천한다. 아니라면 눈에 띄지 않게 평생 숨어살든지. 물론 어쩌면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서 다른 조직에 들어가 어른들의 서울을 정복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미래는 한 가지가 아니니까.

 

  위에서도 말했지만, 학생들 사이의 일만 다뤘다면 저런 뒷일까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조직원이라는 어른들을 개입시켰기에, 정우가 뒷감당해야할 일이 많아졌다. 과연 그는 저런 것들을 다 감당할 수 있을까?

 

  작가는 폭력 조직을 미화시키는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저런 가능성 있는 후폭풍까지 생각하면, 폭력에 몸담는 것은 나쁜 짓이라는 교훈을 주고 싶었을까? 아니면 저런 것도 다 한 때 있을 수 있는, 추억의 하나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싸움 잘하는 아이를 미화시키고 싶었던 걸까? 혹시 그 당시 이런 소재가 대세라서 시류에 편승한……? 아, 설마 나 혼자 웃자는 글에 진지하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고 박봉성 씨가 그렸던, 폭력 조직 관련 만화가 보고 싶어진다. 참 재미있었는데…….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제일 황당했던 부분은 조직 폭력배들이 고등학교 연합에 처참하게 발리는 장면이다. 이미 자기들끼리 1차전을 벌인 뒤라서 여력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너무 어이없게 깨진다. 그래도 명색이 서울의 한 부분을 휘어잡고 있는 조직인데……. 제일 약체였던 걸까?

 

  그리고 이상한 부분. 215페이지에서 선생에게 혼이 나던 정우가 중간에 끼어드는 교생 선생에게 ‘넌 상관하지 마.’라고 한다. 그런데 그 말을 하고나서 교생의 이름을 불렀다고 실수했다고 생각한다. 교생의 이름이 ‘너’가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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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드리언 몰의 비밀일기 1 - 13과 3/4살
수 타운센드 지음, 김한결 옮김 / 놀(다산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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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 The Secret Diary of Adrian Mole Aged 13 3/4 (2003년)

  부제 - 13과 3/4살

  작가 - 수 타운센드

 

 

 

 

  책을 읽으면서 웃다가 한숨 쉬다가 ‘이건 아니지’라고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젓기도 했다. 한 소년이 일 년 동안 적은 일기는, 솔직하고 냉소적이기도 했으며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1월 1일 새 해의 다짐으로 시작하는 에이드리언의 일기는 그의 끝없는 고민과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일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다. 그의 일기에는 여러 사람이 등장한다. 그의 마음을 한 눈에 가져가버린 전학생 판도라, 매번 사고를 일으키는 개, 아들의 건강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엄마와 아빠, 유일한 친구 나이절, 학교의 문제아 배리 켄트, 그를 유일하게 아껴주는 존재인 할머니, 엄마 애인인 옆집의 루카스, 그리고 89세의 독거노인인 버트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문제를 일으키면서 소년을 괴롭게 한다. 그 뿐인가, 그의 시적 재능을 알아주지 않는 무신경한 BBC와 대처 총리 그리고 성의 없는 의사 선생 때문에 소년은 행복할 수가 없다.

 

  아마도 일 년 동안 그에게 가장 큰 충격이었던 일은 엄마가 루카스와 떠나고, 아빠가 실업자가 된 사건일 것이다. 그리고 제일 행복한 일은 연달아 다른 아이들과 사귀어 소년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판도라와 마침내 사귀게 된 것이고. 그 세 가지 큰 사건을 중심으로, 학교에서 있던 사건들과 봉사활동으로 만난 버트 할아버지와 겪은 여러 가지 일들이 일기를 가득 채우고 있다.

 

  어떻게 보면 에이드리언은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서로 바람을 피다가 헤어지는 엄마와 아빠부터 시작해서, 학교에서는 돈을 빼앗기고, 실업자인 아빠는 술만 마시고 아들을 돌보지 않는다. 급기야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 촛불을 켜고 숙제를 해야 한다. 내가 에이드리언의 입장이었다면, 아마 울다가 신세 한탄을 하고 비뚤어져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어린 소년은 다른 태도를 취한다. 약간은 냉소적으로, 그러면서 희망을 놓지 않고, 남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긍정적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그래서 일기를 읽으면서, 에이드리언에게는 심각한 상황인데도 웃음이 나오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중2병에 걸린 소년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중2병 소년들과 달리, 에이드리언은 외부의 변화를 받아들이려고 한다. 비록 자기중심적인 필터링을 거치긴 하지만, 가능하면 수용하려고 애쓴다. 그 때문에 보는 입장에서는 안쓰럽기도 하고 유쾌상쾌통쾌한 느낌도 든다.

 

  어린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사회라는 건, 어쩌면 그 나이대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자신에게는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인 뾰루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의사 선생의 치료에, 이런 진료를 받으려고 의료보험료를 내는 게 아니라고 분노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낯선 곳에 갔을 때 칼이나 포크 만드는 공장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마 대처가 모조리 폐쇄시킨 모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대처는 사악한 총리였다.

 

  에이드리언의 일기를 읽다보면, 1982년 영국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포클랜드 전쟁이라든지 찰스 왕세자의 결혼식 등등. 물론 그 때마다 소년 특유의 비꼬기라든지 그만의 필터링을 거친 표현이 등장한다. 그와 친구들을 보면,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말이 딱 맞았다. 그 정도로 사고의 확장이나 흐름, 행동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문득 이 책을 쓴 사람은 어른이지만, 어쩌면 저 또래의 청소년들도 저런 생각을 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큰조카나 둘째 조카도 에이드리언처럼 사물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자랐을까? 음,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 애들의 말하는 것이나 사회를 보는 관점이 상당히 독특했었다. 그렇다면 그 애들의 눈에 비친 고모는 어땠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제 사춘기에 접어드는 막내 조카는, 아는 사람들한테서는 다 특이하다는 평을 듣는 그 녀석은 과연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크게 될 지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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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딱 보이는 비주얼 백과
유엔제이 옮김 / 예림당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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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 - 유엔제이





  지난달에 막내 조카 생일이 있었다. 고모는 어린이날, 생일, 크리스마스 언제나 선물이 책이다. 큰 조카도 그랬고, 둘째 조카도 그랬다. 막내 조카는 처음에는 왜 장난감이 아니냐고 했지만, 형과 누나가 자기들도 다 책이었다니까 이젠 그러려니 하는 모양이다. 요즘은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찜해놨다가 넌지시 힌트랍시고 준다. '요즘 이게 유행이라던데.' 내지는 '고모는 이 책 알아? 읽어봤어?' 이런 식. 유치하지만 재미있다.


  게다가 워낙에 궁금한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은 꼬꼬마 열두 살이라, 별의별 곳에 관심을 다 두고 다닌다. '이거랑 저거는 누가 더 커? 어떤 게 더 오래 살아?' 막 이딴 질문만 해대서,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으로 검색하는 것을 알려줬다. 뭐, 그렇다고 질문이 사라진 건 아니다. 그래서 궁금한 게 많은 아이에게 뭐가 좋을까 검색을 하다가, 이 책을 찾았다.




  선물을 받은 막내 조카의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오-!"하고 탄성을 지르더니, 꼼짝도 않고 앉아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뿐인가, 그 두꺼운 책을 학교 독서 시간에 가져갈 정도였다. 자기 말로는 학교 독서 시간에 읽을 거라고 하지만, 내 생각엔 다른 아이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나도 어릴 적에 아빠가 새 책을 사주시면 그랬으니까. 짜식, 쓸데없는 건 닮아가지고.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드냐 물었더니, 책을 펼치자마자 한 눈에 딱 들어오는 사진이라고 한다. 그냥 글자로 '몇 배 무겁습니다.'라고 하면 잘 와 닿지 않는데, 이렇게 그림과 숫자로 보여주니 확실히 느낌이 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모, 난 이게 이럴 줄 몰랐어.'라면서 여기저기 넘기면서 보여준다.




  확실히 사진과 그림만으로도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책은 우주, 지구, 인간과 생물, 기술 등의 분야로 나뉘어져있다. 책장을 넘기면서, 그동안 나도 몰랐던 여러 가지 사실들에 놀라기도 하고 신기해했다. 목성이 지구보다 큰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클 것이라 생각도 못했고, 공룡의 크기가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게다가 중국의 인구는……. 입이 떡 벌어졌다.


  조카는 물론이고 반 친구들이 신나게 읽을 수밖에 없었다.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닌 어중간하게 아는 단계이고, 한창 호기심이 많을 나이니까. 지금까지 고모가 준 선물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든다고 한다. 다행이다.




  혹시 이 글을 출판사에서 본다면, 다음번에는 최초로 만들어진 것에 대한 책을 만들어줬으면 하고 빌어본다. 요즘 또 갑자기 그런 걸 물어봐서…….


  저자의 이름이 독특해서 찾아보니, '도서 전문 번역 회사로, 세계 여러 나라의 책을 우리말로 옮기며 어린이들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라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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