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씨의 위대한 여름 도란도란 마음 동화 1
안선모 글, 장경혜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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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안선모

  그림 - 장경혜

 

 

 

 

  주인공의 성은 ‘포’씨이고, 이름은 ‘클레인’이다. 포청천과 전혀 관련이 없는, 그렇다고 해서 서양 사람도 아니다. 성과 이름을 붙여서 읽으면, 그의 정체를 알 수 있다. 그렇다. 포클레인이다.

 

  포씨가 주로 하는 일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갈아엎기라든지 밀어내기이다.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갈대숲을 밀어내고, 강줄기를 곧게 하기 위해 강바닥을 파헤치고, 나무를 파내기도 한다, 그는 자신이 엄청난 일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런데 어느 겨울날부터 그는 시름시름 앓아눕기 시직하더니, 급기야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온 몸에 녹이 슨 어느 여름날, 개개비 한 쌍이 포씨의 커다란 손에 알을 낳는다. 포씨는 행여 알들이 다칠까봐 움직이지도 않고, 새끼 새들이 나올 때까지 개개비들을 지켜준다. 그리고 마침내 개개비들이 떠나기 전날, 포씨는 엄마 개개비에게 자신이 겪었던 일을 얘기해준다. 병에 걸린 돼지들을 묻기 위해 작업을 하던 중, 죽어가는 돼지들의 눈망울을 보는 순간 그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처음으로 그는 자신의 직업에 의문과 회의를 느낀 것이다. 과연 개개비는 자책감에 괴로워하는 포씨에게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인간이 존재하면서 자연은 파헤쳐져갔다. 좋은 의미로는 개발이었고, 나쁜 의미로는 훼손이다. 누구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단어가 달라진다. 이 동화의 주인공 포씨는, 인간의 개발에 앞장선 도구 중의 하나다. 따라서 포씨의 고민은 인간의 고민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과연 인간들이 살겠다는 명목으로, 다른 생명체의 보금자리를 빼앗고, 마구 죽여도 괜찮은 것인가?

 

  이 문제는 다양한 각도로 봐야할 것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인간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은 인간 한 종류만 사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가 공존하고 있다. 서로 영향을 주면서 존재하는 관계기에, 하나라도 사라지거나 피해를 입으면 당연히 다른 부분에도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인간을 우선시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중용이라는 개념이 나온 모양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게. 획일적인 공평이 아니라, 각자의 상황에 적합한 공평으로.

 

  제목 ‘포씨의 위대한 여름’은, 주인공 포씨가 개개비 알을 품고 있었던 그 여름을 말하고 있다. 새들의 보금자리였던 갈대숲을 밀어버린 포씨가, 그 새의 알을 품었다는 건 어떻게 보면 무척 의미 있는 일이었다. 죽음과 관련된 일을 하던 그가 살리는 일을 하게 된 거니까.

 




  하지만 이 책은 음, 개발을 너무 나쁜 것으로만 몰고 있는 느낌이다. 아! 어쩌면 난 인간의 관점에서 책을 읽고 이해했으며, 작가는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 관점에서 집필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차이가 날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직 조카는 읽지 않았는데, 어떤 느낌을 받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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