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걸스
로렌 뷰키스 지음, 문은실 옮김 / 단숨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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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Shining Girls, 2013

  작가 - 로런 뷰커스

 

 

 

 

 

  소설의 설정을 보는 순간, 반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살인마라니! 예전에 딘 R. 쿤츠의 소설 '운명의 추적 Lightning, 1985'에서도 시간 여행자가 나오긴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주인공을 도와주는 역할이었다. 평생을 따라다니면서 그녀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음, 좋게 보면 수호천사이고 나쁘게 말하면 스토커!

 

  이 소설의 시간여행자 '하퍼'는 좋게 표현할 말은 못 찾겠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스토커 살인마고 달리 말하면 연쇄 살인마이다. 그것도 여자들만 골라서, 칼로 난자해서 죽이는 아주 나쁜 놈이다. 어떻게 알고 들어갔는지 모르지만, 그는 '더 하우스'에 들어가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그 집에 들어선 순간, 그는 알게 된다. 소녀들을 죽여야 한다. 그들의 이름이나 사는 곳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집이 이끄는 대로 시간 여행을 하면서 소녀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들이 제일 빛날 때 죽여야 한다.

 

  이렇게 보면 집이 모든 원흉인 것 같다. 음, 집이 모든 사건사고의 원인인 소설로는 스티븐 킹의 '로즈 레드 The Diary of Ellen Rimbauer, 2001'이 생각난다. 물론 킹의 다른 소설인 '샤이닝 The Shining, 1977'도 집이 문제이긴 하지만, 시공간을 무너뜨리는 건 로즈 레드가 더 강력했었다.

 

  아쉽게도 이 소설에서 작가는 집에 대해서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누가 그 집을 만들었는지, 왜 소녀들을 죽여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그냥 딱 보자마자 "어머, 이 시대에서 얘는 꼭 죽여야 해!" 이러면서 여자애를 죽이는 것이다. 혹시 이것은 속편을 대비한 복선일까?

 

  '커비'는 하퍼의 공격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녀이다. 모두가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살아남았고 복수를 결심한다. 우선 그녀는 신문사에 들어가 자신의 살해 사건을 담당했던 기자 댄 밑에서 프로야구에 대해 배운다. 그러면서 커비는 자신과 비슷한 수법으로 살해당한 여자들을 찾기 시작한다.

 

  애초에 설정만 보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오가며 살인을 저지르는 놈을 무슨 수로 잡겠는가? 비록 그가 피해자 옆에 시대가 맞지 않는 소품을 남기지만, 그걸 보고 '오, 이번 범인은 시간 이동자군!'하고 생각해낼 사람은 또 얼마나 되고? 그런 생각하는 사람을 미친놈이라 여기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래서 작가는 두 가지 설정을 더해놓았다. 하나는 모든 살인은 완벽히 수행되어야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하퍼가 1930년대 인간이라는 점이다. 커비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하퍼는 다시 그녀를 공격하려고 찾아온다. 그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은, 다른 여자를 살해할 때 CCTV에 그의 얼굴이 정확하게 찍혔다는 것이었다. 이제 사태는 역전되어, 커비가 하퍼를 뒤쫓기 시작한다.

 

  소설은 장면 단위로 나뉘어져있다. 하퍼와 키버, 댄 그리고 그 외의 많은 피해자들을 장면별로 세분화시켜 보여주고 있다, 처음 목차를 보았을 때,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록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같은 날이지만 등장인물에 따라 나뉘어져있기도 했다. 마치 만화처럼 컷이 나뉘어져있는 느낌이었다. 영화로 만들면 콘티짜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책띠를 보니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적혀있다. 너무 컷이 나뉘면 처음에 집중하기 어렵다. 게다가 시간대까지 왔다 갔다 하니, 연도도 확인하고 이 시대의 피해자가 누군지 기억도 해야 한다. 중간에 키버나 하퍼가 만나는 다른 사람들까지 등장하면 뭐……. 그러다가 어느 정도 설정이 머릿속에 정리가 되면 그 다음부터는 쭉 집중할 수 있다.

 

  이야기는 상당히 냉혹했다. 피해 여성들의 상태를 덤덤히 말하는 묘사는 그야말로 간결하면서 정확했고 그 때문에 잔인했다. 거기에 불안정한 하퍼의 심리 상태와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커비의 성격이 곁들여지면서 이야기는 냉정한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그래서 소녀들의 죽음은 무척이나 안타깝게 느껴지고, 하퍼는 더욱 더 미친 놈 같다.

 

  하퍼가 소녀들의 살해 현장에 남긴 소품들이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걸 바탕으로 그를 뒤쫓는 시간 여행 탐정이나 형사가 나오는 추적물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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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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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oriarty, 2014

  작가 - 앤터니 호로비츠

 

 

 

 

 

  책이나 만화, 영화를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주인공들은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주인공들은 결말대로 살아갈까?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 시리즈를 쓰기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대충 마무리 짓고자 뜬금없는 악당 대장 모리아티를 등장시켜서 홈즈와 같이 죽여 버린다. 아무리 최종 보스는 맨 마지막에 등장한다지만, 모리아티의 등장과 퇴장은 너무 갑작스럽지 않았을까?

 

  이 두 가지 발상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작품이 바로 이 책 '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이다. 셜록 홈즈가 모리아티와 함께 죽지 않았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면 모리아티는? 자칭 타칭 범죄의 천재라는 사람이 그렇게 허접하게 폭포에서 떨어져 죽었을까? 혹시 그 폭포 사건 뒤에는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있었던 게 아닐까? 그리고 범죄전문가와 천재 탐정이 사라진 다음, 대장을 잃은 범죄 조직들과 든든한 조력자를 잃은 경찰들 사이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작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점과 상상력을 발휘하여, 두 대가가 사라진 다음의 런던을 그려냈다.

 

  라이헨바흐 폭포에서의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 지 5일 후, 스위스에서 두 남자가 마주친다. 영국 경시청의 애설니 존스 경감과 미국 핑커턴 탐정소에서 온 프레더릭 체이스. 두 사람은 모리아티라고 추측되는 시체를 살피다가 암호 편지를 발견한다. 거기에는 새로운 범죄 조직이 영국에 자리잡으려한다는 사실이 적혀있었다. 바로 체이스가 미국에서부터 쫓아온 범죄자 클래런스 데버루의 조직이었다. 이에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데버루를 잡기로 한다. 그런데 반발도 만만치 않다.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고 여겨 조사를 받은 용의자들이 하나둘씩 처참하게 죽어나가고, 심지어 영국 경시청 건물에 폭탄 테러까지 일어나는데…….

 

  아쉽게도 이 이야기에서 셜록 홈즈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도 볼드모트와는 달리 이름을 말해도 되는 존재라서, 여러 번 언급은 된다. 대신 뒤에 짧은 단편이 하나 실렸는데, 거기서는 홈즈가 등장한다.

 

  그러면 사건은 누가 주도적으로 해결하는가? 바로 존스 경감이다. 그는 예전에 '네 사람의 서명 The Sign of Four, 1890' 사건에서 홈즈 덕분에 좌절을 겪은 경험이 있다. 이후 자신에게는 형사가 될 자격이 없다는 생각으로 엄청난 노력을 한다. 사실 홈즈를 존경해서 '좋아하는 오빠의 모든 것을 따라하겠다'는 마음인지, 아니면 '나에게 이런 굴욕을 준 건 네가 처음이야'라는 마음으로 눌러버리겠다는 생각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간 그는 마치 홈즈처럼 생각하고 추리한다.

 

  체이스는 이 모든 것을 기록하는 입장이다. 그러니까 왓슨이라고 볼 수 있다. 나중에 존스 경감도 체이스에게 같이 탐정 사무소를 하나 열자고 말하기도 한다. 홈즈와 왓슨처럼 말이다.

 

  이야기는 홈즈 시리즈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하고 기억할 사람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빨간 머리 연맹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범죄를 저지르려고 했던 존 클레이와 스위스에서 홈즈에게 편지를 전달했던 이름 모를 소년 등등. 한 번 나오고 말았던,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했던 사람들이 얽히고설킨 관계를 형성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사건을 이끌어간다. 그 모든 작은 요소들이 교묘하게 연결되면서, 책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불법은 부지런하다는 말이 있다. 아마 악도 부지런한 모양이다. 홈즈가 3년 동안 유유자적하게 노는 동안, 범죄자들은 열심히 근면성실하게 일을 했다. 홈즈, 빨리 돌아오라고!

 

 

  덧붙이자면 주영미국 대사로 로버트 링컨이 등장한다. 바로 그 유명한 링컨 대통령의 큰아들이다. 연도를 확인해보니 헐! 그러니까 홈즈가 꼬꼬마 아가일 적에 미국에서는 남북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거야? 뭔가 이상하다. 남북전쟁은 아주 아주 오래전의 일이고, 홈즈가 활약하던 때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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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산장 살인 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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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假面山莊殺人事件, 1995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이 책은 안타깝게도 띠지에서부터 스포일러를 하고 있다. '이런 반전은 없었다. 절대로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이중 삼중의 트릭'이라니!

 

  그러니까 '독자 네가 지금 범인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바로 작가인 내가 그렇게 생각하라고 던져놓은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지. 사실 네가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 예상을 하고 난 다른 대안을 만들어뒀다는 말씀. 그런데 지금 이 대목을 읽고 아까 생각한 범인과 사건의 진상이 아니다싶어서 바꾼다면, 그것 역시 내가 만들어둔 덫으로 빠지고 있다는 의미지. 난 네가 그렇게 여기도록 살짝 힌트를 바꾸어놓았거든.'이라는 작가의 생각을 대놓고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반전이란,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나왔을 때 '와, 뒤통수 제대로다!'하면서 놀라워해야 제 맛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이미 띠지에서 뒤통수 칠 거니까 준비하고 있으라고 미리 알려주고 있다. 아쉽다. 삼중 트릭이라는 말을 넣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교통사고로 죽은 도모미. 그로부터 석 달 후, 도모미의 부친인 노부히코는 별장으로 아는 사람을 초대한다. 도모미의 부모인 노부히코 부부와 오빠, 사촌 여동생, 비서 등등의 지인과 도모미의 약혼자인 다카유키까지 모두 아홉명이 모인다. 도모미의 죽음 이후라서인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긴장감이 그들 주위를 맴돈다. 그런데 그 날, 경찰에 쫓기던 두 명의 은행 강도가 별장에 침입해 사람들을 인질로 잡는다. 다음날 도모미의 사촌인 유키에가 칼에 찔려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도대체 유키에를 죽인 것은 누구인가? 또한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려는 시도를 번번이 무산시키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도모미는 진짜로 사고로 죽은 것인가?

 

  강도 사건도 처리해야하고 도모미의 죽음에 얽힌 비밀도 밝혀야 하고 동시에 유키에를 죽인 범인까지 찾아야 한다.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기'가 아니라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믿고 등을 맡길 수 있어야 강도와 어떻게 해보겠는데, 누가 등 뒤에서 칼을 들고 있는지 모르니 뭘 해볼 수가 없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진다. 어떻게 보면 모두가 다 알리바이가 있고, 달리 보면 모두가 다 용의자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마음이 바뀌는지. 하긴 그런 사람이니까 그런 짓을 했겠지.

 

  그런데 살의를 가졌는지의 여부를 밝히려고 했다는 말은 좀 이상했다. 그 사람이 저지른 짓은 단순히 살의를 가진 것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그 살의를 가지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행동으로 옮겼다. 비록 그가 한 짓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은 아니지만, 원인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상한 건 또 있다. 살의 여부로 사람을 판단하려고 했다면, 다른 사람은 왜 그냥 내버려두는 걸까? 살의를 가진 사람을 A라고 하고, 다른 사람을 B라고 하자. B가 A에게 다가오지만 않았으면, 끝까지 자신의 마음을 숨겼다면, A는 살의를 품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살의만으로 A를 단죄하려했다면, 유혹하려했다는 것만으로도 B를 공범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B는 A에게 왜 그랬냐고 묻는다. A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투였다. 아니 이 요망한 것이!

 

  아, 이런 성격의 사람이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에서도 등장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여지를 남겨주고, 정작 그 사람들이 자기에게 대쉬하면 자긴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발뺌하는 사람. 그런데 이 책에서는 살의를 가진 A는 처벌하고, 유혹하려했던 B는 그냥 넘어간다. 아, 물론 B가 자기에게 마음이 있다는 건 A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A가 자뻑이 심한 성격이라, 조금만 자신에게 잘해주면 다 자길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유형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단순 살의 여부로 A를 단죄하려는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그 행동에 옮긴 것을 이유로 처벌하라고! 유혹을 받는 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려고 계획을 세운다면 그건 그 사람이 나쁜 거잖아. 단순 살의만으로 처벌하지 말라고! 누구 마음은 좋은 마음이고, 누구 마음은 나쁜 마음인가?

 

  트릭이라든지 사건의 진행은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마무리가 어쩐지 개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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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소년 탐정단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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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浪花少年探偵團, 1988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 중 하나인 단편집이다. 원제는 ‘나니와 소년 탐정단’이었는데, 제목이 바뀌었다. 소년 탐정단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마 셜록 홈즈를 도왔던 베이커 거리의 소년들일 것이다. 막내 조카에게 물어보니 일본 만화 ‘명탐정 코난 名探偵コナン’에 나오는 어린이 탐정단을 대답한다. 음, 명탐정 코난의 이름부터 코난 도일이 연상되니, 아마 소년 탐정단도 거기서 따왔을 지도 모르겠다. 셜록 홈즈의 소년들이 단순한 조사, 예를 들면 발품을 팔아야 하는 일들을 주로 했다면, 코난의 탐정단은 좀 더 적극적으로 사건에 뛰어들었다. 물론 모든 추리는 코난의 몫이었지만…….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만들어낸 소년 탐정단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 무척 궁금했다. 적극적으로 사건에 뛰어들지 아니면 그냥 심부름만 할지. 혹시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꼬마 탐정이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꼬마 탐정은 아쉽게도 등장하지 않는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6학년 5반 담임인 시노부이고, 그녀를 돕는다고 말하자니 어딘지 모르게 좀 미묘한 소년 탐정단은 당연히 그 반 학생들이다. 왜 미묘하다고 썼냐면, 이 꼬마들이 담임인 시노부를 적극적으로 도운 경우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들끼리 사건을 해결한답시고 거리를 배회하거나, 용의자를 쫓겠다고 트럭에 올라타기도 하고, 시노부를 좋아하는 형사에게 그녀의 스케줄을 알려주는 대가로 먹을 것을 얻어먹는 걸 주로 한다. 시노부의 말을 들은 것은 아마 그녀를 쫓는 형사를 막은 게 다일 것이다.

 

  초등학교 담임인 미혼의 시노부는 상당히 활동적이고 똘똘한 아가씨이다. 약간은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대화하면 은근히 재미가 있을 것 같은 성격이다. 다만 문제라면 살인과 너무 쉽게 엮인다는 것이다. 그녀가 산 케이크에서 피 묻은 칼이 나온다거나, 맞선보는 날 상대방의 사장이 살해당하고, 담당하고 있는 반 아이의 아버지가 시체로 발견되는 등등……. 꼭 그녀 때문은 아니지만, 주위에서 사건사고가 너무 자주 일어난다. 김전일이나 코난처럼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명탐정의 자격이 충분하다.

 

  그녀가 사건을 해결하기에, 사건을 맡는 두 형사 우루시자키와 신도는 그냥 거저먹는 분위기다. 그나마 우루시자키는 연륜이 있어서 나름 정답에 도달하다가 시노부에게 한발 늦는 것이고, 신도는 그냥 좋아하는 시노부의 뒤만 멍하니 졸졸 따라다니다가 사건이 끝나버린다. 탐정끼를 주체 못하는 시노부라서, 온갖 자료와 조사를 말해주니까 신도를 봐주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그는 좀 멍청하다. 6학년 꼬맹이들에게도 휘둘리니까 뭐……. 그래서일까? 작가는 혼마라는 맞선 상대를 집어넣었다. 성실하고 영리한 직장인이다.

 

  시노부를 사이에 둔 두 남자의 눈치 싸움도 은근히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치국만 여러 사발 들이키는 것 같기도 하다. 나중에 그러면 매워서 속 쓰릴 텐데. 아, 그래서 마지막 이야기가……. 흐음, 이건 스포일러가 될 테니 패스.

 

  단편집이라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심리라든지 여러 가지 상황이 간략하게 나온다. 게다가 시노부와 두 남자 그리고 꼬마들까지 다루려니 금방금방 지나가는 느낌이다. 하긴 단편집이 다 그렇지 뭐……. 심각하지 않고 그냥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생각할 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아무래도 사회 문제를 아주 배제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일본에서는 1993년에 2권이 나왔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언제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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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2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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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病院坂の首縊りの家, 1978

  작가 - 요코미조 세이시

 

 

 

 

 

 

  이번 2권은 1권에서 거의 20년이 흐른 뒤의 일이다.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경부였던 도도로키는 은퇴해서 사립 탐정이 된다. 음, 엘러리 퀸의 드루리 레인 시리즈에서도 그런 비슷한 경우가 있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호겐 가와 이가라시 산업은 여전히 야요이 회장이 운영을 하고 있다. 그리고 1권에서 납치되었던 유카리는 야요이의 뒤를 잇기 위해 업무를 배우고 있다. 이 집안은 여전히 여자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그런데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던 혼조 집안이 수상하다. 경제 불황 때도 승승장구하더니 마침내 커다란 회관까지 운영하게 되었다. 긴다이치와 도도로키 경부는 그 급성장 뒤에 호겐 가의 후원이 있었다는 걸 알아차린다. 야요이 회장은 왜 아무 연관 없는 혼조 집안을 후원했을까? 20년 전 그 사건 때, 혹시 혼조 도쿠베에가 야요이 회장의 약점을 잡은 게 아닐까? 그 가설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아들 혼조 나오키치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긴다이치를 찾아온다. 그리고 그 때의 사건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가기 시작하는데…….

 

  지난 1권에 불륜과 근친, 강간이 큰 줄기였다면, 이번 2권은 출생의 비밀이 나름 큰 줄기였다. 하긴 근친, 강간 그리고 불륜 3종 세트가 만나면 당연히 출생의 비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거기에 아무 것도 몰랐던 사람이 배신감을 느끼면 그 분노는 엄청날 테고 말이다. 어쩌면 1권에서 근친 강간을 저지른 이유는 2권에서 분노를 터트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을지도…….

 

  거의 평생을 수치스러운 과거 때문에 발목을 잡히고 협박당하고 괴로워했던 사람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 뭐 그런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이 있는지……. 어린 아이를 노리개로 삼는 놈이나 그걸 이용해 자기 배를 채운 놈이나 아주 그냥 싹 쓸어다가 무인도에 갖다 버리고 싶다. 아니, 그러면 산소가 아까우니까 그냥 지구에서 쫓아버려야겠다. 나무들이 기껏 만들어준 산소를 저런 놈들하고 공유하기는 싫다. 우주에 폐기물을 버리는 것 같아서 좀 미안하지만, 넓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미친 놈 하나 때문에 몇 사람이나 죽어나가고,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이 괴로워해야했는지……. 하여간 미친놈은 빨리빨리 치료를 하거나 격리시키는 게 좋다. 안 그러면 주위 사람들에게 민폐만 끼치니까 말이다. 로리콤은 병이다. 자기는 좋을지 모르지만, 당하는 어린 아이들은 평생 괴로워하고 잘못하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번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 긴다이치 코스케는 조용히 길을 떠난다. 아무에게도 연락처를 알리지 않고,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나눠주고 사라진다. 음, 그러고 보니 긴다이치의 손자라는 소년 탐정 김전일도 1부 마지막에 길을 떠나긴 한다. 이 손자, 엄청 따라쟁이다.

 

  음, 이걸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는 다 읽었는데 한국에는 아직 번역되지 않은 작품들이 많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드라마로도 종종 제작된다고 하는데,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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