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걸스
로렌 뷰키스 지음, 문은실 옮김 / 단숨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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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Shining Girls, 2013

  작가 - 로런 뷰커스

 

 

 

 

 

  소설의 설정을 보는 순간, 반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살인마라니! 예전에 딘 R. 쿤츠의 소설 '운명의 추적 Lightning, 1985'에서도 시간 여행자가 나오긴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주인공을 도와주는 역할이었다. 평생을 따라다니면서 그녀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음, 좋게 보면 수호천사이고 나쁘게 말하면 스토커!

 

  이 소설의 시간여행자 '하퍼'는 좋게 표현할 말은 못 찾겠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스토커 살인마고 달리 말하면 연쇄 살인마이다. 그것도 여자들만 골라서, 칼로 난자해서 죽이는 아주 나쁜 놈이다. 어떻게 알고 들어갔는지 모르지만, 그는 '더 하우스'에 들어가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그 집에 들어선 순간, 그는 알게 된다. 소녀들을 죽여야 한다. 그들의 이름이나 사는 곳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집이 이끄는 대로 시간 여행을 하면서 소녀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들이 제일 빛날 때 죽여야 한다.

 

  이렇게 보면 집이 모든 원흉인 것 같다. 음, 집이 모든 사건사고의 원인인 소설로는 스티븐 킹의 '로즈 레드 The Diary of Ellen Rimbauer, 2001'이 생각난다. 물론 킹의 다른 소설인 '샤이닝 The Shining, 1977'도 집이 문제이긴 하지만, 시공간을 무너뜨리는 건 로즈 레드가 더 강력했었다.

 

  아쉽게도 이 소설에서 작가는 집에 대해서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누가 그 집을 만들었는지, 왜 소녀들을 죽여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그냥 딱 보자마자 "어머, 이 시대에서 얘는 꼭 죽여야 해!" 이러면서 여자애를 죽이는 것이다. 혹시 이것은 속편을 대비한 복선일까?

 

  '커비'는 하퍼의 공격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녀이다. 모두가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살아남았고 복수를 결심한다. 우선 그녀는 신문사에 들어가 자신의 살해 사건을 담당했던 기자 댄 밑에서 프로야구에 대해 배운다. 그러면서 커비는 자신과 비슷한 수법으로 살해당한 여자들을 찾기 시작한다.

 

  애초에 설정만 보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오가며 살인을 저지르는 놈을 무슨 수로 잡겠는가? 비록 그가 피해자 옆에 시대가 맞지 않는 소품을 남기지만, 그걸 보고 '오, 이번 범인은 시간 이동자군!'하고 생각해낼 사람은 또 얼마나 되고? 그런 생각하는 사람을 미친놈이라 여기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래서 작가는 두 가지 설정을 더해놓았다. 하나는 모든 살인은 완벽히 수행되어야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하퍼가 1930년대 인간이라는 점이다. 커비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하퍼는 다시 그녀를 공격하려고 찾아온다. 그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은, 다른 여자를 살해할 때 CCTV에 그의 얼굴이 정확하게 찍혔다는 것이었다. 이제 사태는 역전되어, 커비가 하퍼를 뒤쫓기 시작한다.

 

  소설은 장면 단위로 나뉘어져있다. 하퍼와 키버, 댄 그리고 그 외의 많은 피해자들을 장면별로 세분화시켜 보여주고 있다, 처음 목차를 보았을 때,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록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같은 날이지만 등장인물에 따라 나뉘어져있기도 했다. 마치 만화처럼 컷이 나뉘어져있는 느낌이었다. 영화로 만들면 콘티짜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책띠를 보니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적혀있다. 너무 컷이 나뉘면 처음에 집중하기 어렵다. 게다가 시간대까지 왔다 갔다 하니, 연도도 확인하고 이 시대의 피해자가 누군지 기억도 해야 한다. 중간에 키버나 하퍼가 만나는 다른 사람들까지 등장하면 뭐……. 그러다가 어느 정도 설정이 머릿속에 정리가 되면 그 다음부터는 쭉 집중할 수 있다.

 

  이야기는 상당히 냉혹했다. 피해 여성들의 상태를 덤덤히 말하는 묘사는 그야말로 간결하면서 정확했고 그 때문에 잔인했다. 거기에 불안정한 하퍼의 심리 상태와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커비의 성격이 곁들여지면서 이야기는 냉정한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그래서 소녀들의 죽음은 무척이나 안타깝게 느껴지고, 하퍼는 더욱 더 미친 놈 같다.

 

  하퍼가 소녀들의 살해 현장에 남긴 소품들이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걸 바탕으로 그를 뒤쫓는 시간 여행 탐정이나 형사가 나오는 추적물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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