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사카 소년 탐정단 ㅣ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2월
평점 :
원제 - 浪花少年探偵團,
1988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 중 하나인 단편집이다. 원제는 ‘나니와 소년 탐정단’이었는데, 제목이 바뀌었다. 소년 탐정단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마 셜록 홈즈를 도왔던 베이커 거리의 소년들일 것이다. 막내 조카에게 물어보니 일본 만화 ‘명탐정 코난 名探偵コナン’에 나오는 어린이
탐정단을 대답한다. 음, 명탐정 코난의 이름부터 코난 도일이 연상되니, 아마 소년 탐정단도 거기서 따왔을 지도 모르겠다. 셜록 홈즈의 소년들이
단순한 조사, 예를 들면 발품을 팔아야 하는 일들을 주로 했다면, 코난의 탐정단은 좀 더 적극적으로 사건에 뛰어들었다. 물론 모든 추리는 코난의
몫이었지만…….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만들어낸 소년 탐정단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 무척 궁금했다. 적극적으로 사건에 뛰어들지 아니면 그냥 심부름만 할지. 혹시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꼬마 탐정이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꼬마 탐정은 아쉽게도 등장하지 않는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6학년 5반 담임인 시노부이고, 그녀를 돕는다고 말하자니 어딘지
모르게 좀 미묘한 소년 탐정단은 당연히 그 반 학생들이다. 왜 미묘하다고 썼냐면, 이 꼬마들이 담임인 시노부를 적극적으로 도운 경우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들끼리 사건을 해결한답시고 거리를 배회하거나, 용의자를 쫓겠다고 트럭에 올라타기도 하고, 시노부를 좋아하는 형사에게 그녀의
스케줄을 알려주는 대가로 먹을 것을 얻어먹는 걸 주로 한다. 시노부의 말을 들은 것은 아마 그녀를 쫓는 형사를 막은 게 다일 것이다.
초등학교 담임인 미혼의 시노부는 상당히 활동적이고 똘똘한 아가씨이다. 약간은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대화하면 은근히 재미가 있을 것 같은
성격이다. 다만 문제라면 살인과 너무 쉽게 엮인다는 것이다. 그녀가 산 케이크에서 피 묻은 칼이 나온다거나, 맞선보는 날 상대방의 사장이
살해당하고, 담당하고 있는 반 아이의 아버지가 시체로 발견되는 등등……. 꼭 그녀 때문은 아니지만, 주위에서 사건사고가 너무 자주 일어난다.
김전일이나 코난처럼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명탐정의 자격이 충분하다.
그녀가 사건을 해결하기에, 사건을 맡는 두 형사 우루시자키와 신도는 그냥 거저먹는 분위기다. 그나마 우루시자키는 연륜이 있어서 나름 정답에
도달하다가 시노부에게 한발 늦는 것이고, 신도는 그냥 좋아하는 시노부의 뒤만 멍하니 졸졸 따라다니다가 사건이 끝나버린다. 탐정끼를 주체 못하는
시노부라서, 온갖 자료와 조사를 말해주니까 신도를 봐주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그는 좀 멍청하다. 6학년 꼬맹이들에게도 휘둘리니까 뭐…….
그래서일까? 작가는 혼마라는 맞선 상대를 집어넣었다. 성실하고 영리한 직장인이다.
시노부를 사이에 둔 두 남자의 눈치 싸움도 은근히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치국만 여러 사발 들이키는 것
같기도 하다. 나중에 그러면 매워서 속 쓰릴 텐데. 아, 그래서 마지막 이야기가……. 흐음, 이건 스포일러가 될 테니
패스.
단편집이라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심리라든지 여러 가지 상황이 간략하게 나온다. 게다가 시노부와 두 남자 그리고 꼬마들까지 다루려니 금방금방
지나가는 느낌이다. 하긴 단편집이 다 그렇지 뭐……. 심각하지 않고 그냥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생각할 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아무래도 사회 문제를 아주 배제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일본에서는 1993년에 2권이 나왔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언제 나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