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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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マスカレ-ド ホテル, 2011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경찰은 세 번이나 일어난 연쇄 살인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살해 수법도 다르고 피해자간의 연관성도 하나도 없는 살인이지만, 현장에 놓인 종이 때문에 연쇄 사건이라는 것을 밝혀진다. 암호를 푼 경찰들은 다음 살인이 일어날 장소가 도쿄의 초일류 호텔 ‘코르테시아도쿄’라는 것을 알아낸다. 그 때문에 호텔에 협조를 구하여 곳곳에 경찰을 직원으로 변장시켜 감시하기로 한다. 프런트에서 접수와 안내를 맡은 직원 ‘나오미’는 ‘닛타’ 형사를 담당하게 된다. 호텔리어로 일하는 것에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는 나오미와 엘리트 형사로 승승장구해오던 닛타. 두 사람은 처음에는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기도 하지만, 곧 서로를 이해하고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기로 의기투합하는데…….

 

   작품은 연쇄 살인범에 대한 수사를 위해 호텔리어로 변신한 닛타 형사가 프런트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형사로 사람들을 무조건 의심하는 눈초리로 보며 위압적으로 응대하는 그였지만, 점차 변해가기 시작한다. 형사로 사람들을 윽박지르던 자세에서 상대방이 어떤 상황인지 생각하는 태도를 갖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자기가 공을 세워야한다는 마음 때문에 자신을 프런트에 보낸 지휘부에 불만을 갖기도 했지만, 점차 그 생각이 바뀐다. 자신이 잡고 못 잡고를 떠나, 누구든지 범인을 잡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가 그렇게 바뀐 뒤에는 나오미의 도움이 컸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녀의 프로의식, 배려, 그리고 성실함 등이 닛타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것이다. 물론 그녀도 연쇄 살인마에 대한 걱정 때문에 의심스럽다 생각하는 고객 앞에서 허둥대고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격려하고 보완하면서 배워가고 서서히 변화한다.

 

  그 때문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서 드디어 썸타는 남녀가 등장하는 것인가 호기심이 일었다. 그리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사건에 연결된 두 남녀가 나중에 연인 사이로 발전되는 경우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기껏 두 남녀가 나와도 발전성이 안 보이거나 어정쩡하게 끝이 나기도 하고, 심지어 둘 중의 하나가 범인인 경우도 있었다. 오죽했으면 혹시 이 작가 연애 소설방면에는 고자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랑이 원인이 되어 일어난 범죄 소설을 쓰지만, 범죄와 관련이 없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는 본 기억이…….

 

  두 사람이 프런트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이 갈등하는 원인도 어떻게 보면 사랑이었다. 시각장애인인 남편을 위해 사전 답사를 온 노부인의 행동도 사랑이었고, 불륜 남녀도 나름의 사랑(...)이었다. 또한 고등학교 시절 닛타가 저지른 의미 없는 장난 때문에 자존감을 잃고 복수하겠다는 사람의 행동도 어떻게 보면 자기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도 있었다. 또한 호텔 고위층이나 나오미의 고민도 자신의 직장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고 말이다.

 

  사람들이 사랑하는 방식이나 대상이 다양하듯이, 갈등의 원인이나 해결책 역시 다양했다. 그것을 깨달으면서 두 사람은 사건의 진상에 한발씩 다가간다. 모든 것이 매뉴얼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때로는 우회해야할 때도 있고, 변칙적인 길을 가야할 때도 있다. 어디서는 후퇴를, 또 다른 곳에서는 뒤를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알아낸 사건의 진상은 참 교묘했다. 그토록 좋은 머리를 왜 그런 식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지 안타까웠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은데, 왜 하필 그 사람일 수밖에 없는지……. 처음에는 사랑이었겠지만, 나중에는 집착과 증오가 뒤섞인 관계로 변해버렸다는 게 마음이 아팠다. 사랑은 상호작용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닌 경우에는 결국 범죄로 끝나는 모양이다.

 

  범죄로 끝날 사랑은 하지 말자.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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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숲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권수연 옮김 / 포레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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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La Foret des Manes, 2009

  작가 -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자신을 바람맞힌 전 남자친구의 행방을 알고자, 그가 상담을 받는 정신과 의사 '페로'의 사무실을 몰래 도청하기로 한 판사 '잔'. 그러다가 상담을 받던 자폐아의 살인예고를 듣게 된다. 처음에 잔은 정신이 불안정한 사람의 헛소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예고한 정확한 날짜와 장소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자 긴장한다. 시신은 처참하게 훼손되어 식인이 벌어졌던 흔적까지 남았고, 현장 주변에는 원시 제사 의식이 치러졌던 흔적까지 남아 있었다. 동료 판사 '텐'과 함께 현장으로 간 잔은 상담을 받던 '요아킴'이 범인이라 확신한다. 살인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연이어 다른 여성들이 비슷한 수법으로 살해되는 것도 모자라, 텐까지 희생자가 된다. 잔은 수사에서 제외되자, 혼자서라도 사건을 추적하겠노라 결심한다. 그녀는 희생자들의 연관성을 발견하고, 행방을 감춘 요아킴과 페로가 향했다고 짐작되는 남미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과거 남미 독재 정권이 행했던 무자비한 공포 정치의 결과물과 더불어 광기에 찬 인간의 어두움을 만나게 되는데…….

 

  소설은 모두 3부작으로 이루어져있다.

 

  1부 『먹이』에서는 프랑스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잔의 상황과 연쇄 살인의 현장 그리고 그것을 추적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왜 잔이 그렇게 남자친구에게 집착을 하는지, 그녀의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을 얘기하고 있었다. 살인 현장에 대한 묘사가 생생해서, 상상이 저절로 되었다.

 

  2부 『아이』에서 본격적으로 남미로 떠나 요아킴이 누구인지 알아내려는 잔의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그녀는 글자로만 알고 있던 남미의 1970~80년대 독재 정권이 저질렀던 만행에 대해 직접 듣고 보게 된다. 그와 동시에 연쇄 살인 사건의 피해자들의 연결 고리를 찾아가는데, 모두가 다 원시 부족 연구와 관련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설마 남미의 숲 어딘가에 발견되지 않은 고대 원시인들의 후예가 살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3부 『부족』으로 접어들면서 잔은 모든 것을 알게 된다. 요아킴이 누구인지, 왜 피해자들이 죽어야했는지, 왜 '그'가 그녀를 숲으로 이끌었는지, 그녀가 무엇을 착각하고 놓쳤는지, 요아킴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녀는 광기와 악으로 똘똘 뭉친 인간을 마주해야 했다.

 

  끔찍한 프랑스 도심의 연쇄 살인 현장에서 원시의 비밀을 숨기고 있을 것 같은 남미의 숲까지, 21세기에서 20세기로, 지구 반 바퀴를 도는 것도 모자라 시공간을 뛰어넘는 여행이었다. 그런데 다른 시간여행 작품들과 달리, 이 책은 그 여정이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다. 식인을 하는 연쇄 살인마를 쫓는 과정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런 괴물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말하고 있었다. 권력을 가진 인간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 인간이 타인을 자신과 동등한 사람으로 보지 않으면 어떤 짓까지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작가는 잔의 눈과 입을 통해 보여주었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사건사고들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러 알려고 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나와 관련이 없어서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 먹고살기 바빠서 그런 걸 알아볼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 나와 밀접하게 관련된 중요한 일에도 이런저런 핑계로 모른척하고 알려고 하지 않으니, 그렇지 않은 사건까지 알라고 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세상은 실보다 가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언젠가 그 영향은 돌고 돌아 나에게 도달하게 된다. 남미의 국민들은 정권에 대한 공포심과 자신이 잡혀가지 않는다는 안도감 때문에, 이웃의 체포를 묵인했다. 그러다 결국 자신의 아이까지 잃어버리고 말았다. 남미 독재 정권의 횡포를 묵인한, 이 책에서는 배경인 프랑스로 대표되는 다른 나라들은 결국 그 정권이 만들어낸 연쇄 살인마에게 자국민이 살해당한다. 그러나 이건 인과응보의 개념은 아니다. 인과응보가 되려면, 독재를 했던 군인들이 죗값을 받아야한다. 하지만 책에도 나오지만, 그 당시 사람들을 끌고 가 고문하고 죽였던 군 고위 장성들은 축적한 재산으로 떵떵거리면서 잘 살고 있다. 반면에 그들에게서 고통 받았던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건 사람들이 외면하고 보지 않으려고 하는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얼마 전에 프랑스에서 테러사건이 일어났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 전까지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테러 사건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프랑스에서 그 일이 일어나고서야 테러에 대해 반응하기 시작했다. 마치 그 다른 나라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일은 우리 주위에도 비일비재하다. 지금 당장 나와는 연관이 없어서 관심도 주지 않았던 일이 나중에 나와 관련된 일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고 항의하면, 그건 그 사람이 평소에 불평불만이 많고 오지랖이 넓으며 사건을 키우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악은 사람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멋질 때가 있다. 매력적인 악당이 착하기만 한 주인공보다 인기를 끄는 경우도 있다. 연쇄 살인마에게 팬레터를 보내는 사람들 역시 악에 끌린 경우이다. 그리고 열정이 통제를 벗어나고 집착이 강해지면 광기가 될 수 있다. 광기에 휩쓸린 대중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뭐가 옳고 그른지 관심도 없이, 자신의 생각과 판단만이 올바른 것이라 믿으며 열성적으로 따라간다. 사실 자신의 생각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일러주는 것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무관심'이라는 토양 위에 '악'이라는 씨를 뿌리고 '광기'라는 양분이 주어지면, '괴물'이라는 열매가 열린다. 히틀러도 남미 독재 정권도 요아킴도 그렇게 탄생한 괴물이었다.

 

  지금 우리 주위에서는 또 어떤 괴물이 자라고 있을까?

 

 

 

  그런데 잔을 바람맞힌 남자친구는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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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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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이 책을 읽은 것에, 그나마 이제라도 읽은게 어딘가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인권에 대해서 생각해볼 시간을 주는 책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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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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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규칙이 있지만 그것을 이웃을 위해 사용한 한 남자의 일관성있는 삶을 통해,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 말하고 있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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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메르세데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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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느님이 호러가 아닌 추리를 쓰지만, 그만의 색의 잃지 않으면서 다른 분야에도 최적화된 내용을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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