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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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斜め屋敷の犯罪, 1982

  작가 - 시마다 소지

 

 

 

 

  '유빙관'이라는 서양식 저택이 있었다. 전 세계의 인형과 가면을 모으는 은둔 재벌 '고자부로'의 집으로, 기울어진 저택과 옆에 서 있는 둥근 탑이 인상적인 건물이었다. 그는 연말을 맞아 거래처 사장과 중역 부부, 친인척 등을 불러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기로 한다. 그런데 그날 밤, 손님 중의 한 명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경찰을 불렀지만,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다음 날 또 다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완벽한 밀실 상태에서 발견된 기괴한 모양의 시체에 모두들 경악하고, 그 어떤 실마리도 없는 상황에 경찰도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결국 '미타라이'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어딘지 모르게 개운치 않았다. 이야기의 배경 설정이나 분위기, 흐름은 좋았다. 그런데 밝혀진 트릭은 아무리 봐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무리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해도 변수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범인이 죽이려는 건 고정되어있는 물체가 아니라, 움직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연습을 철저히 하고 대비를 해놓았다고 해도, 소설에서 사용된 트릭이 100% 성공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음, 내가 공학이나 건축 쪽에는 문외한이라 그런 걸까? 평면도를 입체적으로 상상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일지도? CCTV로 피해자가 뭘 하고 있는지 보고 있는 게 아니라면, 완전 운에 맡기는 범행 수법 같았다.

 

  초반의 분위기라든지 사람들 사이의 관계 같은 것은 참 좋았고 이야기의 흐름도 마음에 들었는데, 범인의 트릭이 밝혀지는 순간에 김이 팍 새는 느낌이었다. 책에 수록된 평면도를 봐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해? 이동이 가능하다고 해도 어떻게 정확하게 목표물을 죽일 수 있어? 목표물이 가만히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는데! 움직이면 완전 꽝이잖아!

 

  동기적인 면은 음, 범인이 너무 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명이나 죽인 사람이 착하다고 하면 모순적이긴 하지만, 이 책의 범인은 요령이 없었다. 완전 악당이었다면, 잠재되어있는 죄의식이 아무리 커져도 모른 척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정도로 악당이 아니었기에 그 죄의식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다고 하면, 말이 될까?

 

  '점성술 살인사건'은 그래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읽었는데, 이번 이야기는 그러려니 하고 넘기려니 너무 찝찝했다. 다음 이야기를 계속해서 읽어볼까 말까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이 감상글을 올리기 전에 미리 읽어본 애인님이 자기는 2D 건축 도면을 3D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으니, 책을 읽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잘난 척을 한다. 도전 받아주겠다! 설 지나면 책 택배로 보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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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1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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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水ちの如き沈むもの, 2013

  작가 - 미쓰다 신조

 

 

 

 

 

  방랑 환상 소설가인 '도조 겐야 시리즈' 중의 네 번째 작품이다. 시리즈를 찬찬히 읽고 있는……. 음? 리뷰가 하나가 없다?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首無の如きたたるもの, 2010'이 빠져있다. 분명히 책을 읽었는데, 어떻게 된 걸까? 그건 나중에 다시 읽어보기로 하고, 우선 지금 리뷰를 쓰는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水ちの如き沈むもの, 2013'에만 집중해야겠다.

 

  특이하게 이 책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교차해서 담고 있다. 일본을 돌아다니며 민담이나 괴담을 수집해 추리 소설을 쓰는, 하지만 괴담을 들으러 간 마을에서 꼭 사건을 맞닥뜨리고 탐정 역할까지 하는 '도조 겐야'의 이야기가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2차 대전 이후 ‘수신제’를 지내는 외가에서 살게 된 어린 소년 '쇼이치'의 이야기이다.

 

  쇼이치는 2차 대전 이후, 엄마와 두 누나와 함께 만주에서 일본으로 온 어린 소년이다. 친척이라고는 엄마의 양부밖에 없기에, 소년은 그곳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냉랭하게 대하고, 엄마를 짝사랑하던 옆 마을 신관인 '세이지'만이 도움을 줄 뿐이다. 엄마가 죽자, 세 남매는 외할아버지격인 '류지'에게 맡겨진다. 그런데 물의 신을 모시는 신관이라는 할아버지 류지는 어딘지 모르게 무섭기만 하고, 큰누나 '쓰루코'는 가끔 넋이 나간 것처럼 행동한다. 작은 누나 '사요코'는 류지가 쓰루코를 어떻게 하지 않을까 경계하고, 쇼이치는 이상한 것이 자꾸만 보이자 불안해한다.

 

  도조 겐야는 편집자인 '시노'와 함께 물의 신에게 제를 지내는 전통을 가진 마을에 도착한다. 네 마을의 신관들이 돌아가며 제를 지내는 것을 취재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제를 지내던 신관이 죽은 채 발견된다. 마을은 십여 년 전에 있었던 살인 사건을 떠올리며 불안해하고, 이어 신관들이 하나둘씩 살해된다. 겐야는 그것이 마을에서 바치던 제물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데…….

 

  신관, 산 제물, 그리고 이상한 것을 보는 소년. 이런 조합이라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괴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충분하다. 거기에 저주라든지 연쇄 살인까지 가세하면 오싹한 분위기는 배가 될 것이다. 그런 이야기가 무섭지도 않고 재미가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런 장점을 적절하게 잘 드러내고 있었다. 특히 어린 쇼이치가 보는 환상을 묘사한 부분은 읽는 것만으로도 내 모든 감정이 가라앉고 허우적대는 기분을 들게 한다. 또한 살짝 살짝 드러내는 제물에 대한 비밀과 의혹은 내가 알고 있는 온갖 불길한 상상을 극대화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결말은 좀 아쉬웠다. 터질듯이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던 풍선이 팡 터지지 않고, 중간에 구멍이 나서 바람이 빠진 것 같았다. 점점 고조되던 분위기가 갑작스런 마무리로 좀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범인의 정체나 트릭은 훌륭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찜찜했다.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일지 짐작이 가는 진행이었다. 게다가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종장을 읽으면서 입맛이 씁쓸했다.

 

  그나저나 이 시리즈는 읽을 때마다 힘들다. 내용이 어렵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등장인물이 꽤 많은데, 거의 친척이라 이름이 비슷한 게 문제다. 거기에 중간에 그 이름이나 지명에 얽힌 한자 풀이까지 막 나오는데, 한자 울렁증이 있는 난 볼 때마다 하얀 건 종이고 검은 게 글자라는 생각만 든다. 그래서 초반에 드러난 배경 설정이라든지 주요 힌트를 제대로 읽지 않고 넘어가게 된다. 헐, 설마 그래서 결말이 허무하다는 느낌을 받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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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술 살인사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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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占星術殺人事件, 1980

  작가 - 시마다 소지

 

 

 

 

 

  책을 중간까지 읽다가 깨달았다. 이 책의 작가와 미쓰다 신조를 헷갈렸다. 그의 작품 중에 '사상학 탐정'이라는 게 있다는 걸 얼핏 듣고는, 이 책의 제목과 혼동한 것이다. 점성술이나 사상학이나 뭐, 서양과 동양의 차이일 뿐이라고 하기엔 엄청난 오해였다. 작가 이름도 혼동하고 책 제목도 잘못 알아서 덜컥 질러버린 책이지만, 다행히 좌절 포즈를 그리면서 '이 놈의 기억력이! 내 돈! 내 시간!'하고 절규할 정도는 아니었다.

 

   1936년, 화가였던 '우메자와'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그의 죽음도 기이하지만, 그의 유품에서 나온 수기가 더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점성술에 빠져있던 그가 자신의 여섯 딸을 희생시켜 완벽한 존재를 만들려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그가 죽어서 그런 끔찍한 일은 안 일어날 거라 생각했지만,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 결혼 후 분가해 살던 큰딸이 살해당하고, 남은 여섯 딸마저 하루아침에 실종되더니 전국에 걸쳐 절단된 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그것도 우메자와의 수기에 적힌 방법 그대로 살해당한 채로! 이후 사람들은 이 비극적이면서 기괴한 죽음의 비밀을 밝히려고 했지만, 누구 하나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40년 후, 점성술사인 '미타라이'에게 한 여인이 찾아온다. 그녀는 경찰관이었던 아버지의 수기를 내놓으며, 자신의 아버지가 함정에 빠져 우메자와의 여섯 딸 사건에 연관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건의 진상을 밝혀 아버지의 명예를 지켜달라고 부탁한다. 미타라이와 그의 친구인 '이시오카'는 이렇게 40년 동안 아무도 풀지 못한 사건에 접근하는데…….

 

  위에는 여섯 딸이라고 적어뒀지만, 여섯 명이 다 화가의 친딸인 건 아니다. 재혼한 부인이 데리고 온 딸도 있고, 친딸도 있고, 조카딸도 있다. 하지만 친딸이건 아니건, 다른 사람을 죽이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미친놈이다. 그것도 그냥 죽이는 게 아니라, 누구는 머리를, 누구는 상반신을, 누구는 허리를, 누구는 다리를 잘라서 완벽한 존재를 만들겠다니! 어딘가에 너무 빠지면 안 된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 예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생각만 했을 뿐,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살해당했다. 생각만 했다면 뭐…….

 

  진짜 미친놈은 그의 수기를 바탕으로 실행한 자이다. 얼마나 정체를 교묘히 숨겼는지, 40년 동안 놈의 머리카락 하나도 잡지 못했다. 읽으면서 오싹했던 부분은 살해당한 큰딸의 사체에서 정액이 나왔지만, 사건의 정황상 범인은 여자일수밖에 없다는 대목이었다. 큰딸을 죽인 사람이 아버지도, 다른 여섯 동생도 죽였다는데 그러면 범인이 여자라는 걸까? 하지만 여자라면 어떻게 혼자서 여섯 사람을 죽이고 사체를 운반하고 절단할 수 있었을까? 혹시 남자가 사람들을 혼란시키기 위해 거짓 증거를 심어둔 걸까?

 

  책의 3분의 1은 수기로 되어있다. 우메자와의 수기, 경찰인 분지로의 수기 그리고 범인의 수기이다. 수기 부분의 글자체가 눈에 조금 부담을 주었다. 왜 그걸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눈에 부담을 주니 자연히 가독성이 떨어지고, 집중하기 힘들었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최악의 글자체였다.

 

  나머지 3분의 2는 미타라이와 이시오카의 대화가 대부분이다. 다행히 두 사람의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서,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구별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미타라이의 신랄한 코난 도일과 셜록 홈즈 비판은 읽으면서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비판을 했지만, 미타라이와 이시오카 두 사람의 등장은 이미 셜록 홈즈와 왓슨과 비슷했다. 혼자서 열심히 수사하는 이시오카는 홈즈에게 매번 당하지만 발끈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왓슨이 절로 연상되었다. 나름 홈즈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고 하지만, 왓슨의 그런 시도는 실패한다. 여기서 이시오카도 비슷하게 생각으로 조사하지만, 결국 미타라이의 추리를 듣고 억울해 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 전에 독자에게 추리를 해보라는 도전장이 나오는데, 그건 엘러리 퀸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던 방법이다. 작가가 '본격 미스터리'라고 자신의 작품을 말했다는데,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트릭과 논리는 엘러리 퀸의 장기였으니까.

 

  사건의 트릭이 무척 낯익었다. 저렇게 사람을 부분적으로 자르는 수법을 어디서 보았더라? 아! 일본 만화 '소년 탐정 김전일 金田一少年の事件簿, 1992'! 만화를 보면서 트릭이 신선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나온 것을 차용한 모양이다. 김전일 시리즈의 작가는 할아버지 이름도 멋대로 사용하고 트릭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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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이브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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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マスカレ-ド·イブ, 2015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얼마 전에 읽은 ‘매스커레이드 호텔’과 이어지는 시리즈이다. 하지만 다음 이야기가 아니라, 이전 이야기다. 형사 닛타와 호텔리어 나오미가 각각 초보 시절일 때 겪었던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 둘 사이의 접점은 전혀 없다. 아, ‘매스커레이드 이브’편에서 어쩌면 만날 수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만약 그 때 서로를 알게 되었다면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졌을 텐데…….

 

  『가면도 제각각』는 나오미의 이야기다. 호텔 프런트에서 일하게 된 그녀 앞에 등장한 전 남자친구 미야하라와 그 일행. 몇 시간 후, 미야하라가 곤경에 빠졌다고 나오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얽히고설킨 불륜과 집착이 만들어낸, 어떻게 보면 광대놀음 같은 일들이 펼쳐진다. 관찰력과 거기에 걸맞은 상상력과 실행력을 갖춘 나오미가 탐정을 하면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키 형사의 등장』은 제목 그대로 닛타가 등장한다. 새벽 조깅을 하던 중에 살해당한 남자의 사건을 맡아 말 그대로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이야기도 역시 불륜과 집착이 빚어낸 살인과 속임수가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불륜과 집착은 호텔에서도 일어나는 사건이지만, 역시 형사가 주인공이라 그런지 살인으로 이어졌다. 단순하고 쉽게 풀리는 사건 같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동기는 말 그래도 반전이었다.

 

  『가면과 복면』은 나오미가 주인공이다. 절대로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는, 인기 절정을 누리고 있는 미모의 작가와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하는 스토커적인 광팬들이 벌이는 숨바꼭질을 다루고 있다. 꼭꼭 숨고 싶은 작가와 출판사, 그리고 만나고 싶어 하는 극성팬들의 두뇌 싸움이 볼만하다. 미모의 여자라는 말에 혹하는 남자들이란……쯧쯧쯧

 

  『매스커레이드 이브』는 순서에 맞게 닛타의 이야기다. 나오미도 등장해서 중요한 힌트를 주긴 하는데, 둘이 만나지는 않는다. 아쉽다. 한 교수가 살해당하는데, 유력한 용의자는 알리바이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의 행동은 의심스럽기만 하다. 닛타는 관할 경찰서에서 파견된 여 경찰과 팀을 이루어, 용의자의 행적을 추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 여인이 등장하는데…….

 

  『에필로그』는 ‘매스커레이드 호텔’의 사건과 연관되는 짧은 이야기다. 그 책에서는 몇 줄 안 되는 내용으로 흘러가는데, 여기서는 좀 더 자세히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이야기들은 계속해서 가면을 강조한다. 호텔리어는 고객이 쓴 가면 뒤의 얼굴을 알아도 다른 사람들에게 밝히지 않는다거나, 형사는 사람들의 가면 쓴 얼굴과 민낯을 구별해야 한다는 말이 자꾸 나온다. 흐음, 그러니까 호텔리어는 고객의 사생활을 지켜줘야 한다는 뜻이고, 형사는 사람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비밀까지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일까?

 

  두 사람이 함께 나오는 수사물을 더 보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나오미가 지켜야하는 부분과 닛타가 알아야 하는 부분이 충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사생활 보호와 정보 공개가 아슬아슬하게 지켜지는 경계선을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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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없는 한밤에 밀리언셀러 클럽 142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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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Full Dark, No Stars, 2010

  작가 - 스티븐 킹

 

 

 

 

  오오, 이런 일이! 일 년 사이에 킹느님의 책이 두 권이나 나오다니! 몇 달 전에 읽었던 ‘미스터 메르세데스 Mr. Mercedes, 2014’의 감동이 사라지기도 전에, 또 다른 그의 작품을 읽을 기회라니! 전에도 말했지만, 이 리뷰는 스티븐 킹, 그러니까 킹느님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적은 것이기에 객관적이거나 냉정한 판단 따위는 없다. 무조건 닥치고 킹느님 찬양으로 뒤덮였다는 것을 미리 말해두겠다.

 

  이 책은 스티븐 킹의 중단편을 모은 작품집이다. ‘별도 없는 한밤에’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제목과 내용이 무슨 상관일까 궁금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느낌이 왔다. 별이 없는 밤이라면 무척 깜깜할 것이다. 어쩌면 달도 없을 것이다. 물론 요즘이야 별이 안 보여도 위성이나 항공기 내지는 건물의 불빛들 때문에 어둡지는 않겠지만, 그런 것들이 하나도 없는 하늘이라면……. 얼마나 깜깜할지 상상도 못하겠다.

 

  각각의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이 처한 상황이 딱 그런 어둠 속이었다. 모두들 앞을 밝혀줄 빛을 찾아 헤맸다. 그것이 그들을 어디로 인도할지 알지 못했지만, 하나밖에 없는 빛이기에 따라갔다. 그 과정은 무척이나 힘들고 괴로웠다. 그 길의 끝에서 어떤 사람은 나락의 길로 빠져들어 허우적댔고, 누군가는 마음의 평안을 되찾았다. 또 다른 사람은 오랫동안 자신을 억누르고 있던 열등감에서 해방되었다.

 

  『1922』은 농장의 처분 문제로 아내와 이혼을 결심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는 아내의 재산마저 차지하기 위해, 그녀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어린 아들까지 감언이설로 꾀어 살인극에 동참시킨 그는, 이후 엄청난 압박감과 불안증에 시달린다. 게다가 소심하고 여렸던 아들의 성격이 바뀌면서 두 부자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하는데…….

 

  읽으면서 아들이 너무도 안쓰럽게 느껴졌던 이야기였다. 어린 나이에 아빠와 함께 엄마를 죽이고 시체처리까지 해야 했으니, 그 충격은 엄청났을 것이다. 엄마의 사랑이 그리울 나이에 자기 손으로 엄마를 지운 소년은 대신 다른 것에서 그 부족한 사랑을 채우려고 했다. 그 집착은 너무 집요해서 결국 소년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야만 했다. 아버지가 겪는 환각도 무시무시했지만, 아들이 더 불쌍했다.

 

  『빅 드라이버』는 강연을 마친 작가가 안내받은 지름길로 가던 도중 끔찍한 사건을 당하는 내용이다. 여러 차례 강간당하고 목 졸려 배수로에 버려진 그녀. 그곳에서 여러 구의 시체를 발견한다. 범인은 상습적인 여성 강간 살인마였던 것이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그녀는 복수를 결심하는데…….

 

  복수하는 과정의 통쾌함보다는 망가지고 피폐해진 그녀의 정신 상태에 더 눈이 가는 작품이었다. 다중 인격자거나 정신분열증환자라 환청이 들리는 사람처럼 행동하면서도 냉정하고 차분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과연 그녀는 예전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남았다.

 

  『공정한 거래』에서는 악마와 거래를 한 남자가 등장한다. 암에 걸려 모든 의욕을 잃은 그의 앞에 정체불명의 사람이 나타나 거래를 제안한다. 그의 암을 다른 사람에게 전이시키는 대신 자기가 원하는 것을 갖다 달라는 것이다. 대신 암을 전이시키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그가 제일 증오하는 대상이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는 자신의 절친이자 오랜 시간동안 마음속 깊이 증오를 품고 있던 친구의 이름을 대는데…….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떠올랐다. 두 사람이 어릴 때부터 친구였는데, 그런 생각을 속에 갖고 있을 줄은 몰랐다. 하긴 당한 입장이니까 모든 것을 기억하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같이 있기에 내색도 못하고 몇 십 년을 끙끙 앓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억이란 불확실한 것이고, 기억하는 사람의 의도대로 편집되기 쉬운 것이니 한쪽 말만 들어서는 안 된다. 물론 공정함이라든지 바른 기억 같은 걸 다 감안하면 악마가 아니겠지만……. 주인공의 불운을 몽땅 가져가야했던 친구가 많이 불쌍했다. 그러니까 남에게 원한 살 일은 하면 안 되는 것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은 남편이 몇 십년동안 살인을 해온 연쇄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여자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25년을 넘게 함께 살아온 남편의 비밀을 아주 우연히 알게 된 부인은 고민한다. 이 사실을 경찰에 알려야 하는가, 만약 남편이 체포되면 딸과 아들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사람들이 자기를 공범이라고 의심하지 않을까. 문제는 그녀가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는 것을 남편이 눈치 챈 것이다. 그는 거래를 제안하는데…….

 

  얼마 전에 리뷰를 쓴 영화 ‘굿 메리지 A Good Marriage, 2014의 원작 소설로, 이 책을 사게 된 이유다. 영화에서 어딘지 모르게 모호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확실하게 드러나서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깔끔했다.

 

  범죄 드라마나 영화가 해일처럼 쏟아지는 요즘엔 적게는 한두 번쯤 접한, 흔한 소재들이다. 부인을 죽인 남편, 강간당한 여자, 악마와 거래한 남자 그리고 남편이 살인자라는 걸 알아버린 아내. 하지만 애인님에게도 말했지만, 킹느님이 쓰면 어딘지 모르게 달랐다. 같은 감자로 만들었지만 찐 감자나 감자튀김 그리고 으깬 감자가 맛이 다른 것처럼, 소재는 흔했지만 느낌이 달랐다. 600쪽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었지만,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아까울 정도였다. 이러니 킹느님이라 부를 수밖에 없다. 책을 다 읽고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것이, 어쩐지 행복한 12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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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2-07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편들은 어쩐지 보물상자를 보는기분예요 ㅡ
원석이라거나 ㅡ베이스가 거기 있어서 ㅡ어떤 소설의 원천이 올라오는걸 막 보게되는 거죠 .역으로 .
여기서부터 였구나 ㅡ랄까 ㅡ하는 ...^^

바다별 2015-12-09 11:4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아가사 크리스티 단편은 나중에 장편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

[그장소] 2015-12-09 17:06   좋아요 0 | URL
아 ㅡ아가사 ㅡ쪽이 아닌 ㅡ스티븐 킹 왕 짱!
님 ㅡㅋㅋㅋ단편이 베이스 ㅡ장편의 소스는 단편에....
아가사도 크게 다르지 않죠 ㅡ모든 작품이 그렇듯
작품이 작품을 낳는 걸 ㅡ읽다보면 ㅡ촘촘한 그물
망 같은게 보이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