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해드립니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로런스 블록 지음, 이수현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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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it Man

  작가 - 로런스 블록

 

 

 

  '켈러'라는 이름의 남자가 있다. 어디 가서 못생겼다는 소리를 듣지 않고, 중년의 독신이지만 고정적으로 사귀는 여자는 없다. 방탕하게만 살지 않으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재산도 모았고, 꽤 괜찮은 아파트에서 산다. 어떤 면에서는 다정다감하다고 볼 수도 있고, 감성이 풍부하며, 책임감도 있는 편이다. 신문에 실린 십자말풀이를 즐겨하고, 자기 취향에 맞는 식당을 찾으면 좋아한다. 다만 그에게는 마음 편히 속 터놓고 얘기할 친구가 거의 없다. 그가 주로 얘기하는 상대는 일하는 곳에서 연락을 담당하는 '도트'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나이가 지긋한 노부인으로, 동갑내기 친구처럼 편하게 지낼 수는 없다. 심리 상담까지 받아봤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그런 그의 고민은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고, 악몽을 자주 꾼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대도시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위기의 중년 남성이 연상될 것이다.

 

 또한 그는 직업상 출장을 자주 간다. 게다가 한 번 가면 언제 일이 끝날지 모르는 게 태반이다. 출장지에서 그는 매번 모텔을 이용하는데, 그가 좋아하는 채널은 HBO다. 그 채널이 나오지 않는 곳에 묵기라도 하면, 그는 불안해한다. 그가 특히 싫어하는 모텔 유형은 리모컨을 고정시켜놓은 곳이다.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어서이다. 간혹 출장지에서 마음에 드는 식당을 발견하면, 그는 입버릇처럼 '여기로 이사할까'라고 말한다. 물론 실행된 적은 없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고독에 몸부림치는 남자라는 이미지가 그려진다.

 

  위의 두 문단으로 보건대, 그는 중년의 독신 남성으로 출장이 잦은 일을 하면서 마음 붙일 곳을 찾지 못해 외로워하는 비사교적인 남자로 여겨진다.

 

  그런데 그는 살인청부업자다. 그것도 꽤 실력이 좋은.

 

  '어르신'이라 불리는 사람이 의뢰를 받으면, 도트가 이것저것 준비해서 켈러에게 연락한다. 그러면 켈러는 가타부타 말도 없이 처음 보는 사람을 위해 비행기를 타거나 차를 몰고 간다. 그리고 적당한 기회를 노려 목표를 죽인다.

 

  켈러의 입장에서 살인청부업이라는 직업은, 참고 기다리는 일이다.

 

  잦은 출장을 가야하고 언제 기회가 날 지 모르니 기다려야한다. 여자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눈다거나 연애다운 연애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이겨내야 한다. 사실 여자는커녕 허심탄회하게 술잔을 기울일 친구도 사귀기 어렵다. 반려동물이라도 길러서 외로움을 이겨내고 싶지만, 집을 자주 비우니 어쩔 수가 없다.

 

  그가 처음부터 그 직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 어쩌다보니, 하다 보니 그게 제일 잘하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다른 직업을 찾아볼 생각도,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가끔 은퇴를 하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해볼 뿐이다.

 

  이 책은 우울한 몽상가 킬러인 켈러의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이다. 『솔저라고 부르면 대답함』,『말을 탄 사나이 켈러』,『켈러의 상담 치료』,『개를 산책시키고 화분에 물을 줍니다』,『켈러의 카르마』,『빛나는 갑옷을 입은 켈러』,『켈러의 선택』,『현장의 켈러』,『켈러의 마지막 피난처』,『켈러의 은퇴』까지, 총 열 개의 사건 모음이 수록되어있다. 하나하나씩 읽다보면 어느새 그의 우울함을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는 분명히 살인청부업자로 사회의 지탄을 받아야 하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다른 스릴러 소설과 달리, 켈러가 어떻게 사람을 죽이고 그들이 왜 죽어야 하는지 이유가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그를 잡으려는 경찰도 등장하지 않는다. 사건과 관련된 여러 가지들, 의뢰를 완수하는 과정이나 이후 쫓고 쫓기추격 장면 같은 것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켈러와 다른 사람들, 예를 들면 정체불명의 의뢰인이라든지 어쩌다가 친구가 되어버린 목표 인물과의 교감을 통해 삶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물론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한다기보다는 그냥 소소한 가운데 느껴지는 것들에 대해 말한다. 예를 들면 몇 년을 조심스럽게 살았어도 단 한 번의 실수 때문에 살인 청부의 대상이 된 사람을 통해 세상사 부질없음을 얘기한다거나, 어르신의 기억력쇠퇴로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내용을 통해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그러니까 사람의 생사란 아주 우연찮게 나뉠 수 있고, ‘나’가 아닌 ‘남’에게 ‘나의 생사란 아주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또한 켈러와 한 여인의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인연이란 예고 없이 찾아왔다가 가버릴 수 있다고 보여주고 있다. 만남은 선택이 아닐 수 있지만 헤어짐은 선택할 수 있으니, 진상으로 남을지 아니면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지는 자신이 고를 수 있다고 말한다.

 

  작가는 이 모든 것을 담담한 어조로 들려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희망고문을 하는 것 같은 켈러의 살인 행각을 통해서, 온갖 망상에 상상을 하는 그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면서, 일을 끝내면 모든 것을 기억의 저편으로 보내버리는 그의 생활을 얘기하면서,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모든 것은 끝이 있고, 그것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순간에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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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가 잠긴 방
기시 유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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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鍵のかかった部屋, 2011

   작가 - 기시 유스케

 

 

 

 

 

  이상한 일이다. 전에 일본 드라마를 봤을 때는 ‘열쇠가 잠긴 방 鍵のかかった部屋, 2012’ 이라는 제목이었다. 그런데 책은 ‘자물쇠가 잠긴 방’이란다. 검색을 해보니 일본어로 열쇠와 자물쇠는 똑같은 한자를 쓴다. 갑자기 문을 열쇠로 잠그는 지 자물쇠로 잠그는지 헷갈린다.

 

  책은 변호사인 아오토 준코와 방범 전문 컨설턴트인 에노모토 케이가 팀을 이루어 밀실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예전에 읽은 ‘도깨비불의 집 狐火の家, 2010’과 이어진다. 미묘하게 엇나가는 준코의 추리와 정곡을 찌르는 케이의 밀실 깨기가 적절하게 어울려 재미를 주고 있다. 총 네 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단편답게 사건 발생에 이어 현장 조사 그리고 해결이라는 순서로 쭉쭉 나간다. 그래도 최소한의 사건 배경이라든지 인물 소개가 들어있어서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우선 『서 있는 남자』는 별장에서 발견된 장례 회사 사장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담고 있다. 밀실에서 죽은 채 발견되고, 현장에는 유언장까지 있어서 자살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그가 그런 짓을 할 리 없다 생각한 회사 고문의 의뢰로 준코 변호사와 케이가 사건을 맡기로 한다.

 

  『자물쇠가 잠긴 방』은 절도 혐의로 형기를 마치고 죽은 누나가 남긴 두 조카들을 찾아간 아이다. 하지만 그가 조카들을 만나러 가는 날, 큰조카가 자살을 한다. 아이다는 아이들의 새아버지가 재산을 노리고 조카를 죽였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아는 사이인 케이를 통해 준코에게 사건을 의뢰하는데…….

 

  『비뚤어진 상자』는 제대로 지어지지 않은 집을 둘러싼 시공사와 집주인의 대립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발견된 시공회사 직원의 시체. 밖과 연결된 곳은 작은 구멍 하나밖에 없는 완벽한 밀실. 도대체 범인은 어떻게 그를 죽인 걸까?

 

  『밀실 극장』은 예전에 일어난 사건으로 이름을 바꾼 한 극단의 공연장이 배경이다. 그 때의 인연으로 공연을 보러온 준코와 케이. 그런데 공연이 한창인 때, 무대 뒤 대기실에서 단원 한 명이 죽은 채 발견되는데…….

 

  이야기만으로 보면 밀실 사건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자살이라고 의심이 되지만 타살 같은 시체, 누구도 출입이 불가능한 장소, 그리고 알리바이를 갖고 있는 용의자. 이 모든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요소들을 하나씩 가능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은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쾌감을 준다. 이 작품은 그런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방범 컨설턴트인 케이가 열쇠나 자물쇠에 관해 얘기를 시작하면,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내가 먹는 걸 좋아해서 몇 개 빼고는 잘 먹는 편인데, 케이가 얘기하는 건 진짜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그림까지 보여주면서 설명을 하지만, 도대체 이게 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부분이 바로 밀실을 깨는 중요한 열쇠인데 말이다.

 

  그건 달리 생각하면 작가가 책을 쓰기위해 자료 수집을 철저히 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대충 이런 식으로 일어났다고 얼버무리는 것이 아닌, 완벽한 계산으로 수학 문제를 풀듯이 트릭과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두었다는 얘기다. 그 때문에 짧은 이야기지만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느낌을 주고, 알차다는 기분이 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에 읽은 ‘검은 집 黑い家, 1997’은 읽으면서도 으스스하고 무서웠는데, 이 이야기는 어딘지 모르게 밝으면서도 살짝 그늘이 드리워지는 분위기다.

 

  이 두 주인공의 다른 이야기도 또 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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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늑대 스토리콜렉터 16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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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Boser Wolf, 2012

  작가 - 넬레 노이하우스

 

 

 

 

 

  그림 형제의 동화집에 나오는 '빨간 망토 이야기'라는 동화가 있다. 할머니 댁에 심부름 가던 어린 소녀가 늑대의 꾀에 넘어가 목숨을 잃는 내용이다. 길가다가 한눈팔지 말고 남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는 교훈을 주는 동화인데, '남자=늑대'라는 이상한 공식과 어린 소녀의 조합 때문에 은근히 야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무래도 늑대가 소녀의 할머니 분장을 하고 침대로 소녀를 끌어들이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또한 사람들은 '먹는다'라는 말에 중의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니까.

 

  '빨간 망토 이야기'의 버전이 워낙에 많아서 순서가 다르기도 하지만, 할머니로 변장한 늑대와 빨간 망토의 대화는 대략 이렇다. 처음에는 눈이 왜 그리 크냐는 소녀의 질문에 늑대는 널 잘 보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그 다음에 귀는 왜 크냐는 말에 널 잘 듣기 위해서, 큰 손에 대한 물음에는 널 잘 잡기 위해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은 왜 크냐는 소녀의 말에 늑대는 널 잘 먹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늑대는 소녀를 한 입에 삼켜버린다.

 

  뜬금없이 왜 갑자기 동화 얘기를 하냐면, 이 책의 표지 때문이다. 표지에는 빨간 두건을 쓴 어린 소녀가 바구니를 들고 서 있다. 그런데 헐? 자세히 보면 소녀가 아니라 늑대다. 게다가 방 안의 물건들은 깨져있거나 비뚤어져있다. 한바탕 바람이 휘몰아친 것 같은 느낌이다. 이미 소녀는 늑대에게 먹혔고, 이제 늑대가 또 다른 소녀들을 유혹하기 위해 변장을 한 것 같다. 표지는 너무도 적절하고 확실하게 책 내용을 얘기하고 있다.

 

  작가는 ‘빨간 망토’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살아남거나 죽은 소녀들 그리고 늑대에게 잡아먹히며 비명을 지르는 소녀까지. 그 와중에 늑대는 동화의 할머니처럼 친절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소녀에게 다가간다. 처음에는 모습을 보는 것에 만족하다가, 목소리를 듣고, 만지고 결국엔 그들을 먹어버린다.

 

  그렇다. 이 책은 벼락 맞아 똥통에 빠져 죽어도 시원찮은 소아성애자들이 득실대는 소설이었다. 아, 진짜 읽으면서 화가 났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이 어쩌면 이리도 딱 맞아떨어지는 지……. 어떤 식으로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어린 소녀들을 공격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은밀히 자기들의 욕망을 즐기고 꼬리를 숨길 수 있는지 늑대들은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을 이런 식으로 써먹다니, 쓸데없이 부지런한 놈들이다.

 

  그 때문에 상처 입은 사람만 부지기수로 늘어났다. 그들은 그 누구에게서도 위로받지 못하고 고통을 드러내지도 못한 채 죽거나, 모든 것을 혼자 떠안고 평생을 괴로워하며 살아야했다. 아, 요즘은 성폭행 피해자가 아닌 ‘성폭행 생존자’라고 부른다. 늑대의 이빨과 발톱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도 늑대의 공격에도 물러서지 않고 진실을 밝히려는 용기 있는 생존자와 조력자들이 등장한다. 조직적인 늑대 사회를 파고 들어가 생명의 위협을 받지만, 절대로 굽히지 않았다. 신체적으로는 늑대에게 굴복했을지라도, 정신만은 지키겠다는 다짐 같았다.

 

  동화의 어떤 버전에서는 사냥꾼이 늑대에게 공격받던 빨간 망토를 구해준다. 작가 역시 사냥꾼을 등장시켰다. 바로 주인공인 경찰 피아와 그녀의 동료들이었다. 동화에서는 후반부에 등장하지만, 책에서는 초반부터 거의 그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여기저기 숲에 흩뿌려져있는 증거를 모으면서, 그들은 늑대와 생존자와 조력자를 구별하고 찾아 나선다.

 

  그 과정을 따라가는데, 참 힘들었다. 빨간 망토가 겪은 일들이 하나둘 밝혀질 때마다 책에서 잠시 눈을 떼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그냥 책꽂이에 넣어두고 다른 책을 읽을까? 왜 하필이면 이런 끔찍한 일들로 가득한 책을 골랐을까? 표지를 보는 순간 이런 내용일 것이라고 알았잖아? 굳이 다시 한 번 인간에 대한 불신감과 회의를 느끼게 하는 책을 고를 필요는 없었잖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에서 손을 놓을 수는 없었다.

 

  빨간 망토가 살아남는 과정을 보는 것이, 늑대를 쫓는 사냥꾼의 뒤를 따르는 것이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습성을 알아야 더 이상 늑대가 숲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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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부 선생님, 안녕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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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しのぶセンセにサヨナラ 浪花少年探偵團, 1996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오사카 소년 탐정단’의 후속편인 책이다.

 

  자신을 따르는 꼬꼬마 초등학생들과 사귀자고 따라다니는 두 남자를 뒤로 하고 대학으로 떠났던 시노부 선생. 이제 초등학생이던 아이들은 중학생이 되어 마치 가족처럼 오가고, 두 남자는 이제 사귀자는 게 아니라 결혼하자고 따라다니고 있다. 학교를 떠났지만 시노부는 여전히 이런저런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물론 그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새로 부임한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도 들어있긴 하다.

 

  이번에도 그녀는 독특한 말빨과 번득이는 추리력으로 똘똘 뭉친 모습을 보여준다. 중학생이 된 제자들은 여전히 천방지축 뛰어다니지만 사춘기 소년다운 풋풋함을 보여주고, 두 남자 혼마와 신도는 예전보다 조금은 더 적극적인 모습이다. 힌트를 주자면, 이번 책에서 시노부의 마음이 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걸 알 수 있다. 누구에게 더 마음을 주는지는 비밀!

 

  총 여섯 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시노부 선생님은 공부 중』은 한 회사에 스카웃 제의를 받고 간 시노부가 겪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 자살인 것 같기도 하고 타살인 것 같기도 한 직원의 죽음. 과연 그는 왜 죽어야 했을까? 상가 야구팀에서 활약하는 시노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도대체 이 여자, 못하는 게 뭘까?

 

  『시노부 선생님은 폭주족』은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학원을 다니는 시노부에게 닥친 일을 보여준다. 나도 운전을 못하기에, 어려워하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교에게 일어난 교통사고와 강도 사건 그리고 개똥 사건이 절묘하게 엮이는 장면에서는 ‘헐!’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시노부 선생님의 상경』은 두 제자 뎃페이와 이쿠오와 함께 도쿄로 간 시노부가 맞닥뜨린 유괴사건을 얘기하고 있다. 예전에 전학 간 유타를 만나기 위해 갔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유타 동생의 실종이었다. 일본에 있다는 디즈니랜드에 가보고 싶어지는 이야기였다.

 

  『시노부 선생님은 입원 중』에서 시노부는 맹장 수술 때문에 병원에 입원한다. 병실을 같이 쓰는 약간은 밉살스런 할머니의 집에 일어난 강도 사건과 두 남자의 적극적인 구애가 주된 내용이다. 평소에는 점잖아보이던 혼마가 그렇게 격렬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 물론 동시에 그의 허당끼도 보이지만…….

 

  『시노부 선생님의 이사』는 이삿짐을 싸는 시노부를 도와준다기보다는 일꾼으로 불려온 두 제자가 너무 귀여운 이야기였다. 옆집의 귀여운 소녀 앞에서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쑥맥들 같으니라고. 신도는 그렇게 골탕 먹이고 뜯어먹더니만. 한 노인의 집에 침입한 단순 강도 사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럽쇼? 캐낼수록 뭔가 이상하기만 하다. 진상을 알고 나니 무척이나 마음이 쓰렸다.

 

  『시노부 선생님의 부활』에서 드디어 시노부는 학교로 돌아온다. 물론 예전에 있던 곳이 아니라, 다른 학교이다. 그녀의 전임이 무척이나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어서, 처음에는 시노부도 애를 먹는다. 그런데 아이들 사이에 괴롭힘이 있는 것 같아서 그것을 해결하려고 했더니,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음, 나만 엉뚱한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거의 모든 범죄의 원인인 돈과 사랑에서 파생되는 것들은 많으니까. 예를 들면 출생의 비밀 같은 거…….

 

  다음 이야기가 또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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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메르세데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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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r. Mercedes, 2014

  작가 - 스티븐 킹

 

 

 

 

 

  우선 이 리뷰는 스티븐 킹, 이하 킹느님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적혔기에, 객관성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는 걸 적어두겠다. 객관성? 그게 뭐하는 건가요? 먹는 건가요?

 

  킹느님이 탐정 소설이라니, 처음에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설마 탐정이 등장하긴 하지만, 초자연적인 현상이라거나 영혼의 세계 같은 게 나오는 거 아닐까, 딜런 독처럼? 자신이 이미 잘 쓰는 분야가 있는데, 전혀 다른 분야인 순수 탐정물을 쓸 리가 없잖아? 하지만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계속해서 비슷한 내용을 쓰면, 쓰는 당사자도 지겨울 테니까. 하긴 매번 자가 복제를 하는 사람이 대가라는 호칭을 받을 리가 없잖아? 그리고 그런 사람이었다면, 그건 킹느님이 아니다.

 

  이 책은, 킹느님이 왜 킹느님인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초능력자, 귀신 내지는 사악한 악령,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 또는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등장하지 않아도, 다시 말해 그가 제일 잘하는 장르가 아닌 다른 걸 써도, 흠잡을 데가 없는 글을 써낸다. 원래 책의 뒤표지에 적힌 글이나 광고 문구를 그다지 믿지 않는 편이다. 간혹 과장되게 적어놓은 경우가 있어서였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광고가 부족하다. 인터넷 서점에 적힌 찬사나 소개 글로는 킹느님의 뛰어남을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굳이 트집을 잡자면 두께가 어마어마해서 읽기 전에 망설이게 된다는 것 정도? 하지만 그것도 책을 손에 잡으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마지막 장을 덮고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랄 뿐이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흐른 거야? 아, 그러고 보니 아까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른 것도 같네…….'라고. 그리고 되도 않는 영어 실력으로 킹느님 트윗을 팔로우해서 '제발 이 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다른 이야기도 써주세요'라든지 '시리즈로 써주세요'라고 부탁하는 멘션을 보내야하나 고민한다.

 

  은퇴 경찰인 호지스는 고민 중이다. 재직 시절에는 완전 날아다니는 유능한 경찰이었지만, 막상 은퇴하고 나니 자신이 너무 무기력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살을 할까 고민하던 그에게 뜻밖의 편지가 하나 도착한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미제 사건, 일명 '메르세데스 킬러'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보낸 것이다. 직업 박람회장에 메르세데스 자동차를 몰고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치어죽인 메르세데스 킬러. 대놓고 조롱하는 연쇄 살인범의 도발에 호지스는 기꺼이 응하기로 결심한다. 다만 동료 경찰에게 알리는 것이 아닌, 개인적으로 사건을 수사하기로 한다. 그를 돕는 사람은 둘. 호지스의 이웃이자 잔디 깎는 알바를 하는 학생인 제롬과 메르세데스의 소유주였지만 공범으로 의심받고 자살한 트릴로니 부인의 여동생인 제이니. 살인범이 시키는 대로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들어가 상대하거나 컴퓨터 관련 분야는 제롬이, 죽은 트릴로니 부인의 주변을 탐문하는 것은 제이니가 도와주기로 했다.

 

  한편 '메르세데스 킬러'는 호지스와 가까운 곳을 맴돌며 기회만 엿본다. 자신을 무시하는 호지스를 혼내주기 위해서이다. 또한 그는 또 다른 엄청난 사건을 일으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과연 호지스는 범인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이야기는 호지스와 연쇄 살인범의 상황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처한 상황, 그들이 겪어야했던 아픈 과거, 그들의 변화되는 심리 상태 등등을 독자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사람이 미쳐 가는지, 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증오를 품게 되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역시 킹느님은 심리 묘사도 쩐다.

 

  쩌는 심리 묘사에 범인과 호지스 사이에 감도는 팽팽한 긴장감, 그리고 중간 중간에 숨 쉴 틈을 주는 농담이 합쳐지니,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는 건 당연하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서 빼낼 설정이나 소재가 보이지 않았다. 너무 좋았다. 아, 이 책을 내주셔서 감사해요 킹느님!

 

  다만 이 작품에는 옥의 티가 하나 있는데, 그건 킹느님이 아닌 편집부의 잘못이다. 314쪽 마지막 문단 첫 번째 줄에 '그는 소동이 벌어지지 모르겠다고'라고 적혀있다. '소동이 벌어질지 모르겠다고'가 맞는 표현일 것이다. 으아, 완벽한 킹느님의 작품에 흠집을 내다니, 황금가지 편집부는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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