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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3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평점 :
원제 - 首無の如きたたるもの, 2007
작가 - 미쓰다 신조
분명히 감상문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쓰지 않은 유랑 탐정 ‘도조 겐야’ 시리즈이다.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괴담을 수집하여 소설을 쓰는데,
공교롭게도 가는 곳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 탐정까지 겸업하는 주인공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는 지금까지와 달리 사건의 전반적인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중간에 등장하긴 하지만, 다른 마을의 괴담에 혹해 그곳으로 달려간다. 사건을 서술하는 것은 마을 경찰의 부인이자, 추리 작가
‘다에코’이다. 시간이 꽤 오래 지난 후에, 그녀가 잡지에 이 사건에 대해 글을 연재하는데 탐정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녀가 쓴 연재 글을
바탕으로 사건의 범인을 추리한다.
히메카미 촌은 ‘히가미 가문’이 다스리고 있는데, 언제나 당주는 큰아들 집안인 ‘이치가미 가’가 물려받았다. 그런데 그 집안에는 오래 전에
저주에 걸려, 아들이나 그 부인이 죽는 일이 많았다. 그 때문에 집안에서는 액막이를 위해 특별한 의식을 치른다. 가문의 맏아들인 ‘조주로’가
13살이 되던 해에도 제를 지내기 위한 의식이 벌어지는데, 그의 쌍둥이 여동생인 ‘히메코’가 신사의 우물에서 목이 잘려 죽는 채로 발견된다.
십년 후, 조주로의 결혼을 위해 신부 후보들이 신사로 향한다. 그런데 거기서 또다시 머리가 잘린 채로 죽은 시체들이
발견되는데…….
다에코는 사건 당시에 그 마을에 살고 있었기에 관련자들을 다 만나볼 수 있었다. 또한 사건을 조사한 경찰인 남편덕분에 이런저런 얘기를 들을 수
있었고, 사건이 일어난 저택에 일하던 ‘요키타카’라는 아이와 친분이 있어서 밖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항들까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요키타카는
사건의 주요 목격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는 남편의 입장과 요키타카의 입장, 두 가지 시선으로 이야기를 서술했다.
경찰의 시선은 차분하고 논리적이며 객관적인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사건이 일어난 세 집안에 속하지 않은, 외부인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입장에서 적힌 부분을 읽을 때는 사건을 좀 냉정히 바라볼 수 있었다.
반면에 요키타카의 입장에서 서술된 부분은 감정적이었다. 그가 사건을 목격할 때 느꼈던 감정이나 불길한 기운, 개인적인 생각, 저택 내부 사람들의
속사정 등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가 공포를 느끼는 장면에서는 같이 오싹해지고, 그가 안타까워하는 부분에서는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그게 작가의 함정이었나 보다. 막판에 그런 반전을 주다니……. 읽다가 ‘헐?!’하고 놀래서 다시 보고 말았다. 하지만 아무리 읽어도
작가가 숨긴 게 너무 많은 것 같다. 탐정이 사건의 진상을 어떻게 파악했는지 이야기를 해주는데, 좀 뜬금없다 여겨지는 대목이 있었다. 독자에게
보여주지 않고 탐정 혼자 알고 있다가 사건을 해결하다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사해!
지금까지 읽은 미쓰다 신조의 책은 다 도조 겐야 시리즈였는데, 어쩐지 느낌이나 분위기 구조가 비슷비슷했다. 한 마을을 다스리는 유력한 집안이
하나 있다. 그 집안에는 저주라든지 비밀이 있다. 사당이 있는 경우도 있고, 근처에 호수나 연못 같은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산이나 연못에는 꼭
으스스한 괴담이 딸려있다. 당주 집안은 모든 부와 권력을 갖고 있는데 장손에게는 문제가 있다. 그 마을에는 거의 반드시 당주 집안의 권력을
노리는 친척 집안들이 있고, 후계자를 노리는 아들이 꼭 있다. 그리고 살인이 한번 시작되면 연쇄살인으로 발전된다. 아! 그리고 괴담과 연결된
원혼 비슷한 존재를 목격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게다가 다 친척이라 이름이 비슷비슷해서 좀 헷갈리기도 했다. 그래서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앞부분에 있는 등장인물
설명서를 여러 번 넘겨가면서 누군지 확인하기도 해야 했다.
이 모든 것들은 사건의 진상을 쉽게 파악하지 못하게 하려고 작가가 노린 거일지도 모르겠다. 거의 모든 책의 구성이 비슷해서 방심하게 만들고
이름이 헷갈려서 초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게 하여, 마지막 반전을 눈치 채지 못하게 하려는……? 으아, 진짜로 무서운
작가다.
구성이 비슷해서 좀 식상하긴 하지만, 다른 이야기가 또 나온다면 아마 읽을 것 같다. 오싹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마음에
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