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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ㅣ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원제 - Moriarty,
2014
작가 - 앤터니 호로비츠
책이나 만화, 영화를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주인공들은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주인공들은 결말대로 살아갈까?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 시리즈를 쓰기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대충 마무리 짓고자 뜬금없는 악당 대장 모리아티를 등장시켜서 홈즈와 같이
죽여 버린다. 아무리 최종 보스는 맨 마지막에 등장한다지만, 모리아티의 등장과 퇴장은 너무 갑작스럽지 않았을까?
이 두 가지 발상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작품이 바로 이 책 '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이다. 셜록 홈즈가 모리아티와 함께 죽지 않았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면 모리아티는? 자칭 타칭 범죄의 천재라는 사람이 그렇게 허접하게 폭포에서 떨어져 죽었을까? 혹시 그 폭포 사건
뒤에는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있었던 게 아닐까? 그리고 범죄전문가와 천재 탐정이 사라진 다음, 대장을 잃은 범죄 조직들과 든든한 조력자를 잃은
경찰들 사이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작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점과 상상력을 발휘하여, 두 대가가 사라진 다음의 런던을 그려냈다.
라이헨바흐 폭포에서의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 지 5일 후, 스위스에서 두 남자가 마주친다. 영국 경시청의 애설니 존스 경감과 미국 핑커턴
탐정소에서 온 프레더릭 체이스. 두 사람은 모리아티라고 추측되는 시체를 살피다가 암호 편지를 발견한다. 거기에는 새로운 범죄 조직이 영국에
자리잡으려한다는 사실이 적혀있었다. 바로 체이스가 미국에서부터 쫓아온 범죄자 클래런스 데버루의 조직이었다. 이에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데버루를
잡기로 한다. 그런데 반발도 만만치 않다.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고 여겨 조사를 받은 용의자들이 하나둘씩 처참하게 죽어나가고, 심지어 영국
경시청 건물에 폭탄 테러까지 일어나는데…….
아쉽게도 이 이야기에서 셜록 홈즈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도 볼드모트와는 달리 이름을 말해도 되는 존재라서, 여러 번 언급은 된다. 대신 뒤에
짧은 단편이 하나 실렸는데, 거기서는 홈즈가 등장한다.
그러면 사건은 누가 주도적으로 해결하는가? 바로 존스 경감이다. 그는 예전에 '네 사람의 서명 The Sign of Four, 1890'
사건에서 홈즈 덕분에 좌절을 겪은 경험이 있다. 이후 자신에게는 형사가 될 자격이 없다는 생각으로 엄청난 노력을 한다. 사실 홈즈를 존경해서
'좋아하는 오빠의 모든 것을 따라하겠다'는 마음인지, 아니면 '나에게 이런 굴욕을 준 건 네가 처음이야'라는 마음으로 눌러버리겠다는 생각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간 그는 마치 홈즈처럼 생각하고 추리한다.
체이스는 이 모든 것을 기록하는 입장이다. 그러니까 왓슨이라고 볼 수 있다. 나중에 존스 경감도 체이스에게 같이 탐정 사무소를 하나 열자고
말하기도 한다. 홈즈와 왓슨처럼 말이다.
이야기는 홈즈 시리즈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하고 기억할 사람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빨간 머리 연맹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범죄를 저지르려고 했던 존 클레이와 스위스에서 홈즈에게 편지를 전달했던 이름 모를 소년 등등. 한 번 나오고 말았던,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했던 사람들이 얽히고설킨 관계를 형성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사건을 이끌어간다. 그 모든 작은 요소들이 교묘하게 연결되면서, 책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불법은 부지런하다는 말이 있다. 아마 악도 부지런한 모양이다. 홈즈가 3년 동안 유유자적하게 노는 동안, 범죄자들은 열심히 근면성실하게 일을
했다. 홈즈, 빨리 돌아오라고!
덧붙이자면 주영미국 대사로 로버트 링컨이 등장한다. 바로 그 유명한 링컨 대통령의 큰아들이다.
연도를 확인해보니 헐! 그러니까 홈즈가 꼬꼬마 아가일 적에 미국에서는 남북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거야? 뭔가 이상하다. 남북전쟁은 아주 아주
오래전의 일이고, 홈즈가 활약하던 때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