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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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reepy, 2011

  작가 – 마에카와 유타카







 

 

 

  범죄심리학교수인 ‘다카쿠라’와 아내가 그 집으로 이사 온 지 열 달. 이웃이라고 해봤자 아들딸과 부부가 사는 ‘니시노’ 가족과 모녀가 사는 ‘다나코’ 가족이 다인 한산한 주택가이다. 다카쿠라는 ‘란코’라는 제자의 졸업논문을 봐주느라 자주 식사를 하지만, 선을 넘지 않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란코를 스토킹하는 ‘오다와’라는 학생의 존재가 어쩐지 신경 쓰인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교 동창인 형사 ‘노가미’가 찾아온다. 그는 8년 전 일어났던 ‘혼다’ 가족의 실종사건을 재수사하게 되었다며 꽤나 유명한 범죄심리학자인 다카쿠라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런데 얼마 후 노가미의 후배라는 ‘다니모토’ 형사가 찾아와 노가미가 실종상태라는 얘기를 전한다.

 

 

  한편 다카쿠라의 부인은 어쩐지 이웃의 니시노 가족이 이상하다. 이사 온 이후 그 부인을 한 번도 못 본데다가, 어느 순간부터 아들도 사라졌다. 게다가 그 집 딸인 ‘미오’가 공포에 질린 채 그 사람은 아빠가 아니라는 이상한 말까지 한 상태. 다니코씨 집에서 화재가 일어난 날, 모녀의 시체와 함께 노가미 역시 죽은 채로 발견된다. 도대체 그들이 무슨 관계였는지 의아해 하는 가운데, 옆집 니시노는 점점 더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다카쿠라는 어쩐지 혼다 가족에게 일어났던 일이 니시노 가족에게도 일어나는 게 아닐까 의심하지만, 증거가 없다. 그러다 미오가 다카쿠라 부부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피신한 날, 마침내 니시노는 본색을 드러내는데…….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었는데, 영화감독을 고소하고 싶었다. 어떻게 이렇게 오싹하고 두려운 이야기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그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내가 원작자라면 화가 났을 것 같다. 사실 영화를 볼 때는 아주 엉망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소설을 읽고 나서는 그 생각이 달라졌다. 영화는 소설의 탄탄한 구성과 긴장된 흐름 그리고 오싹한 분위기를 반도 표현하지 못했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다카쿠라의 입을 통해 서술된다. 그가 보지 못하거나 듣지 못한 것은 당연히 독자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괜찮다. 그는 범죄심리학자라는 전공을 살려 끊임없이 생각하고 추리하고 행동한다. 또한 다니모토가 계속해서 사건의 새로운 증거를 공유하고 조언을 구한다. 그래서 그를 따라가면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다. 심지어 경찰도 모르는 숨겨진 비밀까지 말이다.

 

 

  거기다 니시노 역시 그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계속해서 다카쿠라를 도발하고 위협하며 맘 편히 두지 않는다. 마치 미국 드라마 ‘크리미날 마인드’에서 팀장인 ‘하치’의 주위를 맴돌며 위협하는 ‘포예’라는 연쇄살인마처럼 말이다. 드라마에서 그 범죄자는 ‘너 죽고 나 살자’라는 마인드로 하치의 가족까지 찾아내 죽이려 한다. 니시노 역시 그랬다. 그게 자신의 범죄를 완성하기 전에 정체를 밝혀버린 방해자에 대한 분노인지, 아니면 자신을 알아봐준 사람에 대한 집착인지 모르겠다. 아, 어쩌면 그는 다카쿠라도 지배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비록 다카쿠라 가족이 자신의 범죄 타겟 모델에 적합하진 않지만, 어쩐지 그들이 괴로워하고 굴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로 자신은 대단하다는 우월감을 느끼고 싶었던 건 아닐까?

 

 

  현대사회는 이웃 간의 정이 없고 삭막하다고 얘기한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가능하면 옆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상관하지 않으려고 한다. 요즘에야 좀 인식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아이가 맞고 있으면 부모의 훈육은 끼어드는 게 아니라며 외면하고, 여자가 맞아도 부부싸움은 간섭하지 않는 거라며 회피한다.

 

 

  니시노는 그런 현대인의 심리를 잘 파고들었다. 당사자도 몰랐던 불안이나 약점을 파악해서 가족간의 신뢰를 무너트렸다. 세상에서 믿을 존재는 가족밖에 없다는 말을 우습게 만들어버렸다. 그의 존재 앞에서 가족은 신뢰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 불신하고 감시하고 기피하는 관계가 되었다. 그 뿐인가. 거기에 더해 그는 개개인의 정신마저 파괴했다. 그를 만났던 사람들은, 범죄의 목표가 아니었더라도 더 이상 전과 같을 수 없었다. 만약에 악마가 아무런 초능력도 갖지 못하고 평범한 인간의 몸으로 태어난다면, 아마 니시노가 그 예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소설이니까 그런 거겠지?'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요즘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을 보면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이제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소설 같다'라는 말로 치부하면 안될 것같다. 그러니까 달리 말하면 니시노같은 사람이 어딘가에 존재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된다. 으아……생각만으로도 무섭다.

 

  인간은 나약하다. 그래서 가족이나 친구, 회사, 동호회 같은 여러 가지 집단을 이루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책의 니시노는 그 집단이 얼마나 제도적으로 허술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었다. 인간이 악에게서 각자 자신을 지킬 수 없고, 사회도 그런 개인을 보호할 수 없다면,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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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정의 라드츠 제국 시리즈
앤 레키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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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ncillary justice, 2013

  작가 - 앤 레키

 

 

 

 

 

 

 

 


 

  ‘아난더 미아나’ 황제가 무려 삼천년 동안 지배하고 있는 ‘라드츠’ 제국. 그들은 주변 행성들을 병합하여 ‘문명인’으로 만드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광범위한 영토 확장에 힘썼다. 주인공 ‘브렉’은 제국의 바깥쪽에 있는 행성 ‘닐트’에서 천 년 전에 실종되었던 ‘세이바든’을 발견한다. 우주선의 함장이었던 세이바든은 천년동안 냉동되어 있다가, 바뀐 세월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약에 취한 상태였다. 브렉은 그를 보며, 19년 전 ‘올스’ 행성에서 있었던 황제와 ‘오온’ 대위와의 만남을 회상하는데…….

 

 

 

  500쪽이 넘는 두툼한 분량으로 하루에 100쪽씩 읽자고 결심했는데, 결국 사흘 만에 다 읽어버렸다. 아마 시간이 넉넉했다면 하루 만에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브렉의 정체와 사용하는 언어가 생소해서 시간이 더뎠지만, 어느 순간부터 진도가 쑥쑥 나갔다. 작가가 만들어낸 미래 사회의 설정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브렉’은 ‘보조체’다. 라드츠 제국의 함선에는 인공지능이 하나씩 설치된다. 그 인공지능은 인간, 특히 포로의 몸을 빌려 만든 보조체를 이용해서 함선 내의 여러 가지 업무를 관장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인간처럼 보이지만, 인간은 아니다. 브렉은 ‘저스티스 토렌’호의 단 하나 남은 보조체이다. 이야기는 19년 전 행성 ‘올스’에서 있었던 사건과 현재 브렉이 ‘세이바든’과 함께 황제 ‘아난더 미아나’를 만나러 가는 여정을 번갈아가며 보여주고 있다. 그 와중에 도대체 그 날 무슨 일이 있었고, 누가 의도했는지 천천히 드러내고 있다.

 

 

 

  또 다른 주요 인물이라 할 수 있는, 황제 ‘아난더 미아나’는 수백 수천 개의 분신체를 만들어서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하고, 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의 모든 일을 파악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브렉과 비슷한 존재가 아닐까 싶지만, 그는 보조체가 아니라 분신을 거느리고 있었다. 문득 진짜 오리지널 원본은 누구인지 궁금했다. 분신은 늙기도 하고 사고로 죽기도 한다는데, 그러면 지금 남아서 제국을 다스리는 황제는 과연 원본일까 아니면 분신의 분신일까 궁금했다.

 

 

  예전에 보았던, 복제 인간에 대한 영화가 떠올랐다. 일이 너무 많아서 복제 인간을 만들었지만, 여러 번 복제해서 나중에는 아주 지능이 떨어지는 멍청한 복제인간이 만들어진다는 설정이었다. 이 책의 황제에게도 어쩌면 그런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여기서는 바보 같은 분신이 아니라, 다른 것을 꿈꾸는 분신이 만들어진 것이다. 제국의 모토인 ‘정의, 공정, 이익’을 실현하는 이상적인 군주가 아니라, ‘이익’만을 추구하는 변종이 태어난 것이다.

 

 

 

  잔혹한 황제의 모습은, 비록 보조체이지만 인간적이고 다정하기까지 한 브렉과 비교가 되었다. 로봇이 더 인간적이고, 인간은 로봇보다 더 비정했다.

 

 

 

  책을 읽으면서, 어쩐지 우리 사회가 자꾸만 겹쳐보였다. 분명 소설의 시대 배경은 지구가 아닌데, 이상하다. 자기들 이외의 존재는 유의미종 내지는 사냥감으로 여기는 라드츠 제국의 성향은, 넓게는 유색인은 열등하다 말하며 노예를 부리는 서구 열강들이, 좁게는 거주지와 출신학교로 상대를 구별하는 몇몇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함선에서 거의 모든 일을 맡아하지만 한편으로는 언제든지 대체가능하고 무시와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보조체에 대한 인식은,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과도 비슷했다. 그냥 보아도 못 본 척하고, 알아도 모른 척하면서 시키는 대로 일만 하라는 게 딱 그런 분위기였다. 아직 작동시키지 않은 보조체야 함선에 수백 개가 있으니, 하나둘 고장 나거나 망가트려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디선가 읽은, 아픈 직원에게 ‘너 말고도 일할 사람 많아.’라고 말했다는 회사의 말이 떠올랐다. 인간과 보조체에 대한 대접이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사소한 정의’라는 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책은 정의가 무엇인가 묻고 있다. 권력을 가진 누군가에게는 시답잖게 보일 정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걸 정도로 중요했다. 그게 보조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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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스토리콜렉터 46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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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禍家, 2007

  작가 - 미쓰다 신조

 

 






 

  미쓰다 신조의 책이라 골랐는데, 헐! 이거 ‘집’ 시리즈란다. 고민했다. 이러다가 새로운 시리즈를 달리는 거 아냐? 우선 읽어보기로 했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코타로’는, 할머니와 함께 낯선 마을로 이사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새로 살게 될 마을과 집을 보는 순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게다가 옆집에 사는 할아버지는 그를 보자마자 뜬금없이 다녀왔냐는 말까지 건넨다. 코타로는 자신이 사는 집과 마을의 신령을 모신 숲에 뭔가가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그리고 그것이 노리는 게 혹시 자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근처에 사는 동급생 ‘레나’의 안내로 마을을 돌아다니던 코타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마을의 유명한 유령의 집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사해보기로 한다. 그리고 10년 전에 있었던 연쇄 살인에 대한 기사를 찾은 그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는데…….

 

 

  난생처음 보는 곳인데 어쩐지 익숙하고, 뜬금없이 자신을 아는 척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요즘 동네가 다 비슷비슷하게 개발이 되기 때문이고, 상대방이 착각한 것이라 여기면 된다. 그러면 혼자 집에 있는데 뭔가 뒤에 서 있는 것 같고, 심지어 자신을 따라오는 소리마저 들린다면? 그건 오래된 파이프에 물이 흐르는 소리이거나, 가전제품에서 나는 소리일 수도 있다. 만약 뭔가 눈에 보인다면? 헛것을 본 거다. 밥 잘 먹고 푹 자면 된다. 다 그렇게 여기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코타로에게는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집안은 물론이고, 숲이나 길 위에서도 그는 뭔가가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경우 제일 먼저 코타로가 갑작스런 부모의 사망으로 충격을 받아 정신적으로 아픈 게 아닐까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그의 할머니는 그렇게 생각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할머니와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레나는 달랐다. 어쩌면 그녀가 그 마을 사람이기에 그런 반응을 보였을 수도 있다. 이미 그 마을에서는 10년 전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야기의 흐름은 무척이나 좋았다. 의문을 가진 소년, 비밀을 간직한 마을, 유일하게 도움을 주는 소녀 그리고 조금씩 다가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두려움. 거기에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질 때마다 벗어날 수 있을까하는 희망과 그럴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이 교차하면서 공포가 서서히 물 샐 틈 없이 죄어오는 분위기도 좋았다. 아아, 역시 미쓰다 신조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 작가만이 만들 수 있는 특유한 끈적거리면서 어떻게 할 수 없는 무력감이 느껴지는 공포스러움이 잘 나타나있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마무리가 너무 후다닥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범인의 정체가 좀 놀랍긴 했지만, 동기라든지 그런 쪽에서는 충격이 덜했다. 그러니까 ‘헐! 왜! 대박!’이런 느낌이 아니라, ‘아, 그래서? 그럴 수도 있지 뭐’라며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럴 수 있다고 납득은 갔지만, 왜 그렇게 되어야 했는지에 대한 설득은 부족했다. 물론 미친 사람이나 광신도의 정신세계를 일반 사람이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냥 ‘쟤는 미쳐서 그래’라고 하면 ‘어, 그렇구나.’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쓰다 신조는 그러면 안 되지 않나? 지금까지 그의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쌓아놓은 기대치가 있는데?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코타로가 이사 온 마을에 인형장이라는 집이 있다고 한다. 설마 그 ‘기관 호러 작가가 사는 집 忌館, ホラ-作家の棲む家 ’의 배경이 된 그 저택? 혹시 그 마을의 유명한 유령의 집들이 ‘집’ 시리즈의 배경이 되는 건가? 으음, 고민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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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1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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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忌館, ホラ-作家の棲む家

  작가 - 미쓰다 신조

 

 

 



 

 

  어쩌다보니 매달 미쓰다 신조의 책을 한 권씩 읽게 되었다. 그 말은 즉, 매달 뒤를 돌아보게 하는 오싹한 느낌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여름도 오래 전에 지나갔는데 왜 이제야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차가운 바람과 함께 읽는 호러 소설도 꽤 좋다.

 

 

  이번 이야기는 작가가 어느 집에서 살면서 겪은 일에다가 다른 사람이 겪은 경험담을 버무려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실제 있었던 일에 작가의 상상력이 결합되었다는 얘긴데……. 흐음. 100%는 아니더라도 진짜 저런 비슷한 일이 있었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다. 어디선가 그런 기괴한 일이 벌어졌다는 뜻이니까.

 

 

  주인공인 ‘미쓰다 신조’는 우연히 발견한 서양식 저택에 흥미를 갖게 된다. 잡지에 연재할 호러 소설을 집필하는데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에, 그는 그 집에서 머무르기로 한다. 어쩐지 그 집에 대해 사람들이 뭔가 숨기고 있는 눈치지만, 그는 그게 더 소설 집필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우연히 커다란 ‘인형의 집’을 발견한 미쓰다 신조는 그것이 공교롭게도 그가 살고 있는 저택 ‘인형장’과 똑같은 구조로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그 집에서 실제로 살았던 가족들이 처참하게 살해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는데…….

 

 

  이야기는 작가인 미쓰다 신조가 겪는 일과 그가 쓴 소설 속의 주인공 ‘코토히토’에게 벌어지는 두 가지 흐름으로 진행된다. 코토히토가 어떻게 보면 작가의 분신이기에 둘이 겪는 사건은 비슷하다. 아니, 똑같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작가에게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코토히코에게도 일어날 것 같고, 코토히코가 무언가 보거나 느끼면 보면 작가에게도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둘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나오는데,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다음 장을 넘기기가 두려웠다.

 

 

  내 생각에 이 작가의 특징은 ‘서서히 조여오기’ 같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두 주인공의 심리 묘사와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대한 서술이 결합하면서 서서히 조여 오는 분위기는 극대화를 이루었다. 작가는 작가대로 저택에서 벌어진 참극에 대해 조사하고, 동시에 소설 속에서는 코토히코에게 위기가 닥치는 설정이 교묘하게 맞물렸다. 그러다보니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만약 SF 소설이었다면, 차원의 틈이 생겨서 두 세계가 섞이고 있다고 했을 것이다.

 

 

  인형의 집에서 일어나는 일이 현실에서도 벌어지는 설정을 다룬 작품들은 꽤 있다. 우선 영화 아미비틸 시리즈의 여덟 번째 이야기인 ‘Amityville - Dollhouse. 1996’가 있고, 영화 ‘어웨이크닝 The Awakening, 2011’도 있었다. 하지만 두 작품 다 그렇게 오싹하다 거나 으스스한 분위기를 잘 보여주지 못했다. 차라리 이 책이 인형의 집이라는 소재를 더 효과적으로 다루었다.

 

 

  책 말미에 해설이라고 해서 ‘사사카와 요시하루’라는 사람이 작품과 작가에 대해 얘기를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우와, 이 사람마저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다. 다 끝났다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와, 진짜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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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6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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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 赫眼, 2009

  작가 - 미쓰다 신조

 

 



 

 

  읽고 나서 엄마랑 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미쓰다 신조’의 단편 모음집이다. 여덟 개의 창작 이야기와 어디선가 들었다는 네 개의 이야기가 ‘괴담 기담 사제’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그런데 창작 이야기 중에 작가가 등장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형식이 많아서, 다 실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붉은 눈』은 초등학교 때 전학 온 소녀에 관련된 이야기다. 두 눈동자의 색이 약간 다른, 예쁜 외모에 함부로 접근하기 힘든 분위기를 갖고 있던 ‘마도 다카리’. 어느 날 주인공은 결석한 그녀에게 급식으로 나온 빵과 숙제를 갖다 주라는 담임의 부탁을 수락한다. 친구 ‘요네쿠라’와 함께 간 주인공은 마도의 집에서 이상한 경험을 한다. 그리고 며칠 후 요네쿠라가 이상한 소리를 하다가 죽어버리는데……. 어쩐지 스티븐 킹의 ‘Salem's Lot’ 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단편이었다.

 

 

  『괴기 사진 작가』는 제목 그대로 묘한 분위기의 기괴한 사진을 찍는 작가에 관련된 주인공의 경험담이다. 잡지 편집부에서 일하는 주인공은 우연히 괴기 사진을 찍는다는 ‘모쿠노’라는 사진작가에 대해 알게 된다. 그의 집을 찾아가는 주인공에게 동네 노인은 불길한 얘기를 알려준다. 께름칙한 기분으로 작가의 집을 찾아간 주인공은 그곳에서 작가의 여동생을 만나는데……. ‘정말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ほんとにあった怖い話’라는 일본 공포 드라마 시리즈가 있는데, 거기에 나오면 딱 어울릴 내용이었다.

 

 

  『괴담 기담ㆍ사제 1 옛집의 저주』는 7대손까지 저주를 받은 한 집안의 이야기다. 분량은 네 쪽 정도지만, 생각해보니 참 무서운 내용이었다.

 

 

  『내려다보는 집』은 벼랑 위에 세워진, 아무도 안사는 것이 분명한 집에 대한 내용이었다. 초등학생인 주인공은 어쩐지 그 집 앞을 지나갈 때마다 누군가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시선을 느낀다. 그래서 친구들이 폐가 탐험을 해보자는 제의에 별로 내켜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따라가게 되는데……. 그냥 장난끼 넘치는 집주인이 아이들을 골탕 먹이려고 했다고 생각하면 별로 무섭지 않은 이야기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으음. 폐가건 흉가건 남의 집에 함부로 가는 건 좋지 않다.

 

 

  『괴담 기담ㆍ사제 2 원인』은 안 좋은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남자의 이야기다. 두 쪽 분량인데, 진짜로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난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한밤중의 전화』는 두 사람의 전화 대화로만 이루어진 이야기다. 새벽 두 시, 갑자기 주인공은 전화를 받는다. 상대는 뜬금없이 오 년 전의 이야기를 꺼내며, 과거 기억을 끄집어내는 동시에 주인공이 몰랐던 뒷이야기까지 전해준다. 얘기를 들으면서 주인공은 잊고 있었던 오싹한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동시에 전화를 건 사람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갖는데……. 지문이나 설명 하나도 없이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이루어졌는데, 주인공에 감정이입해서 읽다보면 등골이 오싹하다. 새벽에 오는 전화는 받지 말자!

 

 

  『재나방 남자의 공포』의 주인공은 작가 자신이다. 이 작가, 가끔 자기 자신을 화자로 등장시킨다. 창작이 아니라 실제 경험담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헐, 그러면 인생이 호러! 작가가 온천에 가서 늦은 밤에 야외 목욕을 즐기려다가 만난 사람이 들려준 이야기다. 그 남자가 오래 전에 겪은 아동 연쇄 살인사건을 듣고, 작가가 나름대로 추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분위기의 흐름이 좋았다. 초반에 으스스하던 분위기가 중간에 살인사건 얘기로 잠깐 가라앉는 것 같았는데, 후반에 다시 극대화가 되는 연결이 좋았다.

 

 

  『괴담 기담ㆍ사제 3 애견의 죽음』. 이건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뒷골목의 상가』의 기본 화자는 또 작가 자신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어릴 적에 겪은 일을 원고로 적어뒀는데, 그가 죽은 후 이야기로 써도 된다고 작가가 허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거의 야반도주하다시피 이사한 허름한 뒷골목.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소년에게는 평상시의 골목이 아닌 다른 골목이 보이기 시작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다이애건 엘리’의 호러 버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다만 그곳은 사람이 북적거리는 상가 골목이지만, 여기에 나오는 골목은 조용하고 사람대신 다른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게 다르다. 아, 분위기 묘사가 진짜 멋지다. 훌륭하다. 아니, 죽여준다. 내 어휘 실력이 딸려서 안타까울 뿐이다.

 

 

  『괴담 기담ㆍ사제 4 찻집 손님』은 사람이 무심코 내뱉은 말이 저주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맞거울의 지옥』 역시 작가 자신이 누군가에게 들은 ‘거울 지옥’에 대한 이야기다. 삼면거울이 있는 경대 사이에 자신의 얼굴이 끝없이 나타나는 매력에 빠진 한 소년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십 몇 번째 거울 속에 자기가 아닌 다른 얼굴이 나타난 걸 발견했다. 그에 놀라 한참동안 거울을 멀리했지만, 우연히 맞거울을 보게 되는 일이 있었다. 그러자 그 얼굴이 아주 빠른 속도로 거울 속을 건너뛰어 다가오는데…….

 

 

  『죽음이 으뜸이다 ; 사상학 탐정』은 작가의 다른 시리즈인 ‘사상학 탐정’이 나오는 단편이다. 제목만 보았을 때는 태양인 태음인 같은 ‘四象’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죽을 조짐을 나타내는 ‘死相’이었다. 그런데 어쩐지 이야기가 『붉은 눈』과 연결된다. 그 초등학교를 나온 소년들이 성장하여 어른이 된 후의 사건이라고 할까?

 

 

  책을 읽을 때는 집에 어머니도 계셨고 등에 벽을 대고 있어서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냥 이야기가 오싹 하다는 정도? 하지만 리뷰를 쓰는 지금, 집에는 나 혼자여서 그런지, 자꾸만 느낌이 이상하다. 등이 휑한 것은 방문을 열어둬서 그렇다 쳐도, 왜 그런지 모르지만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한다. 안 돌아봐야지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궁금하고, 또 뒤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인해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데 빨리 돌면 뭔가 보일까 무서워 아주 천천히 돌아보고 있다.

 

 

  으음, 리뷰 쓰다가 오싹한 건 또 오랜만이다. 내가 읽은 이 작가의 다른 책들은 일본의 풍습을 다룬 게 많아서 별로 와 닿지 않았지만, 이 책은 현대가 배경이라 느낌이 색달랐다. 더 쓰고 싶지만 여기까지. 자꾸 돌아봐서 안 되겠다. 하아. 이 맛에 미쓰다 신조를 못 끊는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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