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타라이 기요시의 인사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검은숲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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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御手洗潔のアイサツ, 1987

  작가 - 시마다 소지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로, 단편집이다. 총 네 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숫자 자물쇠』는 밀실 사건이다. 출입문은 정해져있고, 거기엔 자물쇠가 달려있다. 용의자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비밀번호를 모르거나, 알리바이가 있는 상황이다. 동기가 있으면서 비밀번호를 아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도 알리바이가 있는 상태. ‘점성술 살인사건 占星術殺人事件, 1980’을 해결한 그 해 겨울에 발생했다고 한다. 점성술 사건에서 알게 된 경찰이 미타라이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는데…….

 

  다 읽고 나서 뭐라고 해야 할까,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 않았다.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이란 얼마나 추악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런 사람 때문에 선하게 살아가려고 했던 다른 이가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다.

 

 

  『질주하는 사자死者』는 특이하게 이야기의 서술자가 ‘미타라이’도 아니고, 그의 친구인 ‘이시오카’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마치 이시오카가 서술하는 것처럼 적어두었는데, 계속 읽어보니 아니었다. 그 때문에 초반에 좀 헷갈렸다. 아마추어 재즈 동호회 모임이 있는 날, 휘몰아치는 폭풍우 속에서 한 남자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문제는 그의 시체가 발견된 곳과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본 곳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시간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비바람 때문에 증거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의 불안과 초조함은 극에 달하고…….

 

 

  『시덴카이 연구 보존회』에서도 이야기를 하는 것은 7년 전에 기이한 경험을 한 회사원이다. 미타라이는 우연히 들른 술집에서 그 남자가 직장 상사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된다. 그 남자에게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신기한 일이었지만, 미타라이에게는 너무도 뻔한 문제였나 보다.

 

 

  읽으면서 ‘코난 도일’이 쓴 ‘셜록 홈즈’의 에피소드 하나가 연상되었다. 그래서 대충 함정이라는 건 알았는데, 동기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동기가, 그런 거였다니! 쳇, 하여간 범죄자들의 창의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일본이 모세의 역할을 맡았다는 개소리는 참으로 신선해서, 그냥 웃음만 나왔다. 어떻게 그런 상큼한 헛소리를 만들어냈는지, 작가에게 감탄했다.

 

 

  『그리스 개』는 미타라이의 이름이 어느 정도 알려져, 의뢰를 받은 사건이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절도사건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유괴 사건으로 발전한 경우였다. 외국에 사는 부호까지 그의 이름을 알 정도라니, 대단하다. 게다가 극 중에 미타라이가 예전에 의대를 다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거기에 동창들은 그가 의대를 중퇴하자, 당연히 미국의 줄리아드를 갔을 것이라 예상했다는 말까지 한다. 의대를 갈 정도로 똑똑하고, 알아주는 명문 줄리아드 음대까지 갈 실력이라니! 아, 그래서 두 번째 이야기에서 재즈 평론가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의 연주 실력을 보여줬구나. 이건 뭐 엄친아가 따로 없다. 하여간 이 사건의 범인이 보여준 독창성과 기발함도 뛰어났지만, 그걸 역으로 이용한 미타라이의 두뇌도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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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원숭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4 링컨 라임 시리즈 4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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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Stone Monkey, 2002

  작가 - 제프리 디버

 

 

 



 

 

 

  링컨 라임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다. 이번에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사람들과 범죄조직, 그리고 그에 맞서는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를 비롯한 팀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이번 이야기에서는 ‘고스트’라는 중국 출신 인신매매 범이자 밀입국 알선업체장이면서 동시에 살인까지 저지르는 흉악범이 등장한다. 잔인하고 대담한 그를 잡는 과정은 읽는 내내 긴장하게 만들었다.

 

 

  중국 밀입국자들을 가득 실은 ‘푸저우 드래곤 호’가 평범한 무역선으로 위장해 뉴욕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링컨의 도움으로 그들의 위장을 알아차린 해양 경찰이 다가오자, 고스트는 배를 폭파시킨다. 배에 탔던 사람들 중 일부가 용케 도망치는데, 고스트는 그들을 죽이려고 한다. 겨우 도망친 ‘창’ 일가와 ‘우’ 일가는 몸을 숨기고, ‘존 성’은 다행히 아멜리아에 의해 구조된다. 그리고 ‘소니 리’라는 비밀경찰 역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링컨 일행을 돕기로 한다. 소니의 목표는 고스트를 체포해 중국으로 끌고가는 것이다. 이제 링컨과 아멜리아는 배의 잔해를 조사하고 존 성, 소니 리의 도움을 받아 숨어있는 두 가족을 찾아야 한다. 고스트가 그들을 죽이기 전에 먼저! 그와 동시에 고스트도 잡아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야기는 시작부터 놀람과 충격의 연속이었다. 세상에, 사람들이 탄 배를 아무런 예고도 없이 폭파시키다니……. 고스트가 얼마나 잔인한 성격인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였다. 그의 잔인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거의 한발자국씩 링컨과 아멜리아를 앞서가면서, 관련자들을 잔혹하게 죽이는데 우와……. 솔직히 자세한 묘사는 별로 없었다. 다른 작가처럼 처참한 시체의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상황을 세세하게 묘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전까지 읽는 사람의 숨도 제대로 못 쉬게 하면서 잔뜩 긴장시키고, 그러면서 동시에 어떤 일이 있을 것인지 예상가능하게 만들면서도 혹시나 하는 반전의 가능성도 아주 조금 주는, 그런 무자비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서 고스트의 그런 행동이 더 잔인하게 다가왔다.

 

 

  그러니까 풍선을 부는 옆에 있으면, 서서히 커져가는 풍선을 보면서 ‘조금만 더!’라고 생각하다가 ‘어, 이거 위험한데? 터지겠어. 도망갈까?’라고 터질 걸 알면서 과연 터트릴 것인지 아니면 바람을 뺄 것인지 궁금해 하면서 보고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대개 풍선을 분다면 터트리기보다는 바람을 그냥 뺄 것이다. 아니면 묶어서 날리거나. 하지만 이건 이야기이기에 작가는 ‘펑!’하고 터트렸다. 책은 잠깐 쉬다가 천천히 풍선을 불고, 그걸 펑 터트리고 또 잠깐 쉬고, 다시 천천히 또 다른 풍선 불기의 반복이었다.

 

 

  생각해보니 그 풍선들의 크기가 거의 비슷한 것 같았다. 이런 강약중간약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작가 같으니라고!

 

 

  아, 그러고 보니 첫 번째 이야기에서 네 번째 이야기까지 독자의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건 여전한 것 같다. 이제 다섯 번째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데, 또 고민한다. 이번에는 또 어떤 사건으로 내 숨을 앗아가고 온 신경을 긴장시킬지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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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죽이기 - 엘러리 퀸 앤솔러지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외 지음, 엘러리 퀸 엮음, 정연주 옮김, 김용언 해제 / 책읽는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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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asterpieces of Mystery, 1976

  작가 - 버트런드 러셀,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윌리엄 포크너, 스티븐 빈센트 베네, 싱클레어 루이스, 아서 밀러, 맥킨레이 캔터, 수잔 글래스펠,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마크 코널리, T. S. 스트리블링, 제임스 굴드 커즌스

  엮은이 - 엘러리 퀸

 

 





 

 

   엘러리 퀸 신간이 나왔다는 알림을 받고 제목을 보니 ‘응? 헤밍웨이 죽이기? 헐, 엘러리 퀸이 나라 이름을 살인에 엮는 것도 모자라 이제 유명인까지 엮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자세히 설명을 읽어보니, 그는 ‘엮은이’였다. 그가 당대 유명 문인들의 추리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작품들을 모았다는 것이다. 작가 이름을 보니, 어디선가 한 번씩은 접했던 사람들이다. 문학 시간에 배운 사람도 있고, 다른 소설을 읽을 때 본 사람도 있다.

 

   그걸 보면서, 엘러리 퀸이 미국 추리 소설을 발전시키고 유지하기 위해 꽤 노력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터피스라는 이름으로 엮을려면 많은 작품을 읽고 또 읽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물어보고 또 엄선하고 재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으니 말이다. 자기 소설쓰기도 바쁠 텐데……. 그는 자기 소설으로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고, 다른 사람들의 작품으로도 감동을 주었다. 그런 엘러리 퀸의 노력에 감사하며 책을 읽기로 했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

 

 

   책은 인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도둑을 맞았지만 신고할 수 없는 이야기, 유명한 범죄자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찰들의 이야기, 국제 첩보와 관련된 이야기, 보험금을 노린 살인, 교묘한 트릭을 사용한 은행 강도 이야기, 부인을 그리워하는 레스토랑 주인 이야기, 남자들은 보지 못하는 부분을 파악한 여자들의 이야기, 우연히 기차를 기다리다가 살인사건에 맞닥뜨리게 된 이야기, 사기 치려다가 된통 당하는 이야기, 배우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 그리고 유명 인사 암살 사건에 휘말린 이야기까지 모두 12개나 되는 무척이나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단편이라 뭐라고 자세히 쓸 수 없어서 좀 안타깝다. 잘못하면 스포일러가 되어버릴 거 같아서 패스.

 

 

   어떤 것은 무척이나 기발해서 ‘헐! 대박! 쩔어!’라는 말이 절로 나왔고, 또 어떤 것은 도대체 왜 그렇게 흘러가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단편을 읽고 이해를 못하다니, 난 아직 멀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어쩌면 소설이 나온 시대와 지금이 많이 달라져서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 내가 바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저렇게 생각하는 게 더 낫겠다.

 

   개인적으로 제일 기발했던 이야기를 고르자면, ‘제임스 굴드 커즌스’의 ‘기밀 고객’이다. 제일 분량은 짧았는데, 막판 뒤통수를 아주 세게 때린 작품이었다. 진짜 이런 맛에 단편을 읽는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제일 유쾌하게 흘렀던 이야기는 ‘T.S. 스트리블링’의 ‘한낮의 대소동’을 고르겠다.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나눈 대화가 온 마을의 관심을 끌고,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마치 마을 축제처럼 그려졌다. 원래 마을 분위기가 저랬을까? 제일 안타까운 사건은 음, ‘마크 코널리’의 ‘사인 심문’을 뽑겠다. 마지막 줄을 읽으면서 ‘하아…….’하는 한숨과 함께 가슴이 먹먹해졌다. 인간이란 진짜, 하아…….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그걸 다 밝히면 스포일러가 되니까.

 

 

   아직까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는 ‘아서 밀러’의 ‘도둑이 필요해’이다. 도대체 왜? 내가 뭔가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 모양이다. 대충 읽은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아직까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제일 황당했던 내용은 ‘버트런드 러셀’의 ‘미스 X의 시련’이다. 분위기 상으로는 엄청난 음모이고 비밀인 것 같은데, 어째서 만나는 사람마다 다 알고 있는 거지? 그럼 비밀이 아니잖아? 음, 그 당시는 SNS나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서, 아니 아예 없어서 그 정도는 비밀로 유지될 수 있는 수준이었나 보다.

 

 

  무척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과거의 여러 다른 공간을 왔다 갔다 하는 시간 여행을 한 기분이었다. 물론 여행의 주제는 ‘범죄’였다. 그렇다 고해서 범죄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었다. 그게 특히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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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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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박연선

 

 

 


 

 

  아직도 바람이 심하게 불면 텔레비전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너무 첩첩산중에 있어서 구급차가 구급차 역할을 못하는 아홉모랑이 마을. 그곳에서 평생을 산 강씨 할아버지가 막장 드라마를 보다가 갑자기 숨을 거둔다. 장례를 치르고 자식들은 홀로 남을 ‘홍간난’ 여사를 걱정해, 마침 백수인 손녀 ‘무순’을 남기기로 결정한다. 물론 그녀의 의견은 묻지도 않았다. 할 일이 없어서 이것저것 뒤지던 무순은 우연히 자신이 여섯 살 때 그린 지도를 발견한다. 거기에 그려진 대로, 마을 종갓집을 찾아가 몰래 땅을 파던 무순은 그 집의 고등학생 아들과 마주친다. 처음에는 그녀를 도둑 취급하던 종손 ‘창희’였지만, 보물 상자에서 나온 조각을 보는 순간 표정이 달라진다. 그것은 15년 전에 실종된 그의 누나가 만든 물건이기 때문이다.

 

 

  15년 전, 마을 할머니의 백수를 맞이해 온 동네 어른들이 온천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바로 그 날, 마을에서 네 명의 소녀가 사라졌다. 종갓집의 딸로 모든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던 ‘유선희’, 엄마를 대신해 살림을 맡았던 ‘황부영’, 남자아이들과 잘 어울렸다는 ‘유미숙’, 그리고 목사의 막내딸 ‘조예은’. 무순은 창희와 함께 선희가 조각한 남학생이 누구일지 찾아보기로 한다. 거기에 홍 여사까지 가세하면서, 15년 동안 숨겨졌던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나는데…….

 

 

  책을 읽으면서 문득 소설 ‘안나 카레리나’의 유명한 첫 문장이 떠올랐다. 옆에 책이 없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 ‘행복한 집은 그 이유가 비슷하지만 불행한 집은 이유가 제각각이다’였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도 결과는 실종이라는 하나로 나타났지만, 그 뒤에는 각각의 소녀들이 그 누구에도 말 못한 비밀이 있었다. 그 때문에 그들은 자의건 타의건 사라지고 말았다.

 

 

  이야기는 실종 사건을 주로 파헤치고 있지만,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서도 무척 비중 있게 다루고 있었다. 한 가정이 어떻게 무너지고 자식을 잃은 부모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 다르면서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네 집안을 통해 보여주었다. 또한 그런 일을 겪은 집이 넷이나 있는 마을은 어떤 모습을 감추고 있는지 은근히 드러내기도 했다. 거기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나 상황은 생각하지 않고 하이에나처럼 뉴스거리가 될 만한 일에 몰려드는 언론과 네티즌 수사대라는 이름으로 마구 남의 비밀을 파헤치거나 앞뒤상황 고려하지 않고 욕부터 하는 사람들의 행태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분위기가 진지하게만 흘러가지 않았다. 등장인물들, 특히 무순과 홍 여사는 캐릭터자체가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뱉는 대사 하나하나가, 생각하는 방향 자체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함이 있었다. 그 할머니에 그 손녀라고 해야 할까? 덕분에 나름 진지하고 고민 많은 캐릭터인 창희가 고생했다. 어쩌면 그래서 세 사람의 분위기가 균형을 이룰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명색이 네 소녀의 실종 사건을 다루는데 너무 유쾌발랄하게 흘러가는 게 아닐까 싶을 때마다 적절하게 진지해지는 흐름이 꽤 좋았다.

 

 

  읽으면서 웃음도 났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씁쓸하고 마음이 안 좋아지기도 했다. 한 사람의 그릇된 마음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 보면서 화도 났다. 처음에는 마냥 유쾌하더니,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한숨이 나왔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살아도 인간이란 어쩔 수 없구나…….

 

 

  이 책의 표지가 참으로 인상적이다. 글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 다만 ‘꽃돌이’라 불리는 창희의 모습이 없는 게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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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수사국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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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Queen's Bureau of Investigation, 1954

  작가 - 엘러리 퀸




  ‘엘러리 퀸’의 소설은 내 기준으로는 장편도 재미있지만, 단편이 더 기발하고 재기 넘치는 것 같다. 그래서 예전에 ‘시그마북스’에서 나왔던 퀸의 단편집 두 권을 겉표지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반복해서 읽었다. 이번에 ‘검은 숲’에서 새롭게 엘러리 퀸 시리즈를 내놓는데, 그 단편집도 새로 나오길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우왕! 처음으로 나오는 엘러리 퀸의 단편집이 나왔다! 바로 이 책 ‘퀸 수사국’이다. 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뭐지?’라고 의아했다. 아버지 퀸 경감이 수사국을 맡게 되었나? 그러면 아버지가 담당한 사건이 주로 나오나? 그런 의문은 목차를 보면서 곧 풀렸다. 아, 이래서…….


  퀸은 명탐정이자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이다. 그가 주로 담당하는 건 살인사건이지만, 간혹 다른 종류의 사건을 맡기도 한다. 이 책은 그가 맡았던 다른 분야, 예를 들면 협박, 담합, 사기, 마약, 유괴 등등의 사건들을 담고 있다.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처음에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하는 궁금함을 한가득 던져준다. 그러다 퀸의 해결을 보면 ‘헐!’하면서 ‘대박! 이런 거였어?’라는 감탄과 기발함으로 깜짝 놀란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거치다보면, 자연스레 ‘더 주세요!’를 외치게 된다. 주스나 과자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다른 이야기를 더 읽고 싶다는 갈증을 느끼는 모양이다. 아무리 읽어도 배가 부르지 않으니까. 잠깐! 책은 뇌의 양식이라고 하니 머리가 차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그러면 내 머리가 비었다는 말이 되니까 으음……. 하여간 결론은 다른 단편도 빨리 읽고 싶다는 말이다.


  『불가능 범죄 부서: 세 과부』는 예전에 어느 잡지에선가 읽었는데, 삽화가 무시무시했던 기억이 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새엄마와 전처의 자식들은 절대로 화해할 수 없는 사이인가보다.


  『노상강도 부서: 라이츠빌의 강도』와 『다잉메시지 부서: GI 이야기』의 배경은 그 유명한 라이츠빌 마을이다. 잊을만하면 나오는 그 동네가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엘러리에게는 어떤 의미일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 마을은 엘러리가 갈 때마다 사건이 일어나는 것인지, 아니면 엘러리가 타이밍을 못 맞추는 건지 궁금하다. 악연이라고 해야 할지 필연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제일 기발했던 사건은 『유괴 부서: 아이가 사라졌다!』였다. 그게 그렇게 연결되다니 참……. 범인이 똑똑한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멍청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니, 어쩌면 범인이 그 사람일거라고 생각해볼 엄두도 내지 못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 지 알 수 있다. 대상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버려야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으니 문제다.


  아쉬운 점은 『협박 부서: 돈이 말한다』에서 사건 해결의 힌트가 어휘에 관련된 것이라는 부분이다. 퀸이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는 곳에서 영국과 미국에서 쓰는 어휘가 다르다고 얘기를 해도, 그 전에 용의자들이 내뱉은 대사는 그냥 한글만 적혀있었기에 금방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 그걸 포착한 엘러리의 능력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엘러리 퀸의 소설에서 일본의 식민 지배와 한국 전쟁에 대한 간접적인 언급이 나오는 구절을 접하면서 기분이 묘했다. ‘아, 엘러리가 그렇게 오래 전의 사람이구나.’라는 생각과 ‘한국 전쟁이 일어난 지 그렇게 오래된 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교차했다. 세월은 진짜 빨리 지나가고, 기억은 배로 더 빨리 사라지는 것 같다. 아, 더 이상 까먹기 전에 다른 단편집도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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