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1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제 - 水ちの如き沈むもの, 2013

  작가 - 미쓰다 신조

 

 

 

 

 

  방랑 환상 소설가인 '도조 겐야 시리즈' 중의 네 번째 작품이다. 시리즈를 찬찬히 읽고 있는……. 음? 리뷰가 하나가 없다?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首無の如きたたるもの, 2010'이 빠져있다. 분명히 책을 읽었는데, 어떻게 된 걸까? 그건 나중에 다시 읽어보기로 하고, 우선 지금 리뷰를 쓰는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水ちの如き沈むもの, 2013'에만 집중해야겠다.

 

  특이하게 이 책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교차해서 담고 있다. 일본을 돌아다니며 민담이나 괴담을 수집해 추리 소설을 쓰는, 하지만 괴담을 들으러 간 마을에서 꼭 사건을 맞닥뜨리고 탐정 역할까지 하는 '도조 겐야'의 이야기가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2차 대전 이후 ‘수신제’를 지내는 외가에서 살게 된 어린 소년 '쇼이치'의 이야기이다.

 

  쇼이치는 2차 대전 이후, 엄마와 두 누나와 함께 만주에서 일본으로 온 어린 소년이다. 친척이라고는 엄마의 양부밖에 없기에, 소년은 그곳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냉랭하게 대하고, 엄마를 짝사랑하던 옆 마을 신관인 '세이지'만이 도움을 줄 뿐이다. 엄마가 죽자, 세 남매는 외할아버지격인 '류지'에게 맡겨진다. 그런데 물의 신을 모시는 신관이라는 할아버지 류지는 어딘지 모르게 무섭기만 하고, 큰누나 '쓰루코'는 가끔 넋이 나간 것처럼 행동한다. 작은 누나 '사요코'는 류지가 쓰루코를 어떻게 하지 않을까 경계하고, 쇼이치는 이상한 것이 자꾸만 보이자 불안해한다.

 

  도조 겐야는 편집자인 '시노'와 함께 물의 신에게 제를 지내는 전통을 가진 마을에 도착한다. 네 마을의 신관들이 돌아가며 제를 지내는 것을 취재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제를 지내던 신관이 죽은 채 발견된다. 마을은 십여 년 전에 있었던 살인 사건을 떠올리며 불안해하고, 이어 신관들이 하나둘씩 살해된다. 겐야는 그것이 마을에서 바치던 제물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데…….

 

  신관, 산 제물, 그리고 이상한 것을 보는 소년. 이런 조합이라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괴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충분하다. 거기에 저주라든지 연쇄 살인까지 가세하면 오싹한 분위기는 배가 될 것이다. 그런 이야기가 무섭지도 않고 재미가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런 장점을 적절하게 잘 드러내고 있었다. 특히 어린 쇼이치가 보는 환상을 묘사한 부분은 읽는 것만으로도 내 모든 감정이 가라앉고 허우적대는 기분을 들게 한다. 또한 살짝 살짝 드러내는 제물에 대한 비밀과 의혹은 내가 알고 있는 온갖 불길한 상상을 극대화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결말은 좀 아쉬웠다. 터질듯이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던 풍선이 팡 터지지 않고, 중간에 구멍이 나서 바람이 빠진 것 같았다. 점점 고조되던 분위기가 갑작스런 마무리로 좀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범인의 정체나 트릭은 훌륭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찜찜했다.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일지 짐작이 가는 진행이었다. 게다가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종장을 읽으면서 입맛이 씁쓸했다.

 

  그나저나 이 시리즈는 읽을 때마다 힘들다. 내용이 어렵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등장인물이 꽤 많은데, 거의 친척이라 이름이 비슷한 게 문제다. 거기에 중간에 그 이름이나 지명에 얽힌 한자 풀이까지 막 나오는데, 한자 울렁증이 있는 난 볼 때마다 하얀 건 종이고 검은 게 글자라는 생각만 든다. 그래서 초반에 드러난 배경 설정이라든지 주요 힌트를 제대로 읽지 않고 넘어가게 된다. 헐, 설마 그래서 결말이 허무하다는 느낌을 받은 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