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하루에 백 권 이상이 출간된다는 말을 듣고 책의 홍수 시대에 사는 것 같아 책을 낼 만한 역량 있는 사람만이 책을 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모두 한 번씩 책을 내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 자신과의 대화 시간을 가져 자신의 삶에서 뭐가 반성할 점이고 뭐가 후회할 점인지 알게 된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만 해도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게 착각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성추행 사건으로 불명예를 안게 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많은 책을 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그의 글쓰기는 그를 조금도 성숙시키지 못한 모양이라고 여겨졌기 때문. 나는 헷갈린다. 성추행 사건으로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준 고은 시인만 봐도 헷갈린다. 어떻게 글은 훌륭한데 사람은 훌륭하지 않을 수 있는 건지.

 

 

그들의 글쓰기는 가짜였던가? 그렇다면 나의 글쓰기도 가짜가 아니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글과 사람은 같다고 믿고 싶다.

 

 

글과 사람이 다르다는 것에 대해 나는 판단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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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3-29 2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앙~언니. 그렇게 생각하면 이 세상에
책을 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전 그냥 교육의 부재라고 말할래요.
진정한 마음과 인격을 고양시켜주는 교육을 배우지 못하고
그저 글 써서 입신양면할 생각만 했던 그런 것.
또 그들이 글이나 쓰고 정치나 할 줄 알았지 여자를 얼마나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했겠습니까?

또 어느 때가 되면 공과는 구분해야겠죠.
지금은 또 때가 때이니만큼 매를 맞을 수 밖에 없는 때인 것 같아요.
잘못한 건 잘못한 거잖아요. 아무리 유명하고 권력있어도
잘못하면 매는 맞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생 얄짤없어요. 자기 인생 자기가 돌봐야지 누가 돌보겠습니까?

2018-03-29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30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1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30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8-03-30 13:1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좋은 댓글을 주셨습니다. 저자가 직접 쓰지 않고 대행해 주는 출판사가 있다는 건 알았는데 그래서 연예인이 책을 내면 그런 출판사를 생각하곤 했는데, 정치인은 직접 쓸 거라는 고정 관념에 갇혀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고정 관념에 갇혀 버리면 모든 상상력이 차단되지요.

님의 댓글을 보고 나니 의문이 풀린 듯합니다. 사실이든 아니든 저의 상상력이 그럴 수도 있다고 정리하고 나니 속이 시원해집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cyrus 2018-03-30 16: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 독서모임을 위해 읽은 책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었어요. 어제 모임에도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게 된 일상 속 편견에 대해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었어요. 당연히 안 모씨 얘기가 나왔어요. 저는 글과 사람의 성품이 같다는 생각도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페크pek0501 2018-04-01 12:53   좋아요 0 | URL
오만과 편견을 두 번 읽었어요. 처음 읽을 땐 젊었을 때라 그런지 작품의 깊은 맛을 잘 몰랐어요. 나이 들어 두 번째 읽었을 때 그 작품이 왜 훌륭한 건지 알았죠.

글과 사람의 성품이 같다는 건 편견일 수 있다는 것. 기억해 두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