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하루에 백 권 이상이 출간된다는 말을 듣고 책의 홍수 시대에 사는 것 같아 책을 낼 만한 역량 있는 사람만이 책을 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모두 한 번씩 책을 내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 자신과의 대화 시간을 가져 자신의 삶에서 뭐가 반성할 점이고 뭐가 후회할 점인지 알게 된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만 해도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게 착각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성추행 사건으로 불명예를 안게 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많은 책을 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그의 글쓰기는 그를 조금도 성숙시키지 못한 모양이라고 여겨졌기 때문. 나는 헷갈린다. 성추행 사건으로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준 고은 시인만 봐도 헷갈린다. 어떻게 글은 훌륭한데 사람은 훌륭하지 않을 수 있는 건지.
그들의 글쓰기는 가짜였던가? 그렇다면 나의 글쓰기도 가짜가 아니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글과 사람은 같다고 믿고 싶다.
글과 사람이 다르다는 것에 대해 나는 판단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