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을 잘 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재능일까, 노력일까?
재능을 타고 나지 못했고 에세이에 관심 있는 나로선 시나 소설에 비해서 에세이가 재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는 게 다행한 일이다. 에세이를 얼마나 잘 쓰느냐 하는 것은 에세이를 쓰기 위해 얼마나 시간을 들였고 얼마나 노력을 했느냐 하는 것에 달렸다고 새삼 확인하는 요즘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려고 할 땐 우선 자신에게 글쓰기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자신에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대답을 듣고 싶어서 자기가 쓴 글을 누군가에게 보이기도 한다. 글쓰기라는 게 자기가 좋아해서만 되는 일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시시한 글을 많이 쓰고 나야 어쩌다 한 번 마음에 드는 글을 쓰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런 일을 반복하는 긴 시간을 거쳐서 어느 정도 글을 써 봤다고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면 재능에 대한 의문보다 노력에 대한 의문을 강하게 갖게 된다. 나처럼 말이다. ‘나는 얼마나 재능을 갖고 있는가?’보다 ‘나는 얼마나 노력할 수 있는가?’를 알고 싶은 것이다. 재능이란 건 있든지 없든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고 결국 글쓰기란 시간과 노동의 결과물임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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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하루를 규칙적으로 사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전 4시 전후로 일어나 신선한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신 후 곧바로 책상 앞에 앉아 원고를 쓴다. 오전 10시에는 10킬로미터를 달리고(그가 마라톤 마니아라는 건 익히 잘 알려진 사실), 번역 작업을 취미 삼아 하고, 중고 음반 가게를 돌아다니며, 장을 봐서 요리를 하고, 저녁을 먹은 뒤 책을 읽다 밤 10시경 잠자리에 든다. 하루키는 문체가 곧 삶의 방식과 직결된다고 믿고, 생활의 단순화를 통해 일상의 잡다한 요소들을 지우고 대신 소설가로서 해야 할 일들에 집중한다.
- 김지안, <네 멋대로 읽어라>, 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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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규칙적으로 오전 4시쯤 일어나 글을 쓴다는 무라카미 하루키. 이 글을 읽고 나니 그가 얻은 명성이 ‘꾸준함’이 없이는 불가능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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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를 보면 창의력과 상상력은 자유와 일탈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매일 규칙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반복하는 꾸준함과 그 일을 진정으로 즐기는 태도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 김지안, <네 멋대로 읽어라>, 98~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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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읽어라>를 읽으며 내가 주목한 것도 김지안 저자의 ‘꾸준함’이다. 박범신, 김홍신, 김훈, 은희경, 강신주, 성석제, 조경란, 문학수, 김탁환 등 아홉 명 작가들의 강연회에 일일이 참석하여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정리하여 쓴 글들을 보고 그 열정과 성의에 놀랐고 무엇보다도 그 꾸준함에 놀랐다. 각기 다른 날, 다른 장소에서 하는 강연회를 직접 발품을 팔아 참석했을 뿐만 아니라 강연 내용을 항상 기록으로 남겨 두어 책에 싣다니. 그것은 꾸준함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터였다.
김지안 저자는 알라디너 stella.K 님이다.
2.
나도 꾸준함을 실현하고자 계획을 하나 세웠다. 매일 밤잠을 자기 전 30분 동안 책을 읽는 것이 계획이다. 이미 그렇게 하는 날이 많았으므로 아예 계획을 세우기로 한 것. 어제도 밤 10시부터 30분 동안 책을 읽고 잤다. 앞으로 잠을 잘 준비를 끝내고 10시부터 11시 사이에 무조건 30분 동안 책을 읽기로 하겠다.
일이 있어 외출한 날에도 밤잠을 자기 전에 책을 30분 읽고
글을 쓴 날에도 밤잠을 자기 전에 책을 30분 읽고
책을 읽은 날에도 밤잠을 자기 전에 책을 30분 읽고...
매일 30분씩 책을 읽으면 한 달이면 900분을 읽는 것이고 일 년이면 10,800분을 읽는 것이다. 이것을 시간으로 계산하면 일 년에 180시간 동안 책을 읽는 것이다. 180시간이라니, 아주 긴 시간이 아닌가.
‘독서는 나의 힘!’이라고 일기장에 쓴 적이 있다. 글을 잘 쓰기 위해 내가 노력할 수 있는 게 독서밖에 없는 것 같아서다. 앞으로는 ‘꾸준함은 나의 힘!’이라고 생각하기로 하겠다.
밤잠을 자기 전에 매일 30분씩 책을 읽기. ‘꾸준함’에 끌린 오늘부터다.
(저랑 같이 이 계획을 실천하실 분이 계시는지요?)
(‘질투는 나의 힘’이 아니라 ‘꾸준함은 나의 힘’이 되는 일을 함께하실 분이 계시는지요?)
‘꾸준함’이란 계단처럼 위를 향해 하나씩 하나씩 오르는 일이다.
3.
참고 사항 :
오바마 대통령도, 빌 게이츠도 취침 전에 한 시간 동안 독서를 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취침 전에 하는 독서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첫째, 잠자는 동안엔 새로운 정보가 입력되지 않기에 기억이 충돌되지 않아 기상 후에 책의 내용을 떠올리기 쉽다는 것.
둘째,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것.
잘 기억되고 숙면에도 좋다니 ‘취침 전 독서’를 여러분께 강추하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