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이맘때쯤 나는 무엇을 좋아했고 어떤 고민에 빠졌으며 어떤 걱정이 제일 컸는지 알 수가 없다. 아니 5년 전, 아니 1년 전 이맘때쯤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어떤 책을 읽고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독서노트를 봐야 지난해 11월에 읽은 책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고, 일기장을 봐야 그때 어떤 일이 있었으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고, 블로그에 올린 글을 봐야 그때 어떤 글을 썼는지 알 수 있다. 나의 삶에 ‘기록’이란 게 없었다면 그것들을 알기 위해 기억을 더듬어 보다가 생각이 나지 않으면 기억을 포기하리라. 기억을 포기하는 것은 내 삶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최근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들을 나열해 보기로 했다.
1.
요즘 내가 애독하기로 작정한 책이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저, <소로의 일기>다. 나도 일기를 쓰는 사람으로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일기를 어떻게 쓰는지 궁금했다. 물론 그의 일기에서 내가 배울 게 있을 것이고 배울 것을 발견하는 재미에 기대가 커서 구입했던 것. 1817년에 태어나 1862년에 생을 마감한, 그야말로 옛사람의 글을 보면서 무엇보다도 내가 신기하게 생각한 것이 있다.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것들을 그는 그 옛날에 생각해 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
우리는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라는 걸 알고 있다. 소로는 이미 그 옛날에 일기에 이렇게 써 놨다.
..........
한평생 어느 한 대상을 마주보고 있을지라도 나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전혀 보지 못할 수도 있다.(148쪽)
- <소로의 일기>에서.
..........
또 요즘 흔히 하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라.’라는 말을 소로는 이미 그 옛날에 일기에 이렇게 써 놨다.
..........
뛰어난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그 자체의 죄로 여기기보다는 그것을 미래를 향한 용기와 미덕에 열중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198쪽)
- <소로의 일기>에서.
..........
표현만 다를 뿐 같은 의미로 읽을 만한 구절을 보고 신기했으며 감탄했다.
빨리 읽지 않고 느리게 천천히 뜻을 음미하며 읽을 예정이다.
2.
2017년의 달력 종이가 두 장 남았다. 이 해 안으로 다 읽어야 할 책이 두 권이 있다. 알라디너의 책이다. 스텔라 님과 마태우스 님이 내신 책이다.
나,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두 분 다 알라딘 서재에 올리는 글보다 잘 썼기 때문이다. 혹시 책을 내면 집중력이 높아져서 글을 잘 쓰게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도 책을 내서 집중력을 높여서 글을 잘 쓰는 경지에 가 봐야 되나? 뭐, 이런 생각을 하게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알라딘 서재에는 책을 내고 글을 잘 쓰는 고수들이 많은데 마치 나도 고수인 양 그들과 동격으로 글벗처럼 지낸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행운이 아닌가.
김지안 저, <네 멋대로 읽어라> - stella.K 님의 책.
서민 저, <서민 독서> - 마태우스 님의 책.
애독하는 중이다. 여러분도 읽어 보시길...
3.
회사에 다니는 큰애가 이 가을에 내게 준 선물이 있다. 노트북이다. 내가 쓰던 노트북이 고장이 나서 아쉬운 대로 넷북을 침대에서 사용하곤 했는데 화면이 작아 자기가 답답하다며 나를 매장에 끌고 가서 사 줬다. 거실에 큰 화면의 데스크톱 컴퓨터가 있으니 살 필요가 없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넷북은 작아 가벼운 데다가 배터리를 빼어 더 가벼워져서 휴대용으로 쓰기 좋았는데 딸이 사 준 노트북도 넷북 정도로 가벼워 놀랐다. 요즘 출시되는 노트북은 화면이 커도 가벼운 장점이 있나 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1115/pimg_7179641831775523.jpg)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1115/pimg_7179641831775525.jpg)
넷북과 노트북과 책 크기 비교.
셋 다 잘생겼다. 보기만 해도 뿌듯하다.
4.
지난여름에 내가 애용했던 액세서리이다. 팔찌, 목걸이, 반지.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1115/pimg_7179641831775527.jpg)
치마보다 바지를 선호하는 내가, 여성이기보다 중성 같다, 라고 느껴질 때가 있는 내가 ‘나, 여자이긴 여자구나.’라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바로 이런 것들을 좋아할 때이다.
5.
가을의 표정에 마음을 빼앗겨 사진으로 남겼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1115/pimg_7179641831775529.jpg)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1115/pimg_7179641831775530.jpg)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1115/pimg_7179641831775531.jpg)
자연은 왜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냐, 라고 자연에게 물어보았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저 온몸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