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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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재의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초창기 때 ‘알라딘 서재’에 대해 친구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세계에는 아주 웃기는 현상이 있어. 방문자가 수백 명이 되는 알라디너는 다른 서재에 기웃거리며 댓글을 남기지 않아. 다만 자기 서재에 몰려드는 댓글에 답글을 쓸 뿐이야. 그는 수많은 신하들을 거느린 왕의 포즈를 하고 있는 거지. 난 그런 왕이 어쩌다 한번 내 서재에 댓글을 남겨 주면 너무 영광스러워지는 거야.”
- 어느 서재에 쓴 나의 댓글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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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알라디너로서 활동한 지 8년이 넘었다. 여전히 수많은 신하들을 거느린 왕들을 볼 때가 있다. 그들을 보면 그런 방면으로 ‘능력자’라는 생각을 한다. 유능해 보인다. 그렇다고 내가 왕이 되고 싶지는 않다. 자주 글을 올리고 자주 답글을 써야 하는 게 시간을 많이 빼앗길 것 같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단지 자주 글을 올리는 편에 속하지 않는 내 서재에, 보잘것없는 내 서재에 ‘좋아요’를 눌러 주시고 댓글을 써 주시는 분들에게 각별히 고마움을 느낀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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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경우, 아주 신중해지면 글을 올리지 못하겠더라고요. 대충 살자,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해야 글을 올려요. 글을 올릴 때 자신 없는 글 - 내가 맞게 쓴 건지 잘 모를 때를 말함 - 을 올릴 때도 있는데 저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나중에, 예전에 이러이러하게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지금은 저러저러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라고 쓰면 되지 뭐.) 이렇게 생각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실제로 작가들의 책을 읽어 보면 시간에 따라 생각의 변함이 있더라고요. 생각이 늘 고여 있는 물일 수는 없잖아요.
블로거가 되려면 제일의 조건은 이것 같아요. 신중하지 말 것. 다른 말로 바꾸면 소심하지 말 것, 이 되겠습니다. 신중함과 소심함은 동의어로 느껴지곤 합니다. 원래 글쟁이란 창피함을 무릅쓰고 글을 쓰는 자, 라고 봅니다. 창피한데도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을 쓰지 않는 것보단 창피한 게 낫다고 여기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글을 쓰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사람이랄까요?
이 댓글 역시, 내가 뭔 얘기를 하고 있는 거지? 라고 생각하며 올리는 바입니다. ㅋ
- 어느 서재에 쓴 나의 댓글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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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창피함을 무릅쓰고 글을 쓰며 사는 걸까? 이것에 대한 답을 생각하곤 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잘 쓴 책들이 많은데 그러니 나까지 보탤 필요가 없는 건데 하면서 말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내 생각을 남들과 단순히 공유하고 싶어서일까, 내가 어떤 멋진 생각을 했음을 뽐내고 싶어서일까, 즐거운 생활을 위해 취미는 있어야 하겠고 그런데 다른 취미는 없고 어쩌다 보니 글이라도 쓰자는 생각을 하게 돼서일까?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다가 요즘 다른 이유를 찾았다. 근심이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함이라는 것. 예를 하나 들면 병치레가 잦은 친정어머니가 이번 해를 넘기지 못하고 돌아가시면 어떡하지, 하는 근심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글을 쓰는 거라는 것. 글을 쓰는 동안에는 글쓰기에 집중한 나머지 어떤 상념도 끼어들 여지가 없는 게 나는 좋은 것이다. 결국 글을 쓰는 건 나를 위한 것이다.
홍천의 생태숲
3.
요즘 한약을 먹고 있다. 친정어머니를 보살피느라 애쓴다며 시어머니와 시누이들이 한의원에 나를 데리고 가서 지은 약이다. 보약인 셈이다. 나뿐만 아니라 아랫동서까지 데리고 가서 약을 지었으니 며느리들의 건강을 챙겨 주기 위함일 것이다. 사실 며느리한테 병이 생기면 시어머니의 입장에선 당신의 아들이 불행해질 것이니 며느리의 건강을 챙기는 일은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시어머니가 흔치 않으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나에 대한 시댁 식구들의 애정이 느껴져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약 얘기를 하면서 “난 다음에 또 태어난다면 우리 시댁으로 또 시집가고 싶어.”라고 말했더니 한 친구가 이렇게 물었다. “그럼 다음에 또 태어나면 또 니 남편과 결혼하고 싶어?”라고. 이것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랬다. “노노노. 다음엔 다른 남자와 살아봐야지 무슨 소리야? 시댁만 그렇다는 거지.” 모두들 깔깔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