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1.
어젯밤에 일찍 자려고 누웠다. 긴 시간이 지나자 수상한 기미가 느껴졌다. 손님이 왔다는 걸 안 것이다. 내가 초대하지 않았으나 제 맘대로 찾아온 불청객이다. 그의 이름은 불면증. 이 손님이 찾아오는 날엔 잠은 멀리 달아나 버려서 내가 잡을 수 없는 거리에 가 있다. 금방 잠자기는 틀렸다. 먼 거리에 있는 잠이 돌아오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불면증이 가고 잠이 돌아오기까지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침대 옆 스탠드를 켜고 그 부근에 있는 프린트 한 묶음을 잡았다. 이청준 작가의 단편 소설 ‘눈길’이 인쇄되어 있는 프린트였다. 이미 읽었지만 두 번 읽어도 좋을 작품이란 생각으로 꼼꼼히 보기 위해 천천히 읽어 나갔다. 다 읽고 나서 이청준 작가는 소설의 천재라고 생각했다. 오래전 그의 장편 소설 <당신들의 천국>을 읽고 나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만든 <밀양>이란 영화를 보고도 작가의 탁월함에 감탄했었다. 그러고 보니 그 원작인 소설 ‘벌레 이야기’를 꼭 읽자고 해 놓고 아직까지 읽지 못하고 있었네.
잡담2.
며칠 전 친정에 가려고 나섰는데 집 밖의 세상으로 나가자마자 뭔가 달라진 게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뭐지? 같은 길을 걷는데 왜 어제와 그제와 다르게 느껴지지? 이것의 정체는 뭐지?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는 거지? 이러면서 걷다가 드디어 알아차렸다. 봄기운이었다. 피부에 와 닿는 공기의 감촉이 솜털처럼 부드러웠다. 3월이니 봄이 올 만도 하다.
잡담3.
문제)
여자가 결혼할 때는 무엇을 잃어버렸기 때문인가? 답 : ( )( )( )
여자가 이혼할 때는 무엇을 잃어버렸기 때문인가? 답 : ( )( )( )
여자가 재혼할 때는 무엇을 잃어버렸기 때문인가? 답 : ( )( )( )
판단력을 잃으면 결혼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이혼하고
기억력을 잃으면 재혼한다. - 인터넷을 통해 본 우스갯소리.
내가 볼 때 결혼의 중요한 요소는 타이밍이다. 내가 대학생일 때 남편을 만났다면 결혼하지 못했을 것 같다. 남편이 군대를 갔다 와야 하고 대학을 졸업해야 하고 거기에다 취직을 해야 하고 그럴 때까지 과연 내가 그 긴 시간을 한 사람만 보고 기다렸다가 결혼할 수 있었을까?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싫증이 나기도 하고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열정도 시간과 함께 식었으리라. 결혼 적령기에 우리가 만났기에 결혼이 성사되었다고 본다. 타이밍이 중요했던 것. 타이밍을 맞추어 만났다는 건 인연이 있다는 것.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잡담4.
요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책은 <잠언과 성찰>.
우리의 가장 훌륭한 행동들을 초래한 모든 동기를 사람들이 안다면 우리는 그 행동들에 대해 자주 부끄러워 할 것이다.(122쪽)
훌륭해 보이려는 동기가 없다면 인간의 모습은 지금보다 추해질 것이다. - pek0501
나의 코멘트 : 어떤 이는 자신이 어느 단체에 거액을 기부하면 그 사실이 신문에 게재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기부금을 냈다. 세인에게 자신이 훌륭한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어서다. 물론 기부의 동기는 부끄러워할 일이다. 하지만 이처럼 훌륭해 보이려는 동기가 없다면 인간의 모습은 지금보다 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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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무리 지위가 높은 대통령일지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잘릴 수 있다는 좋은 예를 남긴 역사적인 날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함께 모은 뜻은 어떻게든 국정에 반영된다는 좋은 예를 남긴 역사적인 날이다. 우리나라가 진일보한 느낌을 가져도 될 것 같다.(이건 잡담이 아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