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석 연휴를 앞두고 마음이 무거웠었다. 2박 3일의 일정으로 지방에 가는데 우선 출발부터가 나빴던 것. 케이티엑스(KTX)를 타고 두 시간 가까이 가야 하는데 좌석표를 구하지 못해 입석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서울로 귀가하는 건 좌석표를 구해 놓을 수 있었지만.
2.
시집에서 추석날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갔다. 그때 본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런저런 풍경도 보고.
요런조런 풍경도 보고.
3.
사실 이번 추석 연휴는 ‘편안한’ 정도가 아니라 ‘즐거운’ 연휴였다. 왜냐하면 성묘를 하러 가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었고,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튀긴 알감자’를 먹으며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마셨고, 땀을 흘렸다는 핑계로 시설 좋은 대중목욕탕에 가서 사우나도 했다. 마치 우리 가족은 가족 여행을 다니는 듯했으니 오히려 기분 전환이 되었던 추석 연휴였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를 실천했다고나 할까.
4.
2박 3일의 일정을 마치고 서울에 돌아와서는 집에 짐을 던져두고 친정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딸네 식구를 먹이겠다고 어머니가 만드신 LA갈비구이를 우리 식구는 맛있게 많이 먹었다. 설거지는 (이제 컸다고) 아이들이 했다.
5.
추석 연휴의 바쁜 일정을 마치고 속 시원해 하며 일요일인 어제 한가하게 펼쳐 본 책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행복과 연관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돈이다. 심리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간단하지만 단호하다.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의 양은 매우 미미하다는 것. 다시 말해서 부자가 보통 사람들보다 더 행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가난은 행복하지 못할 가능성을 크게 만든다. 돈이 없으면 불행해질 수 있지만,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을 보장받지는 못한다.(254쪽)
- 김경일 저, <지혜의 심리학>에서.
6.
만약 내가 로또 복권에 당첨이 돼서 돈을 벌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막대한 재산가가 되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렇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해 봤다.
우선 남편은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려 하지 않고 외제 골프채를 사서 외국으로 골프를 치러 다닐 것이고, 딸들은 취직이니 미래 따위엔 관심이 없고 사고 싶은 명품에 눈독 들이며 쇼핑하길 좋아할 것이고, 나는 자존심이 다칠 때가 있는 직장을 당장 때려치우고 집안일을 할 사람을 두고 게으르게 살 것이다.
하하하~~~. 그러니 재산가가 되면 안 될 것이야...
부자들도 돈을 버는 일에 재미를 느낄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부자가 아니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돈 버는 재미를 느끼며 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본다. 물론 이것은 ‘부자가 아닌 자가 위안으로 삼는 것에 지나지 않음.’일 것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