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에 있었던 일이다. ATM을 통해 통장 정리를 해 보니 19,900원이 입금되어 있었다. 누가 보낸 돈이지? 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바빴다. 통장을 자세히 보니 ‘찾으신 금액 난’에는 0616이라고 씌어 있었고, ‘맡기신 금액 난’에는 19,900이라고 씌어 있었고 ‘거래 내용 난’에는 신한은행이라고 씌어 있었다. 입금된 날짜는 6월 17일이었다.
하나 짚이는 일이 있었다. 6월 16일에 농협 ATM을 사용하고 나오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신한은행의 체크카드를 발견했던 일이다. 누군가가 실수로 떨어뜨리고 간 모양이다. 체크카드 주인이 나중에 찾으러 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 체크카드를 주워서 ATM 위에 놓고 나왔다. 그런데 찜찜했다. 주인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 체크카드를 발견해서 나쁜 마음을 먹고 사용하면 어쩔 것인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일로 속상해 할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니 체크카드를 그대로 둘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 체크카드를 손에 쥐고 신한은행으로 전화해서 분실 신고를 해 주었다. 신한은행 측에서 체크카드에 씌어 있는 번호를 불러 달라고 해서 불러 주었으니 그 체크카드는 ‘사용 정지’가 될 터였다.
그러니까 의아하게 생각했던 19,900원은 은행 측이든지 카드의 주인 측이든지 둘 중 한쪽이 분실된 체크카드를 신고해 줘서 고맙다는 뜻으로 내게 송금한 포상금이라고 해석이 되더라는 얘기다. 그 증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신한은행이라고 씌어 있던 것(그 분실된 체크카드는 신한은행의 것이었다). 둘째, 암호처럼 0616이라고 씌어 있던 것(분실 신고를 해 준 날이 6월 16일이었다). 그리고 왜 하필 19,900원인가 하는 건 이렇게 해석했다. 그 체크카드의 통장에 199,000원이 들어 있어서 그 10프로의 금액을 산출한 것이라고 말이다. 잃어버린 돈의 액수의 10프로가 포상금으로 생각했던 것. 의심의 여지가 없지 않은가. 만약 포상금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19,900원을 내게 보내온단 말인가.
그런데 아니었다. 포상금이 아니었다. 모든 정황이 포상금임을 말하고 있는데 그건 진실이 아니었다. 어떤 문자를 폰으로 받고서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내가 지하철을 탈 때 사용하는 교통카드가 고장 나서 해당 업체에 접수한 적이 있는데 그 교통카드에 담겨 있는 금액과 카드 자체의 값을 합한 금액이 19,900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포상금이 아니라 고장 난 교통카드에 대해 환불 처리가 된 금액이었던 것이다.
모든 정황이 무엇을 말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할 뿐, 진실이 아닌 경우가 이 세상에 얼마나 많겠는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착각과 오해를 하며 사는 것일까. 이런 교훈을 주는 에피소드였다. ˝사실은 없다. 해석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니체의 말을 곱씹게 되는 에피소드였다. 좋은 일을 했더니 복을 받더라, 하는 교훈을 주는 에피소드인 줄 알았더니 아 니 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