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석사 논문을 쓰려고 준비 중인 동료 쌤이 논문에 대해 조언해 달라고 카톡 문자를 보내왔다. 일단, “제가 조언할 자격이 있나요?”라고 겸손을 깔은 답장을 보낸 뒤에 이어서 “으음... 논문에 대해 말씀 드리고 싶은 게 있다면...”으로 시작하여 조언하는 답장을 보냈다. 인간의 특징 중 하나가 잘난 척하기를 좋아함이라고 보는데,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하던 지랄도 멍석 펴 놓으면 안 한다.”라는 속담이 있지만 나는 잘난 척할 수 있는 멍석을 누군가가 펴 놓으면 대체로 잘난 척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 나중에 후회하는 형이다. ‘그렇게 잘난 척을 하는 게 아니었어. 모자라.’라고.

 

 

논문에 대해 내가 조언한 것 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잘 쓴 논문을 많이 읽어라. 그것들을 읽고 분석하라. 각 논문에서 자신이 배울 것이 어떤 것인지 꼼꼼히 짚어가며 다시 읽어라. 둘째, 자신이 쓰려던 논문과 가장 형식이 비슷한 논문을 찾아 읽어라. 예를 들면 ‘인터넷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쓰려고 한다면 ‘텔레비전 방송의 순기능과 역기능’이란 논문을 찾아 읽으면 된다. 잘된 논문을 보면서 그 형식을 배우기 위해서다. 목차만 봐도 도움이 된다. 셋째, 자신이 쓰려던 논문과 가장 내용이 비슷한 논문을 찾아 읽어라. 이번엔 ‘형식’이 아니라 ‘내용’을 배우기 위해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고의 영역이 넓혀지고 창의적인 방법이 생긴다.”

 

 

이런 식으로 쓰고 나서 마지막으로 덧붙인 게 있는데 이게 사실 가장 중요하다.

 

 

틈틈이 논문을 쓰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논문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날마다 아침을 먹고 나서 두 시간 이상씩 논문을 쓰고 하루를 시작하라. 출근하는 날이면 두 시간 일찍 일어나서라도 써라. 이런 마음가짐이어야 논문을 빨리 완성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쓰고 나니 한 가지 깨닫게 되는 게 있었다. 내가 보낸 카톡 문자의 글에서 ‘논문’이란 글자를 ‘글’로 바꾸기만 하면 내가 나에게 해 줄 말이었다는 걸 깨달았던 것.

 

 

‘논문’이란 글자를 ‘글’로 바꾸어서 옮겨 본다.

 

 

“첫째, 잘 쓴 글을 많이 읽어라. 그것들을 읽고 분석하라. 각 글에서 자신이 배울 것이 어떤 것인지 꼼꼼히 짚어가며 다시 읽어라. 둘째, 자신이 쓰려던 글과 가장 형식이 비슷한 글을 찾아 읽어라. 예를 들면 ‘인터넷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쓰려고 한다면 ‘텔레비전 방송의 순기능과 역기능’이란 글을 찾아 읽으면 된다. 잘된 글을 보면서 그 형식을 배우기 위해서다. 셋째, 자신이 쓰려던 글과 가장 내용이 비슷한 글을 찾아 읽어라. 이번엔 ‘형식’이 아니라 ‘내용’을 배우기 위해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고의 영역이 넓혀지고 창의적인 방법이 생긴다.”

 

 

다음의 글도 ‘논문’이란 글자를 ‘글’로 바꾸어서 옮겨 본 것이다.

 

 

틈틈이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날마다 아침을 먹고 나서 두 시간 이상씩 글을 쓰고 하루를 시작하라. 출근하는 날이면 두 시간 일찍 일어나서라도 써라. 이런 마음가짐이어야 글을 빨리 완성할 수 있다”

 

 

하하~~.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지 않으니까 이곳 서재에 글을 자주 올리지 못했던 것이다. 모든 게 그럴 것이다. ‘틈틈이’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론 뭐든 성공하기 어려운 법이다. 

 

 

현재 나는 독서와 글쓰기를 틈틈이 하고 있다. 물론 언제나 그렇게 살겠다는 건 아니다. 미래라는 시간 속엔 현재와 다른 모습이 담겨 있으리라고 믿는다.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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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6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6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5-08-2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랜만이어요! 어디 다녀오셨나요?
저도 그 멍석 좋아합니다.
뭐 어쨌거나 그 지랄도 상대가 도움이 된다거나 즐거우면
지랄로 안 보일 거 아니겠습니까?ㅋㅋ
우리나라 속담은 참 거시기 한데가 있어요. 그죠?

물론 정해놓고 지속적으로 하면 좋겠지만 틈틈히 하는 게 어딥니까?
아예 하지도 않는 사람도 있을텐데 말입니다.ㅎㅎ

페크pek0501 2015-08-26 21:47   좋아요 0 | URL
어디 다녀온 건 아니고 22일이 아버지 제사여서 2박 3일 동안 바빴네요.
저보다 어머니가 더 바쁘셨지만 말이죠.
일요일까지 바쁘다가 어제 그제는 일이 있었고 오늘에서야 한가롭게 글을 올렸네요. 지랄, 이 들어가는 속담 좋지 않습니까? 킥킥~~

맞아요. 틈틈이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해도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생각하면 위안이 되지요.

늦여름이 좋군요. 어젠 긴 팔을 안 갖고 나갔더니 춥더라고요. 잠잘 때도 서늘해서 창문을 닫고 잤어요. 이렇게 여름은 또 떠나네요. 여름 가는 건 왜 그렇게 아쉽게 느껴지는지... 더운 건 싫던데 말이죠.

cyrus 2015-08-26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글쓰기라면 논문일 거예요. 졸업논문 쓰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논문 작성에 몰두하는 대학원생을 보면 대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워요.

페크pek0501 2015-08-26 21:52   좋아요 0 | URL
졸업 논문 다 쓰시고 나서 속시원하셨겠어요.
저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글은 논문이라고 보는 바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재미없고 딱딱한 글도 쓰는 사람이 있어야 세상은 잘 돌아가겠지요.
그런 뜻에서 논문 쓰는 사람들을 응원해야 할 것 같아요. 특히 어떤 진실을 밝히고자 논문을 쓰는 학자들을 말이죠.

프레이야 2015-08-27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모닝, 페크님.
규칙적인 습관이 사람을 만들고 삶을 변화시킨다는 흔한 말이 생각나네요.
문제는 실천이겠지요. 다시 결심^^

페크pek0501 2015-08-27 13:08   좋아요 1 | URL
굿애프터눈, 프레이야 님.
하하~~ 다시 결심^^... 저도요.
덥다는 핑계로 게으름이란 푹신한 의자에 안락하게 누워 지냈어요. 얼마나 좋은지... 그러면서 이렇게 계속 살면 안 되는데, 이랬어요.

습관은 위대하지요. 오늘 하루의 일과가 미래를 말해 주기도 하지요.
여름이 가니 저도 그만 게으름이란 의자에서 일어나야 하겠지요?

yamoo 2015-08-30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논문에 대한 페크님의 조언이 인상깊습니다.

저는 학부 4학년 때 논문을 4개나 썼습니다. 졸업논문, 대리논문, 그리고 공모전에 내야할 논문 2개. 하루 4시간 자고 줄창 읽고 쓰니 4개월에 4개를 쓰더라고요..ㅎ

페크pek0501 2015-09-02 16:53   좋아요 0 | URL
아, 님은 능력자시네요. 그런 분을 제가 부러워하죠.
논문 써 보니까 재미없더라고요. 어떤 형식에 맞추어 쓰는 것보단
역시 아무렇게나 단상이나 쓰는 게 제 체질에 맞는 것 같아요.

yamoo 2015-09-03 23:54   좋아요 0 | URL
네...맞아요. 논문 쓰는 건 디게 재미 없어요. 준비하는 기간만 많고...ㅎ
이후로 논문 거의 안썼습니다. 그냥 리뷰 쓰는 게 훨씬 재밌어요..ㅋㅋ

페크pek0501 2015-09-04 09:10   좋아요 0 | URL
동의합니다. 재밌는 걸 써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