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머니가 전화해서 오늘은 친구 집에 놀러 간다고 하신다. 휴우~ 다행이다. 나이 들면 친구가 많아야 한다. 그래야 자식이 편하다. ㅋ
어제 어머니 집에 갔더니 어머니가 우신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우울증 약을 드시는데 효과가 별로 없나 보다. 수면제 없이 잠도 주무시지 못한다. 나의 위로의 말은 소용이 없다. 큰일이다. 나에게 형제라도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형제끼리 서로 의지하며 살면 어머니의 문제도 작아질 텐데. 의지할 형제가 없네. 어머니를 생각하니 삶이 무겁게 느껴진다.
2.
며칠 전, 밖에 있는데 작은애한테서 카톡 문자가 왔다. 언니가 펑펑 울고 있다는 것이다. 무슨 큰일이라도 생겼나 순간적으로 걱정이 됐다. 혹시 나 몰래 남자 친구를 사귀다가 실연당했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부리나케 집에 갔더니 뜻밖의 말을 한다. 어느 회사의 서류 전형에서 합격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울음은 감격의 울음이었다. 여러 번 서류 전형에서 떨어지다가 처음 합격하다 보니 그런가 보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그럴까. 최종 합격도 아니고 서류 전형일 뿐인데 펑펑 울다니. 그러다가 면접에서 떨어지면 어쩌려고. 본인도 붙을 확률보다 떨어질 확률이 더 많다고 말하면서. 요즘 취직하기 어려운 젊은이들의 비애를 본다. 딸을 보니 삶이 무겁게 느껴진다.
3.
최근 내 서재에 방문자가 많아졌고 '즐겨찾기등록' 수가 많아졌다. 이건 좋은 일이다. 그런데 수백 명의 방문자가 내 글을 본 것 같은데 글의 공감 수는 20 전후에 불과하다. 나를 지지하지 않는 분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겠다.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삶이 무겁게 느껴진다.
4.
이런 것들 말고도 내가 디스크로 병원에 다니는 일 등, 삶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들이 몇 가지가 더 있다. 다 얘기하면 내 삶이 구질구질해 보일 것 같아 생략한다.
5.
시각에 따라서 악성 댓글이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그렇게 느끼니 내겐 악성 댓글이다.
댓글 때문에 밥은 잘 먹느냐, 잠은 잘 자느냐 하며 걱정해 주시는 분이 있다.
저의 답변입니다.
“밥 잘 먹고요, 잠도 잘 잡니다. 악성 댓글을 받아서 어머니의 병이 나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받겠습니다. 악성 댓글을 받아서 딸아이가 취직이 될 수만 있다면 기꺼이 받겠습니다. 악성 댓글을 받아서 저의 디스크가 나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받겠습니다. 그분이 악성 댓글을 써서 행복해질 수 있다면 기꺼이 받겠습니다. 앞으로 제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의 마음은 그렇습니다.”
6.
요즘 봄이 얼마나 멋진지 걸으면서 놀라곤 한다. 이렇게 봄이 아름다운 계절이던가 하면서 감탄한다.
푸짐하게 퍼지고 있는 봄 햇살. 살랑살랑 불어와 나의 얼굴을 부드럽게 스치고 가는 봄바람. 고운 빛깔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봄꽃들. 나무들의 예쁜 연둣빛 나뭇잎들.
매년 볼 수 있는 이 평범한 풍경에 마음이 끌리는 것은 나이 때문일까? 50세를 넘고 보니 이 평범함에도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간다. 봄에 걷는 게 참 좋다. 삶이 가볍게 느껴진다. 봄이 주는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