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세이노의 가르침>
“충분히 행복한 운 좋은 사람”이라는 표현은 심리학 교수 다니엘 카네만이 한 말이다. 그는 행복을, 순간기억과 관련지으며 “가장 행복한 사람은 행복해지고 싶어 하는 열망이 크지 않았던 사람”임을 지적한다. 기를 쓰고 행복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 오히려 행복해지기가 힘들다는 말인데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윌리엄 데이먼의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를 보면 그 말이 이렇게 표현된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드물다.”―맞다. “진정한 행복은 사람들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들고, 도전하게 만들고, 빠져들게 만드는 흥미로운 것들과 관련이 있다.”―맞다. 나 역시 여전히 어딘가에 몰입하고 도전하며 빠져드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데 그것이 무슨 커다란 사업 프로젝트를 의미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아내가 사 온 너무나도 특색 없는 유니클로 셔츠를 내가 좋아하는 색상으로 직접 염색하는 것에서도, 우연히 발견한 책에서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글을 발견하는 것에서도,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피아노 연주를 듣는 것에서도 나는 충분히 몰입하고 빠져든다.
행복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며 외부 요인에 의하여 좌우되는 것도 아니고 순간순간 충분히 몰입할 때 찾아온다.―칙센트미하이가 <몰입>에서 강조하는 내용이다.(330~331쪽)
나희덕, <저 불빛들을 기억해>
쓰러져가는 양계장 축사들 사이에 서서 나는 눈을 감았다. 나를 처음 그곳으로 이끌었던 향기를 찾아내기 위해 코끝은 아주 예민하게 허공을 더듬었다. 그러자 그날의 향기가 닭똥 냄새를 비집고 서서히 흘러들었다. 삶이란 이처럼 낡은 축사들 사이에서 맑은 향기 한줄기를 찾아내는 지나한 과정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곳에 오래 서 있었다.(57쪽)
....................추기(追記)
<세이노의 가르침>은 목차를 살펴보고 마음이 끌려 구매했다. 736쪽 분량으로 두꺼운 책인데도 값이 저렴하다. 알차고 유익한 내용이어서 빨리 완독하고 싶다.
<저 불빛들을 기억해>는 오디오북으로 듣다가 좋은 글이 많아 종이책을 구매했다. 저자가 워낙 유명한 시인이라 시집을 갖고 있는데 산문집은 처음 접했다. 시인이 쓴 산문집은 시적인 문장이 있는 게 장점인 반면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 있는 게 단점인데, 이 산문집은 문법에 어긋난 문장이 없어 좋다. 맘에 드는 책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