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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한 처지에 놓인 한 남자가 있다. 그는 프랑스 작가 모파상이 쓴 소설 '승마'의 주인공 '엑토르'다. 그는 가난한 귀족으로서 해군성의 사무원으로 일한다. 결혼하여 아이 둘을 두었고 가난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어느 봄에 엑토르는 과장에게서 업무 할당을 더 많이 받게 되어 300프랑의 특근 수당을 탔다. 그는 이 돈으로 말을 빌려 가족 소풍을 가기로 했다. 예정한 날이 되어 엑토르는 말을 타고 아내와 아이들과 하녀는 마차를 타고 그들은 신나게 달렸다. 그들은 준비해 간 도시락으로 베지네 숲 풀밭 위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들이 돌아올 때 넓은 거리는 마차들로 붐볐다. 그런데 엑토르의 말이 개선문을 지나자 갑자기 제 집을 향해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아무리 속도를 늦추려 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앞치마를 두른 노파가 차도를 건너고 있었다. 기관차처럼 내닫는 말 가슴에 노파가 부딪혀 치마가 허공에 펼쳐지며 굴러 떨어졌다.
이 사고로 엑토르는 경찰서에 가게 되었다. 노파는 65세인 가정부로 밝혀졌다. 엑토르는 그녀의 치료비를 부담하겠다고 서약하고 치료소로 달려갔다. 의사는 노파가 팔다리는 부러진 데가 없으나 내상이 염려된다고 했다. 그는 노파를 요양원에 보냈다. 한 달이 지났다. 노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기만 해서 살이 쪘다. 다른 환자들과 즐겁게 이야기도 했다. 엑토르가 매일 요양원에 찾아갈 때마다 그녀는 움직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노파의 병원비를 대야 했으므로 하녀의 급료마저 큰 부담이 돼 하녀를 집에서 내보냈다. 노파의 병세가 여전히 호전되지 않자 이에 낙담한 엑토르의 아내는 결국 "부인을 이리로 데려오는 게 낫겠어요. 그러면 비용이 덜 들겠지요"라고 중얼거렸다.
이 소설의 결말은 주목할 만하다. 특근 수당을 탄 일로 말미암아 엑토르와 그의 아내는 노파가 회복될 때까지 그녀의 생계와 병간호를 책임지게 됐고 더 가난해졌다. 반면 노파는 몸을 다친 일로 말미암아 당장은 가정부로 일하지 않고도 편히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좋은 일이 나쁜 결과를 낳았고 나쁜 일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
소설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좋은 일로 인해 나쁜 일이 생기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이를테면 재벌가의 아들과 결혼하여 주위의 부러움을 받은 이가 나중엔 이혼하여 자녀와 떨어져 외롭게 사는 신세가 되었다든지, 회사에서 초고속 승진으로 주위의 부러움을 받은 이가 승진한 뒤 업무 스트레스로 큰 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든지 하는 등이다.
이와 반대로 나쁜 일로 인해 좋은 일이 생기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내가 경험한 것도 여기에 속한다. 내가 오래전 소화 불량으로 고생했을 때의 일이다. 병원에 가도 소용없었고 소화제를 먹어도 소용없었다. 소화가 되지 않고 뱃속이 더부룩해 하루에 한 시간씩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걷기 운동을 하다 보니 소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기분 전환이 되었고 걷기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 또 당뇨병, 암 등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도 낮아진다고 하니 걷기 운동으로 일석사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소화 불량 증상이 있었던 것이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요즘 주식이나 가상 화폐에 투자했다가 이득을 보거나 손실을 입은 사람들의 얘기를 듣곤 한다. 운 좋게 투자로 많은 이익을 얻었으나 편안하고 여유롭게 살기는커녕 그 행운이 오히려 화를 불러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예도 적지 않다. 우리가 살면서 겪은 일들을 시간이 한참 지나서 돌아보면 전과는 다르게 생각될 때가 많다. 행운으로 여기던 것이 행운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고, 불운으로 여기던 것이 불운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오는 것처럼 말이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네 인생에서 행복은 불행의 씨앗이 되고 불행은 행복의 씨앗이 된다. 이렇게 행불행의 반전이 있는 것은 우리가 행운을 꿈꿀 필요가 없고 불운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도록 하기 위한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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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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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2120101000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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