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해가 시작되고 일주일이 지나 1월 8일이 되었다. 시간은 쉬는 법이 없으니 내가 어떤 일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에 냉큼 가 버린다. 그럴 때면 ‘이자는 휴일도 쉬지 않는다.’라는 말을 떠올리곤 한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라는 책에 나오는 ‘1만 시간의 법칙’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다. 어떤 분야에 1만 시간만 투자하면 누구나 전문가(프로)가 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1만 시간은 매일 3시간씩 훈련할 경우 약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내가 글쓰기에 보낸 시간이 1만 시간이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겠지만 독서를 한 시간까지 보태면 아마 1만 시간이 넘을 것 같다. 오랜 동안 독서와 글쓰기로 시간을 보내고 나서 내가 깨달은 게 있다. 어떤 분야든 1만 시간을 투자해 노력하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자기 능력의 한계에 도달한다는 점이다. 이것을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자기 한계를 아는 지점까지 왔으니 훌륭한 일이고 이제 그 한계를 뛰어넘을 차례라고 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기 한계를 알고 실망하며 그 안에 머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이제 나의 글쓰기 능력은 여기까지라고 인정했다는 말이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나은 글을 미래에 쓸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았고 이 희망이 있어서 행복할 수 있었다. 지금의 이 지점이 내 자리임을 자각하는 순간이 오자 김이 샌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글을 쓰면 못 쓴 글이 되거나 최고로 잘 써도 지금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 것밖에 안 될 것이니 그 동안이 행복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2.
그래도 글쓰기는 여전히 즐겁다. 바둑을 두는 취미를 가진 사람이 바둑알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내게 있어 글쓰기란 문장을 가지고 노는 시간이다.

 

 

글을 쓰면서 조금씩 알아 가고 있다. 나, 라는 사람에 대해서. 처음엔 글쓰기가 세상에 대해 그리고 인간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라 여겼는데 언제부터인가 글쓰기는 나 자신에 대해 알아 가는 작업이 되고 있다. 

 

 

언제나 어려운 건 글쓰기. 어려워서 할 만한 작업이라 여긴다. 어려워서 애초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나 보다. 

 

 

 

 

 

 

3.
...............

  어느 집에 화재가 발생한 것을 보고도 신고하지 않고 귀찮다며 그냥 지나친 적은 없는가?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집 잃고 울고 있는 어린애를 보고도 바쁘다며 그냥 지나친 적은 없는가? 이웃에서 불길하고 수상한 울음소리를 듣고도 남의 일이라며 그냥 지나친 적은 없는가? 나는 나에게 물어 보았다.
  우리가 인정이 없는 메마른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면, 나는 가해자만 되는 게 아니라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 나의 칼럼 ‘그냥 지나친 적은 없는가’에서 발췌한 것.
...............

 

 

예전에 쓴 ‘그냥 지나친 적은 없는가’를 최근 다시 읽고 나서 생각했다. 남의 불행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것은 최선을 다한 삶이 아니기에 우리가 매일 최선을 다하며 산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고. 

 

 

 

 

 

 

4.
2020년이다. 새해에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랄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있는 나쁜 일을 나만 피하게 해 달라고 기도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건 ‘양심 불량’이기도 하고, 가능한 일도 아니기 때문.

 

 

이렇게 기도할 수는 있다. 나쁜 일이 생긴다면 그래서 내가 불행에 빠진다면 어떻게든 위로 받을 일을 꼭 찾아내게 해 달라고 말이다. 그동안 그렇게 살았던 것처럼.

 

 

 

 

 

 

5.
갱년기가 아직 안 끝난, 지금의 나이가 되고 나니 매우 나쁜 일이 일어나서 내 인생이 엎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갖게 된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큰 행복을 바라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알게 되었으니.

 

 

범사에 감사하며 내 글쓰기가, 내 인생이 엎어지지 않는 2020년이 되기를 소망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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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1-08 15: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몸이 안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전 지금 손목이 안 좋아 서재 활동은 올해도 별로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건강이 안 좋아지니 늘어나는 게 건강 정보입니다.
혹시 뭐 손목에 좋은 정보 아시면 알려주시길...ㅋㅋ
암튼 언니도 올 한 해 건강하게 나시길 바라겠슴다.^^

페크pek0501 2020-01-10 10:08   좋아요 0 | URL
스텔라 님이 몸이 안 좋아지는 것 같다니 위로를 하고 싶네요. 고정 자세로 글을 많이 쓰는 사람들이 건강하기 힘들죠. 작가들이 병이 많답니다. 그래도 위로 찾을 수 있어요. 큰 병 걸리지 않고 잔병치레 하는 것은 몸을 잘 보살펴서 건강하게 살라는 하늘의 뜻이라는 위로.

저는 팔에 병이 있어요. 테니스엘보, 입니다. 가급적 팔을 많이 사용하지 않으려고 조심하죠. 언젠가 며칠 여행을 갔다 왔더니 팔이 다 낫더군요. 집안일로 팔 사용을 하지 않으니 그런가 봐요. 그러다가 또 무거운 걸 든다든지 설거지 등으로 팔 사용이 많으면 팔에 통증이 느껴지죠. 조심하며 사는 수밖에 방법이 없어요. 심하지 않으니 다행이다, 로 스스로 위로하죠.

몸 관리 잘하시고 힘들면 서재엔 짧은 글이라도 올리시면 좋겠네요. 글의 양을 줄이는 것도 몸을 보호하는 방법이에요.

팔을 고정하는 것, 있는데 그걸 끼고 집안일을 할 때가 있어요. 팔을 보호해 주죠.
스텔라 님도 병원이나 약국 가면 손목 고정하는 것(이름을 모르겠네요.)이 있을 거예요. 구입하시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게 지내시길 진심을 듬뿍 담아 바랍니다.


물감 2020-01-08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본격 글쓰기를 한지 몇 년 안된 저로써는 페크님의 1만 시간을 공감하기 어렵지만, 글쓰기는 나 자신을 알아간다는 말이 뭔지 알 거 같습니다. 글을 자주 쓰진 못하나, 하나를 써도 영혼을 갈아넣자는 자세로 임하고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영혼이 남아나질 않네요. 매번 저의 한계를 느끼지만 굳이 한계의 범위를 생각하지 않으려해요. 인정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냥 즐기고 싶어서요. 잘 써지는 날이 있으면 아닌 날도 있는거라 생각하면서요^^

페크pek0501 2020-01-10 10:11   좋아요 1 | URL
영혼을 갈아넣는 자세라... 진지한 글쓰기이네요. 좋네요.
자주 한계를 느꼈습니다만
요즘 느끼는 한계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최종 한계, 하고 해야 할지... 나의 역량의 끝을 안 기분이라고 해야 할지... 그렇습니다. 이 서재 블로그 운영한 지 10년이 되니 그렇더라고요. 물감 님도 10년 해 보시고 나면 제 기분을 이해하실지도... ㅋ

물감 님의 무궁한 발전이 있는 새해가 되길 기원하겠습니다. 더불어 저도 물감 님의 글쓰기를 보면서 힘을 얻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희선 2020-01-09 0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이나 다른 사람을 알고 싶다고 여기지만, 실제 알아야 하는 건 자기 자신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자기 자신도 알기 어렵잖아요 자기 자신부터 시작해 바깥도 잘 보면 좋을 텐데, 사람이 사는 동안 얼마나 그렇게 할지... 그래도 조금은 관심을 가지면 좋겠네요 가까이 있는 사람이나 아는 사람한테... 다른 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은 듯해요 여기 있다는 걸 알게만 해줘도 좋지 않을지...

페크 님 앞으로도 글 즐겁게 쓰시기 바랍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0-01-10 10:14   좋아요 0 | URL
알고 싶은 건 너무나도 많은데 시간과 체력은 한정되어 있고 그렇네요.
자기 자신을 아는 것부터가 쉽지 않아요. 공이 튀듯 때론 제 마음이 어디로 날아갈지 예측불허입니다.

제가 가진 유일한 장기는 꾸준함이니, 꾸준히 독서와 글쓰기를 하면서 배워 나가고 즐기겠습니다.
희선 님도 즐겁게 쓰시면 생의 활력을 얻으시길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카스피 2020-01-09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넵 정말 시간이 금방 지나 가는것 같아요.벌써 1월 9일이네요.페크님 늦었지만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페크pek0501 2020-01-10 10:16   좋아요 0 | URL
카스피 님, 오랜만이십니다.
시간은 정말 쏜 살 같 이, 입니다.
카스피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서로 왕래를 자주 하게 되는 새해가 되길 바랍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0-01-12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가 시작되고 벌써 1월이 중순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음력설이 지나지 않아서 그런지 새해 같긴 해요.
올해도 좋은 계획 잘 세우셨나요.
저는 금방금방 생각나지 않아서 하나씩 계속 써보려고 합니다.
페크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01-13 13:26   좋아요 1 | URL
ㅋㅋ 실천이 안 되어 그렇지 계획은 늘 있답니다. 그래도 계획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게 훨씬 낫다고 봅니다. 길을 잃지 않고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