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견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동안 내가 이 서재에 마이페이퍼를 5백 편이나 올렸다니.
대견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464쪽이나 되는,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1>을 다 읽었다니.
이렇게 자신을 칭찬하면서 사는 게 좋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한 번 해 봤다. 여러분도 해 보시길...
2.
추석 연휴를 보내고 나서 <위대한 유산 2>도 마저 읽어야겠다. 주로 에세이를 읽다 보니 이렇게 흥미가 당기는 소설을 만난 건 오랜만인 것 같다. 읽고 있는 소설이 있다는 게 새삼 좋다.
3.
책을 열 권 이상 병행해서 읽고 있다. 세어 보니 그렇다. 그중 하나가 헤더 히브릴레스키의 <폴리, 나 좀 도와줘>라는 책이다. 고민 상담을 해 주는 칼럼집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가 고민을 써 보내면 폴리가 답변을 해 주는 형식의 책이다. 고민이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답변을 쓰는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글을 읽으면서 내가 위로를 받고 있다는 걸 알았다.
저자는 2001년 블로그에서 시작한 고민 상담 칼럼이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나도 사고력과 통찰력이 있는 글쟁이라서 <페크, 나 좀 도와줘>라는 책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봤다. 그냥 생각만. 이런 생각을 해 봤다고 해서 누군가가 돌을 던지지는 않을 테니.
4.
나의 연애관을 말하라고 하면,
→ 사랑을 할 때는 뜨겁게 하되, 마음 안의 중심은 잃지 않기, 라고 대답하겠다.
연애에 올인하지 않겠다는 뜻인데 그 이유는 연애에 인생의 전부를 거는 사람은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그런데 전부를 걸지 않고 사랑을 뜨겁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일종의 정신병이기에 미치지 않고 사랑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 테니까.
5.
어떤 분이 밤에 쓴 글은 부끄럽다고 글을 써서 내가 다음과 같이 댓글을 썼다.
→ 밤에 쓴 글은 감상적, 감성적이기 쉬워서 공개는 그 다음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건 저에게 하고 싶은 말. 그러나 그런 글이 솔직해서 좋을 것 같다는 건 남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입니다. ㅋ
솔직한 글이 좋은 건 알겠는데 내가 글을 쓰면서 마냥 솔직하다간 큰일 날 것 같다.
6.
<당신의 눈은 믿을 수 없다>라는 책이 있다는 걸 어제 알았다.
난 내 눈도 믿지 않고 내 기억도 믿지 않는다. 착시 현상을 경험한 적이 있고, 내 기억이 엉터리였다는 걸 경험한 적이 있어서다.
결론은 나는 나를 믿지 못한다는 것.
7.
최근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서치>라는 영화인데 요즘 시대가 아니면 만들기 불가능한 영화다. 어느 날 갑자기 딸이 사라졌고 그 사라진 딸의 SNS를 뒤져서 딸의 행방을 찾는 아버지의 모습. 이 영화를 보면서 SNS의 편리함보다 섬뜩함을 느꼈다. 과연 우리는 굉장히 자신을 노출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확인했다.
8.
아무 생각 없이 자기가 사는 시대의 문화를 그대로 따라가는 태도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주위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나도 해도 되나 보다, 하고 생각해 버리는 태도. 옳고 그름을 따져 보지 않는 태도. 이런 태도가 문제라는 것.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 나쁜 원칙과 제도와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다. 제도는 날씨처럼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조지 버나드 쇼가 말한 것을 기억해 놓기로 한다.
9.
루소의 글을 팟캐스트에서 듣고 루소가 자기 아이들을 고아원에 보낸 걸 이해하게 되었다. 잘못 생각했다고 시인한 대목에서 뭉클했다. 나쁜 마음으로 그런 건 아니라 오판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난 믿는다.
10.
어제 동아일보(2018. 9. 20.)에 난 기사를 읽고 반가워 밑줄을 그었다. 올해 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포드의 나이가 74세. 아! 70대 중반에도 글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
글쓰기로 먹고 살 수 있으려면 아주, 아주, 아주 운이 좋아야 하고 그에 비해 재능은 생각보다 덜 중요하다고, 그가 말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일부 동의할 수 있겠다.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해서 모두 뛰어나게 글을 잘 쓰는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가 말한 것 중 내가 밑줄을 그은 것을 옮겨 본다.
“소설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해답을 찾는 것이 부적절해 보일 때 우리 모두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 중요한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것”
“사실 작가로서 내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무엇이 좋은지’ 정의하는 것이다.”
문학은 우리에게 왜 중요한가, 에 대한 그의 대답 :
“영국의 비평가 프랭크 레이먼드 리비스의 말을 인용해 답하겠다. ‘문학은 감각적이고 도덕적인 삶을 새롭게 살도록 하며 새로운 관점을 배우게 하는 최고의 수단이다.’ 나는 언제나 이를 목표로 글을 쓴다.”
원문을 읽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http://news.donga.com/3/all/20180920/920899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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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쇠고 오겠습니다.
모두들 추석을 즐겁게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