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난민 문제에 봉착하였다. 내전 중인 예멘의 난민 500여 명이 현재 제주도에 와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수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인도적 차원에서 마땅히 난민들을 수용해야 한다고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든 상황인데 왜 우리가 난민들을 수용해야 하느냐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쪽이 옳은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나는 어떤 글이 떠올랐다. 저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어선 경험을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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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물한 살이다. 2년 전에 결혼했고, 내게는 넉 달 된  어린 딸이 있다. 11월의 어느 저녁, 우리는 ‘월경 안내인’을 뒤따라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사이의 국경을 넘는다. 월경 안내인의 이름은 요세프이고 나는 그를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아이들을 포함해 열 명 남짓의 사람들로 구성된 무리다. 나의 어린 딸은 아이 아빠의 품에 안겨 잠들어 있고 나는 두 개의 가방을 들고 있다. 둘 중 한 가방에는 젖병과 기저귀, 아기에게 갈아입힐 옷이 있고 다른 가방에는 사전들이 들어 있다. 우리는 요세프의 뒤를 따라 약 한 시간가량 침묵 속에 걷는다. 거의 완벽한 어둠이다. 가끔 조명탄이나 탐조등이 사방을 밝히고, 뭔가 터지는 소리, 총소리가 들린 후 다시 정적과 어둠이 내려앉는다. (···)

 

우리는 숲을 걷는다. 오랫동안. 너무 오랫동안. 나뭇가지들이 우리의 얼굴을 할퀴고, 우리는 구멍에 빠지고, 낙엽이 우리 신발을 적시고, 우리는 뿌리에 걸려 발목을 접질린다. 휴대용 램프를 켜봤자 그것은 조그만 동그라미만큼을 밝힐 뿐, 나무들, 여전히 계속되는 나무들, 그렇지만 우리는 벌써 숲에서 빠져나왔어야 한다. 우리는 계속 같은 곳을 맴도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 아고타 크리스토프, <문맹>, 68~70쪽. 
...............

 

 

공교롭게도 오늘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라고 한다.

 

 

 

 

 

 

 

 

 

 

 

 

 

 

 

 

저자는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로 유명한 작가이며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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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8-06-20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오늘이 난민의 날이군요...
제주도민 치카님 글 읽으니 정리는 되는데 심난하네요. 저도 수용의 입장이지만...

페크pek0501 2018-06-20 23:15   좋아요 2 | URL
저도 외국 소식이 보도될 땐 수용이 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우리나라 문제가 되다 보니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제주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끼는 제일의 관광지이다 보니 우리만의 고유한 섬으로 두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찬성이냐 반대냐를 누르는 사이트에서 고민하게 되어 못 눌렀어요.

결정이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stella.K 2018-06-20 18: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트럼프는 난민에 대해 무관용으로 강력한 정책을 피겠다는데
전 이 트럼프란 인물이 참 흥미롭더군요.
나중에 이 사람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요?

요즘 <문맹> 많이 읽는 것 같습니다.
아직 <존재의 세 가지...>도 읽지 못했는데
저는 언제 이 책들을 읽을지 모르겠습니다.ㅠ

페크pek0501 2018-06-20 23:21   좋아요 2 | URL
원래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미국우선주의 정책을 펴겠노라고 했으니까요. 미국을 위해 국가이기주의자가 되겠다는 거죠.
저도 트럼프가 흥미로워요. 나중에 책을 찾아봐야겠어요. ㅋ 상대와 몇 초만 얘기를 나눠 봐도 신뢰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니 그 비결을 알고 싶어요.

<문맹>은 얇아서 한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별로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니에요. 이것보다 <존재의 세 가지~>가 더 나은 것 같아요.

읽을 책은 많고 시간은 없고 그렇죠?

요즘 날씨가 참 좋은 것 같아요. 밤 산책을 하고 왔는데 가을 바람이 느껴졌어요. ㅋ

cyrus 2018-06-21 14: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주도에 채류 중인 난민 중에 여성이 있었어도 저는 반대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 외국인 이주 여성들의 차별과 불평등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내 정책이 미흡합니다. 우리나라는 난민ᆞ이주 여성들이 살아가기에 열악한 사회구조입니다. 차별과 불평등이 남아 있는 사회구조를 개선하지 않은 상태에서 난민과 이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나이브해요. 난민ᆞ이주자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이게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난민ᆞ이주자를 받아들이면 또 다른 문제들이 계속해서 나올 거고, 난민 혐오ᆞ제노포비아는 확산될 것입니다.

페크pek0501 2018-06-23 17:25   좋아요 0 | URL
이주 남성들도 살아가기에 열악한 환경인데 여성은 더욱 그렇겠지요. 그 다음 기사를 보니 여성도 있다고 하네요.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 이주 반대를 지지하지도 못하겠고, 여러 문제 때문에 받아들임을 찬성할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어요.

제일 좋은 건 내전이나 전쟁이 종식되어 이주자가 발생하지 않는 세상이 되는 것인데 말이죠. 어렵습니다.

좋은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2018-06-21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23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