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데노믹스 - 네트워크 시대, 확산과 전염의 경제학
톰 헤이스 지음, 이진원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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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기의 구입 비용이 하락하자 사람들은 이제 '디지털 격차'에 대해 걱정하기보다 '참여의 불평등'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28)'참여의 불평등'을 말하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온라인상에서 활동해 왔던 사람들과 새롭게 온라인에 접속한 사람들 사이의 활동 무대가 동등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28,29쪽

앞으로 다가올 혁명을 통해 소비자들은 '수용자'의 자리에서 벗어나서 '연결자'로 변신하면서 이러한 상황은 또 다시 바뀔 것이다. 네트워크 인프라가 자리를 잡으면서 사람들은 이제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 이상의 능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정보를 평가하고 재구성할지, 정보에 부가치를 부여할지, 정보를 네트워크 내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수용자로부터 연결자로의 이러한 힘의 이동은 다음 경제를 이끌어 가는 동력이다.-49쪽

가장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형식은 바로 '구전'이다. 구전은 다른 사람과 정보를 공유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다. 특히 소문은 구전 커뮤니케이션 가운데 가장 위력적인 방법이다. 소문은 사회학적 차원에서 바이러스의 등가물이다. 다시 말해서 소문은 적절한 여건만 조성되면 사람에서 사람으로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퍼진다.-62쪽

싸이월드의 파도타기처럼 친구되기란 당신의 네트워크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을 '친구'로 바꿔 놓는다는 것을 말한다. 친구되기는 지위와도 관련이 있다. 그 증거로 많은 커뮤니티들이 공개적으(80)로 당신의 친구나 지인 수를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의 인기에 대한 일종의 '예비투표'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누구나 최대한 많은 친구를 갖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된다.-80,81쪽

오늘날의 온라인 게임과 가상 세계는 단순히 아이들이 노는 공간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행동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기회를 창조하고, 상거래를 실행하는 방법들을 가르쳐 주고 있다. 확장 가능성(다중존재감 및 다중인격)의 중요성을 간과할 경우 새로 태동하는 문화의 근본 원인과 다음 세대의 새로운 고객의 세계관을 잘못 읽게 된다.-152쪽

많은 대형 영화 제작업체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파일 공유 서비스인 유튜브를 통해서 만연된 저작권법 위반에 대해서 법적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지만, 저작권을 위반할 수 있는 통로는 이미 크게 열려져 있는 상태다. 따라서 유튜부의 파일 공유를 막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수십 개의 다른 업체들이 유튜브의 공백을 메워줄 것이다. 비메오,아이스팟, 점프컷,아우어미디어, 데일리모션,블립닷tv,v소셜,그루퍼,레버,비디오에그,레보 같은 회사들은 이미 저작권이 의심되는 파일을 포함해서 사용자들이 온라인상에서 비디오를 보거나 공유하거나 편집하거나 게재하기 쉽게 만들어 놓았다.더 이상 중개 기관들을 통제하여 소비자를 통제하려고 해봤자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163쪽

오픈 소스는 지식은 공유되어야 하며,창조적 작품은 집단적 노력을 통해서 개선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다시 말해서 이 철학은 사람들이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서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개선시킬 수 있는 한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연구하고 수정하고 재차 유통시키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165쪽

사람들은 이제 콘텐츠의 생산자이자 동시에 콘텐츠의 소비자이다. 오픈 소스와 p2p파일 공유,리믹스 미디어 매싱이 문화의 기둥이 되었다. -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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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티즌 - 애플리케이션이 만든 신인류
이동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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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티즌'은 애플리케이션 시민(Application Citizens)이라는 뜻으로, 애플리케이션과 시티즌을 조합한 말이다. 스마트폰에서 구동되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감각기관을 확장하고 도시 생활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36쪽

우리가 말하는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에서 구동되도록 특정 애플리케이션 판매 공간에서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여 사(72)용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애플의 경우에는 '앱스토어'에서 유료로 구매하거나 무료로 다운로드 받은 프로그램을 말하며, 구글의 경우에는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다운로드 받은 프로그램을 말한다. -72,73쪽

요즘 애플리케이션은 단순히 속도와 기능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있다. 속도와 기능은 이미 충분히 업그레이드 된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발전은 의미가 없다. 따라서 애플리케이션이 집중하는 것은 속도와 기능이 아니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플랫폼과 그 기능의 확장이다. -74쪽

인터넷에서 되는 것은 모두 다 되는 반면, 스마트폰에서 구현되는 기능을 인터넷이 쫓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이제 상황이 역전된 셈이다. 이쯤되면 애플리케이션이 통합과 융합의 시대적 본질을 가장 잘 이해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84쪽

우리가 말하는 플랫폼은 개인과 단체 혹은 기업이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 하고자 만든 매개체를 의미한다. 그래서 플랫폼은 의사소통의 기준과 규범을 만들어 서로 정보와 아이디어를 교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87쪽

보통 플랫폼은 두 가지 핵심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바로 개방성과 공동체적 성격이다. 개방성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접속하고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공동체적 성격은 플랫폼이 소사이어티가 아니라 커뮤니티적 성격이 강하다는 말이다. -88쪽

과거에는 휴대폰의 기능과 하드웨어 사양을 잘 만들면 팔리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사양이 아니라, 그 플랫폼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개방성과 공동체적 성격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그 플랫폼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사용하고 있는지는 매우 중요한 요소에 속한다. -96쪽

애플리케이션의 조합에 따라 아이폰의 성격은 달라지만. 사용자는 애플리케이션을 자기의 기호에 맞게 설정하는 것이다.(중략)(이하 99페이지) 즉, 애플리케이션은 각기 조합을 이루어서 그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앱티즌의 성격, 성향, 그리고 기호의 상징적 의미까지 완성할 수 있다. 결국 어떤 스마트폰도 똑같은 것이 없게 되고 각각의 스마트폰은 독특한 성격을 갖는다. 애플리케이션은 단순한 웹 프로그램이 아니라 플랫폼으로서 언어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앱티즌들의 다양한 성향이 도출된다.-98,99쪽

트위터는 처음에는 웹사이트에서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에서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되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중에 대표적인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주목할만한 것은 트위터가 빠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트위터는 겨우 140자만 보낼 수 있다. 만약 글자를 더 보내고 싶다면 새로운 창에서 새롭게 입력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장 짧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내는 것도 물론이고, 이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앱티즌의 에티켓으로 통한다.-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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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진화론 - 세상을 바꿀 엄청난 변화가 시작됐다
우메다 모치오 지음, 이우광 옮김 / 재인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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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를 갖추게 되었다. 즉, 자신을 표현할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를 '총 표현사회'라고 부른다. 총 표현사회는 방송국으로 대표되던 기존 미디어의 권위를 흔들 것이다. 아니, 그런 현상이 이미 시작되었다. -24쪽

구글의 본질은 " 이 세상 모든 언어의, 모든 단어의 조합에 의해 가장 적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즉 인터넷에 떠 있는 정보가 그 어떤 언어로 되어 있건 간에 인터넷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정보를 찾아내어 제공해 주겠다는 것이다. -25쪽

앞으로 글과 사진, 말,음악,회화,영상 등 온갖 분야에서 세계 최정상을 가리는 권위 있는 경진대회의 문이 세계 수십억 모든 사람에게 활짝 열릴 것이다. 그리고 이는 궁극적으로 '프로페셔널이란 무엇인가','프로페셔널을 인정하는 권위자는 누가 될 것인가'라는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27쪽

(전략) 미국은 이미 '대번들(bundle)시대'를 맞고 있다. 일반전화와 휴대전화, TV,브로드밴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 서비스 군을 하나로 묶어 제공하는 경쟁이 전화 회사와 케이블TV, 방송국, 할리우드 등을 중심으로 차츰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그러나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 혁신에 의해 지식 세게의 질서가 재편된다는 점이다.-29쪽

구글이 취하고 있는 방식은 '웹 민주주의'다. 구글은 권위 있는 학자의 학설을 중시하거나, 유명 신문사나 출판사의 인정을 받은 글을 높게 평가하는 기존 방식을 모두 배제한다. 구글의 평가 기준은 단 한 가지다. - 전 세계에 산재한, 그리고 매일매일 늘어나는 무수한 웹사이트가 특정 지식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62) 이것이 구글의 웹 민주주의 기준이다. 이 기준으로 구글은 모든 지식을 재편하려 한다. 서로 연결된 웹사이트 간에 오가는 정보를 분석해서 페이지 순위를 결정한다. 오로지 '링크'라는 민의에만 의존해 지식을 재편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인 것이다. 이러한 민주주의 역시 '인터넷의 의지'라고 구글은 믿는다. -62,63쪽

인터넷에는 모조리 읽는 것이 불가능한, 엄청난 양의 정보가 떠 있다. 누구도 그 엄청난 양의 정보를 모두 읽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89)다. 검색 엔진을 사용해서 필요한 것만 골라 읽는다. 흥미로운 정보를 발견한 사이트는 내용이 갱신될 때마다 읽는다. 친구의 사이트나 누군가가 추천해 준 사이트를 북마크해서 읽는다. 또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사이트를 포털 사이트에서 알아내기도 한다. 모두들 이런 식으로 정보를 '취사선택'하면서 읽는다. 이것이 바로 '정보가 스스로 도태'되는 것이다. -89.90쪽

웹 2.0의 본질은 무엇일까. 2005년 중반 무렵부터 널리 쓰이게 된 이 신조어의 정확한 정의에 대해서는 지금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상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 및 기업)를 수동적인 서비스 이용자가 아닌 능동적인 표현자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게 하는 기술과 서비스 개발 자세', 본질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 중에는 서비스 이용자도 있고 서비스 개발자도 있다. 모두가 자유롭게, 그 누구의 허가도 필요 없이 특정 서비스의 발전이나 웹 전체의 발전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 그것이 웹 2.0의 본질이다. -122쪽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 보면(아마존의 웹서비스처럼) 자사의 데이터나 서비스를 개방하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그 주변에서 자유롭게 새로운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는 구조를 준비하는 것이 웹2.0의 본질이다. 고립된 섬과 같은 폐쇄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방적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의 불특정 다수에게 제한 없는 리소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122쪽

롱테일과 웹2.0은 표리일체의 관계이다. 키워드는 '불특정 다수 무한대의 자유로운 참가'다. 그것이 인터넷상에서는, 아니 인터넷상에서'만' 거의 '제로 비용'으로 실현된다. 롱테일 현상의 핵심은 '참가의 자유와 자연도태가 보장되는 구조를 도입하면 그간 알지 못했던 가능성이 나타나고 롱테일 부분이 성장해 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기술적으로 가능케 하는 구조와 서비스를 개발하자는 생각이 바로 웹2.0이다. -130쪽

'치프 혁명'의 주된 내용 1. '무어의 법칙'에 따라 계속 하락하는 하드웨어 가격 2. 리눅스로 대표되는 오픈소스 등장에 따른 소프트웨어 무료화 3. 브로드밴드의 보급에 따른 회선 비용의 대폭 하락 4. 검색 엔진과 같은 무상 서비스의 충실화 -22쪽

방송사라는 것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서 널리 배급하는 존재다. 이를 위해 각 방송사들은 프로그램의 제작과 편집에 필요한 설비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치프혁명 시대를 맞은 오늘날, 방송사의 영상 콘텐츠 제작과 배급 기능은 일반 가정의 컴퓨터와 주변기기, 그리고 인터넷의 기본 기능 안에 모두 들어 있다. 다시 말해 영상 콘텐츠의 제작과 배급이 이제는 방송국만의 특권이 아니라는 얘기다. 누구나 컴퓨터만 있으면 쉽게 만들고 배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22쪽

인터넷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불특정 다수 무한대'의 사람들과 연결되는 데 드는 비용이 거의 '제로0'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30쪽

오픈소스란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컴퓨터 프로그램을 기계언어가 아닌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기록해 놓은 것)을 인터넷에 무상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계의 수많은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그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해 공동으로 작업을 벌이게 된다. 이렇게 대규모 소프트웨어 개발이 지구 차원의 동참을 통해 이루어지는 방식이 바로 오픈소스인데, 여기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이 모두 공개되고, 마치 극장과도 같은 공개적 공간에서 연쇄적으로 혁신이 일어난다.-39쪽

오픈소스의 본질은 '훌륭한 지적 자산의 씨앗이 인터넷에 무상으로 공개되면 세계의 지적 자원들(=소프트웨어 개발자)이 그 씨앗의 주변에 자발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의욕이 충만한 우수한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연결되고 정보가 공유된다면, 사령탑에 해당하는 중앙의 리더십이 없어도 과제가 속속 해결되어 간다'는 것이다. -39쪽

블로그가 사회 현상으로 주목받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질적으로 향상됐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의견을 공표한 적이 없는, 그러나 재미있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까지는 자신의 의견을 손쉽게 발표할 도구를 갖지 못했다. 독자적인 정보력과 해석력을 갖추고 제1선에서 일하는 다양한 직업인들이 "한번 해보자"며 정보를 띄우기 시작한다면 그 내용은 신선함과 흥미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블로그의 수가 수만 개였던 과거와 수백만 개로 늘어난 지금은 블로그의 질이 전혀 다르다. -137쪽

블로그가 사회 현상으로 승화할 수 있었던 두번째 이유가 나온다. 즉 it의 발달로 옥석 구분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개발될 실마리가 발견된 것이다. 아마도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아마추어 필자들의 참여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즉 사람들이 블로그에 몰리게 되면 '아무리 글을 써봤자 읽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글을 쓰면 반드시 누군가에게 나의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139쪽

블로그는 기술이 만들어낸 혁명적 돌파구는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 개인들이 운영하던 일기 형식의 홈페이지와 비교하면 두 가지 큰 기술적 변화가 있다. 첫번째는 글을 콘텐츠 단위로 싣는 블로그의 구조다. 즉 개개의 글(140)에 고유의 어드레스(URL)가 부여된 것이다(이것을 Permanent Link의 줄임말인 퍼머링크라고도 부른다). 개개의 글(140)에 고유한 주소가 부여되면, '해리의 블로그' 혹은 '마이클 씨의 웹사이트'라는 식으로 수많은 정보가 한 뭉텅이로 섞이는 것이 아니라, '제임스 씨의 블로그 중 3월 24일자 글'이라는 식으로 정확하게 끄집어내어 소개할 수가 있다. 웹사이트 전체 내용이 바뀌어도 한번 부여된 글의 주소는 바뀌지 않고 링크가 영원히 지속된다. 웹사이트 단위보다 좀더 작게 분류된 개개의 글이 블로그의 기본 단위다. -140,141쪽

두번째 기술적 변화는 RSS다. RSS는 'Really Simple Syndication'혹은 'Rich Site Summary'의 약자인데, 웹사이트의 갱신된 정보를 요약해 인터넷으로 띄우기 위한 문서 포맷을 말한다. (중략) 웹사이트는 매우 수동적인 미디어다. 사이트의 내용을 갱신해도 누군가가 찾아와 갱신된 내용을 찾아내지 않는 한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따라서 갱신된 정보를 요약해서 띄운다는 것은 정보를 능동적으로 인터넷 상에 알릴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그 결과 블로그에 새로운 글을 쓰거나 사이트가 갱신될 때마다 RSS포맷의 정보(Rss feed)가 인터넷에 자동적으로 뜨게 되는 것이다.-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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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노믹스 - 세계를 강타한 인터넷 문화혁명, 트위터와 소셜미디어 에이콘 소셜미디어 시리즈 1
에릭 퀄먼 지음, inmD 옮김 / 에이콘출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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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가 확산되면 수백만 명의 사람이 동일한 작업을 반복적으로 할 이유(다중 개별 잉여 multiple individual redundancy)가 사라진다. 아기 아빠가 된 소비자가 유아용 의자를 구입할 때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에 있는 14명의 친한 친구들이 경험한 동일한 브랜드와 모델의 유아용 의자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를 찾아냄으로써, 어떤 제품을 얼마에 구매해야 합리적인지를 알아내느라 인터넷을 뒤지거나 백화점을 돌아다니는 데 불필요한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결국 많은 사람의 시간을 절약해준다. 우리가 누리는 소셜미디어의 놀라운 경험은 광고계 종사자나 정치인,대기업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소셜미디어가 만들어낸 가족 간, 친구 간, 회사동료 간, 심지어 일면식도 없는 구성원 간의 쉽고 신속한 정보 공유는 좋은 제품, 훌륭한 서비스를 풍성하게 만들었고 이는 소비자가 승리자인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22쪽

소셜미디어는 정보의 과다한 생산으로 인한 병목현상을 해소해줬다. 얼핏 이해가 안 될수도 있다. 소셜미디어는 실시간 업데이트, 마이크로블로그microblog, 참여형 북마크social bookmark,비디오공유, 사진 댓글 달기 등 우리가 전통적으로 만들어오던 컨텐츠들을 웹 상에서 더 많이 유통시킨다. 다양한 정보의 증가로 사람들을 더 혼란스럽게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일반적인 생각과 반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26쪽

소셜미디어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이 사실 친구들에게 일어나는 모든 사소한 일에 관심을 보이는건 아니다. 물론 모든 글과 사진, 댓글을 읽는 예외적인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용자들은 개인적으로 환경을 설정하고 더 나아가서는 소셜미디어를 읽을 방식을 개인적으로 선택한다. 결국 다른 사람들이 모든 내용을 읽지는 않을 거란 말이다. 이는 블랙베리나 아이폰 사용자가 메시지 수신 설정을 원하는 대로 변경하는 것과 비슷하다. 즉 메시지가 도착할 때마다 진동으로 알림을 받거나, 이 설정을 사용하지 않고 원할 때에 메시지를 한꺼번에 다운로드 받아서 크랙베리 신드롬crackberry syndrome을 피할수도 있다. -28쪽

소셜미디어의 핵심은 계속 연락하고 지내고 싶은 사람들의 근황을 잠깐 보는 것만으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는(28)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까지 파악하고 내 소식도 전하면서 어떻게 살아! 내 시간을 그런 데에 낭비할 수는 없다고!"라고 이의를 제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소셜미디어 활동이 시간낭비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의 핵심가치 중 하나가 '페이스북Facebook' 같은 소셜미디어에 시간을 소비하는 쪽이 사실 더 생산적이다라는 것이기 때문이다.-28,29쪽

인터넷의 최대 강점인 저렴한 비용의 신속한 정보 공유는 또한 최대 약점이기도 하다. 검색엔진이 널리 쓰이면서 사용자는 수조 바이트에 달하는 엄청난 데이터에서 자신이 필요한 소량의 정보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됐으며,앞으로도 검색엔진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가 무엇을 찾는지는 처음부터 알고 있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어버이날 선물 추천'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할 때, 도움이 될 만한 귀중한 정보를 발견할 수는 있지만, 너무 많은 검색 결과로 혼란스러운 경우도 많다. 또한 필요한 정보가 검색 결과의 첫 페이지에 있지 않으면, 그 정보는 있으나마나다. 두 번째 페이지까지 읽어보는 사용자는 5퍼센트 내외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정보의 홍수로 사람들은 정보를 해석하는 도구를 필요로 한다. 소셜미디어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32쪽

친구의 안부를 묻기 위해 월요일 아침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소셜미디어의 빠른 속도 덕분에 우리는 서로의 소식을 재빨리 알 수 있다. 다양한 소셜미디어 도구나 뉴스 수집기aggregator로 업데이트된 소식을 보는 것만으로 이제 친구들이 어디에 있는지, 그 곳의 날씨는 어떤지, 여행을 하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아닌지, 새 강아지를 입양했는지, 행사에 직접 참석했는지 아니면 시청했는지, 그 행사는 어땠는지, 주말이 재미있었는지 등에 대해 잘 알게 될 것이다. -36쪽

소수가 정보와 뉴스를 소유하고 수백만 사람들에게 배포하는 방식에서 수많은 사람이 정보를 함께 하고 소수(틈새시장)에 배포하는 세계로 접어들었다. -37쪽

소셜미디어의 핵심 중 하나는 아이템 태그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략) 태그는 철제 파일 캐비닛에 든 종이 파일 폴더를 정리할 때 쓰는 이름표와 비슷한 개념이다. 기본적으로는 사용자가 나중에 정보를 더 빠르게 찾아보는 데 그 목적이 있지만, 다른 잠재적인 독자들을 위해 인터넷을 카탈로그화하는 데도 매우 유용하다. 태그는 소셜미디어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 태그를 사용하면 사용자끼리 웹 상에 존재하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은 다양한 페이지/기사가 무슨 내용을 다루는지 그들이 적용하는 태그를 이용해 검색엔진에 알려준다.트위터 같은 툴에서는 "#아이다호상원의원"같이 해시태그(#)도 사용한다. -47쪽

도입부에서 언급했듯,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이 더 많은 컨텐츠를 생성할 뿐 아니라 이 많은 양의 정보를 전세계 모든 사람이 웹을 통해 공유하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도와 혼란을 줄이는 역할도 한다. 검색엔진은 태그와 링크의 이름을 찾아보고 종합해 정보의 순위 선정에 도움을 준다.-47쪽

오늘날 다양하고 많은 에디터가 등장했지만, 위키피디아 정보의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정확한 정보 전달이 가능해졌다. 위키피디아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점점 더 정확하고 풍성해질 것이다. 서너 명의 소수 전문가가 만들어 내는 컨텐츠보다 수천 명이 함께 만들어가는 컨텐츠가 더 풍성하고 좋다. 이것이야말로 소셜네트워크의 승리다. -51쪽

인터넷으로 인한 관심사 세분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소셜미디어는 자신의 삶을 타인과 나눌 때 사용하는 도구다. -62쪽

소셜미디어는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이미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혜택을 누리지만 일부 사용자와 기업은 소셜미디어로 생긴 과도한 대중 투명성Mass Transparency으로 인해 통제 불가능한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65쪽

리뷰 사이트에서 개인적으로는 모르지만 비슷한 기호를 지닌 사람을 찾는 것은 새로운 상품 구매시 좋은 방법이 된다. 그러나 그보다 더 논리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자신과 취향이 같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에 포함시켜 놓는 것이다. -74쪽

두번째 변화는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자기 분출 욕구에서 비롯됐다. 사람들은 마이크로블로그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자신의 현재를 알리는 일을 '누가 가장 쿨한 행동을 하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한다. 커피 자판기 앞에 모여 삼삼오오 자기 이야기를 하던 시절은 가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시대가 됐다. -77쪽

정교한 편집과정을 거칠 경우 소셜미디오라티socialmediorati(활동적인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을 가리키는 용어)의 손에 컨텐츠가 들어가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소셜미디오라티는 자신과 연관을 맺을 수 있는 시의성 있는 정보를 원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려서는 안된다. 고품질의 생산물에 시간과 돈을 쓰다보면 후보자와 거리감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소셜미디오라티는 유명 셀러브리티들이 조명이 꺼진 사사로운 자리에선 무얼 하는지, 대통령 후보자가 일상생활에서 가족 등 가까운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트위터에서 애쉬턴 커처, 오프라 윈프리, 샤킬 오닐의 팔로워가 수백만 명에 달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101쪽

우리의 삶에서 소셜미디어가 급성장한 것은 공동체 의식 덕분이기도 하다. 아직 대면 상호교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소셜미디어는 사용자가 스스로 공동체의 일부라고 느끼게 한다. 심지어는 전국적, 전세계적 차원에서 친근한 공동체 느낌을 느끼게 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119쪽

소셜로머스socialommerce의 시대가 떠오르고 있다. 소셜로머스란,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거래, 검색, 마케팅 요소를 포괄하는 용어다. 소셜로머스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중시한다는 단순한 아이디어를 활용한다. 소셜로머스의 진정한 의미는, 미래에는 상품과 서비스를 찾아 다니는 게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가 사람을 찾아온다는 것이다. -131쪽

우리는 '월간 활동적 사용자active monthly user'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 용어는 2007년 페이스북에서 처음 사용한 이후 유명해졌다.과거 대부분의 트래킹tracking은 그저 양에만 연연했다. 즉 특정 웹사이트의 '히트'수가 얼마인가를 중요시했다.그러다가 히트는 특정 페이지의 요소들을 몇 번이나 사용자에게 제공하는가를 세기 때문에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155쪽

소셜미디어는 트래킹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애당초 페이스북은 다운로드 횟수로 최고 애플리케이션을 선정했으나 다운로드는 그다지 타당한 기준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얼마나 활발하게 활동하는가였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만 하고 한 번도 재방문하지 않는 사용자라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에게 큰 가치가 없다.또,100만명이 무언가를 다운로드한 다음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사용자와 개발자 모두에게 무의미한 일이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활동적 사용자를 추적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었다.-155쪽

2008년 ESPN 채널은 남들보다 먼저 소셜노믹스의 장점을 알아채고 실천에 옮긴 사람들이 있었다. 가상 미식축구 게임 '판타지 풋볼'의 인기가 날로 커져가고 있을 때였다.ESPN은 판타지 풋볼 경기의 방송분량을 조금씩 늘리긴 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판타지 풋볼 전문가 매튜 베리와 네이트 라비츠는 대중이 더 많은 정보와 컨텐츠를 요구하고 있음을 알았다. 둘은 abc/espn방송국의 경영진에게 방송시간 배정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tv방송 시간이 늘어나가나 회사 차원의 지원을 약속받지는 못했지만 <판타지 풋볼 투데이>라는 팟캐스트PODCAST 제작 허가를 받아냈다.-186쪽

<판타지 풋볼 투데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애플의 아이튠즈에서 다운로드 순위 20위권에 진입했다. 이정도만 해도 큰 성공이었지만 팟캐스트 제작은 아직 부업 차원일 뿐이었고, 회사의 관심을 끌어 더 큰 지원을 얻어내기에는 수익이 부족했다. 바로 이 시기에 베리와 라비츠는 두 가지 아주 혁신적인 시도를 했다. 그 결과,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소셜노믹스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됐다. 후원사를 광고 차원에 머물지 않고 프로그램 내용의 일부가 되게 했을 뿐 아니라, 청취자가 방송용 컨텐츠 제작에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186쪽

ESPN이 사용한 기발한 전략은 7가지로 요약된다. 1.<판타지 풋볼 투데이>는 슈퍼 팬이 돼야 하는 이유를 구구절절하게 써 보내준 수백 명의 열혈팬을 얻었다. 슈퍼 팬에 선발되지는 않았지만 재미있는 사연 중 상당수는 방송컨텐츠로 활용됐다.2.선발기준 결정 시 청취자의 의견을 들음으로써 폐쇄된 스튜디오에서 방송 진행자와 스태프끼리 만들어내는 것보다 참신한(196)아이디어를 얻었다.특히,지원자는 암 퇴치를 위한 지미 브이 재단에 기부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는 프로그램의 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196,197쪽

선발된 슈퍼 팬들은 전문 리포터가 됐고 팀의 열렬한 팬으로서 다른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소식을 팬의 관점에서 전달했다. (중략) 7. 총 32명의 슈퍼 팬들도 각자 소셜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고,자기가 방송을 타는 날이면 지인들에게 자기가 나오는 방송을 들어봐 달라고 부탁했다.-197쪽

TV가 제공하는 방송 서비스가 인터넷 채널로 빠르게 이동하는 이유를 고민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는 인간의 사회성이다.이제는 스포츠 경기를 보고 있으면서 게임 진행상황을 내 소셜네트워크에 쉽게 알려줄 수 있고 친구들에게 함께 보자고 초대할 수도 있다. 실시간으로 게임을 평가하면서 채팅도 할 수 있다.-221쪽

매달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케이블 방송을 버리고 인터넷 접속만으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의 시청을 해결하려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222쪽

유리의 성 세대(GLASS HOUSE GENERATION)- 소셜미디어의 사용으로 인해 약간의 검색만으로 개인의 삶을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는 의미.-249쪽

광고주 입장에서 볼 때 소셜미디어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사용자의 연령, 거주지, 직업 같은 기본정보와 취미, 그룹 활동, 인맥, 관심분야 등의 심리통계학적 정보를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중략)이제 인물의 상황이 변하면 광고 메시지도 사용자의 생활방식에 맞게 바뀐다.-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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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를 보는 남자
임영태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5년 10월
절판


나는 커피포트에 물을 부어 놓고는 밖으로 나가 현관 옆의 반납가에서 비디오테이프를 꺼내온다. 전부 여덟 개. 나는 담배 한 대를 빼물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의 파워 버튼을 누른다. 팍. 모니터가 정전기 현상으로 반짝거리고 나자 우우우웅 먼 들녘의 매운 바람소리 같은 팬 작동 소리에 이어 컴퓨터 하드 디스크가 돌아가고 화면에는 프로그램 로고가 나타난다. 엔터키를 치자 메뉴 화면이 뜬다. 이어서 제법 날렵하게 움직이는 내 손가락들, 나는 반납 화면으로 전환하여 반납기에서 빼온 테이프 번호를 입력하기 시작한다. 1294,725,384,588(오팔팔이군!),603,2605,1751,322.
-12쪽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어제 들어온 신간 테이프 하나를 진열장에서 꺼낸다. 영업 사원이 왔을 때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들여놓은 대만 영화다. 좋은 영화는 가능하면 구입해 놓자는 내 어줍잖은 자존심이 시킨 일이다. 이 영화는 그럴듯한 상도 받았고 비평가들의 평도 좋은 편이지만 그런 건 고객들의 선택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아카데미 상이라면 모를까 칸느영화제 감독상이나 비평가협회 선정 최우수 작품이니 하는 배경들은 오히려 고객들을 '앗 뜨거!'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당신을 졸리게 할지도 모릅니다 - 대개의 고객들은 그 안내문을 그런 식으로 해독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붙여 자켓 헤드에 박힌 광고문이라니, '산해진미와 삶의 휴머니티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휴머니티를 만나자고 비디오 가게에 오는 사람은 없다. -13쪽

게다가 고객들은 대만 영화에는 익숙하지 않다. 감독도 배우도 낯설고, 무슨 화끈한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요약된 줄거리에서 풍기는 건 딱 청소년 대상 교양 문예물의 인상이니 누가 거들떠 보겠는가. 이(13)테이프 역시 대여 횟수 4회에 그쳤던 지난 번의 [로빙화]처럼 본전 뽑기는 힘들 것만 같다. 대만 영화로는 [결혼 피로연]이 그나마 본전에 접근했을 뿐이다. -13,14쪽

나는 가게 안에 손님이 있으면 영화를 보지 못하는 체질이다. 자꾸 신경이 쓰인다. 같이 앉아서 보는 거라면 상관 없지만 뒤통수에 손님을 놔 두고는 영 집중이 안 되었다. 또 하나, 나는 손님이 테이프를 고르다 말고 영화를 힐끔거리기라도 하면 이상하게 화가 치민다. 어쩐지 그런 행위는 감상자인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아니면 영화에 대한 예의가 아니든가. 그렇다고 내가 영화를 유별나게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다만, 진득히 계속 보는 것도 아니면서 껄렁하게 하면을 기웃거리기나 하는 그런 눈길들이 싫다.-15쪽

청년은 신간 진열대에 달라붙어 열심히 이것저것 테이프를 꺼내보기 시작했다. 화끈한 액션물을 좋아하는 청년이다. 나는 청년이 어느 테이프를 고를 것인지 예상할 수 있었다. "새로 나온 게 별로 없네요?" 그렇게 말하는 청년은 이미 하나는 골라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월말과 월초에는 테이프가 들어오질 않아요. 며칠 지나면 볼 만한(26) 게 많이 들어올 겁니다." "스티븐 시갈 꺼는 새로 나온 것 없어요?" "그 사람은 영화가 많지 않아요. 죽음의 표적은 보셨나요?" "아휴, 그거야 옛날에 봤지요. 액션은 정말 시갈이 끝내주는데...전에 어느 글에선가 보니까 반담도 시갈이 자기보다는 한 수 위라고 말했더라구요." 청년은 내가 예상한 테이프를 뽑아 뒷면의 줄거리를 읽고 있었다. "한 수 위니 어쩌니 해봐야 영화배우들끼리의 얘기일 뿐이지요." 내가 조금 심드렁하게 받아주자, "아니예요!"-26,27쪽

그 무슨 불경한 소리냐는 표정으로 청년이 얼굴을 돌렸다. "반담은 가라데 유럽 챔피언이었어요. 그리고 시갈은 백악관 경호실의 무술 사범이었구요. 둘 다 실제로도 쟁쟁한 무술 고수들이라구요." 그건 나도 아는 이야기였다. 그동안 비디오 잡지를 열심히 들여다본 덕분에 그런 식의 스타들의 뒷배경은 나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갈이 백악관 무술 사범이었다는 건 내가 알기론 불확실한 정보였다. -27쪽

나는 영업 사원이 들고 온 일곱 개 중에서 네 개를 들여놓았다. 총 갯수로는 다섯 개였다. 우선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주연한 액션물은 생각해 볼 것도 없이 두 개를 집어들었고, 이연걸 주연의 홍콩 느와르는 하나를 할까 두 개를 할까 망설이다가 일단 하나만 들여놓기로 했고, 자켓 그림에서부터 색정 내음이 농염한 이태리 에로물 하나, 그리고 죽은 친구의 원수를 갚아주는 격투기 영화 하나였다. 격투기 영화를 들여놓은 건 조금 찜찜했다. 한때는 그런 비디오가 잘 나갔다고 하던데 요즘엔 격투기에 대한 반응이 시들했다. 내가 근래에 보았던 몇 편도 줄거리가 너무 상투적이었다. 싸구려로 양산해낸 영화는 고객들도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 일단 자켓에 쓰여진 현란한 광고 카피에 기대보기로 했다. 한데 이 비디오 보급처가 '스타맥스'이고보면 카피도 믿을 건 못 된다. '스타맥스'에서 나오는 것들은 대체로 광고 카피에 허풍이 심한 편이었다. 이 회사에서는 출시되는 모든 비디오에 '최고의','최대의','숨막히는','완벽한' 등등 온갖 그럴싸한 수식어는 다 동원시킨다. -39쪽

가게를 연 초기에는 대여해 간 테이프 중간에 가끔 엉뚱한 것이 녹(39)화되어 돌아오고는 했다. 테이프에 녹화가 조금 돼 있다고 물어내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테이프를 새로 들여놓을 수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고 대여해 갔던 고객들은 테이프를 반납할 때면 투덜거리고, 보통 골치 아픈 게 아니었다. 내 하소연을 드은 영업 사원은 빙긋이 웃으며 아주 간단한 처방을 알려 주었는데, 그것은 신간을 구매하자마자 테이프 아래의 탭을 제거해 놓으라는 것이었다. -39,40쪽

근방에 아파트를 끼고 있는 목 좋은 가게에서는 빅히트 영화인 대박 테이프는 여러 개씩 들여놓고는 한다. 하지만 수입이 시원찮은 내 가게로서야 아무리 대박 프로라 해도 두 개 이상 구입한다는 건 무리였다. 가뜩이나 들어오는 손님마다 볼 만한 비디오가 없다고 투덜거리는데, 어차피 반짝하고 나면 구프로가 되어 밀려날 테이프를 한 종류만 여러 개 구입할 수는 없었다. 사정이 그러하고 보면 테이프나 빨리 돌려야만 예약하고 기다리는 고객들에게 불평을 사지 않을 터인데, 1박 2일의 대여 기간을 지키기는커녕 열흘씩 자기 안방에 테이프를 방치해 두는 고객들이 있게 되면 영업에 막대한 지장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대박 프로를 대여해 간 집부터 시작해서 열세 집 모두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큰 맘 먹고 반나절이나 소비했음에도 테이프 회수는 반타작에 그쳤다. (중략)이사 가버린 집이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비디오 가게를 시작한 지 이제 겨우 석 달인데 그동안 떼어 먹힌 테이프가 열 개도 넘었다. 한번은 중간에 이사간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가짜 주소를 적어놓고는 떼어 먹는 사람도 있었다. 그 후로는 가게에 처음 오는 사람에 대해서는 필히 주-52쪽

민등록증을 확인하였다. 가게를 개업한 초기에는 기껏 비디오 하나 빌려주면서 주민등록증 제시를 요구한다는 게 계면쩍기만 하여 상대가 불러주는 대로만 적어 두었던 것이다. "제가 떼어 먹을 사람같이 보여요?"(52) 가끔은 그렇게 노골적으로 마뜩찮은 표정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아휴, 그럴리가 있나요. 그저 형식적인 겁니다."-52,53쪽

가게 안에는 '대여 기간을 넘길 시 하루당 5백원의 벌금을 받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데 나는 아직 한 번도 벌금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나뿐 아니라 모든 비디오 가게가 벌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못하는 것이다. 천하에 야박한 장사꾼 놈이라고 욕이 들어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 역시 이 나라가 아직은 신용 사회가 못 된다는 증표이다. -53쪽

저녁엔 요 며칠을 통틀어 가장 손님이 많았다. 대목의 계절이 시작된 걸 느낄 수 있었다. 비디오 가게는 여름과 겨울이 성수기이다. 여름엔 학생들의 여름 방학과 직장인들의 휴가가 있고, 겨울엔 겨울 방학과 이런저런 연휴들이 많다. 그리고 기나긴 밤이 있다. "아저씨 이거 재미 있어요?" 퇴근길에 들른 듯 양복에 가방까지 들고 있는 손님이 테이프 하나를 들어 보인다. 그다지 재미 있다고는 할 수 없는 비디오였다. 나는 언제나처럼 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언제나처럼 대답해 버리고 말았다. "그건 아직 못 봤는데요." 비디오 가게 주인에게 재미를 물어보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65쪽

재미없다고 하면 안 빌려갈 것이 뻔한데, 고루고루 테이프를 회전시켜야 할 입장에서 곧이곧대로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아주 막역한 단골 손님이라면 솔직하게 평해 주기도 하지만 대개는 아직 보지 못했다고 비켜가게 되었다. -65쪽

사실 가게를 낸 초기에는 고객을 끌기 위하여 테이프를 제법 많이 구매했었다. 한 달에 오십 개까지 들여 놓기도 했었으니 그야말로 내 생활비는 염두에도 두지 않은 출혈 구매였다. 그런데 그렇게 많이 들여 놓아도 막상 재미있는 테이프는 별로 없었다. 테이프를 보는 안목이 없어서였다. 시사를 해 보고 구매하는 게 아니고 테이프 자켓의 요약된 줄거리, 일방적인 선전 문구, 몇 개의 광고 화면만을 가지고 즉석에서 판단해야 하는 사정이므로 애초부터 확률이 높은 게임일 수가 없었다. '극장 개봉 화제작'이니 하는 것들은 이미 관객들로부터 검증을 받은 영화이니니만치 어느 정도 믿고 선택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사실 무조건 신뢰하고 들여놓을 수는 없었다.-79쪽

영화 관객과 비디오 관객은 같지가 않은 것이다. 연인끼리거나 혹은 뜻 맞는 친구와 더불어 모처럼 뭉클한 감동에 사로잡히고 싶어 찾아가는 게 영화관이라면, 비디오는 방에서 혼자 뒹굴뒹굴 시간 죽이기 위하여 보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79쪽

자켓 표면의 한정된 정보들을 최대한 다양하게 조합하고 섬세하게 유추해 보아야 하는 그 일은 사실 상당한 논리적 분석력이 요구되는 과정이다. 게다가 그 과정은 영업사원 앞에서 테이프를 들여다보는 1분여의 짧은 시간에 즉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튼 그렇게 되면, 어느 문구가 과장되어 있고 어느 문구가 영화의 핵심인지, 요약 줄거리에 생략된 내용은 대충 어떤 것인지, 캡춰된 몇 개 화면은 영화의 어느 장면과 맞닿아 있는 것인지가 얼추 그려지게 되고, 그러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전개 속도, 주인공의 이미지와 조연급 인물의 역할까지가 선하게 잡혀온다. -80쪽

사람들은 신간이 들어오면 귀신처럼 집어든다. 어떤 사람은 아예 신간이 아니면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예전에 나온 모든 비디오를 다 본 것도 아니면서 그렇다. 올 때마다 신간이 적다고 투덜거리는 게 안쓰러워서(정말 안쓰러웠다)내가 모처럼 마음 먹고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비디오 한 편을 추천해 주자 사내는 대뜸 고개를 저으며 심드렁하니 대꾸했다. "이거 오래 된 거 잖아요?" 마치 쓸모없는 골동품이라도 대하는 태도였다. "영화라는 게 시간 지난다고 삭는 거 아니잖아요?아주 오래된 거라면 지금 취향하고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이건 작년에 출시된 거예요. 재미 있으니까 한 번 믿고 봐 보세요." "에이, 그래도 지난 영화는 어쩐지.. 새로 나오는 것도 얼마든지 많은데 굳이 한물 간 영화 다시 볼 필요는 없잖아요."-81쪽

에로물 일색이다. 방화 진열대에 서는 고객은 대개가 에로물만 찾으니 어쩔 수 없다. 방화 중에도 괜찮은 영화가 많은데 그런 건 영화관에서나 팔린다. [길소뜸],[남부군],[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등 몇 편은 내가 비디오 가게 시작한 이후 아직 한번도 대여란에 입력된 적이 없다. (중략) 에로물이 아니고도 대여가 되려면 영화관을 들썩거리게 만든 영화라야만 한다. [장군의 아들],[결혼 이야기],[서편제],[투캅스]...이 정도면 어지간한 외화쯤 우습게 뛰어 넘는 대박이 되는 것이지만, 그 밖에는(142) [전국구],[시라소니] 등의 호쾌한 액션물이나 되어야 가까스로 본전에 접근한다.-142,143쪽

"처음이냐고 물어보고, 처음일 경우엔 꼭 주민번호를 받아 놔야 돼. 그리고 신프로 빌려가는 사람에게는 대여 기간이 1박2일이라는 걸 환기시켜 주고, 반납 들어온 테이프도 번호는 꼭 적어 나야 돼. 혹시 영업 사원이 테이프 가져오면 일단 다 받아 놔, 비닐은 뜯지 말고, 그리고.."-162쪽

무슨 내용이든 좋다고 했으니 그저 영화 이야기나 할까 합니다. 지금 제 삶의 언저리엔 그것뿐이니까요. 말하고 보니 자신이 꼭 무슨 영화인이라도 되는 것 같군요. 하기야 비디오 가게 주인인들 영화인이라고 못할 것도 없겠지요. 비디오 협회에서도 그러더군요. 우리는 문화 예술 종사자라고.-200쪽

"비디오 가게지요? 테이프가 기계 속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네요. 어떡해야 되지요?" 나는 이름을 물어보고 나서 그대로 놔 두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컴퓨터의 고객 명단으로 무슨 테이프를 빌려갔는가 확인해 보았다. 한창 잘 나가는 테이프였다. 주소를 보았더니 가게에서 멀지 않았다. 마침 한가한 시간이니 가서 테이프를 회수해 오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작은 드라이버 하나를 챙겨 가게를 나섰다. -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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