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에 1번 출연하는 YTN 라디오 옴부즈맨<열린 라디오 YTN> 프로그램의 이번 주 내 작성 원고를 올려본다. '연평도 포격 사건'과 관련하여, 매체 소비 감각과 북한의 관계를 조명해보았다. 방송은 이번 주 토요일에 된다고 한다(손영주 아나운서 진행).
아나운서 : 네. 오늘 <청취자 속으로>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볼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신다면요?
얼그레이효과 : 예. 오늘은 ytn 라디오의 아침 시사 프로그램이죠. <최수호의 출발 새 아침>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이번 주 또한 하나의 주제를 정했는데요. 주제의 이름은 ‘만들어진 북한’입니다.
손 : ‘만들어진 북한’이라. 아마 이번 주 가장 안타까운 소식이었죠. 북한 연평도 포격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요?
얼 : 예. 맞습니다. ‘연평도 포격사건’과 관련하여, ytn 라디오를 들으면서, 제가 이 주제어를 만들어보게 되었는데요. 북한! 이렇게 속으로 한 번 떠올려보면. 솔직히 말해서 그 거리감이 가깝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북한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가끔 적국 중 하나로 소개되거나, 우리나라의 영화에서 일종의 '흥행’을 위한 도구로 더 친밀하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손 : 저도 포함이 되겠지만, 북한을 ‘직접’ 경험하기보다는, ‘매체’를 통해 경험한 세대들에게, 북한의 존재는 아무래도 ‘가깝지만 먼’ 것이 맞겠지요.
얼 : 그런 점에서, 이번 연평도 포격 사건을 보면, 북한을 정말 하나의 ‘실재’로 느끼는 계기가 된 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최수호의 출발 새 아침>에서는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은 이후, 긴밀하게 소식들을 배치해서 알려주고 있었는데요. 특히 전문가 위주의 목소리가 아닌,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당시 그 상황을 상세히 알려주려 한 모습은 좋았다고 봅니다. 인터뷰 대상자였던 어떤 분의 경우, 그 상황을 ‘직접’ 겪고, 그것을 감안한다면 또 상황에 대해 차분하게 전하려는 자세에서 사뭇 놀라움을 느끼기도 했는데요.
손 : <최수호의 출발 새아침>에 소개된 시민들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조금 전 우리가 ‘직접 경험’과 매체를 통한 ‘매개된 경험’에 대한 차이를 이야기 했지만요. 이런 시민들의 생생한 체험담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는 생각, 저 또한 갖게 되는군요.
얼 : 네. 공감합니다. 단, 이렇게 ‘당시 상황’ / ‘현지 상황’을 전달하는 포맷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바로 이러한 목소리들을 진정성있게 전해주려 하는가? 그것은 아마 방송을 듣는 청취자가 느낄 수 있는 것이라 봅니다. 그런 맥락에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한 번 해봤습니다. 그런 엄청난 사건을 겪은 분들, 또 관련 시민들의 능동성, 적극성들에 대한 부각도 중요하다는 것이죠. 일종의 ‘피해자’로서의 시선 처리만이 연평도 주민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것이라 보진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보도의 과잉이 연평도를 한국이란 사회에서 고립되게 하는 효과를 낳는 것은 아닌가. 연평도 이외의 사람들을 일종의 ‘구경꾼’에만 머물게 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손 :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물론 이런 사건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들을 상세히 전하고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보도 태도 안에서 시민의 주체적인 부분들, 상황에 대한 능동적인 자세라고 할까요? 이 사안을 보다 함께 하고, 우리 모두 그 지혜를 짜낼 수 있는 그런 시간을 위한 보도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라 보면 될까요?
얼 : 그렇습니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선 현재 ‘연평도 포격’과 관련한 언론의 주요 프레임을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주로 이 ‘군사적인 ’부분에 대한 강조로 정리되는데요. 교전 수칙을 비롯해서 당시 무기의 고장 상태 여부, ‘확전’ 여부 등등 물론 이러한 소식 중요합니다만, 시민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야 할 건, 이런 상황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민적 프로그램’의 활성화하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이 마치 군대의 정훈교육 내용과 같은 ‘안보확립 프로그램’은 아닙니다. 시민들이 이런 상황을 둘러싼 ‘정치적인 ’맥락을 알고, 매체를 통해 함께 이야기하는 구조를 말하는 것인데요. 사실 이 사안과 관련하여 저 개인적으로는 물론 동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만, 군사적인 맥락의 강조가 비단 이것이 가리고 있는 한국 - 북한 - 미국 - 중국 - 일본 등 이 정치적인 맥락에 대해 시민들이 더 크게 상황을 알고 챙겨볼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손 : 그런 맥락에서 <최수호의 출발 새아침>에 소개된 시민들의 여러 목소리. 그것을 통해 우리가 한 번 고민해볼 수 있는 거리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얼 : 예, 아까 말한 부분이지만 상황을 겪은 사람들의 생생한 ‘현장담’ 또한 중요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현장담’이 일종의 흥밋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 시민들이 이 사안을 둘러싸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 여전히 대두되어야 한다는 것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비롯 다른 매체 영역이긴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사건이 있은 직후, 네티즌들이 정부의 외교 기술, 대북 관련 정책에 대한 진지한 논의들이 있었거든요. 저는 이것이 ‘뜬금없는’ 움직임이 아니라, 이러한 상황을 현명하게 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리라 봅니다. 그런 점에서 <최수호의 출발 새 아침>이 당시 연평도의 상황을 ‘시민의 입장’에서 전해주려 했던 태도는 칭찬을 받아야 하고, 또 장려되어야 하지만 물론 <라디오 스케치>같은 코너가 일부 활용이 되기도 했지만요. 이 사안을 더 크게 볼 수 있는, 그리고 이미 그렇게 보고 있는 시민들의 수준을 담는 노력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그 한계도 느껴졌습니다.
손 : 시민들이 언론을 통해 얻어가야 할 것, 또 시민을 통해 우리 언론이 각성해야 할 것. 계속해서 강조되는 대목이지만 그것은 바로 시민의 공분을 자아내는 듯한 차원의 언론 태도가 아닌, 청취자들이 언론을 통해 더 많은 지혜를 얻어가고, 나누는 과정이 촉구된다는 것이 말씀이신데요.
얼 : 네, 과감하게 말하자면 청취자 입장의 시민들이 연평도 내 부대의 고장 손실 여부, 북한 피해 여부 등을 통해 제시되는 ‘군사적인 ’대목에 늘 가까이 할 순 없죠. 오히려 우리의 일상 속에서 긴밀하게 와닿는 건, 한국과 북한이란 관계 속에서 누적되어 온 사회적인, 문화적인, 정치적인 생각들일 것입니다. 이건 이런 긴박한 상황을 ‘낭만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요. 오히려 우리가 이러한 사안들을 통해 정부의 대응보다 더 나은 ‘지혜로운 시민’의 모습을 기대하고, 그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손 : 어쩌면 우리 시대의 태도를 적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사건의 소비’라는 표현 자주 들을 수 있는데요. 날마다 증가하는 사건의 소비들이 습관적으로 일어나면서, 사건에 대한 놀라움과 잊음. 이런 것의 주기가 놀라울 정도로 짧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 : 그런 구조를 만드는 건, 언론의 역할 크다고 보는데요. 이번 연평도 포격과 관련된 일들이 그러한 상황을 매체를 통해 ‘구경하는 ’사람들의 ‘사건 소비의 틀’에서 단순히 치부되지 않으려면, 시민들의 뇌리에 남을 수 있는 그 참여의 구조들이 정착이 되어야 할 것 같다는 것으로 손 아나운서의 의견을 이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건의 소비’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 “한국이 북한을 이길 수 있는 전쟁 능력이 되나요?” 와 같은 온갖 가정법의 출몰? 또 거기서 개입되는 이상한 음모론의 나열들? 또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이용되는 희생자 놀이? <최수호의 출발 새 아침>을 비롯한 ytn 라디오에 바라는 건, 바로 이런 부분들을 시민들이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많이 만들어주십사 하는 겁니다.
손 : 처음에 이야기했던 ‘만들어진 북한’이란 주제로 돌아와보자면요. <최수호의 출발 새아침>을 통해 시민들이 자신이 ‘직접’겪은 북한의 모습, 또 그것을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접했던 청취자들. 또 그것을 이어주는 언론의 모습. 여러모로 깊은 생각을 갖게 합니다.
얼 : “실제 상황은 스타크래프트가 아니다” 바로 얼마 전 교체되었던 김태영 전 국방장관이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말이었습니다. 인터넷에 주요 검색어로 올라와 있기도 할 정도로, 네티즌들 사이에선 상당히 널리 공유되고 있는 말이기도 했는데요. 저는 이 말이 상당히 우리 시대를 시사하는 의미있는 것이라 봤습니다. 좀 거칠게 말하자면, 우리에게 북한은, ‘스타크래프트적’인 북한일 것입니다.
손 : ‘스타크래프트적’인 북한이라, 흥미로운 표현인데요.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얼 : 이건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네티즌들이 하고 있는 이야기의 형태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를 잘 알지 못하지만, 게임의 구조가 그런 것이죠? 자원을 모으고, 새로운 병기들을 만들고, 서로의 군사적 규모들을 확인하고 등등. 그런 것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인데요.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물론 온라인 / 오프라인 그 대화의 환경은 다르다는 것을 감안하면서도, 특히 저와 같은 젊은 세대들의 감각은 ‘게임적 감각’에 치중되어 있지요. 그래서 북한은 ‘게임’이란 매체처럼 여겨지구요. 이런 제 지적은 “젊은 사람들 역시 철이 없네..”와 같은 질타의 시선은 아닙니다. 바로 ‘사건의 소비’라는 차원에서 우리가 이런 사건들을 어떤 감각으로 접촉하는가라는 것인데요. 이 차원에서 우리가 더 언론을 통해 함께 나아가야 할 부분은 바로 ‘군사적 참여’보다 더 절실한 ‘정치적 참여’이겠죠.
손 :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언론에 자주 나온 표현들을 떠올려보면, 오히려 시민들에게 더 큰 불안감만을 주었던 것은 아니었나. 돌아보게 되는군요.
얼 : <최수호의 출발 새 아침>을 비롯해서 ytn 라디오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번 사건을 다루었고, 또 다루고 있습니다. <최수호의 출발 새 아침>에 국한하여 말하자면, 사회자가 인터뷰 대상자나 은연중에 주로 썼던 것이 ‘대응’과 ‘응징’과 같은 것이었는데요. 일부 코너를 보면, 이것이 지나치게 ‘군사적인’ 대응과 응징에 대한 정보 공유, 전문가들의 의견 개진으로만 나아간 것은 아닌지, 오히려 이러한 구조들이 ‘만들어진 북한’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매체를 통해 연상하는 북한의 모습을 더 강화하는 것은 아닌지 챙겨봐야 할 것입니다. 필요한 건 ‘어떤 ’대응인가라는 차원입니다. 그리고 이 ‘어떤’엔 “군대기강 해이니..” 뭐니 하는 것보다 더 절실한, 시민들의 생각을 정치의 측면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이것을 챙기다보면, 우리는 어느새 이 사건을 “북한에 대한 분노”에서, 하나의 스릴을 느낄 수 있는 “게임과 같은 사건”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경계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손 : 네. 의견 고맙습니다. 끝으로 ytn 라디오 관련 또 하실 말씀이 있으신다면요?
얼 : 저는 이번 사건으로 늘 간과되고 있는 존재, 바로 ‘군대 언론’에 대한 태도라고 할까요? 그런 것도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군대 언론이라는 영역은 ‘국가 안보’라는 요인으로 인해, ‘사실’을 전달하기보다는, 일정한 사실의 ‘가공’ 과정을 거쳐, 주요 언론의 내용에 일부 담기는 정보 차원에 그친 것이 상례였는데요. 전 좀 시각의 차원을 바꿔서, 이런 사건에서 군대 언론이 할 역할이 무엇인지, 바로 ytn 라디오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이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으면 합니다. “우리 부대 이상 없습니다..” / “당시 상황은 이랬습니...”와 같은 게 군대 언론의 역할인가? 저는 좀 회의가 듭니다. ‘사실’과 관련해서 군대가 알고 있는 부분은 실제로 상당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부분들을 가공하여, ‘사회에 내 보낼 소식’과 ‘보내지 않을 소식’으로 구분하고, 시민들의 불안감만을 조성하는 반복된 구조. 여기엔 분명 ‘군대 언론’의 태도 또한 포함되어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 대한 사회적 논의들이 있었으면 합니다. - 끝 -